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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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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해법, 메가시티를 넘어 연방제의 첫 단추를 [이근면의 시사라떼]

전문가 칼럼

올해로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30년이 됐다. 우리 동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생활 자치, 지방 활성화와 국토 균형 발전 등의 숱한 문제들의 해법을 찾아가며 발전해 왔다. 내 고장의 일꾼은 내가 직접 뽑는다는 지방자치제도의 실현은 지역민들의 자각과 지역사회의 형성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멋지게 청춘의 꿈을 품고 출발을 했지만 성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주는 환경 변화와 여건은 그 여정과 현실을 그저 ‘왜 지방자치를 하나?’ 하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제적 소비 단위, 경제 발전 규모와 격차, 인구의 적정성, 지방 공공부문의 비대화, 토착 비리, 지역 내 갈등 등의 그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수용하는 혁신은 없었다. 지방자치제도, 저출산·고령화에 소멸 걱정결정적으로는 이제 겨우 장년기에 접어든 지방자치제도는 재난 수준의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근본적으로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작년 3월 기준 전국의 228개 지자체 중 소멸위험지역은 전체의 57%인 130개에 달한다. 인구 천만 도시 서울에서도 문 닫는 학교가 나오고 제2도시라는 부산도 산하 16개 기초자치단체 중 7곳이 소멸위험지역인 시대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면 서울, 경기를 제외한 지역은 빈집과 노인만 넘쳐나는 좀비도시가 되고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이제 획기적인 대안이 바로 시작되어야 한다. 논란만 하다 또 실기하는 저출산 대책을 답습하면 안 된다. 시간이 없다. 시작 때부터 의문이었던 고유한 지역 228개는 과연 지리, 통신, 교통의 발전에 따른 오늘의 지역권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있는지 (너무 잘게 쪼개 지나치게 많은 건 아닌지) 의문이다. 생활과 밀접한 학교, 경찰서, 은행, 동사무소의 개수도 줄여가는 요즘 지나치게 많은 지자체와 그에 따른 각종 청사 및 기관들의 유지 비용은 다 누구의 돈인가? 선출적 지자체장의 전단적 행위가 공공 영역에 미치는 영향의 부작용이 지역 비리나 공무원 인사 비리에 상당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우려 또한 사실이다. 실제 많은 지자체장이 탈법으로 인한 심판을 받았다. 심지어 주민과 공무원 편가르기로 네 편, 내 편으로 작은 사회의 분열을 심었다. 필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국을 메가서울(서울+경기북부), 메가경충(경기남부+충청), 메가강경(강원+대구+경북), 메가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전라(광주+전라+제주)의 5대 광역권으로 재편해 각 메가시티가 고유한 특색과 경쟁력을 강화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연방제 수준 자치권 메가시티에 부여 필수이러한 메가시티 구상은 필자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 정치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작에 화두로 다루어지고 있고 실제로 각 지역들은 이러한 논의에 화답하는 실질적인 통합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대구와 경북이 행정통합에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이루었고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이 충청 메가시티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이러한 메가시티 구상이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발전하고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이 각 메가시티에 부여되어야 한다. 중앙이 쥐고 있는 재정적, 행정적 기득권을 조금 양보하는 수준으로는 이미 소멸단계에 접어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힘들다. 각 메가시티가 미국의 ‘주(州)’ 수준의 생활 자치권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영역에서 중앙정부와 동일한 수준의 권한을 양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메가시티 구상도 중앙정부의 강력한 구심력을 벗어나지 못한 채 행정구역만 넓어진 중앙 종속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연방제 하의 ‘주’는 중앙정부와 동일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독자적인 입법·행정·사법 시스템을 보유한다. 경제적 자립을 최우선으로 하여 각 메가시티가 하나의 ‘주’가 되어 해당 지역 내의 사무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의회와 행정부, 내각을 구성하고 별도의 법원까지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저비용, 고효율의 운영 행정 체계를 만드는 것도 각자의 몫이 된다. 안전하고 생활 환경이 좋고 노력이 통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그런 우리 지역이 절실하다. 갈등과 분열, 시끄러운 정쟁을 던지고 내일과 안정적 삶에 진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다가올 미래와 그 세대를 위해 새로운 백 년을 꿈꾸어야 한다. 각각의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고자 하는 선한 경쟁력은 다시 한번 국가적 진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엄연히 존재하는 지역 간의 인구, 재정, 인프라 격차를 그대로 둔 채 메가시티 구상을 실현하면 자원이 많은 메가시티와 적은 메가시티 간의 양극화와 격차 확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메가시티 간의 체급 차이에 따른 소외를 방지하기 위해 필자의 오랜 구상인 양원제를 병행하면 많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1000만 기준의 메가시티는 독점적 경제체제와 자립 경제를 만들 수 있는 경제 단위가 될 수 있다. 국회는 지방의회와 중앙의회의 연계적인 구성도 가능해진다. 지역별 인구비례로 선출한 하원은 중앙정부 예산과 입법 및 국가의 상시적, 일반적 과제를 다루고, 지역간 동수로 구성한 상원은 외교, 국방 등 중앙정부 고유의 사무를 관장하는 한편 국가의 장기과제를 담당하는 것이다. 물론 외교·국방·통상은 중앙정부의 역할이 된다. 이를 통해 메가시티 간의 격차, 연방정부와 메가시티 간의 균형을 도모하고 국가의 장, 단기 과제 간의 우선순위와 필요성도 모색할 수 있다.이러한 구상이 낯설고 허황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상황이고 비상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지방은 그 나름의 역사적, 문화적 자산이 있고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지역민들의 정서가 있기에 메가시티의 자생적 경쟁력이 확보되기만 하면 지금보다 훨씬 다채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고도의 자치권을 향유하는 메가시티가 자리 잡으면 한국 특유의 역동성과 활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차세대 국가 운영 체계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살고 싶은 나라, 세계에 떳떳한 나라, 할 말 하는 나라, 멋지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2025.02.04 07:00

