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6

[고란 코인도란] 델타 변이 유행, '비트코인 맷집' 지켜보자

증권 일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초 “비트코인ETF의 조기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남았다. 그 마음은 ‘역시나’로 귀결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스카이브릿지캐피탈의 비트코인ETF 신청 승인 심사기한을 8월 25일로 연기했다. 지난달에도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신청한 비트코인ETF 심사가 미뤄진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3만2000~3만5000달러 박스권에 갇혀있다. 기댈만한 모멘텀이 비트코인ETF 출시인데, 올해 안은 어렵지 싶다. 당분간 답답한 흐름은 이어질 것 같다. ━ 국내에선 무슨 일이?=은행연합회 “코인수 많으면 감점” 은행연합회가 지난 8일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을 공개했다. 은행들이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줄지 말지를 심사할 때 참고하라는 가이드라인이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기준을 요구했지만, 당국은 “은행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미뤘다. 뭐라도 있어야겠기에 연합회 차원에서 지난 4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은행에 배포했다. 거래소들이 그간 가이드라인 공개를 요구했지만, 연합회는 이를 거부했다. 두 달 넘게 지나, 이제야 내놨다.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다만, 이번에도 주요 내용만 공개하고 세부 사항은 여전히 비밀에 부쳤다. 가이드라인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취급 코인의 위험도 평가 관련이다. 위험도 평가는 ▲고위험 국적 고객 거래, ▲코인 신용도, ▲취급 암호화폐 종류, ▲낮은 신용도 코인 거래량, ▲거래소의 자기자본비율 등 항목으로 이뤄진다. 코인 신용도는 암호화폐 정보 플랫폼 쟁글에서 책정한 종목별 신용점수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거래소에 65점 미만인 코인의 거래량이 많다면 은행들은 거래소에 낮은 점수를 매긴다. 다른 분야의 점수도 합쳐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은행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는다. 그런데 코인의 신용등급이 자금세탁과 관련이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코인 신용점수는 투자자 보호와 관련이 있지, 자금세탁과는 연관성이 적다. 평가는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의 권고에 따라 본질적 목적에 맞게 이뤄져야 하는데도 연합회가 과한 기준을 내놨다. 거래소에서 사고가 생길 경우 은행도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고의가 아닌 경우엔 면책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자금세탁 문제가 엮이면 은행은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과하게 평가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 은행이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 실명계좌를 받을 수 있고, 실명계좌를 받아야 거래소 사업을 계속 할 수 있다. 9월 24일까지다. 거래소는 ‘살기 위한’ 대비에 한창이다. 여러 거래소의 잇단 코인 상장폐지가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빗썸은 해외 거주 외국인에 대한 회원가입을 제한했다. 또 FATF가 추가로 지정한 필리핀ㆍ몰타ㆍ아이티ㆍ남수단 등 자금세탁(AML) 미이행 및 비협조 국가 거주자에 대한 거래도 차단했다. 다만,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시절이건만 빗썸은 최근 악재를 만났다. 실소유주인 빗썸홀딩스 이모 전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빗썸 지분 매도 과정에서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 달러(약 1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회사 경영과 관련없는 인물이며, 특금법 시행 이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찜찜하다. ━ 해외에선 무슨 일이?=규제의 칼날을 벼리다 규제 바람이 글로벌하게 불고 있다. 진원지 중국은 여전히 강경하다. 6일 인민은행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다시 강조하지만, 관할 내 업체들은 암호화폐 관련 영업장 운영, 비즈니스 활동, 홍보 및 광고,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총리는 국무원 정책 브리핑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민간 디지털화폐는 금융 안보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 본사 위치가 비밀에 쌓인 바이낸스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지난달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경고를 시작으로 캐나다, 태국, 케이맨 제도, 일본, 폴란드 등의 규제기관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낸스 등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가 9월 24일까지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 불법이 된다. 은행들은 거래를 끊고 있다. 영국 대형은행 바클레이는 5일 바이낸스에 대한 모든 신용카드ㆍ직불카드 결제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주요 결제 네트워크인 단일유로지급결제구역(SEPA)에 있는 은행을 통한 입금도 7일부터 중단됐다. 