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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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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자금 블랙홀로 부상한 회사채

증권 일반

올 들어 회사채 시장이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1분기 회사채 수요가 폭발하면서 수요예측에만 80조원이 넘는 자금이 쏠렸다. 이미 지난해 전체 수요예측 참여 금액을 뛰어넘었다. 통상 연초는 회사채 시장 성수기인데다 금리인상 마무리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앞다퉈 회사채 담기에 나선 것이다.다만 이제 막을 올린 2분기는 지난 1분기처럼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AA급 우량채가 대부분이었던 1분기와 달리 2분기는 A급 비우량채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데다가 연초효과도 사라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1분기보다 커졌다는 점과, 연초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점도 채권시장 활황이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히고 있다.이미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한 기업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발행금리 역시 1분기에는 AA급과 A급 가리지 않고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 고유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발행되는 '언더 발행'이 대부분이었지만 2분기 들어서는 '오버 발행'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1분기 수요예측 참여 규모 작년 전체 규모 넘어서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한 자금은 총 86조8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기록했던 27조7000억원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뿐만 아니라 이는 지난해 한 해동안 수요예측 참여금액인 65조4000억원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수요예측 참여규모는 최근 5년래 최저 수준이었다. 올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업 수도 이날까지 18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143개보다 26.6% 증가했다. 작년 회사채 시장은 냉골이었다.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시기를 늦추거나 자금조달 경로를 바꾸는 등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이런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오히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치는 말 그대로 뜨거운 시장이 됐다.올해 1분기 회사채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연초효과에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에 자금이 모여든 것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채권 시장은 전통적으로 연말에는 기관 북클로징으로 주춤하다가 연초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을 보인다”면서 “다만 올해는 연초 기준금리 인상 마무리를 넘어 인하에 대한 기대까지 있었고 이로 인해 자금 유입 규모가 컸다”고 말했다.회사채 순발행 전년보다 두 배 늘어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33조297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기록했던 25조4754억원보다 약 2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발행액(회사채 발행에서 상환을 뺀 금액)은 15조3601억원으로 전년 7조4491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났다. 회사채 상환보다 발행이 많았다는 것으로 자금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선제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선 기업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올해 1분기 회사채 시장이 역대급 활황을 기록한 데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연말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일찍 문을 닫으면서 대기 자금이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통상 연초 기관이 장부를 채우는 연초효과가 더해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올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를 멈추고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수요 폭발에 한몫했다. 연초 금리가 가장 정점일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하면서 현재 높은 수준의 금리로 수익을 얻는 것은 물론, 향후 금리 하락시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까지 노리는 투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지난 1월만 해도 수요예측만 했다하면 조(兆)단위 자금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가장 처음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KT(AAA)에는 2조885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고, 이어 #포스코(AA+)와 #LG화학(AA+) 수요예측에는 각각 3조9700억원과 3조8750억원의 자금이 쏠리는 등 수요예측 한 번에 4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려들기도 했다.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으로 작년 발행이 급감하면서 전반적인 물량 부족으로 수급 여건이 개선된 영향”이라면서 “연초 자금집행 연기금 수요, 고금리를 제시하는 금고·신협· 농협, 보험사 상품판매, 연기금 대체투자 대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회사채 비과세 등 전방위적인 크레딧 수요 증가로 연초 크레딧 발행도 크게 증가했고 강세 발행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채권 개미' 증가도 회사채 시장 활황 한몫채권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인 ‘채권 개미’가 늘어난 점도 회사채 시장의 활황에 한 몫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권 개미들은 신용등급 ‘BBB’급인 비우량채 중에서도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기업을 선별해 ‘금리 사냥’에 나서고 있다.대표적으로 에스엘엘중앙(SLL)은 지난 2월 25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목표 규모의 4배인 1000억원의 주문을 끌어냈다. 에스엘엘중앙은 희망 범위로 6.8~7.8%의 금리를 제시했는데 수요가 몰리면서 범위 하단인 6.8%에서 발행 목표 물량을 모두 채우게 됐다. 수요가 몰리면서 에스엘엘중앙은 목표보다 두 배 많은 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했다.낮은 신용등급에도 에스엘엘중앙이 ‘완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고금리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힘이 컸다는 평가다. 실제 당시 물량을 받아간 곳은 대부분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증권사나 운용사 WM채권팀 혹은 리테일마케팅팀으로 확인됐다.중앙일보 계열사는 올 들어 채권에 관심이 높아진 개인 투자자들의 덕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올 들어 BBB등급 중 가장 먼저 수요예측에 나섰던 제이티비씨(JTBC, BBB0)는 1년물 350억원에 대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청약에서 리테일 수요에 힘입어 400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이어 중앙일보(BBB0) 역시 수요예측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중앙일보는 1년물 200억원 모집에 희망 금리밴드로 7.3~8.3%를 제시했는데 35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발행금리도 희망 금리밴드 하단에 가까운 7.5%로 결정됐다. 당시 주문이 들어온 부서가 모두 증권사 리테일팀이었다. 고금리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채 수요예측의 흥행도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올 해 1분기 채권 순매수 규모는 8조65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1조4451억원보다 약 6배 늘어났다. 채권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이미 지난해 20조6113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4조5675억원)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 역시 개인 투자자들을 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예금과 적금 금리가3%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4%대 금리를 확보할 수 있는 우량채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특성상 현재 금리가 고점이라고 가정할 경우 당장 이자수익은 물론 향후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채권 매매수익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채권이 기본적으로 주식보다 안정적인 성격이라는 점도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채권은 정해진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예측하기가 주식보다 훨씬 수월하다. 발행 기관이 부도가 나지만 않는다면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기만 해도 정해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용도가 A급 이하인 회사채는 기관 입장에서는 등급강등 리스크나 가격하락 위험 때문에 담지 않지만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이자수익을 얻겠다는 개인투자자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6~7%대 이자율이 꽤 쏠쏠하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1분기 뜨거웠지만…2분기는 ‘글쎄’다만 2분기는 뜨거웠던 1분기와 비교하면 다소 차분해질 전망이다. 우선 연초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꺾인 상태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가득했던 시장에 찬물을 뿌렸다.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회사채 시장 수요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국채 금리 수준은 크레딧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아직 글로벌 은행 불안과 국채 금리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연초와 같은 발행 주도의 강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지난해 회사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역시 여전히 회사채 시장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건설업종에 대한 악화한 투자심리는 회사채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이달 말 수요예측을 진행한 #신세계건설(A)은 모기업 ‘신세계’라는 뒷배경에도 불구하고 2년물 800억원 수요예측에 단 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는데 그치면서 건설업종에 대한 여전히 싸늘한 시장의 시선을 확인해야 했다. #한국토지신탁(A-)과 #한신공영(BBB) 등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업체들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했고, PF 비중이 높은 #현대차증권(AA-)이 미매각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달 들어서는 콘텐트리중앙(BBB)이나 GS엔텍(A) 등 비우량채가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은 2년물 물량은 채웠지만 1년물 250억원 수요예측에서 60억원의 주문을 받아내는데 그쳤다. GS엔텍 역시 2년물 700억원 수요예측에서 120억원만 들어오면서 흥행에 실패했다.뿐만 아니라 #한솔제지(A)와 #한일시멘트(A+) 등 지난달 말 수요예측에서 모집 물량을 채우며 흥행에 성공한 기업들도 발행 금리가 민평(민간채권평가사) 평가 금리 대비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되는 등 연초와는 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다만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초우량채’인 SK텔레콤(AAA)은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내면서 흥행에 성공했고, 현대중공업(A, A-) 역시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목표 금액의 6배가 넘는 6180억원의 주문을 받아내는 등 회사채 시장에서도 실적이나 전망에 따라 극명하게 수요예측 흥행이 나눠지는 분위기다.정 연구원은 “기업 신용등급 하향 조정, 부동산 PF 부실 등 연내 크레딧 이벤트 우려들은 연내 지속될 것”이라면서 “이런 부담들이 우량등급으로 투자자 수요를 집중시켜 등급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2분기는 은행 위기와 자금경색에 대한 우려 등으로 회사채 시장도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은행 사태는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안정일 뿐 하반기 신용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3.04.09 06:00