4분 소요
해리스 '편 가르기' 트럼프 저격?…

정책이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 선거 당일인 5일(현지시간) "우리 모두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 시대에 솔직히 지쳐있다"며 이같이 밝혔다.대선 상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편 가르기'식 정치 스타일을 지적하면서 포용과 화합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해리스 부통령은 "우리는 성공과 좌절을 함께 겪는다"면서 "리더십은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질책하고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해리스 부통령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자신을 "지능이 낮다"(low-IQ individual), "쓰레기"(trash) 등으로 모욕한 것에 대해선 "소음"(noise)이라고 규정하며 일축했다.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밴스 상원의원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내가 집중하는 걸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나는 그런 소음에 방해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해리스 부통령은 또 "그건 무엇보다 정말로 그들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그러면서 "내가 집중하는 것과 목적은 분명하다"며 "나의 목적은 사람들을 고양시키고,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관저에 머물면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 라디오 인터뷰에 응했다. 오후에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를 찾기도 했다.해리스 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투표를 독려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자원봉사자들의 근무 공간에서 직접 유권자들과 통화를 했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이 전했다.해리스 부통령은 한 유권자와의 전화에서 "이미 투표를 했나요? 했다고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또 8살짜리 아이와 통화하면서 "네가 10년만 더 자랐으면 좋겠다"고 농담하며 웃기도 했다.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투표가 종료되고 개표가 시작되면 워싱턴DC의 모교이자 흑인 대학인 '하워드대'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1.06 07:56

2분 소요
된장·간장에 담긴 K-손맛…한국 장 담그기, 인류무형유산 된다

산업 일반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유네스코가 5일 누리집(홈페이지)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 기구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영문 명칭 ‘Knowledge, beliefs and practices related to jang making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평가 기구는 한국의 장 문화에 대해 “밥, 김치와 함께 한국 음식 문화의 핵심”이라며 “집마다 (맛이나 방식이) 다르며 각 가족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평가 기구는 심사 결과를 무형유산위원회에 권고하는데, 등재 권고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상 등재가 확정된 셈이다. 최종 등재 여부는 12월 2∼7일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리는 제19차 무형유산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등재되면 한국은 23건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장 담그기는 고대부터 폭넓게 전승되는 전통 음식문화 중 하나로, 재료를 준비해 장을 만드는 전반적 과정을 아우른다. 삼국시대부터 장을 만들어 즐겨 먹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醬庫)를 두고 ‘장고마마’라 불리는 상궁이 직접 장을 담그고 관리할 정도로 장을 중시했다.콩을 발효해 먹는 문화권 안에서도 한국의 장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을 담글 때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 등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중국이나 일본과 구별된다. 특히 메주를 띄운 뒤 된장과 간장이라는 두 가지 장을 만들고, 오래된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은 한국만의 독창적인 문화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2018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2024.11.05 21:27

2분 소요
文 대통령

정책이슈

‘개고기 판매 금지’와 관련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때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동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를 앞두고 나왔다. 오는 30일 김부겸 총리가 주재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정부는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과 관련한 의견을 밝힌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7일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라며 관계 부처에 이를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작년 11월 기준 약 312만9000가구(등록 가구 기준)를 넘어섰다. 이 중 개를 키우는 가구가 242만3000가구(11.6%)로 가장 많았다.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71만7000가구·3.4%)였다. 등록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개는 제대로 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축’으로 분류되면서도 도축과 유통을 다루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빠져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개를 식품 원료로 조리하거나 유통하는 것이 불법인데, 개 식용 금지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동물을 보호하는 등 동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이어졌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만 89건의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도 59건에 달한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동물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 상향, 동물 유기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담은 개정안 5건 만이 원안 가결되는 데 그쳤다. 3년 전인 2018년 청와대도 "식용 금지를 위해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달라"는 국민청원에 관련 규정 정비를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개 식용을 둘러싼 논쟁이 그만큼 민감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물권을 주장하는 단체와 개 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개 식용 금지에 대해 임기 내내 어떠한 노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던 문 대통령께서 임기 말, 늦었지만 이제라도 금지의 목소리를 내 주어 환영한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시에서 보신탕 집을 운영하는 A씨는 “왜 소, 돼지, 닭은 식용으로 문제 없다고 보면서 개고기만 금지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정치인들의 선거용 편가르기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개고기 판매 등을 생업으로 삼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14년간 가축상인회장을 지낸 이강춘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 식용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다만 “개를 식용으로 판매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수십 년째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개 식용을 법으로 막았을 때 이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09.28 17:10

