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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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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사장 “원전 활용한 ‘CF100’ 고민해야”[기업인 말말말]

산업 일반

“CF100(Carbon Free 100%) 등에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황주호 사장은 1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한국원자력학회 춘계학술발표회’ 개막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황 사장은 특별 강연에서 “수소,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와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에너지 환경 흐름에 맞춰 국내 원자력계도 SMR(소형모듈원전) 개발과 설계, 건설, 운영을 포함해 원전 연료에 이르는 원전 기술의 전 주기에 걸쳐 혁신과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CF100은 무탄소 에너지를 100% 사용해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으로는 수소‧원전 등이 포함되는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 사용하자는 ‘RE100’ 캠페인의 확장형으로 볼 수 있다. 두 캠페인은 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의 급격한 온도변화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전개되고 있지만, 원전을 활용해 생산한 전기를 쓸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비용이 높은 곳에서는 기업들이 RE100 가입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CF100은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선택지를 넓히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정부는 최근 국내 자연환경 특성상 변동성이 크고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기업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CF100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공동으로 ‘CFE(Carbon Free Energy·무탄소에너지) 포럼’을 출범했다. 황 사장의 이번 발언은 CF100 캠페인을 확대하자는 정부와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정부는 앞선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원전 복원에 나섰는데, CF100 캠페인 움직임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 정부 들어 다시 추진되는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에 속도를 내겠다고 18일 밝힌 바 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이날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현황과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하며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가운데 최대한 속도감 있게 절차를 진행하고, 무엇보다 안전관리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 차관은 또 “마지막 절차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허가가 지체돼 착공이 늦어지지 않도록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철저히 준비해달라”고도 했다.한편 황주호 사장은 특별강연에 앞서 학술발표회 초청강연자인 윌리엄 맥우드(William D. Magwood, Ⅳ) OECD/NEA 사무총장과 면담했다. OECD/NEA(Nuclear Energy Agency)는 원자력 안전·기술·과학·환경·법의 우수성을 추구하기 위해 원자력 기술 인프라가 발달한 나라들이 협력을 촉진하는 국제기구다. 황 사장과 맥우드 사무총장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방향에 대해 공감하며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SMR 등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2023.05.21 07:00

