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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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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전쟁, 비트코인은 누구 편에 서게 될까 [고란 코인도란]

가상화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이더리움을 만든 천재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분노했다.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 대한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포기하고 전쟁하기로 결정한 푸틴의 결정에 매우 화가 났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에 대한 범죄”라고 러시아어로 썼다. 그는 러시아 태생이다. 그리고 이어 영어로 한마디 덧붙였다. “이더리움은 중립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코인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있다.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코인 기부가 급증했다. 24일 기준 12시간 동안 약 4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 ‘컴백 얼라이브’에 기부됐다. 이 기구는 SNS에 코인 지갑 주소를 공개했다. 이 지갑 주소로 코인을 기부하면 금융기관이 우크라이나 결제를 차단해도 이를 우회할 수 있다. 코인은 러시아에도 유용하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안의 핵심은 자금 흐름 차단이다. 비트코인은 개인간(P2P) 거래가 가능하다. 전통금융 생태계 바깥에 있다. 계좌에 해당하는 지갑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실명과 같은 개인정보도 불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정부도 코인 거래를 직접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활용해 경제 제재를 회피할 수 있다”며 “유럽연합은 이를 방지할 암호화폐 규제 승인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트코인이 시험대에 올랐다. ‘디지털 금’으로써의 정체성 입증뿐만이 아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민중의 자금줄이 될 것인지, 독재 세력의 보호막이 될 것인지. ━ 지금 코인 가격은=왜 나스닥을 따라 움직일까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 ‘디지털 금’ 등은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 구조다. 그런데 최근 그 구조가 무너질 위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부터 실제 침공이 일어난 최근까지 비트코인이 보여준 궤적은 실망스럽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승인한 22일부터 24일까지 금 가격은 약 3% 올랐다. 비트코인은 약 3만6600달러(22일)에서 3만4600달러(24일)로 떨어졌다. 나스닥 상장 운용사 US글로벌인베스터의 프랭크 홈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쟁이 발발했을 때 보유해야 할 자산은 비트코인이 아닌 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과 정치적 긴장이 고조될 때 금이 안전자산 역할을 한 사실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아직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으며 증명되지 않은 ’젊은‘ 자산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론도 있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SBF) FTX 창업자는 2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암호화폐, 우크라이나, 그리고 주식’이란 제목의 긴 글을 올렸다. 결론적으로, 최근 비트코인이 주식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때문이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비트코인의 펀더멘탈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후 새로운 데이터가 반영돼 가격 왜곡이 완화되면 비트코인은 펀더멘탈에 걸맞은 가치를 찾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의 분석도 비슷하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주요한 온체인 활동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온체인 트랜잭션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한 기관들은 아직 보유 물량을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알고리즘 트레이딩 봇을 운영하는 기관은 비트코인을 기술주와 같은 결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격 흐름에 대한 다른 관점의 접근도 있다. 암호화폐 투자 전문 헤지펀드 판테라캐피탈은 최근 비트코인 하락의 이유로 4월 18일 미국 세금 납부일을 들었다. 세금을 내려면 코인을 팔 수밖에 없다. 판테라캐피탈은 “2013년, 2017년, 2020년 암호화폐가 한창 강세장일 때 미국 세금 납부일 35일 전후로 뚜렷한 하방압력이 발생했다”며 “이는 투자자가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암호화폐 가격은 미국 납세일까지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지난해 암호화폐 강세장에 이어 올해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패턴”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에서 무슨 일이=업비트 너마저... 다음달 25일부터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트래블룰(travel rule)이 코인에도 적용된다. 트래블룰이란 자금이동 추적 시스템이다. 금융권에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송·수신인의 정보를 기록 및 보관해두는 것을 가리킨다. 2019년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트래블룰 적용 대상에 가상자산 사업자를 포함했다. 