7분 소요
올해 뜨거웠고, 내년에도 주목할 3대 테크 이슈 [한세희 테크&라이프]

전문가 칼럼

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늘 변화와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글로벌 테크 분야는 올해도 예외 없이 각종 이슈와 논란, 기술적 도약이 어우러지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좋은 시절도 막을 내렸고, 치솟던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얼어붙었다. 플랫폼 규제를 놓고 지루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를 인수해 하루가 멀다 하고 논란을 만들고 있다. 암호화폐 분야 대장 기업 FTX는 파산 보호 신청을 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1년 사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은 화가보다 더 뛰어난 그림을 내놓고, 사람보다 더 충실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질서의 개편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국제적 금지어가 되었는지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테크&라이프’ 지면을 통해 추적한 글로벌 테크 시장의 변화와 흐름 중 올해 큰 인상을 남겼고, 내년에도 계속 중요한 이슈로 남을 가능성이 큰 사안들을 골라 봤다. ━ 못 하는게 없는 AI, 수익도 낼 수 있을까? 최근 인터넷은 AI의 성취에 대한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DALL-E2나 미드저니 같은 AI 모델이 만들어낸 전문가 수준의 그림이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을 채운다. 이제는 오픈AI가 새로 내놓은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와의 대화 결과를 캡처한 화면이 넘쳐난다. 챗GPT는 초거대 AI 자연어처리모델 GPT-3를 기반으로 개발한 대화형 AI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굉장히 그럴듯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며 대화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10살 아이의 생일 축하 파티를 할 건데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내 봐’라는 요청에 ‘다같이 영화를 연달아 보면 어때?’라거나 ‘직접 음식을 만드는 쿠킹 파티를 열자’ 등의 아이디어를 주욱 제시한다. 철학이건 양자물리학이건 분야를 가르지 않는다. 그간 GPT-3나 다른 기업의 거대 AI 모델들은 소수의 베타 테스터에게만 개방했지만, 챗GPT는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쓸 수 있어 더 빠르게 화제가 됐다. 마치 사람처럼 높은 수준의 글과 그림을 쏟아내는 ‘생성적 AI’는 이제 창작자나 지식 노동자의 업무마저 상당 부분 기계가 대치할 것이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새 사업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이나 디자인 컨셉 초안, 간단한 프로그램 코딩까지 AI의 영역에 들어섰다. 새해에는 이런 거대 규모 생성적 AI가 실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챗GPT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구글 검색의 종말을 거론하고 있다. 적어도 뚜렷한 정답이 있는 질문에 대한 검색은 대화형 AI가 잠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대화형 AI는 구글이 먼저 선보였다. ‘람다(LAMDA)’라는 대화형 AI를 2021년 선보였고, 올해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람다를 담당하던 엔지니어가 “람다가 자의식을 가졌다”라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성능도 탁월하다. 구글은 람다를 ‘검색의 미래’라고 홍보하면서도, 정작 이것이 검색 광고 매출을 갉아먹을까 상용화를 미루다가 오픈AI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화형 AI가 내놓는 답의 정확도 문제를 해결하고, 검색 광고를 대체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트위터와 머스크, 소셜미디어의 변화 디지털 플랫폼은 이제 현대 경제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편리함과 혁신의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플랫폼 독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숙제다. 소셜미디어는 큰 틀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한 영역이라 볼 수 있는데, 여론이 모이고 증폭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언론이 하던 역할이 점점 소셜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는데, 더 좋은 쪽 혹은 나쁜 쪽으로 가고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가짜뉴스와 양극화, 확증 편향을 부추긴다는 비판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도 적극적인 콘텐트 관리와 개입을 강조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진보와 보수 양측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석이 갈린다. 실리콘밸리의 주류인 이른바 진보, 리버럴 관점에서 추진되는 콘텐트 관리에 보수측이 표현의 자유 등을 내세워 저항하는 형세다. 트위터 인수 이후 머스크의 좌충우돌이 연일 화제지만, 결국 그의 행보가 기존 소셜미디어 시장의 흐름에 균열을 낼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언론계에 진보와 보수 성향 매체가 공존하고 독자가 자유롭게 매체를 선택하는 것처럼, 소셜미디어도 소비자 선택이 가능하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효과와 승자독식 논리가 작동하는 플랫폼 사업에선 1위 사업자로 시장이 쏠리기 마련이다. 보수를 표방한 여러 소셜미디어가 나왔으나 별 반응을 못 얻었다. 한번 성격이 굳어진 플랫폼에 변화가 일어나는 일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 이어지는 반도체 전쟁 미국은 최근 중국 메모리 제조사 YMTC 등 중국 기업 30여 곳을 수출통제명단에 추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기업이 이 명단에 오른 기업과 거래하려면 사전에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성능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도 제한했고, 미국 국적자의 중국 반도체 기업 근무도 금지했다. 한편으로는 일본·한국·대만을 묶는 반도체 동맹 결성을 재촉하고 있다. 반도체 동맹의 구성원들은 곧바로 자유세계의 태평양 전선과 일치한다. ‘과학기술이 곧 외교안보’라는 현재 국제 정치의 슬로건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을 앞세운 중국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 때 시작됐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물러설 기미를 안 보인다. 여기에 2차전지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중국과 유럽에 이어 미국에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 미국의 입김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 기업과 정부도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할지 보다 분명히 밝히라는 요구를 받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중국의 반도체 핵심 기술 내재화 노력이 얼마나 결실을 맺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TSMC가 아리조나 주에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이 과연 기대대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만하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을 지었고, 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2022.12.24 14:00