2분 소요
롯데도 참전…‘유통 빅3’ 한샘·리바트·까사미아 ‘투자 성적표’는

유통

롯데가 홈 인테리어업계 1위 한샘을 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지는 리빙 시장에서 강력한 성장 동력을 얻는 한편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로써 백화점 3사 모두 가구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신세계는 지난 2018년 까사미아를,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한 바 있다. 롯데 참전으로 달라지는 홈 인테리어 시장 지형도. 각각 투자 성적표는 엇갈린다. 현대는 500억원에 인수한 리바트를 지난해 1조3846억원까지 키워냈지만 까사미아를 품은 신세계는 인수가 대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800억원’이라는 몸값부터 악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이번 롯데의 한샘 인수는 성공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샘 자체 성장성이 우량한 데다 리빙 시장 전망도 밝다는 것이다. 다만 우려의 시각도 있다. ━ 한샘 품은 롯데…경영권 확보 가능성 커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한샘 경영권을 인수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 PE의 전략적 투자자로 결정됐다. 출자 금액은 2995억원. 이로써 롯데쇼핑은 한샘 지분 약 5%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지분율이 높지는 않지만 IMM PE가 지분을 매각할 때 롯데쇼핑이 우선 매수권을 갖고 있어 향후 롯데가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이번 인수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등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샘 인수전만큼은 달랐다는 평가다. LX그룹 등 쟁쟁한 경쟁사들과 승부에서 승기를 잡아냈다. 그만큼 롯데에 한샘이 매력적인 매물이었다는 분석이다. 우선 계열사와 시너지다. 롯데는 한샘을 품으면서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롯데건설 등 다양한 계열사와 시너지를 그려볼 수 있다. 홈 인테리어 시장이 코로나19 집콕 혜택을 얻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한샘 실적도 좋다. 한샘의 지난해 매출은 2조674억원, 영업이익은 931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엔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121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9% 뛰었다. 영업이익은 529억원으로 32.9% 늘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샘 매출은 2조2960억원, 영업이익은 113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일부에선 우려도 나온다. 비싼 매각 가격 때문이다. IMM PE는 한샘 인수와 관련해 1조5000억원 안팎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인수 직전 한샘 주가(10만~11만원)의 약 2배를 쳐준 셈이다. 이 매각가가 향후 롯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매각가대로라면 한샘의 기업가치가 5조 정도 된다는 것”이라면서 “시가 대비 30~50% 프리미엄이면 적정한데 지금 매각가는 2배 비싸다”고 꼬집었다. 또 “사모펀드 입장에선 나중에 팔 생각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롯데쇼핑이 먼저 인수할 권리를 갖는다 해도 가격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몸집 불린’ 현대 vs ‘아픈 손가락’ 된 신세계 롯데가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한샘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 데는 경쟁사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롯데와 함께 빅3 업체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모두 수년 전 M&A로 홈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적은 금액으로 리바트를 사들여 최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500억원을 들여 리바트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매출액은 5049억원, 영업이익은 32억원에 불과했다. 2013년 6월 본격적으로 '현대 DNA'가 주입되기 시작한 후 리바트는 매년 성장해갔다. 사명도 ‘현대리바트’로 바꿨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은 1조3846억원, 영업이익은 372억원으로 인수 당시보다 12배 이상 뛰었다. 현재까지 현대리바트는 전국 580개 매장을 운영하며 업계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의 투자 성적표는 부진하다. 까사미아는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이 2015년 취임 후 단행한 ‘첫 인수 작품’이다. 정 사장은 2018년 리바트보다 3배 이상 비싼 몸값을 지불하고 까사미아를 사들였다. 인수금액은 1837억원. 인수 당시 신세계그룹이 잡은 까사미아 매출 목표는 2023년에 4500억원대다. 이후 1조원을 달성해 한샘, 현대리바트 등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매출 1096억원에서 지난해 1634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영업이익은 2018년 -4억원에서 지난해 -103억원으로 되레 적자 폭이 커졌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매출도 1000억원 수준의 국내 10위권 가구업체를 1800억원을 주고 샀다는 사실이 아직도 미스터리”라면서 “10위권 가구업체 중 유일하게 생산시설이 없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B2C로 협소한 것이 큰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시그널도 보인다. 까사미아는 올해 사명을 ‘신세계까사’로 바꾸고 프리미엄·온라인 전략 강화 등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성과는 일부 나타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까사미아와 오프라인 플랫폼 굳닷컴을 통해 올해 상반기 9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35.7%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역시 47억86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영업소신실 69억원보다 30.7% 가량 폭을 줄였다. 신규 매장 오픈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까사미아 인수 후 신규 매장을 공격적으로 출점해 지난해 18개, 올해는 11개 신규 매장을 열었다. 하반기 중 8개 이상 신규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다만 옥석을 가르기 위해선 내년이 지나봐야 안다는 시각도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신규 매장 오픈으로 없던 매출이 생긴 거라 수익성에 대한 진가를 보기 위해선 내년쯤 돼봐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시대에 일시적인 매출 효과일지,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도 경쟁력 있는 홈퍼니싱 업체로 살아남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 ‘빅3’ 유통 전쟁…인테리어 시장에서 재현 업계에선 롯데까지 가세한 만큼 한샘과 현대리바트를 쫓으려는 신세계까사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역시 다양한 유통채널과 관련 계열사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롯데는 롯데백화점을 통해 한샘의 대규모 매장을 잇달아 오픈하면서 리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들어 1050평 규모의 한샘 울산점 매장, 2개 층에 자리한 메종 동부산 매장 등을 열었다. 인테리어 소재를 생산하는 화학 계열사, 롯데건설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현대는 이미 계열사 간 윈윈 효과를 보고 있다. 2018년 인수한 현대 L&C에서 가구 소재를 생산해 현대리바트에 납품하고 이를 가공해 리바트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가구업계 최초로 ‘내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신규 공장도 건립 중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연초 제시한 ‘비전2030’에서 리빙 매출 목표치는 약 5조원. 그 핵심축으로 현대리바트를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빅3의 유통 전쟁이 홈 인테리어 시장에서 재현될 전망”이라면서 “유통과 가구·인테리어 분야는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분야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백화점과 결합한다면 윈윈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세계가 비싸게 산 까사미아의 부진을 어떻게 털어낼지, 롯데가 디자인 및 판매에 특화된 한샘을 어떻게 시너지로 연계해나갈지, 가구 소재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구축한 현대가 한샘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9.14 14:47