유럽 대형은행 산탄데르UK 또한 바이낸스에 대한 결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바이낸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통화감독청(OCC) 총재를 지낸 인사를 바이낸스US CEO로 영입한 것처럼, 영국 규제기관이나 정부 부처에서 근무한 경력자를 영입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암호화폐에 관한 강도 높은 규제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규제안은 암호화폐 사업자가 암호화폐 송금인 및 수신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것과 각국 기관으로 구성된 새로운 자금세탁기구(AMLA)를 출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국에서도 암호화폐 감독과 관련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연방 상원의원은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암호화폐 산업을 통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규제는 규제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기업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이 끊이질 않는다. 비자(VISA)의 암호화폐 파트너십은 4개월간 43%가 늘어 50곳이 됐다. 50개 암호화폐 회사들이 비자와 함께 직불ㆍ신용카드를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이라는 의미다. 550억 달러(약 62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런던 기반 대형 헤지펀드 ‘먀샬웨이스’는 암호화폐 섹터 투자를 시작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암호화폐 리서치 전담팀을 꾸렸다. 코인베이스에 이어 상장을 준비하는 암호화폐 기업도 있다. 스테이블코인(USDC)을 발행하는 핀테크 기업 서클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 중이다. USDC는 시가총액이 259억 달러에 이르는, USDT 다음으로 규모가 큰 스테이블코인이다. ━ 위클리 코인=액시인피니티(AXS), NFT 테마로 훨훨 ‘박스비(박스권에 갇힌 비트코인)’ 행보에도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는 코인이 있다. NFT(대체불가토큰)와 관련된 코인이다. NFT는 복제 가능한 디지털 자산에 고유성을 부여한다. 상반기 NFT 판매량은 25억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최고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 NFT 판매량은 1370만 달러에 그쳤다. 한 주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코인은 액시인피니티(AXS)다. 디지털 세상에서 팻(애완동물)을 양육하면서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이다. 게임으로 번 돈이 월급에 맞먹을 정도로 쏠쏠해 동남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 게임의 개발사 ‘스카이 마비스’는 베트남 스타트업이다. 디앱(Dapp) 정보 제공 서비스 플랫폼 댑레이더에 따르면, 액시의 거래량(9일 오전 11시 기준 24시간)은 2363만 달러로 NFT 가운데 압도적 1위다. 2위 거래량은 100만 달러에도 못미친다. 게임 참가 인원은 2만명을 웃돈다. 인기 덕분에 8일 액시의 랜드(토지) 중 하나인 제네시스 플롯은 300ETH(약 652000달러)에 판매됐다. 액시가 잘나가는 배경에는 홍콩 NFT 게임 개발 스타트업 애니모카가 있다. 최근 총 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5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에는 삼성벤처투자와 마윈 창업주의 개인자산을 관리하는 블루풀캐피털, 코인베이스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애니모카는 앞서 2019년 11월 자사 주식과 현금을 대가로 약 61만 달러 상당의 스카이 마비스 주식을 인수했다. 액시를 비롯해 샌드박스ㆍ디센트럴랜드ㆍ플로우 등 NFT 코인이 주중반까지 일제히 강세를 나타내다 8일부터 상승세가 꺾였다. 시장이 NFT 테마를 유망하다고 보지만,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은 부담이다. ━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델타 변이 유행, 비트코인 버틸 수 있을까 7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과 규모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다만, 직전 회의에 비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연준 내에서도 높아졌다. 13일 발표 예정인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해야 한다. 시장은 6월 CPI가 기저효과 약화 등의 요인으로 5월 대비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일에는 미국 6월 베이지북이 공개된다. 베이지북은 연준이 매년 8차례 발표하는 미국 경제동향보고서다. 생산과 소비, 물가, 노동시장 상황 등 경기 지표가 담긴다. 연준이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기초자료로 쓰인다. 연준의 경기 판단을 가늠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델타 변이 유행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자산시장 전반에 충격이 올 텐데, 비트코인은 얼마나 맷집 있게 버틸 수 있을지 가늠이 어렵다. 예정대로라면 SEC는 위즈덤트리 비트코인ETF에 대한 승인 여부를 14일까지 결정해야 하지만, 이번에도 SEC가 결정을 미룰 듯싶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2021.07.11 10:00