국내에서는 특금법에 따라 다음달 25일부터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코인)을 거래할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원 정보를 거래소가 파악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앞서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빗썸과 코인원은 지난달 화이트리스트(지갑주소등록) 제도를 도입했다. 두 거래소 모두 은행 측의 요구에 따라 메타마스크 등 개인지갑으로의 출금을 막았다. 이는 곧, 개인지갑을 활용한 디파이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큰 걱정은 안 됐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업비트다. 상대적으로 거래소가 은행(케이뱅크)보다 우위에 있다. 업비트 덕분에 케이뱅크가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업비트라면 개인지갑 주소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킬 수 있는 정도의 파워는 있다고 믿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걸까. 24일 나온 공지사항이 수상하다. 다음달 25일 자정부터 트래블룰 이행에 따른 입출금 방식 변경이 있을 예정이라고 사전 안내했다. 공지에 따르면, 이용할 수 있는 지갑은 한정적이다. 일단 시행 초기에는 국내 일부 거래소만 입출금이 가능하다. 해외 거래소는 향후 확대할 계획이다. 만약 100만원 이상 코인을 출금한다면 코인을 받는 사람에 대한 정보까지 추가 입력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개인지갑과 관련한 안내는 빠졌다. 주기영 대표는 관련 보도를 트윗하면서 “모든 한국 거래소가 메타마스크나 바이낸스가 아닌 한국 거래소 간의 거래만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코인 시장을 가두리로 만들 셈인가. 낙담하기엔 이르다. 업비트 역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FATF나 특금법에는 코인 트래블룰과 관련한 원칙이 있을 뿐이지 ‘세부’ 내용은 없다. 정부가 아직 가이드라인을 따로 주지 않았다. 다만, 규제당국이 트래블룰은 원칙적으로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정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해외에서 무슨 일이=비트코인 현물 ETF 언제 나올까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당분간 어렵지 싶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발키리가 제출한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한 승인 결정조차 5월 7일로 미뤘다. 결정을 미룬 게 벌써 3번째다. 선물 ETF가 이 정도인데, 현물 ETF 승인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마이클 소넨샤인 그레이스케일 CEO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계획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라며 SEC에 현물 ETF 승인을 촉구하기 위한 첫 캠페인을 시작했다.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크립토맘’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나는 아직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지 않은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인 가격은 지지부진 하지만 온체인 지표는 좋아지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한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지갑주소의 수가 81만5500개(24일 기준)를 웃돈다. 최근 30일래 최고다. 지갑 수가 늘어난다는 건 네트워크 가치가 커진다는 의미다. 0.1 비트코인 이상 보유한 주소 수(26일 기준) 역시 사상 최대치인 약 334만개를 기록했다. 코인 시장의 봄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나스닥 상장사 코인베이스의 4분기 실적도 전망치를 웃돈다. 4분기 매출은 25억달러로 시장 전망치(19억4000만달러)를 훌쩍 웃돈다. 거래량은 547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플랫폼에 보관된 자산은 2550억달러에서 2780억달러로 증가했다. 해당 기간 MTU(월 평균 활성 이용자)는 1140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NFT(대체불가토큰) 홀더가 된 것 같다. 그것도 요즘 가장 ‘핫’하다는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이다. NFT 컬렉터 ‘디팍(Deepak.eth)’이 BAYC #1837을 이더리움 569개에 팔았는데, 그 NFT를 사 간 사람이 머스크라는 주장이다. 앞서 머스크는 트위터에 NFT를 아바타로 쓰는 것을 비판했다. ━ 위클리 코인=리플(XRP), SEC와의 소송 끝나면 ‘투더문’? 리플(XRP, 이하 코인을 의미할 때는 XRP로 표기)은 한국인들에게 애증의 코인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절대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새로 코인 시장에 진입하는 상당수가 XRP를 산다.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 매력적인데다, 탈중앙화를 외치는 다른 코인 프로젝트에 비해 유수의 금융기관과 협업한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뭘 하겠다는 건지 목표도 명확하고. 그렇게 마음을 줬건만, 성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리또속(리플에 또 속았다)’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오르는가 싶어 이번엔 진짜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그때가 정확히 고점이다. ‘또’라는 말이 들어간 걸 보니, 그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다. 요즘 무사한 코인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XRP는 특히나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앞서 SEC는 “XRP가 암호화폐가 아닌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권”이라며 XRP 출범을 주도한 리플랩스와 경영진을 상대로 2020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리플랩스의 성공에 따라 XRP 가격이 오르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지해 XRP를 샀기 때문에 XRP가 ‘증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리플랩스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미등록 증권인 리플을 팔아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백전백승의 승률을 자랑하는 SEC와의 싸움이다. 