2분 소요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시대 다시 열까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한국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2일 ‘탈원전 백지화 및 원전 최강국 건설’ 구상을 밝히면서 그동안 빈사 상태에 빠졌던 원전 산업의 부활과 글로벌 진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경남 창원의 원자력‧수소‧신재생 플랜트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1조원을 2025년까지 국내 원자력 관련 업체에 응급 수혈해 산업 경쟁력을 되살리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원전 수출에 의미 있는 나라가 폴란드‧체코‧네덜란드”라고 지목하고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이들 국가의 정상과 관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0~22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당시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로 글로벌 공동 진출’이 명시됐다. 바야흐로 정부가 직접 나서 원전 관련 국내 산업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해외 경제 외교에 나서기로 선언한 셈이다. ━ “원전 세일즈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 원전 수출 산업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가. 원전 수요와 관련해 거시적으로 상황을 살펴보자. 우선 지구가 어떤 에너지원에 의존하는지를 살피면 총체적인 수요 전망을 가늠할 수 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공급원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를 보면 원자력의 글로벌 위상을 파악할 수 있다. 석유가 33.1%, 석탄이 27%, 가스가 24.3%로 이들 화석 연료를 합치면 전체의 84.3%에 이른다. 수력‧풍력‧태양열‧바이오‧지열‧조력 등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합친 ‘저탄소 에너지원’은 15.7%에 불과하다. 원자력이 4.3%, 수력이 6.4%, 풍력이 2.5%, 태양열이 1.1%, 바이오가 0.7%, 지열과 조력 등 기타 재생에너지가 0.9%를 각각 차지한다. 이는 직접 태우는 것을 포함한 것으로,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에너지원의 비율을 살펴보면 보면 원자력의 비중이 훨씬 높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전기의 10%가 원자력에서 나온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선 전체 전기의 18%를 원전에서 생산한다. WNA는 전기를 쾌적한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대량 확보하는 신뢰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데이터도 비슷하다. 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원별 전기 생산량은 석탄이 36.7%, 가스가 23.5%, 수력이 16.0%, 원자력이 10.3%, 태양열‧풍력‧지열‧조력 등이 8.2%, 석유가 2.8%, 기타가 2.6%를 각각 차지한다. 원자력 발전은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워서 나오는 열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과 달리 우라늄이 핵분열 할 때 나오는 열로 증기를 만들고 그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한다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열원이 서로 다르다. 원자력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글로벌 노력 속에서 가치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로 전기차 등으로 전기 수요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전기를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자력이 유일하다는 사실은 원전 산업의 미래를 기대하는 근거의 하나다. IAEA는 탄소배출 제로와 관련해 원전 산업의 성장을 전망했다. IAEA가 지난해 9월 16일 발표한 ‘2050년까지 에너지, 전기, 그리고 원자력 전망(Energy, Electricity and Nuclear Power Estimates for the Period up to 2050)’ 보고서 2021년 판에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원전 산업의 성장을 예상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세계가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그 배경으로 지적했다. 수많은 나라가 신뢰할 수 있고, 깨끗한 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원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IAEA의 이 보고서는 2020년 393기가와트(GWe)인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이 2050년까지 그 두 배인 792기가와트(GWe)로 증가하는 것을 최대 예상치로 제시했다. 이는 전해보다 10%가 많은 수치다. 최저 예상치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392기가와트(GWEe)로 예상했다(전력 단위를 보면 100만 킬로와트(kW)가 1000메가와트(MWe), 1000메가와트(MWe)가 1기가와트(GWe)에 각각 해당한다). 새로운 IAEA 원전 시나리오는 전 세계가 원전을 저탄소 에너지 생산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나왔다. IAEA의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탄소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선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IAEA에 따르면 킬로와트(kW)의 전기를 생산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발전원별로 보면 석탄이 992g으로 가장 많고, 석유가 782g, LNG가 549g, 태양광이 54g이었으며 원전은 10g 수준이다. 국제원자력협회(WNA)의 통계도 비슷하다. 1950년대 말 미국에서 가동을 시작한 원전은 2022년 6월 현재 전 세계 440개의 원자로에서 지구촌이 쓰는 전기의 10%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저탄소 에너지의 28%를 차지해 수력에 이어 둘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외에 전 세계 50개국에서 220개의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해 의료와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면서 원자력 교육‧훈련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원전의 전기 생산은 어떤가. 과연 성장하고 있거나 향후 성장의 여지가 있는가. IAEA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원전의 전기 생산은 전년보다 4%가 줄었다. 당시까지는 비관적이었다.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의 여파가 여전히 영향을 미친 셈이다. 유럽연합(-11%)과 일본(-33%), 미국(-2%)이 원전 전력 생산 감소를 이끌었다. 같은 시기 원전의 전력 생산은 중국에선 5%, 러시아에선 8%가 늘었다. 