6분 소요
[올 상반기 기업 신용등급 분석해 보니] 철강·유통·자동차 구분없이 하락 사이클

자동차

부도기업 5곳, 하향기업 44곳으로 전년보다 늘어… 회사채 투자 옥석가리기 필요 국내 유일의 태양광 잉곳 웨이퍼 제조사인 웅진에너지는 지난 5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등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영업손실 560억원, 당기순손실 1118억원으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017년 대비 31%가량 줄었다.웅진에너지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지주사인 ㈜웅진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웅진에너지를 포함해 티씨티·에프티이앤이·지투하이소닉·트레이스 등 5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부도기업은 ‘0’곳이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수출 악화에다 내수 부진까지 겹쳐 기업 실적과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탓”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한기평)·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올 상반기 기업 신용등급(장기 등급 기준)을 낮춘 곳은 44곳(중복 포함), 상향 조정한 기업은 30곳이다.박세영 나이스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글로벌 수급 환경 악화와 국내 내수 경기 저하,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실적 저하로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하락 기업은 두산그룹과 롯데그룹 계열사다. 한기평과 나이스는 두산(A- → BBB+), 두산중공업(BBB+ → BBB)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3곳의 등급을 내렸다. 정혁진 한신평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지난해 두산건설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두산그룹의 재무부담이 가중됐고, 두산중공업은 수주 부진 속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롯데쇼핑(AA+ → AA), 롯데푸드(AA+ → AA), 롯데제과(AA+ → AA) 등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송태준 한기평 평가기준실 실장은 강등 이유에 대해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설립 과정에서 다수의 계열사가 상호연대보증을 하고 있다”며 “백화점과 할인점의 실적 둔화로 롯데쇼핑의 등급이 하락하면서 다른 롯데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 두산·롯데그룹 등급 하향 줄이어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기업은 아주캐피탈(A → A+), GS건설(A- →A), 태영건설(A- → A), 금호석유화학(A- → A) 등으로 건설, 금융, 자동차부품 회사들이다. 박세형 나이스 연구위원은 “몇년간 업황 호조를 바탕으로 원활한 잉여자금 창출이 이어지면서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제품 생산이 확대되고 합성수지 수요가 늘어 실적이 개선됐다.신평사는 기업의 신용등급을 AAA~D 단계로 구분한 후, 평가 회사에 따라 등급에 플러스(+)·마이너스(-) 부호나 숫자(1~3)를 붙여 등급 내에서 우열을 매긴다. 일반적으로 ‘BB+’ 등급 이하 채권을 투기등급으로 구분한다. 신평사가 매기는 등급에 따라 자금조달 금리(비용)가 결정되는 회사채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에는 등급 하향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철강·조선 등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자동차·음식료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떨어지고 있다.대규모 투자 등으로 자체 펀더멘털 약화로 신용도가 저하된 기업도 있다. 1조원 이상을 투자한 인천 카지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실적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나이스와 한신평은 파라다이스(AA- → A+), 파라다이스글로벌(A+ → A)로 신용등급을 낮췄다. 사업위험이 확대된 현대로템과 삼화페인트공업 등도 한 단계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신용평사가들은 당분간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기업이 올라가는 기업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혁진 한신평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자동차, 음식료, 유통, 생명보험 등의 업종이 신용도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이 고시된 기업들은 추가로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붙으면 일반적으로 3~6개월 후 실제 등급 강등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한기평과 나이스는 CJ제일제당과 CJ CGV, 현대차그룹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외 사업 확장투자 및 인수합병(M&A) 지속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사업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익창출력 저하와 주요 글로벌 시장 판매 회복 지연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등으로 그룹의 핵심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 미달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큰 기업도 있다. 한신평과 한기평은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 하나F&I의 신용등급을 상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대림산업은 올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측면에서는 개선세를 보이며 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포스코는 4년간의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수익성, 재무 개선이 이뤄지면서 신용등급(AA+)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나이스는 엔씨소프트, 한화투자증권, DGB캐피탈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많다 보니 투자자들도 회사채 투자에서의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 3대 신평사의 하반기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은 79개사(중복 포함)다. 긍정적인 기업은 47개사다. 때문에 회사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송태준 한기평 전문위원은 “내수 부진,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비우호적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등급전망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이미 시장에서는 회사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인 대한항공은 지난 7월 19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모집에서 640억원어치를 채우는 데 그쳤다. AJ네트웍스(신용등급 BBB+)도 600억원 모집에 630억원의 자금이 들어와 간신히 물량을 채웠다. 앞으로 시장에서 신용도 저하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량채에 투심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2019.07.27 16:41