4분 소요
콘텐트리중앙, ‘수리남’ 넷플릭스 흥행에 6%대 상승 [증시이슈]

증권 일반

콘텐트리중앙이 넷플릭스의 새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의 흥행 소식에 장 초반 강세다. 13일 오전 9시 37분 기준 콘텐트리중앙은 전 거래일 대비 6.45% 급등한 4만1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9일 공개된 수리남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8위(11일 기준)에 올랐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4개 국가에선 1위를 달성했다. 수리남 제작사인 퍼펙트스톰필름은 콘텐트리중앙 자회사인 SLL중앙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날 보고서를 낸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콘텐트리중앙은 2020년 5월부터 3년간 넷플릭스에 약 20여 편의 JTBC-넷플릭스 동시방영 작품과 연간 2~3편 정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27%의 지분을 보유한 티빙의 빠른 성장도 실적 개선에 크게 도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2022.09.13 09:53

1분 소요
대기업 틈바구니서 전문성을 무기로 승부하는 OTT들 [이색 OTT가 뜬다②]

테크

지난 6월 스타트업 뉴아이디(NEW ID)는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유치를 완료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경기 침체의 여파 때문에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거둔 값진 성과였다. 뉴아이디는 글로벌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시장에서 활약 중인 한국기업이다. FAST는 OTT 산업에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으로 꼽힌다. 주문형 비디오를 다루는 여느 OTT 플랫폼과 달리 기존 TV방송처럼 업체가 편성한 스케줄에 따라 영상을 보여주는데,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뉴아이디는 삼성TV플러스, LG채널, TCL, 로쿠 채널, 플루토TV, 아마존 프리비 등 글로벌 TV제조사와 FAST 플랫폼에 K콘텐트 전문 채널을 공급 중이다. 북미와 유럽,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시청자가 뉴아이디 채널을 경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평균 월간활성사용자수(MAU) 400만명을 달성했다. 웬만한 한국 대형 OTT 플랫폼의 MAU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9년 창업해 3년 만에 거둔 쾌거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대기업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2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를 필두로 SK텔레콤·지상파 방송 3사가 힘을 합친 웨이브, 한국 콘텐트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로 꼽히는 CJ ENM이 만든 티빙이 상위권 업체로 꼽힌다. 이 밖에도 글로벌 콘텐트 명가 월트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애플TV플러스 역시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이들의 미래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맞은 산업의 전성기가 끝나가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콘텐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씩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가입자 수 증가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1위 사업자 넷플릭스가 성숙기에 접어든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어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 고성장 꺾인 OTT 산업 최근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힘든 고객이 앞다퉈 지갑을 닫고 있는 점도 OTT 시장엔 악재다. 고객이 지출을 줄이기로 마음먹는다면, 구독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쟁에 참전한 대형 플랫폼은 아직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기에 투자를 통한 승부수 띄우기를 그만둘 수도 없다. 최근 CJ ENM의 티빙과 KT의 시즌이 합병을 결정한 걸 두고 업계가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국내 OTT 시장에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만 있는 건 아니다. 규모는 작지만 특색을 살린 전략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콘텐트 투자 출혈경쟁에서 한 발짝 비켜 있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특정 분야(카테고리)의 콘텐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테고리 킬러’ 플랫폼임을 앞세우거나. 소비자 취향을 저격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사내벤처로 출범한 뉴아이디 역시 그런 기업 중 하나다. 글로벌 FAST 시장을 먼저 공략 중인 이 회사는 한국 고객에게도 무료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의 콘텐트를 누릴 수 있는 시청 경험을 적극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리디에서 운영 중인 라프텔은 애니메이션 OTT 서비스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플랫폼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시장에서 6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 콘텐트 제공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한 후 추천하는 기능을 강점으로 갖추고 있다. 지난 5월엔 게임업체 넥슨과 협업해 맞춤형 서비스를 더 고도화했다. 모회사 리디가 보유한 검증된 원천 IP를 활용한 협업도 기대되는 요소다. 광고를 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트를 일부 갖추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광고 없이 감상할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도 있고, 보고 싶은 콘텐트를 따로 결제할 수도 있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와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각각 서비스 중인 다큐멘터리 전문 OTT 플랫폼 보다(VODA)와 디박스(D-BOX) 역시 대형 OTT 플랫폼이 잘 다루지 않는 분야를 통해 소비자를 홀리고 있다. EPL, 라리가, 챔피언스리그 등의 해외축구를 비롯해 MLB, NBA 등을 중계하는 스포츠 전문 OTT인 스포티비나우도 스포츠 마니아의 필수 구독 서비스로 꼽힌다. 월 구독료를 내거나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일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들 모두 해당 플랫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화한 시청 체험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전문성 기반으로 고객 신뢰 확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IHQ는 지난 5월 ‘바바요’란 이름 숏폼 전문 OTT를 론칭했다. 10~15분 안팎의 숏폼 콘텐트를 선보여 짧고 강렬한 영상을 좋아하는 MZ세대를 공략하겠다는 거다. 다른 구독형 OTT 플랫폼과 다르게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론칭 초기 플랫폼에 더 많은 고객을 묶어두겠다는 포석이다. IHQ는 추후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인기 콘텐트를 중심으로 건별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5년 내 100만명의 구독자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 목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선 이런 특화 전략이 쏠쏠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전문 OTT 크런치롤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몸값을 인정받고 소니에 인수됐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특화 OTT인 큐리오시티스트림은 2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다양한 다큐멘터리, 강연 콘텐트를 확보한 데다 연간 19.99달러(약 2만6000원)에 불과한 저렴한 구독료로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한 방을 노리는 블록버스터 콘텐트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충성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점이 이들 플랫폼의 강점”이라면서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해진 가운데 특화 플랫폼의 활약은 국내 OTT 생태계를 더 풍부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7.29 16:33