하지만 2021년이 되면서 원전의 전력 생산은 바닥을 치면서 상승세로 반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2%가 늘었다. 눈여겨볼 점은 이 해에 신흥경제국이나 개도국에선 5%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들 나라에선 새롭게 전력을 송출하기 시작한 원자로가 줄을 이었다. 브릭스(BRICs)에 포함된 신흥경제국인 중국‧인도‧러시아에 이슬람권인 아랍에미리트(UAE)‧파키스탄, 그리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동유럽의 슬로바키아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에선 몇몇 원전이 새로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원전의 전기 생산이 6% 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월 28일 2020년 세계 원전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국가별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전기 생산량은 2553테라와트시(TWh)로 이는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10%에 해당한다. 원전 전기 최다 생산국은 96개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미국으로 전 세계의 30.9%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50개 원자로를 가동하는 중국으로 13.5%를 차지해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58개의 원자로를 돌리는 프랑스는 13.3%를 차지해 3위였다. 39개의 원자로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러시아는 7.7%를 차지해 4위에 올랐다. 24개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한국은 6.0%로 세계 5위다. 원자로 7개의 캐나다가 3.6%, 15개의 우크라이나가 2.8%로 각각 6위와 7위였다. 탈원전을 앞두고 아직 6개의 원자로를 운용하는 독일이 2.4%로 8위였다. 7개인 스페인이 2.2%, 역시 7개인 스웨덴이 1.9%, 15개의 영국이 1.8%로 각각 9~11위였다. 33개의 원자로가 있는 일본이 1.7%, 22개의 인도가 1.6%, 7개의 벨기에가 1.3%, 6개의 원자로가 전기를 생산하는 체코가 1.1%로 12~15위로 기록됐다. 주목할 점은 WEF가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 15년 동안 4400억 달러를 들여 150개의 원자로로 추가로 가동할 계획이라는 점을 적시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50개인 중국의 가동 원자로가 15년 뒤에는 모두 200개가 돼 4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터키의 국영 안달루 통신은 지난해 10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글로벌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0%(40만 메가와트=400기가와트)에서 2030년까지 15%(50만 메가와트=500기가와트)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2020년 현재 전 세계 33개국에 443개가 가동 중인 원자로의 용량을 고려하면 2030년에는 5만3000메가와트의 전기를 추가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근거다. 원전 산업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글로벌 노력과 연결돼 앞으로 성장산업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이 지난 5월 한미공동성명에서 언급된 SMR이다. SMR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의로 전기출력 300메가와트(MWe) 미만의 소형원자로를 가리킨다. 1000~1400메가와트(MWe)에 이르는 원전 설치 대형원자로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좁은 부지에서도 설치가 가능해 전력 생산과 송전 외에도 해수 담수화 에너지원, 산업용 열원, 지역난방 열원, 선박 에너지원 등 다양한 쓰임새가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캐나다·호주처럼 국토가 넓고 인구밀집 지역이 드문드문 있는 경우 SMR이 유용하다. 대형 원전과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송전망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벽지가 많거나 도서가 많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런 나라나 지역에는 발전용량이 큰 대형 원전을 건설하고 다른 도시로 방대한 송전망을 건설하는 것보다 용량이 작은 SMR을 건설하는 것이 유용성이 높고 송전망 건설비용도 아낄 수 있다. ━ 미국 관심 커지며 SMR 개발 급물살 SMR은 최근 미국이 에너지 확보용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에선 100메가와트(MWe)급 SMR인 SMART를 개발해 2012년 원자로 표준설계 인허가를 획득했다. 미국에선 40~50메가와트(MWe)급 뉴스케일(NuScale)을 개발 중이다. 중국도 개발에 나섰으며, 러시아는 선박에 실어 수상 발전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프랑스는 잠수정에 설치해 해저에서 운전하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선 뉴스케일파워가, 한국에선 두산에너빌리티로 이름을 바꾼 두산중공업이 이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다. 두 업체는 자본과 기술 협력을 강화해왔다. 두 차례에 걸쳐 투자 계약도 맺었으며, 앞으로 SMR을 활용한 수소와 담수 생산 분야에서도 협력할 방침이다. 두 회사는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미 에너지부로부터 14억 달러를 지원받아 추진하는 아이다호주 프로젝트에 전략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UAMPS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 SMR 건설 및 운영 허가를 신청해 2025년까지 허가를 받은 뒤 2029년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에 들어갈 원자로 모듈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 우라늄 채광부터 폐로까지 폭넓은 원전산업 결국 한국은 원전 건설과 SMR 설치 모두에서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미국이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뒤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바람에 원전 기술이 정체되고 원전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안 한국이 원자력 기술과 건설, 사업 전 분야에서 폭넓게 진출한 면도 있다. 또 주목할 점은 원자력 산업이 단순히 원전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다. 원자력 산업은 우라늄의 채광‧변환‧농축부터 핵연료 제조, 그리고 원전 건설과 송전, 사용후핵연료 처분, 수명이 다한 원전의 폐로 등 전 주기에 걸쳐 있다. 한국이 전 세계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널려 있다. 우리가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원전 건설과 판매에서 시야를 더욱 넓혀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상생형 원자력 산업의 발전을 고민할 때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2022.06.25 15:00