4분 소요
알리바바와 4만 명의 도적

의료

세계 최대 온라인 오픈마켓 타오바오는 ‘짝퉁’ 천국이다. 유명 브랜드나 중국 정부, 미국의 압력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 아시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업가 마윈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모조품과 가짜를 몰아낸다면 알리바바 제국이 흔들릴 수 있다.미리 경고해 둔다. 세계 최대 온라인 오픈마켓을 손에 쥐고 포브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World’s most powerful people)’ 22위를 차지한 마윈(영문명 Jack Ma, 51) 알리바바 회장은 변호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2000억 달러 제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호사는 특히 더 싫어한다. ‘잘 나가는’ 뉴욕 변호사들이 구찌와 입생로랑 등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 회사 케링(Kering)을 대신해 상표권 침해와 모조품 유통으로 알리바바를 고소한 이야기가 거론되자 어느 때보다 말라 보이는 마윈은 항저우 사무실 소파에서 점프하듯 몸을 일으키며 “합의는 없다”고 외쳤다.“(차라리) 소송에서 지겠다. 그리고 돈을 내겠다”고 마윈은 말했다. “대신 우리의 존엄성을 지키고 존중을 받겠다.”여기서 존중을 받겠다는 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장터 타오바오(Taobao)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소상공인 수십만 명의 존중을 뜻하는 거다. 이베이 거래량의 5배나 되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지난해 거래액 3940억 달러 돌파)의 판매업자들은 마윈의 생명선과도 같다. 반대로 판매업자 입장에서 마윈은 중산층을 향한 길을 열어 준 자본주의 영웅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계약의 중심에는 누구도 대놓고 인정하지 못한 진실이 있다. 알리바바라는 엄청난 거함이 상당 부분 불법 ‘짝퉁’ 거래를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모조품 거래의 규모는 엄청나다. 타오바오에서는 핸드백, 자동차 부품, 스포츠 의류부터 보석까지 짝퉁으로 의심되는 제품 수백만 개가 판매된다. 진품 브랜드가 온라인 모조품을 퇴치하도록 돕는 넷네임즈(NetNames)는 브랜드 기업들이 타오바오 판매 제품의 최대 80%를 모조품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스니커즈 브랜드 뉴발란스(New Balance)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총괄을 담당하는 댄 맥키논도 맞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보스턴에 기반을 둔 뉴발란스는 타오바오의 어떤 판매자도 공식 판매업체로 승인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타오바오에서 뉴발란스라 주장하며 판매되는 제품의 80% 이상은 짝퉁이거나 짝퉁이 의심되는 제품이라고 맥키논은 믿는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에서 250억 달러를 모집하며 사상 최대 IPO를 진행했다. 알리바바 매출은 지난 회계연도 2년간 2배 이상 증가하며 123억 달러를 기록했고, 순수익은 거의 3배 증가하며 39억 달러를 기록했다. 마윈의 개인자산은 무려 218억 달러에 달한다.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만약 알리바바가 쇼핑몰에서 모조품을 모조리 없앤다면 어떻게 될까? 맥카너&잉글리쉬의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 할리 르윈은 이렇게 말했다. “파산할 거다.”마윈은 그런 결과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거인에서 글로벌 쇼핑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소비자들과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마윈은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모터의 북미지부 브랜드 총괄 매니저 윌리엄 포사이드는 말했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오픈마켓으로 성장하려면 국제 상표권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결국 마윈이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다. 판매 브랜드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켜주고 기업가로 존중받기 위해 짝퉁을 몰아내되, 자신의 밥그릇이 되어주는 소상공인이 굶어 죽지 않도록 강도를 조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윈과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그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쏠리는지 분명해졌다. 중국 제2위 재벌인 그는 벨트나 액세서리를 수천 달러에 판매하는 명품 브랜드의 판매 전략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구찌든 뭐든 아무리 브랜드라도 가방 하나를 그렇게 비싸게 판다고? 말도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명품 브랜드 업체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들의 사업모델 또한 문제가 있다.” ━ 중국의 경제발전과 얽혀 있는 마윈 마윈의 성장은 중국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 있다. 영어 교사였던 그는 1999년 중국 동부의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함께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2003년, 그는 타오바오를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보물찾기’란 뜻을 가진 타오바오 또한 중국 최고의 인터넷 쇼핑몰로 성장했다. 마윈은 원래 공산주의 중국에서 기업인으로 성공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정치적 끈도 없었고 엘리트 교육을 받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행운이 따랐다. 하위 관료로 근무하면서 만리장성 여행 가이드를 맡게 됐는데, 야후의 공동창업자 제리 양과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다. 제리 양은 결국 알리바바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골드만삭스 또한 마찬가지다. 마윈은 중국 정부를 다루는 데에도 능숙한 수완을 보여줬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정부가 민간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마윈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과 영국 방문길을 함께 하기도 했다.‘짝퉁 천국’이라는 비난은 처음부터 알리바바와 타오바오를 끈덕지게 따라붙었다. 그동안 마윈은 계속해서 강경한 조처를 취해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쇼핑몰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 브랜드의 항의 또한 거세졌고, 결국 2008년 미 무역대표부는 타오바오를 바이두, 프라이빗베이와 나란히 ‘악명 높은 시장(Notorious Markets)’에 포함시켰다.마윈은 짝퉁 문제를 중국 경제 성장의 어쩔 수 없는 부산물로 본다. 