4분 소요
토종 OTT 숙원 ‘해외 공략’ 달성한 뉴아이디의 특별한 전략 [이색 OTT가 뜬다①]

IT 일반

글로벌 OTT 시장은 전쟁터다. 세계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매달 지갑을 열어주는 시청자를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이 시장엔 뉴아이디(NEW ID)라는 낯선 이름의 한국기업도 있다. 이름만 낯선 게 아니라 사업방식도 생소하다. 구독형 모델이 판치는 이 시장에서 FAST란 이름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FAST는 쉽게 말해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다. 광고를 봐야 하는 대신 편성표가 미리 짜인 다양한 채널을 공짜로 누릴 수 있다. 뉴아이디는 한국 기업이 기를 펴기 어려운 북미,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삼성TV플러스, LG채널, TCL 등 글로벌 TV 제조사뿐만 아니라 로쿠 채널, 플루토TV, 아마존 프리비 등 글로벌 FAST 플랫폼에 K콘텐트 전문 채널을 공급하고 있다. 뉴아이디는 최근 찬 바람이 부는 VC업계에서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약 57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19년 설립해 3년 만에 거둔 성과다. 뉴아이디가 영화 투자배급사로 유명한 ‘NEW’의 사내벤처 기업이란 점도 눈에 띈다. 연평균 네 자릿수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고공행진 중인 뉴아이디를 창업한 건 박준경 대표, 김조한 이사다. 가 뉴아이디 본사에서 두 경영진을 만났다. 한국에선 OTT는 다 월 구독료를 내고 콘텐트를 무제한 보는 서비스를 떠올린다. 뉴아이디의 방식은 다른데, 자세히 설명해 달라. 김조한 이사 : 업계에선 우리가 하는 일을 두고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라고 부른다. 광고(AD)를 보는 대신 무료로 볼 수 있는 스트리밍 TV란 뜻이다. 박준경 대표 : 쉽게 말해 TV로 보는 라이브 방송이다. TV에서 방송이 나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되묻겠지만, 사실 우린 그냥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IPTV 서비스에 가입해 셋톱박스를 설치하거나, 케이블 방송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FAST는 그냥 인터넷이 연결된 TV만 있으면 된다. 수십 수백 개의 채널을 볼 수 있다. 뉴아이디의 플랫폼이 전 세계 TV에 깔린다는 건가. 박준경 대표 : 엄밀하겐 아니다. 우리는 넷플릭스 같은 앱 형식의 플랫폼이 없다. TV란 플랫폼에 뉴아이디가 제작한 채널이 들어간다고 이해하면 더 쉽다. 우린 TV 사업자나 FAST 플랫폼 사업자에 다양한 채널을 공급한다. K팝부터 영화, 드라마, 예능, 키즈까지 여러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라이브로 볼 수 있는 채널 8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김조한 이사 : 북미나 유럽에선 이런 방식의 OTT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케이블방송·위성방송 등 전통 유료 방송을 끊는 ‘코드커팅’이 한창이었는데, FAST 시장이 수혜를 누렸다. 유료방송 서비스는 이용료 부담이 크고, OTT마저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제격이다. 거실 소파에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다. 뭘 봐야 할지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설명이 어렵다. 고객 입장에선 어떻게 뉴아이디의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건가. 박준경 대표 :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만든 스마트TV가 거실에 놓여있다고 가정하자. 이 TV를 작동하면, TV 운영체제에 각각 ‘삼성TV플러스’ 혹은 ‘LG채널’이란 앱이 있을 거다. 앱을 구동하면 다양한 라이브 채널과 프로그램이 나온다. 이중 일부를 뉴아이디가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방송과 다른 점은 별도의 IPTV 셋톱박스나 디바이스 없이도, 특정 방송 서비스에 유료로 가입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방영되는 콘텐트는 뉴아이디가 직접 제작하는 건가. 김조한 이사 : 아니다. 우리도 다른 OTT처럼 계약을 맺고 다른 제작사의 콘텐트를 제공받는다. 모회사 NEW의 콘텐트도 있지만 그것만으론 30여개 채널을 다채롭게 채울 수 없다. 정리하면 스마트TV에 채널을 공급하고 있다는 건데, 특별한 사업처럼 보이진 않는다. 지금 방송사업자와 하는 일이 유사한 것 아닌가. 방영 장소가 해외라면 자막을 붙이면 될 일이다. 박준경 대표 : 우리도 처음엔 해외 진출이 순탄할 거라고 생각했다. 2019년 사업을 구상할 당시에도 K팝의 인기는 상당했고, 한국에서 제작한 영화가 유명했으니까. 관련 콘텐트를 잘 버무려 편성하면 끝 아닌가 했다. 김조한 이사 : 그런데 하나하나가 난관이었다. 한국 콘텐트를 해외에 라이브로 방송하는 것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았다. 현지 광고 에이전시와는 미팅 자리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더라. 앞서 해본 기업이 없다 보니 참고하거나 상담할 곳도 없었다. 뉴아이디는 2019년 10월 영화제작사 NEW의 사내 벤처로 출범했다. 글로벌 FAST 시장의 가파른 성장성과 이 시장에 아시아 사업자가 없다는 걸 파악하고 ‘블루오션’임을 직감했다. 뉴아이디는 글로벌 미디어·통신 대기업 컴캐스트의 OTT 자회사인 쥬모(Xumo)와 K팝 채널 계약을 맺었고, 창업 이듬해부터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관건은 한국 콘텐트의 현지화였다. 국가나 지역마다 저작권을 다루는 법과 규정이 제각각이었고, 한국 드라마나 예능에 PPL로 등장하는 제품의 로고를 노출하는 것도 민감한 문제였다. 영어 자막을 보유한 한국 콘텐트도 생각보다 적었다. 박준경 대표가 말했다.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이었다. 채널 하나에 콘텐트를 채우는 데 8개월이나 걸렸다. 처음엔 우리 개발자가 한땀 한땀 손으로 편집했다. 워낙 정성을 들인 탓인지 채널에 애정이 생기더라. 편성이나 콘텐트 피드백을 두고 쥬모 측과 거의 매일 통화했다. 그 담당자도 황당했을 거다. 쥬모엔 여러 회사가 공급하는 채널이 100개가 넘는데, 고작 하나의 채널을 공급하는 외국회사가 시도 때도 없이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귀찮게 했으니 말이다.” 지금 뉴아이디는 자체 개발한 FAST CMS(콘텐트 매니지먼트 시스템)를 통해 이런 번거로운 수작업을 대폭 줄였다. FAST 플랫폼이 원하는 콘텐트의 포맷은 제각각인데, 이를 플랫폼이 원하는 규격에 알맞게 송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뉴아이디의 특화한 기술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인공지능(AI)기반 포스트 프로덕션(AIPP)’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던 AI기반 미디어 요소 기술을 뉴아이디의 콘텐트 편집 역량과 결합했다. 