5분 소요
LTV 90%, 청년 혜택인가 생색내기인가

부동산 일반

여당이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사실상 90%까지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내 돈 9000만원만 있으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인데, 일각에선 ‘편 가르기·고소득자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 완화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LTV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규제 완화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상자의 폭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점이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만 규제 대상에서 빠지면 이들을 뺀 나머지 주택 마련의 꿈을 가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소외된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려면 집값의 최대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대출금 3억6000만원을 제외하고 자기 돈 5억4000만원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층 가계에서는 현금을 이만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드물어 집을 사려면 ‘영끌’족이 돼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었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뜻의 자조 섞인 은어다. LTV에는 포함되지 않는 신용대출과 회사 대출,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한 대출, 증여나 상속 등의 방식으로 돈을 모은다는 뜻이다. ━ “청년층 수혜 기대” vs “일부 고소득자만 이득” 이는 비단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마련하느라 청약통장 사용을 미뤄온 40~50대도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해 전·월세를 감당하며 무주택자로 살거나, 영끌족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청년층·신혼부부만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소문대로 나온다면 청년층과 중년층에 대한 편 가르기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집을 사지 못해 자산 축적 경쟁에서 밀린 중년층은 사실상 버리는 정책”이라고 비평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LTV 한도를 풀어주더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면 효과가 반감되고 고소득자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힘을 받고 있다. DSR은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버는 돈의 몇 퍼센트(%)가 대출금을 갚는데 들어갔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모든 규제지역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사거나 신용대출 1억원을 넘는 대출을 받을 때 DSR 40%를 적용한다. ━ 무늬만 규제 완화, 부동산시장 안정 효과는 미지수 현재 LTV 40% 상한 규정만 따지면 서울에서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3억6000만원이다. DSR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 이후부터 여당 정책대로 LTV 한도가 늘어나면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가 달라진다. 연 소득 3000만원인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살 때 받을 수 있는 대출(30년 거치, 이자율 3%)은 약 2억3000만원에 그친다. 반면 소득이 많은 가계일수록 대출이 가능한 액수도 커진다. 연 소득 5000만원인 부부는 약 3억8000만원, 연 소득 8000만원인 신혼부부는 6억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젊은 고소득자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일시적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미미해 거래량 증가나 주택 매매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와의 통화에서 “민원 해소 차원의 정책으로 볼 수 있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많아 수혜 대상자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규모 주택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부동산시장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05.17 18:26