잠자던 거인이 깨어나면서 전국 곳곳의 논밭에 온갖 종류의 소비재를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섰다.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관심과 빨리 부자가 되려는 중국 대중의 열망이 더해지면서 중국은 짝퉁 스니커즈부터 가짜 처방 약, 할리우드 영화 해적판까지 온갖 모조품의 피난처가 됐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2014년 회계연도에 미국이 통관 절차에서 압수한 모조품의 88%는 중국 및 홍콩에서 들어온 제품이었다. 금액만 해도 11억 달러에 달한다.알리바바는 2011년 초 거대한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있다. 알리바바의 영업직원 100명이 알면서도 사기 판매 업자를 내세웠고, 업자들은 노트북이나 평면 모니터 등 인기가 높은 소비자 가전의 주문과 결제를 진행한 후 물건을 배달하지 않았다. 사기꾼들이 챙겨간 돈은 200만 달러 정도였지만 스캔들에 가담한 업체는 무려 2300여 개였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어떤 대가도 마다치 않는 문화가 생겨날 수 있었다”고 당시 사건 조사를 진행했던 사비오 콴은 말했다. 당시 데이비드 웨이 알리바바닷컴 CEO와 엘비스 리 COO는 어떤 혐의도 받지 않았지만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같은 해 알리바바는 모조품 판매업자 상당수를 퇴출했다. ━ “ 타오바오는 최대의 짝퉁 플랫폼” 이를 인정한 미 무역대표부는 2012년 악명 높은 시장 명단에서 타오바오를 뺐다. 하지만 서구의 브랜드 다수가 보기에 알리바바의 노력은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2014년 케링이 상표권 침해와 모조품 유통으로 알리바바를 첫 고소했지만, 알리바바는 케링을 만나 합의안과 모조품 퇴치 전략을 논의했고 이후 케링은 고소를 취하했다. 그런데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회담은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 케링은 알리바바를 다시 고소했다. 지난 10월 전 세계 온라인 쇼핑몰 조사에서 미국의 유명 브랜드사를 포함해 익명의 브랜드 25개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TWG(Trademark Working Group)는 타오바오를 아직도 ‘최대의 모조품 판매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중국 모조품으로 피해를 본 브랜드가 회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전미의류신발협회는 ‘악명 높은 시장’ 명단에 타오바오를 다시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이쯤 되자 모조품 유통을 못 본 체하던 중국 정부도 마윈에게 문제 해결을 하라고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월 시장 규제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은 타오바오에서 이들이 직접 조사한 제품 중 진품은 37%밖에 없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리고 알리바바 경영진과 함께한 2014년 회의에서 알리바바의 짝퉁 퇴치 노력 부족과 사업 방식을 비난하는 기록을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알리바바는 해당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투자자와의 수익 결산 회의에서 조 차이(Jae Tsai) 부회장은 제품 조사에 “결함이 있으며 객관적이지 않은 기준을 차용했다”라며 맹비난했다. 결국 정부는 보고서를 웹사이트에서 내렸다. 일단은 알리바바의 승리라고 할 수 있지만, 결국 알리바바도 모조품 퇴치를 위해 공상총국과 협조하는 데 동의했다. ━ 짝퉁 잡기 위한 세계 최대의 작전팀 꾸려 1만6000명의 직원이 다니는 알리바바의 본사는 항저우시 외곽에 있다. 본사 건물에 위치한 작전실 ‘워룸’은 마윈의 사무실에서 3층 아래에 있다. 워룸에 가면 중국 전역의 지도를 보여주는 대형 평판 스크린을 볼 수 있다. 1~2초마다 지도의 곳곳에서 불이 깜박거린다. 바로 모조품 유통을 잡아내기 위한 세계 최대의 작전팀이다. 무려 2000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알리바바 정직원이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이를 위해 총 1억6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말보다 행동을 기준으로 마윈의 의지를 평가한다면, 시작점은 바로 이곳이다. “모조품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마윈은 말했다.마윈의 ‘국방부 장관’은 바로 20년간 중국 공안에서 근무한 베테랑 수사관 폴로 샤오다. 그는 알리바바가 짝퉁 판매 감별에 사용하는 컴퓨터 스크린의 빅데이터를 자랑하듯 보여줬다. 저렴한 가격과 저질 사진, 제품 설명 등의 특징에 따라 의심이 가는 거래가 있으면 지도에서 불빛이 깜박인다. 그러면 거래 중지 결정을 내리기 전 면밀한 조사를 하게 된다. 컴퓨터는 타오바오에서 거래가 정지된 모조품의 수를 집계해서 보여줬다. 그날 하루만 수만 개가 넘었다. 판매업자가 사이트에 올린 사진과 진짜 브랜드의 공식 사진을 비교하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샤오는 알리바바가 지난 한 해에만 타오바오에서 1억 개의 위반 제품을 거래 중지시켰다고 주장했다. 2010년의 1400만 개보다 많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90%는 명품 브랜드가 아닌 알리바바 작전팀이 발견한 것이다. 물론, 이는 2014년 기준 민원의 92%를 접수 12시간 이내 처리했던 이베이에 비하면 발끝에도 못 미친다. “우리는 파트너들을 향해 열려 있다”고 마윈은 말했다. “우리는 모조품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에 나선 군대다. (브랜드들은) 군인을 죽여 없애는 대신 우리와 손을 잡아야 한다.”뉴발란스 역시 ‘선의’ 프로그램에 가입한 이후 훨씬 효율적으로 의심 제품의 거래를 중지시킬 수 있게 됐다고 댄 맥키논은 말했다. 그 결과 판매업체 수천 개가 영업 정지됐다. 그러나 그는 이를 두고 “새 발의 피”라고 했다. 타오바오에서는 어느 때고 모조품, 혹은 모조품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판매 글이 평균 13만 건이나 게시된다고 맥키논은 주장했다. 닛산의 윌리엄 포사이드는 그리 감명을 받지 않은 눈치다. 그는 안전 문제를 내세워 모조품 척결에 나섰다.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모조부품이 소비자 안전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고 왼손으로 돈을 센다”고 포사이드는 말했다.알리바바가 다루어야 할 유권자는 브랜드 기업, 판매업자, 그리고 최종소비자다. “모조품 1개가 판매되면 고객 5명이 떨어져 나간다”고 마윈은 말했다. “이를 통제하지 못할수록 많은 고객을 잃게 된다.” ━ 모조품 판매상들에겐 너무 허술한 시스템 이들을 눈에 띄는 방식으로 보호하기 위해 타오바오는 처벌 집행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기 행위 발견을 위한 첨단 소프트웨어와 2000명의 감시 눈길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의 ‘두더지 잡기’ 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매일 10만 개의 판매업체가 타오바오에 문을 연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판매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행동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샤오는 말했다. “우리는 절대 완벽하지 않다”고 샤오는 인정했다. 