8분 소요
탈원전 백지화 드라이브 건 尹, SMR 사업 탄력 받나

산업 일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할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투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300㎿(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원전 SMR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은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탈원전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이 전기요금을 끌어올리고, 국내총생산(GDP)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인수위는 5대 정책방향을 담은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보고서’를 작성해 윤 대통령 당선인에게 2주 뒤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를 이루는 ‘합리적 탄소중립에너지믹스 구성’을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 정비를 하고, 소형모듈원전(SMR)을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 로드맵에 통합하는 등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탈원전 백지화 움직임에 국내 에너지업계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SMR 관련 사업으로 기업이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소규모 원전을 뜻한다. SMR은 대형 원전의 발전용량(1000~1400㎿)에 비해 낮은 300㎿급 이하로 건설된다. 대형 원전과 달리 모든 장비가 원자로 안에 들어가 있는 일체형으로 구성돼 있다. 원자로는 수조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원자로 주변의 물로 바로 열을 식힐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을 받는다. 경량화를 통해 SMR은 물류, 국방, 도심항공모빌리티(UAM), 해수담수화 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것으로도 기대된다. 또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전해 작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 수전해란 물을 전기분해해 고순도의 수소(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2006년 원전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하고 SMR 개발에 나선 바 있다. 미국 외에도 한국·중국·일본·프랑스 등 주요국에서 70여 종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SMR 시장 선점 위해 국내 기업 투자↑ SMR 투자·개발에 적극 나서온 두산에너빌리티(두산중공업)는 세계 1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두 차례에 걸쳐 약 1억 달러(약 1226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는 뉴스케일파워 SMR의 원자로 초도 기자재 제작·공급 등도 맡았고, 지난 9월에는 고온가스로 SMR을 개발 중인 미국 엑스-에너지와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상 SMR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으로 ‘용융염 원자로(MSR)’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선 설계 연구를 한다. MSR은 SMR의 일종으로 핵연료의 사용주기가 20년 이상으로 선박 수명 주기와 같아 한 번 탑재 후 교체가 필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도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와 에너지 전문기업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SMR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넷 제로(탄소중립)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난해부터 SMR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 왔다”면서 “구체적으로 (투자 기업 등이)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임수빈기자im.subin@joongang.co.kr

2022.04.14 10:22

3분 소요
탈 '탈원전 정책' 시작? 산업부, 인수위에 원전정책 재정립 보고

산업 일반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원전정책 재정립을 언급하면서 탈원전 정책 폐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25일 인수위에 ▶기업 성장을 촉진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 전략 ▶산업 혁신·일자리 창출 기반 강화 전략 ▶산업 정책과 일체화된 통상 전략 ▶안보·경제·수용성 기반 합리적 에너지 정책 ▶화끈한 투자와 번듯한 일자리 지역경제 구축 전략 등 5대 추진 전략을 보고했다. 이 가운데 '안보·경제·수용성 기반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보면 고유가 등 자원안보에 대응하기 위한 원전 정책의 재정립 방침 등이 적시됐다. 산업부는 고유가 등 자원 안보 대응을 위한 원전 정책 재정립과 원전 수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방안 등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를 유지했던 산업부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윤석열 당선인의 탈원전 정책 백지화 공약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탈'탈원전 의견을 밝힌 셈이다. 인수위는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 더 효과적인 공급망 관리 체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절차적 방안과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방안을 조속히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번 보고 내용을 토대로 향후 산업부·유관기관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윤 당선인의 철학과 공약을 반영한 국정 과제를 선정‧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인수위원들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 절차적 방안과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과제를 조속히 검토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윤 당선인의 원전 정책에 대한 생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3·4호기는 1400메가와트(㎿)급 한국 신형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이다. 2015년 건설이 확정돼 올해와 내년에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공사가 미뤄지며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수위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관한 구체적인 방향이 언급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3.27 11:33

2분 소요
文정부 5년 ‘탈원전’ 백지화…에너지 정책 대전환 하나

산업 일반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대변화가 시작될까. 10일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며 ‘원전 최강국 건설’의 약속이 실현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윤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강조한 주요한 공약 중 하나다. 이 공약이 실현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이번 정부가 5년 내내 밀어붙였던 ‘탈(脫)원전’ 정책은 힘을 잃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이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내놓은 공약은 ‘탈원전 정책 폐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다. 신한울 3·4호기는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1400MW(메가와트)급 한국 신형 원전이다. 계획대로라면 2015년 건설이 확정되고 2022~2023년에 준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전전 공사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사실상 본격 가동 계획이 중단됐던 셈이다. 윤 당선인은 원전 건설 당시 수립했던 계획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가 국정운영에 들어가면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운영을 재개할 전망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서도 안정성을 확인하면 가동 수명을 늘리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약집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2030년 이전 최초 운영허가 만료 원전에 대해서도 안정성 확인을 전제로 계속 운전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친(親)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2017년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는 39년 만에 영구 정지됐다. 2018년에는 월성 1호기가 35년 만에 조기 폐쇄됐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4기 가운데 월성 2~4호기와 고리 2~4호기 등 10기는 수명이 2030년까지 차례로 만료될 예정이었다. 윤 후보자는 이들 가운데 안정성을 확인해 운영 가능한 원전은 계속 운전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원전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도 나선다. 그동안 탄소제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맞추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태양광 시설 확대로 산림이 훼손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날씨가 고르지 않아 전력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도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로 꼽힌다. 재계를 비롯한 원전업계에서는 고사 상태에 내몰렸던 원전 산업에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범정부 원전수출지원단’을 꾸려 원전 산업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원전 수출을 비롯해 건설·운영 분야 민간참여 대책을 수립한다는 공약에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 이기복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지난달 원자력 이슈 팩트체크 좌담회를 통해 “2050년 무렵이면 태양광만으로도 충분히 전력공급이 될 수 있지만, 긴 장마 시즌에는 하루 필요 전력수요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는 원자력과 같은 비경직성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3.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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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원전 관련株 오름세 [증시이슈]