3분 소요
[김국현 IT 사회학] 전쟁에 사용되는 디지털 기술, 당신의 생각은
MS, 미 육군과 220억 달러짜리 증강현실 헤드셋 플랫폼 구축 계약 공상의 영역이나 프로토타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던 어떤 기술이 갑자기 일상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순간이 있다. 기술의 대중화는 갑자기 찾아온다. 코로나19는 많은 기술의 대중화 촉매 역할을 했다. 기술은 아무리 불안하고 불편하고 비싸더라도 그 기술을 시도해보지 않으면 곤란한 절실한 상황이 있을 때 기술로서 완성된다.절실한 상황이란 대개 코로나19 같은 재난처럼 바로 우리 자신, 소비자이자 사용자인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 경우다. 역사적으로도 원인인지 혹은 결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술이 집중적으로 완성되는 계기가 있는데, 바로 전쟁이다.IT도 예외는 아니어서 통신 기술에서 튜링 머신에 이르는 디지털 기술은 세계대전이 잉태했다. 인터넷에서 GPS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스마트 시대를 연 기술은 모두 냉전과 관련이 있다. ━ MS 구성원, 군 친화적인 비즈니스에 반기 마이크로소프트는 미 육군과 220억 달러짜리 증강현실 헤드셋 플랫폼 구축 거래를 수주했다. 10년간 우리 돈 24조원 규모의 계약으로, 우리 정부 전체 연간 연구개발 예산에 맞먹는 큰 금액이다. 이 뉴스로 주가는 순식간에 3% 가까이 점프해 버렸다.실세계 위에 홀로그램을 띄워주는 홀로렌즈는 록히드마틴이 나사 우주선을 조립하는 데 쓰고, 에어버스에서 설계 및 정비 훈련을 하는 데 활용하는 등 산업 현장에서 이미 성공 사례가 꽤 있다. 국내에도 작년에 공식 출시된 상태로 대당 단가는 약 500만원 정도. 물론 이대로 미군에 납품할 리는 없고 군사용으로 특화될 것인데, 2018년에 이미 IVAS(통합 시각 증강 시스템, Integrated Visual Augmented System) 과제로 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행한 바 있다. 그 덕에 ‘병사 중심 디자인(Soldier Centered Design)’이라고 임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이미 지난 2년간 미국 육군과 긴밀히 공동 연구해 시안을 만들어왔기에 유리한 입장이었다.현대전에서 판단력을 강화하고,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디바이스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핸드폰과 태블릿을 들고 전장을 향할 수는 없는 일, 혼합현실(xR, MR) 분야는 그 중심에 놓였다. 민생 기술은 그대로 군의 현대화, 고도화에 쓰일 수 있었고, 2019년에는 아마존을 제치며 10조원짜리 펜타곤 클라우드 계약도 따냈다.하지만 군에 친화적인 비즈니스에는 애로도 있었다. 이미 2019년에 우리는 전쟁을 위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 일해 온 것이 아니라며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반기를 든 것. 내가 만든 코드가 누군가를 살상하는 데 쓰일지 모른다는 가책 때문에 100명 이상이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한 체제에 기술을 제공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며 굽히지 않았다. 군도 이와 같은 기술이 민간인의 희생을 줄일 것이라고 거들었다.지금은 ‘메이드 인 USA’라는 점이 강조되는 등 이제는 군에서도 쓰이는 기술이라는 점 나름의 마케팅 포인트가 있는 듯하다. 사실 미국은 국방이 민생 기술과 시너지를 내온 예외적인 국가다. 자폐적 이익집단으로 빠지기 쉬운 방위산업이 지금까지 수많은 기술을 양성하고 민간이양과 민간위탁의 선례를 보여주고 있어서다.현대전의 승패는 이미 기술이 가르기 시작한 지 오래. 전장에서 테크놀로지는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번 계약 대상인 홀로 렌즈 기반 IVAS 헤드셋은 보병에게도 전투기 조종사에게처럼 정보량 풍부한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병사들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을 잃지 않도록 상황 인식 능력을 향상하는 데 목적이 있다. 12만명이 넘는 근접전투부대(Close Combat Force) 전원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나이트 비전, 열 감지 등 온갖 센서를 탑재해 무엇보다도 감각 능력을 증강하니 기술의 힘으로 더 예민해진 병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능력 증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산업 현장의 활용 사례다. 내가 보는 것을 기계가 함께 보고, 기계가 나를 가이드해 줌으로써 가능해진다. 실시간으로 전술 전략이 분석 후 최적화되어 동기화되거나 다운로드되면 작전도 달라질 터다. 또 전시에는 응급 처치 등 의료진 역할마저도 갑자기 해야 하는 수도 있다. 문외한이라도 화면을 따라 간호 조치나 시술을 할 수 있다. 즉 하나의 외장 두뇌가 되는 셈. 이번 계약에 애저(Azure) 클라우드가 함께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전시에도 클라우드는 마비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하는 듯한데, 어쨌거나 클라우드는 병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야에 뿌려줄 것이다. ━ 현실과 가상 혼동케 하는 첨단 무기 두 번째 증강 방법은 바로 평시의 훈련을 통한 강화다. 기술이 만드는 착각의 힘은 신체 능력을 정말로 강화한다고 알려졌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인데 인간은 뇌내 상상만으로도 실제 신체 단련을 한듯한 효과를 보곤 하니 과연 일체유심조다. 굳이 홀로렌즈가 아니더라도 이미 오큘러스 등시판 VR은 메이저리그 등 프로선수의 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지난달 봄 연습 경기에서 오클랜드의 타진은 ‘윈리얼리티’라는 솔루션으로 상대 팀 클리브랜드 선발 투수의 구질을 경기 시작 30분 전에 VR 시뮬레이션했다. 마음의 준비였지만 그 결과는 연타석 홈런이었다.야구장과 전장은 승패의 결과와 그 무게가 다르다. 현실을 기계학습으로 재구성하며 강화된 증강현실은 현실 같은 실전 훈련을 군인들에게 선보일 터다.미래는 ‘원격’과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염 지역이나 위험 지역 등 보병이 가까이 진입해 대면하기 힘든 지역에도 아바타로 삼을만한 로봇을 먼저 투입하고 그 로봇의 시점이 되어 멀리 떨어져 비대면으로 조종할 수도 있을 터다.현실에 덧씌워진 레이어는 마치 FPS 게임을 하는 듯한 조작감을 제공한다. 프로게이머가 된 듯 능수능란하게 전장을 누비지만, 레이어가 현실을 필터링하니 당장의 죄책감이 희석될 수도 있다. 그것이 병사를 강화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으나.조이스틱으로 드론을 조종해 1600명 이상을 살상하는 일을 도왔다고 고백한 미군 내부 고발자 브랜든 브라이언트. 그는 입대하기 전에 게이머였다. 손과 눈의 동작을 일치 시키는 게이머의 탁월한 능력이 신세대 병사가 될 요건이었다. 이전에도 드론 오퍼레이터의 비디오가 유출된 적이 있다. 영상 속 병사들의 대화 내용은 마치 게임을 하는 듯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 폭발도 사라지는 생명도 그 순간만큼은 그저 픽셀로 보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21.04.10 09:30