그래서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세상으로 싸움을 확대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알리바바는 위조품 제조 및 유통업자 추적을 돕기 위해 중국 공안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알리바바 본사에는 항상 경찰관 2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공안 당국은 알리바바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조품 생산 및 유통 출처를 파악하는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알리바바는 수년 전부터 유명 브랜드들이 판매 사이트 폐쇄를 신청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놨다. 7월에는 해외 브랜드를 위한 영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전에는 영어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4월부터는 짝퉁 판매를 정확하게 잡아낸 브랜드들을 ‘선의’ 프로그램에 포함해 판매 중단 요청을 훨씬 빠르고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알리바바는 ‘선의 프로그램’ 도입으로 판매 중단까지 걸리는 시간을 3~5일에서 1~3일로 단축했다고 말했다.판매업자가 규범을 위반할 경우 스트라이크와 벌점을 준다. 3~4번의 스트라이크가 선포되면 알리바바는 해당 판매자를 퇴출한다. 그러나 시스템이 혼란스럽다 보니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스트라이크를 받은 판매자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많다. 예를 들어, 1년에 너무 많은 벌점을 받지만 않으면 특정 시간이 지난 후 판매자의 벌점 기록은 말끔히 사라진다. 영업 금지를 당한 판매자라도 다른 이름으로 재등록하면 언제든 판매를 재개할 수 있다.알리바바 플랫폼에서 모조품을 판매하는 중국 판매상들은 알리바바가 좀 더 강경해졌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영업을 아예 하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지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여전히 면책권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를 누리면서 불법 제품을 판매한다. 판매자 중 하나인 S.자이(Zhai, 30)는 타오바오에서 프라다나 펜디, 발렌시아가의 짝퉁 가방과 의류를 판매하는 쇼핑몰을 2개나 운영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그녀가 판매하는 제품은 명품 브랜드의 중국 생산공장에서 빼 온 것이다. 브랜드 생산공장의 품질 관리 담당자가 평가기준 미달 제품과 핸드백을 탈락시키면 이들 제품은 뒷문을 통해 자이에게 전달된다. 다른 경우, 명품 생산공장에서 쓰다 남은 섬유나 가죽 등의 재료를 골라서 공식 생산공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 진품과 다름없는 모조품을 만들어낸다. 자이는 이런 제품을 타오바오에서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매출은 아주 좋았다. 반응이 좋은 날은 하루에 1만1000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자이가 판매하는 모조품은 쉽게 눈에 띈다. 브랜드 로고나 모양이 진품과 완전 똑같은데 진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게다가 자이는 타오바오 쇼핑몰 페이지에 정품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명기한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자이의 영업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2010년 자이가 판매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이의 협력업체 중 한 곳이 규제당국에 발각됐고 알리바바는 자이의 첫 매장을 퇴출시켰다. 그러나 수개월 후, 자이는 같은 등록자명 및 가게 이름을 내걸고 영업을 재개했다. 알리바바 직원들에게 비싼 저녁과 선물을 사주자 알리바바는 영업 금지를 풀어줬고, 자이는 이전과 똑같은 모조품을 바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 대변인은 회사가 “알리바바 직원의 사기 가담 행위를 절대 용서하지 않는” 정책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금지를 당한 기록이 있었지만, 쇼핑몰 홍보를 해주겠다는 알리바바 영업직원의 제의를 받기도 했다고 자이는 말했다.구찌와 닛산, 그리고 수백만 명의 고객 관점에서 자이는 모조품을 판매하는 사기범이다. 그러나 마윈은 수백만 명의 중국 빈곤계층이 자기 사업을 통해 생활을 개선하도록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타오바오에서 판매자로 나선 서민 소상공업자들이 아직 가난한 중국에서 돈을 벌도록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렇게 되면 지적재산권을 수호하는 일이 부차적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뭐 어쩔 수 없다. “흑백으로 분명히 나뉘지 않는다”고 마윈은 말했다. “아무렇지 않게 ‘저기 문 닫아버려’라고 하면 판매자에게는 불공정한 처사다. 우리는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소상공인도 보호해야 한다. 모든 사람과 이들의 권리를 살펴야 한다.”‘인민 먼저 구제하자’는 태도는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알리바바의 서류에도 녹아있다. 2014년 IPO를 위해 제출한 기업 문서에서 알리바바는 “모조품 및 사기 활동을 용인하지 않는 ‘불관용’ 정책을 유지한다”고 적은 후, 바로 다음 문장에 “우리 플랫폼에서 영업을 하는 다수 판매업자의 생계가 바로 우리에게 달려있기 때문에(브랜드 업체에서) 민원을 제기했다 해서 ‘일단 처벌하고 질문은 나중에 한다’는 태도는 지양한다”고 적었다. ━ “유명 브랜드도 소상공인도 보호해야” 딜레마 브랜드 기업이 아무리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고 해도 억지로 팔을 비틀어 맹세를 받아내기에 마윈은 너무 거물이다. 영향력과 돈을 가졌고, 너무 많은 사람에게 그가 필요하다. 타오바오에서 수백만 명의 고객이 속아서 물건을 살지라도, 엄밀히 따져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국가에서 저렴하게 럭셔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혜택을 보는 사람 역시 수백만 명에 달한다. 마윈 입장에서 대내적으로 가장 쉬운 길은 현 상태 유지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이 사안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줘야 신중한 대응이 될 것이다. 조화로운 중용의 해결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전통적 정치 원칙과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업의 이해관계가 들어간다는 점뿐이다.‘열려라 참깨’를 외쳤던 알리바바의 운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 속 알리바바도 도둑 무리를 만나 어려움을 겪었다. 탐욕스러운 형제, 충성스러운 노예, 화가 난 도둑 등, 다양한 상대와 갈등을 조율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 황금을 손에 넣은 자는 누군가? 바로 알리바바다.- MICHAEL SCHUMA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5.11.25 09:00