이 기술은 AI를 활용해 콘텐트 속 한글 자막 및 방송사 로고, PPL 이미지를 제거하고, 저작권 문제 소지가 있는 배경음악을 걸러낸다.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변환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쉽게 말해, 한국 콘텐트를 외국에서 방영해도 문제가 없게끔 손봐준다는 얘기다. 김조한 이사는 “FAST CMS와 AIPP 기술은 뉴아이디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다. FAST 사업을 통한 광고 비즈니스가 첫 번째라면, 이 기술을 솔루션화해 여러 회사의 콘텐트를 세계에 나가게 돕는 게 우리의 두번째 목표다.” 난관은 또 있었다. 뉴아이디가 한국에서 온 회사였다는 점이다. NEW가 국내에선 유명한 영화사지만, 글로벌에선 사정이 달랐다. 아시아 변방에서 온 작고 낯선 회사로 보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특히 콘텐트에 광고를 넣기 위해 지역의 광고 에이전시와 소통하는 건 두 경영진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었다. 이들 기업이 내미는 계약서를 볼 때마다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이었다. 낯선 사업 분야인데마다 국가마다 관례와 문화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조한 이사는 “BTS도 젊은 세대 사이에선 유명하지만, 기업 담당자는 몰랐다”면서 “한국기업과 처음 미팅해본다는 사업자도 숱했다”고 회상했다. 한류가 아무리 날고 긴다지만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선 주류의 문화라고 보긴 어렵다. 뉴아이디의 한류 채널이 시청자를 어떻게 홀릴 수 있을지를 설득하는 건 난제였다. 다만 호기는 있었다. 글로벌 TV 시장을 장악한 사업자가 바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는 점이다. 뉴아이디는 삼성TV플러스, LG채널과 채널 공급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뉴아이디는 금세 FAST 시장에서 입소문을 탔다. 김조한 이사는 “미국 유명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에서 FAST 사업을 알고 싶다면 알고 있어야 하는 50개의 회사를 선정하는 백서를 만들었다”면서 “그 50개 기업 중 아시아 회사는 삼성TV플러스와 뉴아이디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뉴아이디의 시장 위상은 남다르다. 전 세계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한류 채널과 콘텐트를 다수 공급하는 유일한 사업자다. TCL 등 글로벌 TV 제조사뿐만 아니라 로쿠 채널, 플루토TV, 아마존 프리비 등 글로벌 FAST 플랫폼에 콘텐트·채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뉴아이디의 채널이 송출되는 지역도 북미와 유럽, 일본과 한국 등 다양하다. 뉴아이디의 채널 포트폴리오엔 아기상어 채널도 있는데, 몇몇 플랫폼에선 키즈분야 시청시간 1등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뉴아이디는 글로벌 평균 월간활성사용자수(MAU) 400만명을 기록했다. 웬만한 한국 대형 OTT 플랫폼의 MAU와 비슷한 수준이다. 뉴아이디의 올해 MAU 목표는 500만명이다. 그래도 OTT 시장을 열어젖힌 건 넷플릭스다. 구독경제 모델을 검토한 적은 없었나. 김조한 이사 : 처음부터 타깃이 글로벌 시장이었고, 우리가 사업을 구상할 땐 북미 OTT 시장은 성숙기를 지나고 있었다. 경쟁이 한껏 달아올랐고, 투자금도 적잖게 필요해 보였다. ‘남들이 다 하는 것 말고 안 하는 일 해봐야지”란 도전 정신도 있었다. 박준경 대표 : 한국만 봐도 구독형 OTT 시장은 살벌하다. 가입자를 뺏고 더 돋보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콘텐트도 독점으로 내세운다. 그런 점에서 FAST 시장은 재미있다. 여긴 독점하지 않는다. 경쟁하기보단, 어떻게든 손잡고 협력하려고 한다. 어떤 콘텐트를 독점으로 확보했느냐를 뽐내지도 않는다. 그보단 내 채널이 얼마나 많은 플랫폼에 편성됐느냐가 업체의 실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새 사업자가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거 보면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급변하는 것 같다. 김조한 이사 : 시간이 갈수록 더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다. 선두주자 넷플릭스만 해도 광고를 결합한 저가 요금제 출시를 공식화했고, 프랑스에선 방송국 형태의 라이브 스트리밍 사업을 실험하고 있다. 우리가 AI를 활용해 콘텐트 가공 시간을 줄였듯, 새로운 방식으로 첨단기술을 무기로 내세우는 미디어테크 기업도 속속 등장할 거다. 박준경 대표 : 그중에서도 지갑 열 부담 없는 FAST 플랫폼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산업이 어떻게 변하든지 가정마다 TV 한 대씩은 두지 않나. 전 세계에 놓인 TV를 인프라로 삼고 있는 점이 참 매력적인 시장이다. IPTV와 구독형 OTT가 득세 중인 탓일까. 한국시장에선 FAST 플랫폼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박준경 대표 : 그간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정작 한국시장엔 신경을 못 썼다. 앞으론 다양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우리 국민들에도 콘텐트를 누리는 방식에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싶다. OTT 아니면 IPTV, 케이블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콘텐트를 볼 수 있게 말이다. 고객의 시선에선 구독형 OTT든 FAST든 가는 방향은 똑같다. 새로운 시청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거다. 시작하는 모양만 다를 뿐이다. 창업 3년 만에 글로벌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장기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김조한 이사 : 지금은 사업적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지만, 비전은 있다. 한국에 있는 전체 콘텐트, 미디어 산업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큰 회사만 득세하는 산업이 아니라, 작은 업체의 콘텐트도 국경을 넘어 새로운 시장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박준경 대표 : 평생 콘텐트를 제작하고 배급·유통하는 일을 했다. 진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힘들게 만든 콘텐트가 국내에서 짧게 소비되고 만다는 점이었다. 해외에 나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는데, 그런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콘텐트 업체가 많다. 뉴아이디가 해외 시장을 쉽게 두드릴 수 있는 관문이 되길 바란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7.28 11:40