5분 소요
[한세희의 테크&라이프] 사내 메신저, ‘양날의 검’이 되다

전문가 칼럼

격식파괴·빠른소통으로 조직문화 개선… 따돌림·편가르기로 분위기 해치기도 여러분이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아마 지금 스마트폰과 책상 위 업무용 컴퓨터에 여러 개의 카카오톡 창이 열려 있을 터다. 부서 단톡방에 간간히 부장님의 단체 공지와 부서원들의 ‘넵’ 응답이 올라오는 가운데, 부장님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원들의 톡방에선 부장님 뒷담화가 오간다. 회사 동기 모임방에선 요즘 사내에서 벌어지는 임원들 정치 다툼의 뒷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그 와중에 외주 프리랜서와 작업물 파일을 주고받고, 문자메시지로 들어온 거래처 문의에 답해야 한다. 업무 협조 요청을 메일로 받았는지, 톡으로 받았는지 헷갈려 컴퓨터를 뒤지는 사이에 전화가 울린다.커뮤니케이션에서 메신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고,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업무용 메신저와 온라인 협업 도구 사용도 늘고 있다. 업무 연락과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사적 대화가 메신저에서 한데 섞인다. 자연히 이로 인한 문제도 늘었다. ━ 편리한 메신저, 도리어 조직 갈등 부추길 수도 변호사가 같은 로펌 동료 변호사와 메신저로 사내 다른 변호사와 직원을 험담한 사실이 알려져 해고된 사례가 있다. 그는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의 행위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며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직장 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PC에서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을 훔쳐보고 복사해 다른 직원과 공유했다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이런 다툼보다 더 큰 문제는 협업 메신저가 사내 직원을 공공연히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작가이자 언론인 바리 웨이스는 직장 뉴욕타임스를 떠나면서 직원들이 사내 슬랙 대화방에서 자신을 공공연히 비난하고 ‘인종차별주의자’ 등의 낙인을 찍었다고 폭로했다. 웨이스는 진보좌파에 비판적인 성향의 컬럼니스트 겸 서평 기자로,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뉴욕타임스가 편집국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영입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동료 직원들이 슬랙 채널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작업과 성격을 비하하고 “회사가 진정 포용적 조직이 되려면 웨이스를 내보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하는 등 사내 온라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공공연한 단체 대화방이 아니라 개인적인 1:1 톡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수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신저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조직 내 특정인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 발언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잦아지고 강해질 우려도 있다.남성 직원들의 메신저 대화를 인권위가 성희롱이라 판단한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의 남자 직원 두 명은 같이 근무하는 여성 2명에 대해 정도를 벗어난 욕설과 비하적 표현을 써가며 메신저 대화를 나눴다. 이 중 한 명이 휴가를 간 사이 대화의 주제가 된 여성이 휴가 간 남직원의 PC를 쓸 일이 있었고, 그는 메신저에서 문제의 대화를 발견해 사내에 알렸다.불법적 방법으로 얻은 둘 사이의 사적 대화를 성희롱이라 판단한 것이 적절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메신저로 인해 조직의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행위가 쉬워지고 그 결과 따돌림은 강화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조직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선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빠르고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리란 기대를 모은 메신저가 도리어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메신저에 남긴 대화가 소송이나 감사 등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메일에 담긴 내용이 소송의 중요한 증거가 된 지는 이미 오래 되었지만, 이제는 메신저 대화에도 신경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다.특히 메신저는 성격상 격식을 덜 차리고 짧은 대화를 부담 없이 빠르게 주고받다 보니 실언을 하거나, 맥락을 벗어나 엉뚱한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종종 생긴다. 2~3일 정도 지나면 서버에서 메시지가 삭제되는 카카오톡과 달리 슬랙, 팀즈 등 협업 메신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대화가 저장된다는 점에서 더 주의가 필요하다. ━ 경계심 풀린 사내 대화가 회사 망하게도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과 온라인 미디어 고커미디어 사이의 소송전은 사내 채팅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 사건이다. 프로레슬링의 전설 헐크 호건은 2015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레슬링 업계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가 외간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에서 나왔다. 그런데 가십이건 사생활이건 알게 된 것은 모두 좌충우돌 보도하는 고커미디어가 이 영상 자체를 자사 사이트에 공개해 버렸다. 헐크 호건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고커미디어를 고소했다.고커미디어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방어했다. 유명인이자 이슈를 일으킨 헐크 호건의 영상은 보도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판단에는 헐크 호건의 동영상 보도 당시 고커미디어 직원들이 ‘캠프파이어’라는 사내 협업 도구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들이 영향을 미쳤다.그들은 고령의 헐크 호건이 성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 농담을 하고, 호건이 항상 두건을 쓰고 나오는 것에 빗대 ‘그곳에 두건을 쓰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이들 채팅 내용은 고커미디어 직원들이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지 않고 상업적 목적으로 동영상을 다룬 정황 증거로 법원은 간주했다. 결국 고커미디어는 1억40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선고받고 파산하였다. 별 생각 없이 나눈 가벼운 대화가 회사의 파산을 불러온 것이다.메신저는 전화와 이메일 중심이던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볍고 효율적이며, 대화의 재미도 더했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협업 도구와 메신저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문화가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이모티콘을 쓸 수 있는 메신저라 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왕따가 자행되는 학급 단톡방에 사이버 괴롭힘이 일어나고, 군기가 엄한 학과 단톡방에서 후배에 대한 갑질이 일어나는 것이다.협업 도구가 조직 문화를 따라갈 뿐이라면 무엇 때문에 도입해야 하는가? 그것은 메신저와 같은 협업 도구가 문화를 바꾸려는 경영자의 노력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모든 조직에는 ‘탕비실 대화’ ‘담배 대화’ 같은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있다. 여기서 오가는 이야기들이 생산적인지, 독소가 가득한지는 회사에 따라 다르다. 사내 메신저는 이 채널의 효과를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보다 솔직하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들 도구는 조직이 갖고 있던 기왕의 문제를 증폭하는 역할만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을 지었고, 을 옮겼다.

2020.08.29 16:33

5분 소요
[상업용 프롭테크 No.1 알스퀘어 이용균 대표] “빌딩 데이터만 10만여 개, T·P·O(Time·Place·Occasion) 맞는 최적화 중개”