산업 일반

원자력 발전 관련 기업 주가가 10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원자력 발전 사업이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11시 31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은 전날보다 2.16%(450원) 오른 2만1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전기술도 전 거래일보다 1.12%(1000원) 오른 9만원에, 한전산업도 1.57%(200원) 오른 1만2950원에 거래 중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원전 공약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백지화와 함께 친원전 정책을 토대로 한 원전 최강국 도약을 외쳐왔다. 이에 원전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주가도 덩달아 오름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기존 정부 정책과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과 가장 방향성이 달라지는 것은 원자력 발전 관련 정책인데 윤 당선인은 탈원전 정책의 폐기 및 신규 원전 건설을 강조해왔다”며 “주가 및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원전 관련 업체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2022.03.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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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였던 5년, 기지개 켜는 원전업계…대선 후 기상도 쨍쨍

산업 일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원자력 발전 업계에 다시금 봄이 찾아오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탈원전 정책 전면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탈원전 정책에 속도 조절을 할 의향을 내비치고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최근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했다. 한국의 원전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원전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도 한껏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李 “감(減)원전” vs 尹 “원전 최강국 건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에너지 정책 공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전’이다. 이 후보는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을 계속 지어서 가동 연한까지 사용할 계획이지만 신규 건설은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새 원전 건설에 착수해 가동까지 약 10년이 걸린다는 점과 10년 이내에 원자력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역전할 거라는 예측을 기반에 둔 계획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건설 중단 결정이 내려진 신한울 3·4호에 대해서는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6일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신한울 3·4호 건설 관련) 찬반 양측의 주장을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 절차를 바탕으로 지혜롭게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이 후보는 차기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에 대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가 아닌 ‘감(減)원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아울러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연구에도 계속 참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전면에 내걸고 나섰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탈원전 이후 에너지 주권을 상실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며 “원전 생태계를 회복하고 안전한 원전 기술을 발전시켜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고 탈원전 정책 폐기를 재차 강조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답변한 ‘제20대 대선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윤 후보는 9번째 공약으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세웠다. 그는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적극 추진하며, 원자력과 청정에너지 기술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달성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 친환경적 에너지 생산과 미래 먹을거리 확보, 전 세계에 원전 원천기술을 수출하겠다”라고도 밝혔다. ━ EU 택소노미에 포함된 원전…해외시장 꿈틀 에너지 정책에서 두 후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전의 비중이다. 이 후보는 원전을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 달성을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계획인 반면, 윤 후보는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원전에 놓고 재생에너지는 보조 수단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분명한 것은 ‘홀대’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외면받았던 원전 업계가 예전의 위상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EU 국가 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EU 택소노미(Taxonomy)에 천연가스와 함께 원전이 포함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활동이 녹색경제활동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다. 당초 EU는 지난해 6월 1차 발표에서 원전을 제외했지만, 원전 의존도 70%에 달하는 프랑스의 강력한 주장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지난달 2일 맥기니스(McGuinness)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택소노미 규정 확정을 발표하는 연설에서 원전과 관련해 “그동안 안전 기준과 폐기물 관리에서 많은 기술 진전이 있었다”며 원자력 발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EU의 금융기관과 금융회사에게 원전 발전에 대출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다만 앞으로 새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핵폐기물 관리와 원전 설치 및 해체를 보장해야 하고 2045년 전까지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공사 역시 2040년 전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원전 건설 시장이 20여 년은 유효하다는 의미다. EU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면서 원전 업계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MR은 대형원전 대비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건설 공기가 짧은 이점이 있다. 방사성 폐기물 등 안정성 측면에서도 대형원전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들도 보폭을 넓히는 상황이다. 미 정부가 2020년 발간한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원전 시장이 5000억~7400억 달러(570조~840조원)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첫 SMR 주인공 명단에 국내 기업 들어가나 국내기업에서는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 SMR 선두주자인 ‘뉴스케일파워’에 각각 1억400만 달러(약 1300억원), 5000만 달러(약 62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020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승인을 받은 뉴스케일파워는 최근 미국 아이다호주 건설 부지 평가를 완료했다. 2024년에는 SMR 건설·운영허가 신청을 NRC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뉴스케일파워의 전략적 파트너로 핵심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두산중공업은 SMR 설계와 엔지니어링, 조립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측은 향후 3조원 이상의 물량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의 SMR 프로젝트에서 반응로 설치와 제반 시설 건설을 담당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캐나다 SMR 사업 참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앨버타주와 ‘SMR 건설사업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소듐냉각형 SMR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 함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데모 플랜트 건설사업에 나선다는 목표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용 SMR 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전력기술과 손을 잡았다. 해양 부유체 설계 제작 기술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은 해양용 소형 원전인 ‘BANDI-60’을 개발한 한전기술과 해양부유식 원전개발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고 SMR 개발에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등 차기 정부에서의 정책 방향이 지난 5년과는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3.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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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낸 한전, 부담 커진 국민…원전 vs 재생에너지 어느 공약에 손 들까