11분 소요
프랑스의 또 다른 고질병

산업 일반

사회 전반에 퍼진 불신 풍조가 개혁의 걸림돌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1944년 발표한 희곡 ‘출구가 없다’에서 ‘타인이 지옥’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인들은 이 말에 확실히 공감하는 듯하다. 프랑스 경제학자 얀 알강과 피에르 캬윅은 신저 ‘불신의 사회(The Society of Distrust)’에서 프랑스인들은 다른 어느 선진국 국민보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고 썼다. 이들이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뇌물수수나 장물(贓物) 구입, 또는 자격 미달로 국가보조금을 수령하는 일 등을 쉽사리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또 사법부와 의회, 노조 등 권력이 막강한 기관을 불신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프랑스인 중 ‘타인을 신뢰하는’ 사람은 전체의 21%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 26개국 중 24위다. 프랑스인들보다 더 남을 못 믿는 국민은 포르투갈과 터키 사람들뿐이다. 알강과 캬윅은 이런 불신이 고용과 개인 경제를 비롯해 삶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저서에서 “프랑스의 신뢰 결핍증이 적응과 개혁, 그리고 혁신의 능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불신은 경쟁을 두려워하는 심리로 이어지고, 경쟁에서 보호받으려는 국민의 요구로 법은 갈수록 복잡해져 간다. 저자들은 프랑스인들이 스웨덴 사람들만큼 타인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다면(스웨덴은 조사 대상국 중 타인 신뢰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현재 8%인 실업률이 3%포인트 떨어지리라고 추측했다. 또 프랑스 경제가 5% 성장하고, 각 개인의 재산이 1500유로씩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가 원래 이러지는 않았다. 알강과 캬윅은 제2차 세계대전과 전후 시회복지제도의 성립이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전후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타인 경계심이 관료체제로 발전했고, 거기서 더 큰 불신이 자라났다. 프랑스는 조합주의적이고(직업과 지위 등의 평가기준에 근거해 특권이 분배된다), 국가통제적인(국가가 기업의 규제와 보상에 개입한다) 복지국가다. 어떤 일이든 성사시키려면 특혜를 주는 관료들과 불투명한 협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타인 불신은 프랑스인들의 정신에 깊이 뿌리 박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자신의 이웃을 경계하고, 평등한 대우를 보장할 만한 법규를 선호하게 됐다. 하지만 법규가 지닌 자체적 결점 때문에 불신은 한층 더 커졌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종업원을 해고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해고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회사들이 고용을 꺼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용주의 눈에는 모든 입사지원자가 장차 회사에 불이익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따라서 종업원 고용은 극도로 주의가 필요한 일이 됐다. 세입자 보호법 역시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집세를 밀린 세입자를 내쫓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집주인들의 세입자 고르는 눈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렇다 보니 파리의 경우 주택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공실률이 10%나 된다. 불신 풍조는 막강한 노조까지 이어진다. 노조는 후한 국가보조금을 받을 뿐 아니라 연금과 보험 기금 관리로 큰돈을 벌어들이지만 재무기록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프랑스 근로자 중 노조원은 8%에 불과하지만 노조는 원하기만 하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만큼 힘이 막강하다. 부패 혐의가 노조의 신뢰도를 한층 더 깎아내린다. 노조 지도자들과 개혁 회담을 이끌던 야금산업 노조의 드니 고티에-소바냑 대표가 10월 들어 회담에서 물러났다. 노조 은행계좌에서 총 1700만 유로를 인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한 후의 일이다. 그는 그 돈을 횡령하지 않았으며 ‘관계 완화’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알강과 캬윅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프랑스인 25%가 ‘노조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문화 속에서 불신을 타파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듯하다. 현재 그는 지난 5월 취임 이후 최초로 총파업에 들어간 노조와 씨름한다. 지난주 노조는 일부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조기퇴직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프랑스 전역의 대중교통을 거의 마비시켰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조의 이런 행동은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BVA의 갸엘 슬리망은 “프랑스인들은 늘 대규모 파업을 강력히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 이유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개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미 불신이 가득 찬 프랑스에서 혁명으로 간주될 만한 일을 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개혁의 목표를 정확히 밝히고 그 과정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을 시인했다. 이런 솔직한 발언이 그에게 약간의 신뢰를 얻게 해준 듯하다.