8분 소요
기업들 호실적 불구 경기 침체 우려…25일 뉴욕증시 혼조

글로벌

지난 주 상승세였던 뉴욕증시는 25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혼조 양상을 나타냈다. 시장의 예측을 웃도는 미국 기업들의 잇따른 2분기 실적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 예고,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국제 공급망 차질 등이 혼재해 투자 심리가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0.75포인트(0.28%) 오른 3만1990.0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21포인트(0.13%) 상승한 3966.84 ▶나스닥 지수는 51.45포인트(0.43%) 하락한 1만1782.67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0.33포인트(1.43%) 하락한 23.36을 각각 나타냈다. 지난 주엔 미국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골드만삭스(금융)·뱅크오브아메리카(금융)·존슨앤드존슨(제약)·록히드마틴(군수)·핼리버튼(원유서비스)·하스브로(장난감)·씨티그룹(금융)·넷플릭스(콘텐트서비스) 등이 성적을 발표했는데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26일(현지시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맥도날드·알파벳·코카콜라 등이, 27일엔 메타·보잉·퀄컴·포드 등이, 28일엔 아마존·애플·인텔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각각 성적표를 공개한다. 경기침체 우려와 금리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은 기술기업들의 실적에서 주가 상승의 근거를 찾으려 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문은행 에버코어는 지난 20일 “지금까지 매출과 순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 넘은 기업들의 주가가 평균 1.3%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경기 지표는 전반적으로 부진해 경고음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6월 전미활동지수(NAI 생산·고용·실업·소비·판매 등 85개 경제지표)는 -0.19로 두 달째 마이너스대다. 이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평균을 밑돈다는 의미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7월 댈러스 지역 제조기업들의 기업활동지수도 3개월 연속 마이너스인데다 갈수록 하락세다. 이 역시 제조업 경기의 부진을 의미한다. 물가 폭등도 제조 경기 악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6월보다 9.1% 폭등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6월보다 5.9%, 올해 5월보다 0.7% 올랐다. 앞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나 올랐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른 최고치다. 기업들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경기 부진 여파로 인해 투자자들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6월에 이어 또 한번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선 ‘울트라 스텝’(1.00% 포인트 인상)까지 전망하고 있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를 자극하게 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존재하며 연착륙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위험은 가격 탄력성을 회복하지 못해 높은 물가 상승이 경제 전반에 퍼지는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을 2%대로 돌려놔야 한다”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준이 7월 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 범위가 된다. 이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의 압력을 잠재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연준의 이론적 목표 수준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망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2022.07.26 06:53

3분 소요
티빙-시즌 합병, 규모의 경제로 ‘국민 OTT’ 거듭날까

테크

CJ ENM의 OTT 티빙과 KT의 OTT 시즌이 합병한다. 티빙과 케이티시즌은 지난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서비스의 합병안을 결의했다. 합병 방식은 티빙이 케이티시즌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고, 합병 기일은 12월 1일이다. 합병 비율은 티빙 대 시즌이 1대 1.5737519다. 새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CJ ENM이고, KT스튜디오지니는 3대주주 지위를 확보한다. 이번 합병은 지난 3월 맺은 두 회사의 콘텐트 사업 협력의 일환이다.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KT는 5G초이스 요금제에 티빙 혜택이 제공되는 ‘티빙·지니 초이스’ 상품을 론칭했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더 많은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OTT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목표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이번 합병은 최근 글로벌에서 위상이 강화된 K콘텐트 산업의 발전과 OTT 생태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양사의 콘텐트 제작 인프라와 통신 기술력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넘버원 K콘텐트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윤경림 KT 사장은 “글로벌 OTT의 각축장이자 핵심 콘텐트 공급원이 된 한국 시장에서 보다 신속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통합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KT그룹은 미디어 밸류체인을 활용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CJ ENM과 협업해 국내 미디어·콘텐트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서비스의 합병으로 국내 OTT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넷플릭스가 과점 사업자로 추정되고 있는 한국 OTT 시장은 나머지 점유율을 두고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 국내외 OTT 서비스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이중 시장 영향력이 가장 큰 플랫폼은 웨이브인데, 티빙이 시즌을 삼키면 이 구도가 뒤바뀔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티빙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401만명, 시즌은 157만명이다. 둘 서비스의 가입자를 더하면 558만명으로 웨이브(423만명)보다 많다. 합병을 둘러싼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티빙 입장에선 가입자를 새롭게 확보할 판로가 늘어나게 된다. KT는 이동통신 시장과 IPTV 시장에서 상당한 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다양한 제휴 서비스를 통해 모객 효과를 높일 수 있다. KT는 가입자 확보가 미진했던 시즌의 운영 부담을 덜고 콘텐트 제작·유통에 더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마침 KT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최근 흥행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두 대기업의 자금력과 콘텐트 제작 역량이 더해지면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도 있다. 특히 유료 가입자 수는 OTT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유료 가입자가 많을수록 매출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콘텐트 제작사를 상대할 때의 협상력도 강해진다. 적은 비용으로도 고품질의 콘텐트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합병에 따른 시너지 창출에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티빙이 시즌을 통합한다고 해서 단숨에 시장 판도를 뒤흔들기는 어려울 거란 얘기다.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이 지금의 웨이브로 합병하던 지난 2019년에도 그랬다. 당시 옥수수의 가입자 수는 946만명, 푹의 가입자 수는 370만명으로 통합 가입자 수만 1300만명이 넘는 대형 플랫폼의 탄생이 점쳐졌지만, 정작 출범 이후 넷플릭스의 위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두 서비스를 한꺼번에 구독하고 있는 가입자도 있을 거고, 이동통신사 OTT 가입자엔 허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 수 합산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현재 웨이브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지배구조 때문인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여러 회사를 주주로 둔 티빙 역시 이런 리스크로 합병의 파급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7.17 13:16

3분 소요
티빙(TVING), KT 시즌 합병 공식화…‘공룡 OTT 탄생’