산업 일반

한국전력이 지난해 6조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손실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1년 연결기준 잠정 영업손실액은 5조8601억원이었다.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 중요한 원인이지만, 정부의 탈(脫)석탄‧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동결 역시 적자 배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RPS) 비율이 7%에서 9%로 늘며 비용이 증가했고, 단가가 비싼 LNG 발전 비중이 커지며 한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으로 벌어진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수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로 올해 한전의 적자 폭은 작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원자재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올해 영업손실이 10조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전력의 적자가 특정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 에너지를 공급‧관리하는 국가기간망 사업자 한국전력의 존립을 위해선 전기요금을 인상하거나 정부 지원이 필요한데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대 대통령 후보자들은 에너지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재생에너지‧원자력 활용 방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탈원전에 가까운 에너지 정책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새로 원자력발전소(원전)를 건설하지 않고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쇄한다는 것이다. 반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석탄은 약 22%, LNG는 20% 수준까지 남길 계획이다. 윤석열 후보는 친(親)원전 공약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도 다시 정하겠다고 했다. 원자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윤 후보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에너지 주권을 지키고 탄소 감축을 위해 원전을 병행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는 정권의 잘못된 판단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런 공약에 대해 지난 2월 14일 한국원자력학회는 원자력 이슈포럼을 통해 팩트 체크를 진행했다. 심형진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는 이 후보의 에너지 전망을 지적했다. “발전설비들이 늘어날수록 에너지 단가가 떨어지는 경향성은 일반적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시간이 갈수록 단가가 낮아진다”면서도 “원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개선된다는 전망은 다소 무리”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TV 토론에서 “(재생에너지가) 10년 후면 원자력 발전 단가를 넘어선다는 전망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기복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장마 시즌에는 하루 필요 전력수요량을 태양광으로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는 원자력과 같은 비경직성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에너지원만을 가져가기보다 각 에너지원 장단점을 잘 살려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친원전 공약을 지적한 것이다. ━ EU,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한국도 고려해야” 재계는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4일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 규정안 확정과 관련해 논평을 내며 우리나라도 원자력 발전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을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시기키로 했는데 우리도 이런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정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게(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해 원자력 발전을 녹색 기술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EU도 원전을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삼는 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관리가 제대로 될 경우 원전의 위험도가 높지 않고 발전 단가가 그만큼 저렴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한국전력의 전력통계 월보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단가는 1㎾h당 41.06원으로 LNG(142.23원)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의무구매제도(RPS)에 따른 보조금을 제외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대체)에너지(108.67원)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겠다고 하면서도 최근 원전 발전량을 늘린 것도 이런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발전량은 15만8015GWh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14만8427GWh)보다 6.5% 증가한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인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2.28 19:00