처음엔 리플 쪽이 불안해 보였다. 불안감은 가격에 반영된다. 그래프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최근까지 동전 코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6일(현지시간) 갑자기 XRP 가격이 뛰었다. 발단은 뉴욕 남부 지방법원 판사의 결정이다. 그간 SEC는 리플랩스와의 대화문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법원이 3일 “비공개 문건을 공개하라”고 명령했고 그 사실이 이날 시장에 알려졌다. 지금까지 SEC가 대화문건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에 비춰보면, 해당 문건이 소송에서 SEC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팔로워가 30만명이 넘는 유명 애널리스트 크레디블크립토는 “리플랩스 측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XRP는 당국의 규제를 명확하게 겪은 유일한 가상자산이 될 것”이라며 “리플의 승리로 끝나면 XRP 가격은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송에서 XRP 홀더 이익을 대변하는 변호사 존 디튼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플이 승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SEC는 피고인(리플 공동설립자,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이 XRP가 증권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거나, 몰랐지만 무모했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SEC가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 소송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앞서 전 SEC 정책 담당 전무이사 조셉 홀 변호사도 “SEC가 리플 미등록 증권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투자 세계에 단정은 없다. 리플의 승소를 예상하고 XRP를 샀다가 SEC가 승소한다면, XRP 가격은 그야말로 지옥행이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엔 XRP 가격이 ‘투더문’할 수도 있다. 게다가 긴 싸움이다. 소송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 조셉 홀 변호사는 “올해 안에 소송이 해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이=연준, 3월 금리인상 계획 바꿀까 이번 주도 코인 생태계 자체 이슈보다는 대외 거시경제 변수가 우선이다. ‘푸틴 형보다 무서운 게 파월 형’이라는 ‘짤’이 돌 정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무섭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정책은 더 무섭다. 연준의 금리인상 공포로 지난 3개월 동안 비트코인은 40% 폭락했다. 돈줄이 마른다니 자산가격은 우하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쟁까지 겹쳤다. 악재가 어깨동무를 하고 온 셈인데,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악재가 아닐 수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놀란 연준이 금리인상을 늦춘다면 말이다. 시장은 어쨌든 연준이 3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0.5%포인트는 과하다. 0.25%포인트 인상론이 대세다. 금리인상폭 축소가 코인 시장에 나쁠 건 없다. 다만,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전쟁 발발 이후 연준 인사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번 주에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월 2일 미 하원에 출석한다. 이날 베이지북도 공개된다. 베이지북은 연준이 매년 8차례 발표하는 미국의 경제동향보고서다.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정책 논의 때 가장 많이 참고되는 자료다. 4일에 공개되는 고용보고서를 통해 일자리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다음달 2일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OPEC+ 회의가 열린다. 기존 40만 배럴 증산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수익보다 생존이 먼저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알고란TV 대표 고란 알고란TV 대표

2022.0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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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성병’ 비난한 멍거, 그리고 일론 머스크[고란 코인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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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투자’와 어울리는 쌍의 수식어는 ‘합리적’이다. ‘기업가 정신’에 어울리는 쌍의 단어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기엔 무모해 보이는 일도, 결국 해내는 게 기업가다.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 부회장이 그랬다. 과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와의 점심 자리에서 그는 테슬라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합리적이다. 머스크 자신이 판단하기에도 그랬다. 스스로도 실패할 지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머스크는 최근 당시의 일화를 떠올리며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멍거에게) 말했다”고 트윗했다. 머스크의 트윗은 멍거의 비트코인 폄하 발언에 대한 코멘트다. 멍거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을 경멸한다”며 “비트코인은 성병 같은 존재”라고 비난했다. 