IT 일반

티빙은 KT의 OTT 플랫폼 시즌(seezn)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티빙 독립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M&A다. 합병 전략은 양 사의 콘텐트 경쟁력과 OTT∙통신 결합 등 전방위 시너지를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OTT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티빙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케이티시즌과의 합병안을 결의했다. 티빙은 이번 합병 결정에 따라 기존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 능력과 OTT 기술력에 케이티시즌의 사업 조직을 결합해 기술력과 서비스를 한 단계 강화하게 됐다. 합병 방식은 티빙이 케이티시즌을 흡수합병하게 된다. 케이티시즌의 100% 지분을 보유한 KT스튜디오니지는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예정이다. 예정 합병 기일은 12월 1일이다. 이번 합병은 지난 상반기 CJ ENM과 KT의 사업 협력 일환으로 이뤄졌다. 양사는 지난 3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미디어·콘텐트 시장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티빙은 KT 5G초이스에 티빙 혜택이 제공되는 ‘티빙/지니 초이스’상품 론칭을 시작으로 사업협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한 데 이어 다방면에서 시너지를 지속 창출할 수 있는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티빙은 지난 2020년 10월 CJ ENM에서 독립법인 출범 직후 JTBC가 합류한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웹툰과 웹소설 등 다양한 원천IP를 보유한 네이버의 지분 투자를 유치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첫 오리지널 콘텐트 ‘여고추리반’을 시작으로 ‘서울체크인’, ‘유미의 세포들’ 등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트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축구, UFC, 복싱,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 생중계를 통해 서비스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티빙은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트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파른 유료가입자 성장세를 보이며, 25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 약 2조원에 달하는 높은 기업가치도 인정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최정상 파라마운트와 ‘파라마운트+ 브랜드관’, 오리지널 공동제작, 콘텐트 투자 등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케이티시즌은 실시간 방송 채널과 최신 영화, 인기 해외 시리즈, TV 다시보기 등 다채로운 콘텐트를 보유한 OTT다. 대표작으로는 오리지널 ‘소년비행’, ‘크라임 퍼즐’, ‘구필수는 없다’ 아울러 최근 가장 큰 화제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잇달아 공개하며 본격적인 이용자 확대에 나섰다. 티빙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글로벌 No.1 K콘텐트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양질의 콘텐트 제작과 교류, 다각적 유통 전략, 시청 품질 서비스 고도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티빙과 케이티시즌의 만남은 최근 글로벌에서 위상이 강화된 K콘텐트 산업의 발전과 OTT 생태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양사의 콘텐트 제작 인프라와 통신 기술력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NO.1 K콘텐트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윤경림 KT그룹 Transformation부문장(사장)은 “글로벌 OTT의 각축장이자 핵심 콘텐츠 공급원이 된 국내 미디어∙콘텐트 시장에서 보다 신속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통합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최근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트가 성공 가도를 달리며 자신감을 얻은 만큼 앞으로 KT그룹은 미디어 밸류체인을 활용한 콘텐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CJ ENM과 협업해 국내 미디어∙콘텐트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2022.07.14 16:37

3분 소요
“월 1만원도 아깝다” 토종 OTT의 냉혹한 현주소[토종 OTT 생존전략②]

IT 일반

한국 OTT 산업이 성장 둔화 위기를 맞았다. 각종 시장조사기관이 내놓는 자료에선 올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OTT 서비스의 이용자 수 감소가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수혜를 누린 OTT 서비스는 감염병 대응이 점차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열기가 한풀 꺾였다. 엔데믹과 함께 살아나던 소비심리가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막혀 다시 위축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지갑을 닫는 고객이 늘고 있는데, 일부 OTT 업체들은 이용요금을 올렸다. 구글이 앱마켓의 외부 결제 링크를 막으면서 구글에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를 요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OTT 산업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하고 주가가 3분의 1 넘게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고육지책으로 경쟁사끼리 협업의 폭을 높이거나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다. 가 구독경제 전문가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에게 국내 OTT 산업의 현주소를 물어봤다. 넷플릭스 역성장 쇼크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OTT 시장도 둔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올해 시장 전체로 따져봤을 땐 플러스 성장을 하긴 할 거다.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티빙을 통해 한국 시장에 상륙했고, HBO맥스도 채비를 마쳤다. 새 플레이어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건 아직은 성장 산업이란 방증이다. 다만 중요한 변곡점을 맞긴 했다. 어떤 변곡점인가. 단기간에 ‘가입자 수 몇 배 성장’ 같은 폭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게 쉽지 않을 거다. 각각의 기업이 세워둔 가입자 중단기 목표치를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6년째다. 한국 OTT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긴 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들어온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반응이 생각보다 잠잠하지 않았나. 시장을 뒤흔들 줄 알았는데,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다. 두 서비스는 확실히 명성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막상 가입하고 나니 볼 게 생각보다 없었던 거다. 두 서비스 모두 킬러 콘텐트가 부족했다. 한국 OTT 소비자가 냉정해졌다. 내가 지갑을 열었다면, 그만한 혜택을 충분히 누려야 한다. OTT 서비스 이용권을 하루 단위로 쪼개 파는 계정 공유 스타트업 페이센스를 둘러싼 불법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씁쓸한 일이다. 최근 국내 OTT 업체들이 페이센스를 두고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페이센스의 비즈니스는 OTT 플랫폼이 정한 이용 약관을 명백히 어긴 편법이다. 다만 왜 이 서비스가 국내에서 인기를 누렸는지는 업계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결국 고객이 월 1만원 안팎의 구독료를 투자하는 게 아깝다는 얘기다. 볼만한 소수의 콘텐트만 보면 되는데, 왜 계속 구독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페이센스 논란, 인기 누렸던 이유 살펴봐야 국내 OTT 서비스들은 현재 콘텐트에 큰돈을 베팅하고 있다. 볼 만한 콘텐트를 계속 공급하기 위해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콘텐트 투자 역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애초에 돈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좋은 콘텐트가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비결이 자본은 아니지 않나. 구독형 OTT는 가입자 수가 성장의 척도다. 이 숫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큰 위기일 텐데. 한국의 개별 업체는 위기 국면에 놓인 게 맞다. 투자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데 성장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서비스는 어떤 분야에서 특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특징도 없다. OTT를 보는 고객은 정해져 있고, 이들을 두고 뺏고 뺏기는 구독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샌 토종 OTT 업계도 적극적으로 전략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플러스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KT‧LG유플러스와도 공동전선을 펼친다. 왓챠는 완전히 탈바꿈한 새 플랫폼을 론칭할 계획이다. 시장을 뒤바꿀 만한 전략인지는 모르겠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티빙의 PIP(플랫폼 인 플랫폼) 방식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티빙 내 특별관을 만들었는데도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그 부담은 티빙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만 웃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처음 한국 시장을 두드릴 땐 국내 이동통신사의 PIP 방식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점점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만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위기를 타개하고자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기업도 있다. 냉정하게 판단해 보자. 전 세계에서 K콘텐트가 인기라지만, 이걸 보겠다고 지갑을 여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기업이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 진출한 상황에서 한국 플랫폼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치솟는 물가도 OTT 서비스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구독경제의 특징은 한 번에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제품과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거다. 언뜻 가성비가 좋아 보이기에 인플레이션 국면이 꼭 불리한 건 아니다. 다만 물가가 올랐는데도 이용료를 올리는 게 어렵다는 점은 문제다. 이들 서비스의 가격 인상은 필수소비재 가격 인상보다 소비자 저항이 크다. 고객 입장에선 한 번 내고 마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꾸준히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 OTT 업체가 반등할 수 있을 만한 전략은 없을까. 넷플릭스의 대응을 눈 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이 회사는 넷플릭스닷숍을 오픈하고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 같은 파생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광고 없음’은 그간 넷플릭스의 정체성이었는데, 이를 버리고 광고를 단 저가 요금제 도입을 검토할 만큼 몸부림을 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렸는데, 이 역시 본업인 이커머스에서도 뚜렷한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서비스도 구독료가 아깝지 않은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당장은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다. 맞다. 이건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론 한국 기업 모두가 복잡한 이해관계를 초월한 연대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넷플릭스의 위상조차 뛰어넘는 토종 플랫폼이 나와야 소비자도 다시 OTT에 열광할 것이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7.06 19:00