CEO

온라인·자동화로 인건비 줄이고 만족도 높여... “오피스 시장 호황 이어갈 듯” 사무실은 공산품이 아니다. 같은 건물이라도 층과 위치에 따라 채광이 다르고 인테리어 설비 또한 차이가 있다. 똑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또 수요·공급 간 정보비대칭도 심각하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자신에게 쏙 맞는 사무실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이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고 주택·사무실 찾기부터 인테리어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 효용을 높이는 ‘프롭테크(Prop Tech)’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질로우(Zillow)’, 영국의 ‘라이트무브(Rightmove)’, 호주의 ‘REA’ 등은 이미 부동산 중개 플랫폼으로 성장해 수조원대 기업가치를 자랑한다.한국도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과 대기업들의 신규 프로젝트 등으로 신규 오피스 수요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와 최근 상업용 부동산 경기와 프롭테크의 전망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창업을 한 계기는.“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전략 수립과 비용 절감, 운용 효율화 업무를 6년간 했다. 퇴사 후 지인의 창업을 도와주다가 이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다.”자본잠식 기업을 인수하기 부담되지 않았나.“회사에 2년이나 투자했다.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부동산은 시장이 크고, 중개라는 비즈니스모델도 좋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부동산 중개가 최초 비즈니스 모델인가.“처음에는 직방처럼 주거용 부동산 플랫폼을 지향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며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고, 주택 시장은 경쟁이 심해 타깃을 사무용 부동산으로 옮겼다. 기업 간 거래(B2B) 부동산은 시장 규모가 커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다. 시장이 파편화돼 있지만,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면 기회가 많다. B2B는 사업 성장이 느려도 궤도에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기존 부동산·인테리어 중개 회사와의 차별점은.“임대차 중개 서비스는 좋은 물건, 저렴한 중개료, 높은 서비스 품질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차별화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빌딩 전수조사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고, 기존 공인중개사 대비 30~50배 많은 물건을 확보했다. 또 100평(330㎡) 이상 계약 고객에는 중개료를 무료로 해줬다.” ━ “한달 8000평 중개, 3년 전부터 손익분기 넘어” 투자자본수익률(ROI)이 확보되나.“한 달에 8000평(2만6446㎡) 정도 계약을 성사해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3년 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고객은 온라인을 통해 매물을 확인할 수 있는 등 업무영역을 자동화했다. 영업 직원들의 매출 기여도가 낮아도 고객 만족도가 높으면 높은 인센티브를 주는 등 혁신적 보상체제도 도움이 됐다.”공유오피스가 늘어나는 점은 위험 요인 아닌가.“공유오피스는 일부 경쟁하는 측면이 있지만, 우량 고객군이다. 알스퀘어가 지점을 구해주고 인테리어를 대행해주는 한편 입주사 모집도 도와준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중 가장 인기 지역은.“강남의 인기가 가장 높다. 정보통신(IT) 기업이 많고, 창업 지원 인프라가 많으며, 좋은 인력을 수급하기 수월하다. 강남은 100평 이상 규모는 공실이 없다. 강남에서 원하는 지역, 빌딩으로 들어가려면 공유오피스를 쓸 수밖에 없다. 사무실 규모로는 도심이 가장 넓고, 강남·판교·여의도 순이다. 성수동은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업 이미지, 오래된 건물을 꾸미는 창작 활동, 동대문과의 인접성, 강남으로의 진출 용이성 등으로 하이테크 및 패션 회사 입주 수요가 많다.”사무 공간은 가격과 지역·건물 외관·내부구조·경영자의 취향 등 크게 다섯 가지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IT 기업은 인재를 채용하기 좋은 강남에, 핀테크 기업은 금융당국과 호흡하기 좋은 여의도를 선호한다. 과거 광화문·을지로 등 도심이 비쌌는데, 최근에는 강남 공실이 적어지고 임차조건이 좋아져 가격이 역전됐다.최근 사무용 부동산 경기는 괜찮나.“좋은 편이다. 상업용 중 소매 판매점은 온라인 시장 성장 등으로 상황이 악화했지만, 사무용은 지난 3년간 굉장히 좋았다. 공실을 공유오피스가 흡수했고, 신산업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 오피스 수요가 늘고 있다. 기존 대기업들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신규 오피스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자금난을 겪은 적이 있나.“2016년에 지방으로 시장을 넓히는 한편 대기업 마케팅 비용이 늘어 고생한 바 있다. 부동산 임대는 만기가 2~3년으로 길어 자금 순환에 시차가 발생하는데, 대기업 유치가 잘 되지 않았다. 이를 극복한 묘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버티자는 심정으로 기다린 결과 대기업 영업의 숨통이 틔었다.” ━ “매매·인테리어·리모델링 등 신규 사업으로 확장” 프롭테크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동산 물건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와 온라인화다. 이를 통해 수요·공급 간 비대칭을 줄이고, 정보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 데이터의 유무가 기업 가치를 가르기도 한다.주로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하나.“임대차 중개인과 건물주 연락처를 10만 개가량 확보하고 있다. 건물 정보는 엘리베이터 수, 공실 등 40여 항목을 담고 있다. 중요한 데이터는 모두 오프라인에 숨어 있다. 예컨대 화장실 크기와 변기 개수는 여직원 비율이 높은 회사의 고려사항이고, 엘리베이터 수는 출·퇴근과 식사 시간에 영향을 준다.”비즈니스 모델이 IT와는 거리가 있지 않나.“창업자 중에 개발자 출신이 없는데, 6년 전 IT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가 모두 꼬여 전화와 주소가 모두 틀린 일이 발생했다. 이에 2만여 개의 빌딩에 모두 전화해 이를 재정비하느라 힘들었다. 당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알스퀘어를 모방한 서비스가 많이 나왔지만, IT 및 관리기반 시스템이 없어 모두 실패했다.”사업 확장 계획은.“매매 사업을 시작했다. 또 건물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1970~80년대 지어진 건물 비중이 70~80%에 달해 리모델링 수요가 늘고 있다.”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나.“3년 내엔 계획이 없다. 현재 프라이빗 시장이 더 좋다. 투자 펀드의 만기가 많이 남아 내실을 더욱 단단하게 다질 것이다.”향후 계획은.“큰 회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지속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더 좋다. 알스퀘어 고객의 재이용률은 80%에 달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만족과 서비스 개선이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4.25 17:55