비트코인은 그 어떤 가치도 창출하지 못한다는 게 멍거의 비판의 이유다. 일견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합리적 투자자인 멍거의 말을 듣고 사업을 포기했다면 어떨까.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몇 년 늦춰졌을 것이고, 자율주행은 몇십 년 뒤로 미뤄졌을지 모른다. 1997년 애플의 ‘다른 걸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광고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멍거와 같은 합리적인 투자자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익명) 쪽일 가능성이 훨씬 크지 않을까. ━ 지금 코인 가격은=디지털 ‘금’이 아니라 ‘디지털’ 금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21세기 전면전은 일어날 수 없다고 봤다. 싸워봐야 결국 모두가 지는 싸움일 테니까. 그래서 21세기 들어선 물리적인 전쟁과는 직접 관련 없는 단어가 전쟁과 결합했다. ‘무역’ 전쟁, ‘반도체’ 전쟁 등. 그런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전쟁이 눈앞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자산 가격 전반, 특히 위험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참여가 확대된 건 비트코인에 기회이지 동시에 위기 요인이다. 과거 비트코인 가격은 주식 등 위험자산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월가 기관들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새로운 자금 유입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다. 유동성이 축소되고 전쟁 위험이 높아지자 기관들은 위험자산에서 서둘러 탈출하고 있다. 기술주와 함께 비트코인을 먼저 내다판다. 디지털 ‘금’인 줄 알았는데 ‘디지털’ 금이었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비트코인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이미 전쟁에 대한 우려 속에 비트코인의 가격이 8% 넘게 떨어졌지만 향후 10~15% 이상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기라서 문제는 더 크다. JP모건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입장이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암호화폐는 아무런 실물이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기에 더욱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지지선은 4만~4만2000달러다. 전쟁 위기 고조로 맥없이 무너졌다. 3만8000달러를 다시 테스트하고 있다. 지켜내지 못한다면?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 제휴 애널리스트 크립토비즈아트(CryptoVizArt)는 2만9000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2018년부터 11개월간 이어진 약세장과 현재의 비트코인 조정을 비교해 보면, 최악의 경우 비트코인 저점은 2만9000달러 부근”이라고 분석했다. 1만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극단적 주장도 있다. 투자은행 스티펠(Stifel)은 “비트코인이 3가지 거시적 요인으로 인해 2023년까지 76% 가량 하락한 1만달러로 밀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3가지 거시적 요인은 ▶글로벌 통화 공급량,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S&P500 주식 위험 프리미엄 등이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에 더 큰 하방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투자은행의 분석이다. 그나마 비트코인은 사정이 낫다. 비트코인의 하락 전환에 알트코인 가격은 몇 배로 낙폭을 키우고 있다. 7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암호화폐 전문 애널리스트 벤자민 코웬은 18일 자신의 채널에서 “지금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10~20% 추가 하락한다면 알트코인 가격은 비트코인이 3만3000달러 저점을 기록했을 때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국내에서 무슨 일이=고팍스도 실명계좌 받았다 고팍스가 15일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았다. 이로써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5번째 거래소가 됐다. 그동안 업비트ㆍ빗썸ㆍ코인원ㆍ코빗이 ‘4대 거래소’로 불렸던 이유는 원화 마켓이 있는 거래소가 4개뿐이라서다. 고팍스의 실명계좌 획득으로 ‘5대 거래소’ 체제로 재편됐다. 고팍스가 이제야(?) 실명계좌를 확보한 건 운이 없어서다. 2017년 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에서 거래소로 사업 구조를 피보팅했다. 주요 투자사이자 거래은행이었던 신한은행과 실명계좌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한창 준비했다. 문제는 너무 일찍, 그리고 대규모로 코인 광풍이 불었다. 완벽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실명계좌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던 사이 날벼락이 떨어졌다. 금융당국에서 은행의 실명계좌 신규 발급을 일단 보류하라는 암묵적 사인이 나왔다. 고팍스보다 늦게 사업을 시작한 업비트는 실명계좌를 받았는데 고팍스는 못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억울한(?) 상황이 3년 넘게 이어진 끝에 드디에 실명계좌를 받았다. 거래소 지형에 변화가 나타날까. 사업 구도가 어느 정도 고착화된 지금 4대 거래소 구도를 단숨에 뒤집기는 어렵다.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 당장 내세울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은 ‘고파이’다. 고팍스 주도의 중앙화된 금융(CeFiㆍ씨파이) 서비스다. 단순 보관 이외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 제공을 통해 집(고팍스) 나갔던 투자자를 다시 끌어와야 한다. 