3분 소요
탈탄소 대안으로 떠오른 소형모듈원전 ‘게임 체인저’ 되나

산업 일반

전 세계가 소형모듈원전(SMR)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 시장 선점 각축전에 나섰다. SMR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등 국제사회의 ‘탈(脫)탄소’ 공조 강화 대응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냉각재 펌프를 비롯해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를 담은 일체형 원자로로, 비용이 낮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탄소중립 에너지 전도사로 꼽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어떤 청정에너지도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SMR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영국·캐나다·러시아 등 강대국을 중심으로 약 70여종 SMR 모델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의 기술 개발이 발 빠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해 초 2026년까지 미국 유타주에 SMR 12기를 건설하기로 정하고 설계 검토에 나선 상태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SMR과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 기반시설 조성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SMR을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 미국 이어 영국·캐나다·중동까지 “SMR” 영국은 앞으로 5년간 2억 파운드(약 3152억원)를 투자해 최대 16기의 SMR을 건설하겠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콜더홀 원전을 건설했던 영국이 풍력으로 전환, 1980년대부터 원전 건설을 중단한 것과 대조된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12월 연방·주 정부와 민간기업의 활동 계획을 담은 ‘SMR 액션플랜’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SMR을 적용한 부유식(물에 띄우는 방식) 원전을 운용하고 있다. SMR 기반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전으로 70㎿ 규모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 머니(원유로 돈 버는 시대) 이후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도 SMR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100㎿급 SMR을 사우디에 건설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2019년 11월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SMR에 들어가는 국내 개발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에 대한 표준설계인가 심사가 올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전의 약 10분의 1 규모로 소형화하고 안전성을 높였다는 특징을 갖췄다. 세계 각국이 SMR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탄소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대두한 데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가들간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SMR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MR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확대 속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전력망과 무관한 분산형 전원, 수소 생산 전력 등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탄소중립 목표 합의 후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사용’을 명시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의 대안으로 SMR을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말 2040년까지 SMR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SMR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011년 3월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여전히 방사능 유출과 오염수 문제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약속인 ‘파리협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SMR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대형 원전이 수명을 다한 뒤에도 일정 원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SMR 건설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 탈원전 고민하던 두산중공업 SMR로 ‘승부수’ SMR이 탈탄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전력 생산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위기 대응 수단이란 점에 더해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비마저 적어 SMR 건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발전용량이 10~300㎿면 소형 원전인 SMR, 1000~1400㎿면 대형 원전으로 분류한다. SMR은 원자로를 공장 내에서 조립해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을 줄일 수 있어 건설비가 적다. 또 소형 원자로를 땅속에 묻거나 바다 또는 냉각수조 안에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에 대비한 별도의 건설·안전대책 관련 비용이 적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SMR 건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2030년 30~180여기, 2050년 400~1000여기가 가동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MR 1000기의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SMR은 외딴 섬이나 중소도시 등에 적합하다. 이에 기존 석유·석탄·가스를 사용한 300㎿ 이하 소형발전소(약 12만2500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희 녹색삶지식원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SMR은 원자력 발전이 가진 위험성을 줄이고 온실가스 무배출 등 원전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SMR 기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1월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인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2050년까지 총 288억 파운드를 들여 SMR 16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롤스로이스는 SMR 기술을 통해 향후 추진 예정인 차세대 제트기 엔진 연료 개발 과정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원전 기업 ‘테라파워’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가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의 한 폐쇄 석탄 공장 부지에 약 10억 달러(1조1000억원)를 투입해 345㎿ 규모 SMR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원자력 관련 기업들은 SMR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원전 부문의 매출이 급감한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미국의 원전 전문 업체인 뉴스케일에 500억원 규모 지분을 투자, 소형 원자로 모듈과 기타 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최소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의 SMR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나기용 두산중공업 원자력BG장은 “SMR은 중국·러시아·중동 등에서도 건설을 추진 중일만큼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 탈원전 내세웠던 정부, SMR은 지원 방침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한 문재인 정부도 SMR에는 힘을 보태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SMR 기술 현황을 검토하고 나선 데 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MR 기술 개발과 수출 의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하고 2021년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기술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SMR 미래 가치에 주목, 한국이 시장 강자가 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1.06.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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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화로 재조명 받는 원자력 발전] 건설비 적게 들고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 높아