4분 소요
흔들리는 넷플릭스…토종 OTT ‘콘텐트 투자 올인’ 대신 '전략적 협업'[토종 OTT 생존전략①]

IT 일반

국내 OTT 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영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쟁 관계에 놓여있던 이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는가 하면 콘텐트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거나, 아예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너나 할 것 없이 콘텐트 투자에 뭉칫돈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상반된 행보다. “2025년까지 1조원 투자 목표(콘텐츠웨이브)”, “향후 5년간 5조원 투입(CJ ENM)”, “3년간 5000억원 이상 투자(스튜디오지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사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트를 내세워 소비자를 매료할 생각이었다. 대규모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이미 성공 사례가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OTT로 등극하게 한 일등공신이 바로 독점 콘텐트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넷플릭스(Original Netflix)’ 콘텐트 제작에 수십조원 단위의 자금을 투자해 물량공세를 펼쳐왔다. 투자 규모도 매년 수직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킹덤’, ‘D‧P’, ‘오징어게임’ 등을 앞세워 국내 OTT 시장을 석권했다. “OTT 시장 경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건 콘텐트의 양과 질”이라는 게 시장을 지배하는 논리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OTT 서비스도 콘텐트 제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 전략적 협력 나선 국내 OTT 업계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다르다. 경쟁하듯 콘텐트 투자 규모를 늘려 발표하던 이들이 다른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건 CJ ENM의 티빙이다. 이 서비스의 최근 전략은 ‘협업을 통한 생태계 확장’으로 요약된다. 지난 6월 미국의 OTT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티빙을 통해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빙 플랫폼 내 파라마운트플러스 브랜드관을 별도로 신설하고 파라마운트플러스가 제공하는 콘텐트를 티빙에서도 볼 수 있게 했다. 티빙은 출범 때부터 네이버와 SLL(전 JTBC스튜디오)의 지분 투자를 받고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했다. 지난 3월엔 CJ ENM이 KT그룹의 미디어·콘텐트 사업을 총괄하는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양측은 콘텐트 투자부터 제작, 편성,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시너지를 창출할 방침이다. 최근엔 그 일환으로 KT의 5G 요금제 혜택에 티빙 이용권이 포함되기도 했다. 티빙은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제휴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CJ ENM이 KT‧LG유플러스와 콘텐트 사용료를 두고 격한 갈등을 빚었던 걸 고려하면 이들의 전략적 제휴는 파격적인 일이다. 독점 콘텐트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 다양한 콘텐트를 확보하고,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게 티빙의 목표다. 왓챠는 2.0 버전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연내 새롭게 선보인다. 영상 콘텐트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웹툰과 음악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여러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단순히 모아 놓는 게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분절되지 않은 종합적이고 연속적인 콘텐트 감상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왓챠는 모든 콘텐트를 한 번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구독 요금제’를 채택할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처음부터 넷플릭스 대신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벤치마킹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유료 회원에게 배송, 제품, 반송 등의 혜택뿐만 아니라 영상·음악·게임 등 다양한 콘텐트도 함께 누릴 수 있게 하고 있다. 고객이 쇼핑을 하다가 콘텐트를 보거나, 콘텐트를 보러 왔다가 쇼핑을 할 수 있는 ‘락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쿠팡 역시 유료 멤버십 와우에 가입하면 추가 비용 없이 쿠팡플레이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로켓직구 무료배송’, ‘와우 전용 할인’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영화 배급사로 유명한 뉴(NEW)의 사내 벤처 ‘뉴아이디’는 아예 틈새시장을 노렸다. 광고 기반의 스트리밍 사업을 통해 북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 TV 플러스, LG 채널, 아마존 프리비, 더 로쿠 채널, 파라마운트 글로벌 플루토 TV 등 20개 플랫폼과 콘텐트·채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5개 채널과 광고 기반 주문형비디오(AVOD)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광고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국내 OTT 사업자들이 아직 개척하지 않은 시장이다. 이처럼 많은 서비스가 넷플릭스식 성공 방정식 대신 새로운 경영 전략을 꺼낸 이유는 넷플릭스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세계 최초로 OTT 가입자 수 2억명을 확보할 때만 해도 넷플릭스의 전략은 적중한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넷플릭스의 유료 회원이 직전 분기 대비 20만명 감소했고, 2분기에서도 200만명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먹구름이 꼈다. 올해 역대급 규모의 콘텐트 투자를 공언했음에도 가입자 수가 역성장한 것이다. ━ 부작용 드러낸 넷플릭스식 성공 전략 성장 한계에 부딪힌 넷플릭스도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간 사실상 묵인해온 계정 공유 방식에도 추가 요금을 물릴 예정이고,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가 저렴한 ‘광고 삽입 요금제’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콘텐트 투자가 가입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국내 OTT 사업자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가입자 수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한 가운데 콘텐트에 자금을 얼마나 더 쏟아야 할지 가늠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다만 이들의 전략 변화가 시장에 통할 지는 예측불가다. OTT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상당하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올라 소비 여력이 감소한 상황에선 해지가 간단한 OTT에 지갑을 닫을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주요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인플레이션 영향과 콘텐트 가치 상승으로 콘텐트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동시에 치솟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적자에도 꿋꿋이 공격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던 서비스들이 최근엔 터닝 포인트를 고려하면서 수익성에도 신경 쓰는 모양새”라면서 “국내 OTT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투자 자금이 떨어지는 게 빠를지, 시장 장악이 빠를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7.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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