트래블룰(자금송금규칙) 시행에 따른 개인지갑 활용 여부도 관건이다. 16일 유튜브 채널 ‘알고란’에서 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신원인증(KYC)이 불가능한 개인지갑은 어렵겠지만 KYC가 이뤄진 개인지갑은 화이트리스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낸스 역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빗썸은 바이낸스 출금 거래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경쟁은 소비자를 춤추게 한다. ‘메기’의 등장으로 거래소 서비스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간 우리 거래소, 너무 ‘땅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해 왔다. 국내 P2E(돈버는) 게임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위메이드의 행보는 투자자는 물론이고 경쟁 게임사 모두의 관심 대상이다. 벤치마킹을 하든, 반면교사로 삼든, 위메이드의 발자국을 꼼꼼히 분석하는 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다. 위메이드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체 메인넷 구축을 발표했다. 카카오가 만든 블록체인 생태계 ‘클레이튼’에서 독립하겠다는 선언이다. 독립 선언이 위메이드 및 위믹스 플랫폼의 글로벌화의 계기가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요즘 증시에서 “역시 국장은 안돼”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회자된다. 코인 시장에서도 비슷하다. “역시 김치코인은 안돼”라는 말이 또 나오게 만드는 사고가 터졌다. 빗썸이 17일 일명 싸이월드 코인으로 불리는 ‘싸이클럽(CYCLUB)’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진행했다. 베타랩스(싸이클럽 재단 제휴사)과 싸이월드제트(싸이월드 운영사)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분쟁이 잘 마무리되고 프로젝트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른다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를 당할 수도 있다. 수억원을 투자했는데 그야말로 디지털 먼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해외에서 무슨 일이=“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멀었다” 전통 금융시장의 암호화폐에 대한 경계는 현재진행형이다. 16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해당 시장의 빠른 성장이 안정적인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G20 금융안정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암호화폐 시장 규모의 성장, 구조적 취약성, 전통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성으로 인해 암호화폐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리스크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은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전통 금융 시장까지 파급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코인을 아예 막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세계 금융당국의 현실 인식이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비트코인을 금지하는 것은 인터넷을 금지하는 것과 같다”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를 최대한 빨리 시행하는 것이 금지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3주 내 암호화폐 규제법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곧, 금지가 아닌 규제가 문제다. 규제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보기에 코인 시장은 아직 투자자 보호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투자자 보호가 전제돼야 가능한 게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다. 시장은 SEC가 연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톰 에머 하원의원이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의 서한에 따르면 그렇다. 서한에서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 상품 승인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며 “시장 내 사기 및 조작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에머 등 다수의 하원의원은 겐슬러 위원장에 현물 기반 비트코인 ETF 승인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 상품 출시를 반려하는 명확한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 위클리 코인=앵커(ANC), 지옥에서 살아나다 앵커프로토콜(ANC)은 테라(Terra) 디파이 생태계의 핵심 디앱이다. 테라 생태계에 예치된 총 자산(TVL)의 50% 이상이 묶여 있다. 테라 생태계가 커진 이유가 앵커프로토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앵커프로토콜은 테라 생태계의 스테이블코인인 UST를 예치할 경우 20%에 가까운 고정 이율을 지급한다. 담보들에서 얻는 이자가 예치금 지급 이자보다 높을 경우 보조금이 쌓인다. 이 보조금이 이자준비금(yeild reserve)이다. 반대로 예치금 지급 이자가 더 많이 나갈 경우엔 이자준비금에서 이자를 추가 지급, 고정 이율을 맞춰 준다.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했는데도 20%에 가까운 고정 이자(현재는 19.4%)를 주니 큰 인기를 끌었고 자금이 몰렸다. 담보로 쓰이는 루나(LUNA) 토큰 가격이 오를 때는 모든 게 아름다웠다. 고정 이자를 받기 위해 UST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루나 소각이 이뤄졌다(UST는 루나의 발행과 소각에 따라 가치를 1달러 고정시키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다). 루나 소각에 따라 가격은 급등했다. 담보 코인인 루나 가격이 급등하니 담보 가치는 올라갔고, 담보 가치 상승에 따라 대출하고 예치할 수 있는 UST 수량이 늘어나면서 UST 발행량은 더 늘었다. 문제는 루나 가격이 하락하면서다. 담보가치가 줄면서 대출금은 주는데 예치금은 그대로이거나 되레 늘었다. 부족한 이자율을 메우기 위해 이자준비금이 점점 줄어갔다. 한때 7억달러를 웃돌던 이자준비금은 바닥을 눈앞에 뒀다. 이자준비금이 고갈되면 20% 이자를 지급할 수 없다. 예치금은 더 높은 이자를 찾아 앵커프로토콜을 탈출할 것이다. 