건설

2050년 소형 원전 시장 규모 400조원 전망… 한국 정부도 수출 지원 나서 폐기물 처리와 방사능 오염 문제로 외면받아온 원자력 발전에 ‘소형 모듈 원전(이하 소형 원전)’이 새로운 성장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원자력 업계는 하나의 용기 안에 모든 장비를 통합한 소형 원전이 지진이나 쓰나미 발생에도 방사성 오염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일체형으로 생산한 소형 원자로를 필요한 곳에 설치하면 돼 부지 제약이 적고 폐기물 관리가 쉬운 것도 장점이다. 이에 세계 각국 원자력 업계는 냉각수 확보가 어려운 산악이나 내륙 중소 도시에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소형 원전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 2050년 소형 원전 1000기 건설 전망 세계가 소형 원전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10여 개 이상 국가에서 약 60개 모델의 소형 원전을 개발 중이다. 특히 미국 원자력 발전 업계의 소형 원전 기술 선점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026년까지 미국 현지 유타주에 소형 원전 12기를 건설하기로 정하고 설계 검토에 나선 상태다. 소형 원전 업체 뉴스케일파워가 소형 원전을 개발을 맡았고, 미국 에너지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소형 원전의 1기당 발전 용량은 50메가와트(㎿)로, 12기에서 총 600㎿ 전력을 생산할 전망이다.오일머니 이후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들도 소형 원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100㎿급 소형 원전을 2020년쯤 사우디 현지에 건설·착공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이 과정에서 사우디는 원전 기술로 유명한 한국과 소형 원전 관련 ‘연구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사우디는 소형 원전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한국원자력 연구원이 개발한 소형 원전인 ‘스마트(SMART)’의 사우디 건설을 허가, 사우디 내 원자력연구원 공동 설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세계 각국이 소형 원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소형 원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있다.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비가 적게 드는 덕에 소형 원전 건설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용량이 10~300메가와트(㎿)면 소형 원전, 1000~1400㎿면 대형 원전으로 분류한다. 소형 원전은 원자로를 공장 내에서 조립해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을 줄일 수 있고, 이것이 건설비 감소로 이어진다. 소형 원자로를 땅속에 묻거나 바다 또는 냉각수조 안에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에 대비한 별도의 건설·안전대책 관련 비용이 적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소형 원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2030년 30~180여기, 2050년 400~1000여기가 건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소형 원전 1000기의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소형 원전은 외딴 섬이나 중소도시 등에 적합하다. 이에 기존 석유·석탄·가스를 사용한 300㎿ 이하 소형 발전소(약 12만2500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원전업계 한 전문가는 “소형 원전은 원자력 발전이 가진 위험성을 줄이고 원전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기후위기 심화도 소형 원전의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약속인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실현을 위해서도 원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형 원전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확대 속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지난 12월 12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사용’을 합의문에 명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EU가 원자력을 사실상 친환경 에너지의 일부로 인정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실제 일본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의 대안으로 소형 원전을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2040년 실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소형 원전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011년 3월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여전히 방사능 유출 및 오염수 문제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약속인 ‘파리협약’의 실현을 위해서 소형 원전이 필요하다”면서 “대형 원전이 수명을 다한 후에도 일정 원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소형 원전 건설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기업들도 소형 원전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2월 7일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인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2050년까지 총 288억 파운드(약 45조원)를 들여 소형 원전 16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롤스로이스는 소형 원전을 통해 향후 추진 예정인 차세대 제트기 엔진 연료 개발 과정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워런 이스트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는 “소형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추출한 뒤, 수소와 탄소를 합성해 새로운 항공기용 합성 연료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수소 추출에 필요한 많은 양의 전기를 자체 조달하기 위해 합성 연료 제조 공장마다 자체 소형 원전을 함께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원자력 관련 기업들은 소형 원전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원전 부문의 매출이 급감한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미국의 원전 전문 업체인 뉴스케일파워에 대한 지분 투자를 마무리하고 원자로 모듈 및 기타 기기 공급 계약을 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사업 참여로 최소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의 소형 원전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기용 두산중공업 원자력BG장은 “소형 원전은 중국·러시아·중동 등에서도 건설을 추진 중일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탈원전 내세운 정부, 소형 원전 수출 의지 표명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한 정부도 소형 원전 수출에는 힘을 보태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소형 원전 기술 현황을 검토하고 나선 데 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형 원전 기술 개발 및 수출 의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은 지난 11월 제13차 국제원자력협력체제(IFNEC) 집행위원회 콘퍼런스에서 참석해 “주요 국가들이 안전성이 강화된 소형 원전의 미래 가치에 주목, 개발·상용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미래 글로벌 소형 원전 시장에서 강자가 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0.01.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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