4분 소요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투자 망치는 인간의 집단본능

전문가 칼럼

과도한 낙관·비관론에 치우치기 일쑤... 역발상 혹은 역행 투자 필요 최근 한국 사회를 보면, 온통 편 가르기 천지인 듯하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편을 갈라 극심한 대립을 보인다. 대학 입시제도, 분양가 상한제, 일본과의 갈등, 대북 정책, 최저임금 인상 등 교육·부동산·대외정책·노동정책 각 분야에서 첨예한 의견 갈등이 나타난다. 이런 대립이 보수·진보의 이념적 차이의 결과이든, 자신이 처한 경제적 위치에 따른 정치적 판단의 결과이든, 혹은 지역 정치색에 따른 것이든 간에 지나치게 선명하고 날카롭다. 온라인상의 댓글에서는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의 기미마저 발견하게 된다. 집단 극단화란 ‘사람은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면 극단으로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의 공저자 캐스 R. 선스타인은 에서 집단 극대화가 사회적으로 무서운 이유로 극단화된 집단에 ‘어떤 권위적인 주체가 소속되어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거나,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맡기는 경우에는 대단히 좋지 않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례로 파시즘, 인종청소, 테러집단 등은 전형적인 집단 극단화의 추악함과 무자비함을 드러내는 것들이다.그런데 집단에 소속하고자 하는 인간 심성은 본능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집단에 충실했던 원시인들의 후손이다. 원시시대에 무리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곧 생명의 위협을 의미했다. 혼자로는 맹수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고, 마실 물을 찾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의 심성에는 집단이나 무리에 속해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새겨져 있다. 따돌림이나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무리에서 멀어진 원시인의 고통과 불안감에 다르지 않다. 폭력을 당하면서도 또래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청소년들의 태도는 고립의 고통이 더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다. ━ 집단 심성은 인간의 본성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집단본능이 역효과를 낳는 분야가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이다. 집단 내 어떤 믿음을 견고히 하는 촉매 중 하나가 ‘정보’이다. 인간은 타인의 의견에 반응하는 존재이다. 나와 같거나 비슷한 의견을 집단 내에서 제시하면, 금세 동조화가 일어난다. 더 나아가 강력한 유대감도 생겨난다.온라인상의 부동산이나 주식 커뮤니티를 보면, 그들이 서로 기대는 믿음이 얼마나 강고한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도 자신들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으면 부정한다. 더 심한 경우, 아전인수격으로 정보를 왜곡해 집단 내에 유통하기도 한다. 대개 강력한 상승장이나 폭락장에서 이런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집단본능은 투자자들을 낙관과 비관의 극단으로 내몰기도 한다. 낙관이나 비관의 감정은 기대감과 실망감 혹은 두려움을 의미한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가격 상승을 목도한 사람들에 의해 전염병처럼 확산된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이를 두고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이란 표현을 쓴다). 사회적 전염은 반대로도 작동한다.주식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이 급매로 처분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극도로 비관적인 전망으로 돌아선다. 주식이나 부동산의 내재가치와 상관없이 주위에 낙관 혹은 비관에 휩싸인 사람들의 행동 자체에 우리는 큰 영향을 받는다.집단본능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인물이 링컨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발탁했다. 바로 정치학자 도리스 굿윈이 이름 붙인 ‘라이벌의 팀(Team of Rivals)’이다. 정적이라도 과감하게 자신의 주위에 발탁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다양한 반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후 그가 내린 결정은 미국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또 ‘악마의 변호인’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란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는 존재를 말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투자대상이나 시장 흐름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일류 투자회사 중에는 확증이 강한 소수에 의해 투자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장일치제를 도입하거나 악마의 변호인을 두어 반론을 제기하도록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장치들은 집단 본능과 그것에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확증 편향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심리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스로를 고독에 빠뜨릴 수 있어야 한다. 다수가 가는 길은 피하고 소수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일종의 역발상 투자 혹은 역행 투자이다. 가령 투자 종목을 발굴할 때, 가장 핫(Hot) 곳은 피하고 반대로 업황이 어렵고 지지부진한 분야에서 1등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투자 고수가 아닌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벌기란 어려운 일이다.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자연스런 역행 투자를 하는 방법은 주기적인 리밸런싱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에 각각 50%씩 투자했다면, 일정 시점마다 바뀐 비율을 다시 50:50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투자처는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이자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비중을 재조정함으로써 오른 것은 팔고 떨어진 것을 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투자 전 조사·분석에 힘 쏟아야 평소 매수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가격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가격이 오른다는 이유로 추격 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가 좋으면 상관없지만 추격 매수는 주로 최고점에서 이뤄지는 게 다반사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사지 못한 것 자체가 두려움이 된다.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해서는 매매보다는 조사에 먼저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일 상가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관심 지역의 상권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해야 한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이다. 관심 지역을 자주 방문하고 중개업소와 사귀어 두어야 한다. 주식은 말할 것도 없다. 주식은 가격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라는 살아 있는 유기체를 사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조사가 없다면 그것은 투기에 다름 아니다. 간접투자인 펀드도 다른 사람들이 가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입해서는 곤란하다.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지, 펀드 규모는 어떠한지 등등을 조사해야 한다.미리 조사해 두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투자의 세계에서 이번 한번뿐인 경우란 없다. 일부 사이비 예언가들이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얘기한다면, 귀를 막아버리는 게 낫다. 만일 당신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남들에게 과연 떠벌리겠는가. 기회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게 더 문제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2019.09.2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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