이른바 ‘뱅크런’이 우려된다. 앵커프로토콜의 위기에 거버넌스토큰인 앵커(ANC) 가격은 연일 최저가를 경신했다. 3달러선 안팎에서 거래되던 가격은 지난달 말 1.3달러선까지 밀렸다. 위기를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Luna Foundation Gaurd)가 해결했다. LFG는 테라 생태계 발전과 지원금을 관리하는 비영리조직이다. 그야말로 테라 생태계 ‘수호자’다. 최근 일주일에 걸쳐 이자준비금 4억5000만 UST를 채워넣었다. 이자준비금이 채워지자 생태계 유지가 가능하다는 기대에 앵커 가격은 다시 2달러선을 회복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자금 보충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루나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 발생시 다시 이자준비금이 고갈될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최근 커뮤니티는 veANC(Vote-Escrowed 락업 매커니즘) 도입을 제안했다. 앵커(ANC)의 역할을 확장하고 더 많은 유틸리티를 부여해 더 많은 앵커가 락업되는(묶이는) 구조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다만, ‘크립토 윈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veANC 제안이 안착하기까지 이자준비금이 버텨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뉴욕 법원이 테라 개발사인 테라폼랩스와 도권 CEO에게 SEC가 발부한 소환장에 따를 것을 명령했다. SEC와의 소송 우려에 루나 가격이 영향을 받는다면 앵커프로토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이=25일 개인소비지출 주목 이번 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가능성, 연준의 긴축 우려에 코인 가격이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25일에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이 발표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연준이 더 선호하는 물가지표다. PCE 수치에 따라 연준의 긴축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지난 주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40년만의 최고치를 찍은 CPI에 “3월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위원들의 매파적인 발언에 JP모건은 올해 연준이 금리를 일곱 차례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도 올해 일곱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 연준이 3월과 5월 FOMC 회의에서 연속적으로 0.5%포인트 인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예정돼 있더. 21일 미셸 보우만 연준 이사, 22일에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와 메러디스블랙 댈러스 연은 임시 총재 연설이 예정돼 있다. 24일에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토마스 바킨 리치몬트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브랜드 연은 총재 등이 연설한다. 대부분 매파 성향이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수익보다 생존이 먼저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알고란TV 대표 고란 알고란TV 대표

2022.02.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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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코인도란] 시바이누 코인 샀다가 한국 부자 11위로…디지털 신흥 부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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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지난 6월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한국 1위 부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순자산 규모가 당시 기준으로 125억달러에 이른다. 이후 톱10 명단에는 짐작했듯 삼성그룹 일가와 인터넷 신흥부호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석 쿠팡 의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10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으로 자산 규모는 48억달러다. 그는 고 서성환 선대회장에 이어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은 1945년 세워졌다. 70년이 넘는 기업의 경영자가 일군 재산이다. 그런데 단 1년 남짓 사이 한국으로 치면 서경배 회장에 이어 11위 부자가 된 이가 있다. 이름은 알 수 없다(사실 사람인지, 집단인지도 모른다). 지갑주소 ‘0x1406899696adb2fa7a95ea68e80d4f9c82fcdedd’만 안다. 그는 2020년 8월경, 30여 차례에 걸처 시바이누(SHIBA) 코인 약 70조2000억개를 샀다. 그가 들인 돈은 약 8000달러. 이렇게 산 코인의 가치가 현재(10월 31일 오후 3시 기준) 47억1300만달러로 불어났다. 시바이누 코인 역대 최고가 기준으로 치면 평가액은 60억달러다. 8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59억달러)을 앞선다. 디지털 신흥 부호의 탄생이다. ━ 국내에선 무슨 일이=입증 못하면 수익 아니라 매도액에 세금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세청이 최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친 거래소 28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거래소가 취득가를 알 수 없을 땐 0원으로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내년부터 해외거래소나 개인 지갑 등에 보관된 코인을 국내 거래소에 옮겨서 팔 경우 입증할 수 없다면 자산 전체를 소득으로 보겠다는 얘기다. 투자자 반발이 심해지자 국세청은 선을 그었다. 매도 금액 전체에 대해서 세금을 내는 건 아니라고. 거래소가 국세청에 보고하는 건 과세를 위한 기초자료다. 최종적으로 과세 자료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과세 대상 연도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코인의 취득가를 입증할 수 있으면 매도금액 전체가 아닌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국세청은 “개인이 취득가를 신고할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면 개인 신고액을 기준으로 과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세청이 개인이 제출한 증빙 자료를 인정해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국내 거래소에 국세청에 믿을 수 있는 과세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그런 거 없다. 투자자가 거래 내역 증빙 자료를 요구해서 3개월치 밖에 안 된다거나, 줄 수 없다는 곳이 대부분이다. 개인지갑이야 말할 것도 없다. ‘탈중앙’인데 누가 자료를 주겠나. 그렇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2021년 12월 31일 이전에도 이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잔고증명 서류다.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내 계좌 화면을 캡쳐 뜨는 것에 불과하다. 국세청 입장에선 조작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걸 증빙자료로 인정해 줄까.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 실제 과세 시점(2023년 5월)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구체적인 자료 입증 방법에 대해선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입장에선 시간이 많이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발등의 불이다. 개인이 찍은 스냅샷을 인정해 줄 수 없다면, 부당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투자되고 있는 코인들을 일제히 귀국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내 거래소가 나의 코인 보유 사실을 증빙해 줄 수 있다. 국내 거래소 상장된 코인이면 팔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팔아야 한다. 일부 코인의 경우엔 스테이킹을 푸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 대비기간엔 보상이 없다. 곧, 코인 ‘귀국’ 과정에서 거래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세금 폭탄을 맞느니 이를 감수하는 편이 낫다. 그나마 이건 이동이 자유로운 경우. 이더리움 2.0 스테이킹에 맡긴 이들은 자신의 이더리움을 빼 내 올 방법이 없다(거래소 스테이킹의 경우엔 얘기가 좀 다르다). 운이 나쁘면 나중에 이더리움을 팔 때 매도금액 전체에 대해서 세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 최근 시장에서 핫한 테마는 ‘NFT(대체불가능토큰)’다.10월26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4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나선다는 소식이 나왔다. 시장에선 이를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실탄마련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조회공시에서 하이브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지만, 막강한 IP(지적재산권)를 가진 기업이 NFT 시장 진출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앞서 두나무는 7월 박진영 JYP 대표가 보유한 지분 2.5%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JYP와 제휴를 맺었다. ━ 해외에선 무슨 일이=‘메타’ 선언한 페북, NFT가 메타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상자산(코인)과 관련한 새 가이드라인 최종안이 공개됐다.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과 관련해 다행히 개인지갑까지 대상에 포함하는 강경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디파이(탈중앙화금융)나 NFT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기긴 했지만 모호하다. 원칙적으로 NFT는 가상자산이 아니지만,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가상자산으로 볼 수 있다. 디파이도 원칙적으로는 아니지만 프로토콜을 통제하거나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FATF 규제 대상이다. 이 모호한 규정을 어떻게 해석, 적용할 지는 국가마다 다르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제도가 이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해 주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발키리인베스트먼트는 10월 28일 비트코인 레버리지 ETF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앞서 SEC는 발키리 측에 철회를 요청했다. SEC는 비트코인 레버리지 ETF가 지나친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 곧, 비트코인도 위험한데, 여기에 레버리지를 써서 위험을 더 키우겠다고 하니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승인을 해 줄 리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역시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주만큼은 페이스북이 코인 시장을 들었다 놨다. 페이스북은 10월28일 사명을 ‘메타(Meta)’로 바꿨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는 이날 “메타버스가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라며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도대체 메타버스가 뭐냐’고 묻는다”며 “이는 인터넷 클릭처럼 쉽게 시공간을 초월해 멀리있는 사람과 만나고 새로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는 2025년까지 메타버스 관련 시장 규모가 최소 820억달러(약 96조원)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페이스북이 불러온 ‘메타’ 바람은 코인 시장에 광풍을 일으켰다. 메타버스와 관련한 테마 코인이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냈다. 특히 디센트럴랜드(MANA)는 10월 30일 하루도 안 돼 가격이 200% 넘게 뛰었다. 가격 급등에는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 창업자 베리 실버트가 한 몫했다. 그는 이날 “탈중앙와 메타버스에서 땅을 사고 싶다면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며 디센트럴랜드 마켓 링크를 공유했다. 광풍에는 언제나 부작용이 따른다. 크립토펑크 #9998 NFT가 10월28일 12만4457ETH(당시 가격 기준 5억3200만달러, 약 6225억원) 팔렸다. 온체인 NFT 판매가 중 역대 최대다. 다들 이 정도 거래가 이뤄졌다고 흥분한 사이 크립토 인플루언서인 로버트 밀러가 이 거래의 자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혹을 종합하면 해당 NFT를 보유한 이가 플래시론(무담보 초단기 대출)을 일으켜 이 가격에 NFT를 산 뒤 즉시 되갚는 거래를 통해 신고가 거래 기록을 만들었다. 부동산으로 치자면 자신의 아파트를 자기가 팔고 사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는 얘기다. 시장질서 교란 행위다. ━ 위클리 코인=시바이누, ‘졸업픽’ 나왔다 밈(meme, 인터넷에서 패러디ㆍ재창작의 소재로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을 기반으로 했거나 장난으로 만들어진 코인을 ‘밈 코인’으로 분류한다. 밈 코인의 원조, 혹은 대표주자는 도지코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주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다. 시비이누(SHIBA) 코인 역시 밈 코인의 일종이다. 하지만, 아류다. 지난해 8월 ‘료시’라고 알려진 익명의 인물이 도지코인의 마스코트인 ‘시바견(犬)’을 가져다 만든 이더리움 체인 기반(ERC-20) 코인이다(※도지코인은 자체 메인넷이 있다). 아류답게(?) 목표는 ‘도지코인 킬러’다. 그리고 진짜 도지코인을 잡았다. 10월31일 오후 4시 현재 시바이누의 시가총액은 약 360억달러로 코인 시가총액 9위를 기록하고 있다. 도지코인 시총은 355억달러로, 10위다. 시바이누 코인에 한 계단 못 미친다. 아류가 원조를 누른 건 순전히 최근 급상승세 덕분이다. 10월 초 0.00000724달러에 그쳤던 시바이누 가격은 28일 0.00008616달러까지 치솟았다. 한 달도 안돼 1000% 넘게 뛰었다. 10월28일 가격이 고점을 찍었을 때에는 폴카닷도 누르고 시총 8위 암호화폐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왜 가격이 오르는지 아무도 모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의 밈 코인 투자가 그렇듯 시바이누 가격 폭등의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최근 가격 급등의 이유로 3가지를 들기는 했지만 설명이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그래도 이유를 찾자면, 먼저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친구인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에 시바이누가 거래 종목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로빈후드에서 거래를 지원한다면 투자자 저변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는 셈이다.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시바이누를 상장시켜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36만여명의 서명을 확보했지만, 로빈후드는 공개적으로 시바이누 지원 여부에 대해 밝힌 바 없다. 둘째는 자체 NTF(시보시) 출시다. 최근 NFT 테마와 엮이면서 사람들이 시바이누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는 올라서 오른다. FTX나 후오비글로벌 등 여러 거래소 내에서 SHIB 선물 미결제 약정이 증가하고 있다. 미결제 약정이 늘어난다는 건 어느 한쪽으로의 가격 흐름을 예상한다는 건데, 이 경우엔 상승 쪽에 베팅하는 물량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 포지션을 보고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역사적 저점(지난해 11월 28일)과 역사적 고점을 비교하면 상승률이 1억6000만%를 웃돈다. 단돈 1만원을 투자했어도 100억원대 부자가 됐을 지 모를 수익률이다. 그런데 아직 코인 개당 가격은 0.00006달러선이다. 투자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 전 위험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시바이누 코인의 발행량은 1000조개다. 글 서두에 밝힌 지갑의 주인공이 팔자고 물량을 내놓는 순간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곧, 졸업픽(더 이상 투자가 필요없을 정도의 수익을 달성하게 만들어준 특정 코인)이 될 수 있지만 인생 퇴학픽이 될 수도 있다. ━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3일 FOMC, 드디어 테이퍼링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1월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돈줄 풀기에서 조이기로 들어가는 첫 단계다. 당연히 시장의 충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그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워낙 군불을 많이 떼 왔다. 2013년처럼 시장에 발작이 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자산시장 전반에 어떤 충격이 나타날지 모른다. 5일에는 10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10월 비농업 고용자 수가 45만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9월 19만4000명의 두 배 수준이다. 실업률은 4.8%에서 4.7%로 하락했고, 시간당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올랐을 것으로 전망한다. 임금 상승은 공급 측면의 강력한 물가상승 요인이다. 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금리 인상 기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시장에 돈줄이 마른다는 신호는 점점 커지고 있다. 넘치는 돈이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올렸다고 판단한다면, 이제는 숨고르기에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2021.10.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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