2007.10.30 15:40

3분 소요
[財테크 강좌] 배우자 증여 3억원까지 비과세

산업 일반

증여세는 증여재산에서 각종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에 10~50%의 세율을 곱해 계산한다. K씨는 몇 년 전 임대사업에 사용하던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겪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평소 세금에 관심이 많아 꽤 박식하던 K씨는 자신이 직접 재산을 기준시가로 평가해 이에 따른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자신의 일처리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던 K씨에게 어느 날 세무서로부터 임대료를 환산한 금액이 기준시가보다 크기 때문에 증여세 신고가 적게 됐다며 연락이 왔다. 증여가액 계산은 시가가 원칙 한 번이라도 증여를 고려해 봤던 사람이라면 증여세가 얼마나 나올지 궁금했을 것이다. 증여세는 증여재산 가격에서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에 10∼50%의 증여세율을 곱해 계산하기 때문에 증여세의 규모는 거의 전적으로 증여재산의 가격에 의해 결정이 난다. 증여재산의 가액은 원칙적으로 증여일(등기접수일) 현재의 시가에 의한다. 그러나 증여의 경우 실제로 대가를 주고받지 않아 시가를 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시가로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가란 제삼자 간의 통상 거래가액을 말하는데, 증여일 전후 3월 이내에 매매·감정·경매가액 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이를 시가로 본다. 여기서 매매가액이란 증여일을 기준으로 전후 3개월 이내에 매매가액이 확정되는 매매계약일이 있는 경우 당해 거래가액을 말하며,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거래 등 그 가액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시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감정가액이란 증여일을 기준으로 전후 3개월 이내에 두곳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증여세 납부 목적에 적합하고, 평가기준일 현재 원형대로 재산을 평가한 감정가액의 평균액을 말하다. 이때 감정가액 평가서를 작성한 날을 기준으로 증여일 전후 3개월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다만 이러한 감정가액이 기준시가 등의 80%에 미달할 때는 세무서장이 다른 감정평가법인에 재감정을 의뢰할 수 있다. 감정가액을 적용할 때 유의할 사항이 있다. 세법에서는 두곳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의 감정이 있는 경우 이를 시가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법심판례와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에서 한개의 감정가액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액이라면 이를 시가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담부 증여를 위해 증여일 전 3월 이내에 대출을 위해 감정받는 경우 그 가액이 기준시가 등을 초과하면 이를 증여재산으로 보아 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매가액 등이란 당해 재산에 대한 보상가액 또는 공매가액을 말하며, 보상가액이 결정된 날을 기준으로 증여일 전후 3월 이내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다만, 상속·증여세 포괄주의가 도입돼 종전에는 당해 증여재산의 매매가액 등만 이를 시가로 봤던 것을 올해부터는 당해 재산과 면적·위치·용도가 유사한 재산의 매매가액 등도 시가로 볼 수 있도록 했다.또 내년부터는 증여일 전후 3개월 이외의 가액이라도 평가한 날과 증여일까지 가격 변동이 없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시가로 볼 수 있도록, 그리고 납세자가 신고한 감정가액이 부적정하다고 인정될 경우 기준시가 등의 80%를 초과하더라도 재감정할 수 있도록 세법이 개정됐다. 한편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적용하는 기준시가란 토지의 경우 개별공시지가, 건물의 경우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산정방법에 의해 신축가격·구조·용도·위치·신축 연도를 고려해 계산한 가액, 그리고 지정 지역 아파트의 경우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볼 수 있는 토지와 건물의 가액을 일괄해 산정·고시하는 가액을 말한다. 시가 산정 어려우면 기준시가 적용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있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재산의 경우에는 임대보증금과 1년간 임대료를 18%로 나눈 금액의 합계액이 위의 기준시가보다 큰 경우에는 당해 임대료환산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또한 저당권 또는 질권이 설정된 재산, 양도담보재산, 전세권이 등기된 재산(임대보증금을 받고 임대한 재산 포함)은 금액과 시가(이를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평가한 가액) 중 큰 금액을 증여재산의 가액으로 한다. 이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피담보채권액이나 부동산을 임대하는 경우 그 전세금이나 임대보증금 등은 통상 그 부동산의 실제가액 범위 내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부동산의 실제가액보다 많은 채무를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받아 세금을 포탈할 여지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2004.02.06 00:00

3분 소요
金대통령 취임사와 企業의 숙제

산업 일반

김대중 제15대 대통령의 취임사는 기업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똑같이 중시하되 대기업은 자율성을 보장하고 중소기업은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 둘째, 철저한 경쟁의 원리를 지켜갈 것이며 셋째, 세계에서 가장 품질좋고 가장 값싼 상품을 만들어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 넷째, 벤처기업은 새로운 세기의 꽃이며 이를 적극 육성할 것이고 다섯째,대기업과 합의한 5대 개혁, 즉 기업의 투명성, 상호지급보증의 금지, 건전한 재무구조로의 전환, 핵심기업의 설정과 중소기업에 대한 협력 그리고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성 확립은 반드시 관철될 것이다. 여섯째, 정부는 기업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자기개혁 노력도 엄격히 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대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요구를 통해 기업구조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대기업들이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문어발처럼 거느리지 않았던들”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현 경제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지목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따지고 보면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경영변수가 복잡해질수록 1인 경영체제의 위험은 따라서 커진다. 전문가에 의한 책임경영체제가 세계의 초일류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가족 지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주식소유 한도를 55%까지 활짝 열어 놓았다는 것은 지금까지 심지어는 1%에도 미달하는 주식만을 소유한 대기업 총수 개인에게 경영의 전권을 맡겨 놓았던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관행이 소유지분에 의한 기업지배권의 창출을 신봉하는 서구자본주의의 엄격한 규칙에 의해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기업관은 기업 자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주에 대해서는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기업에 대한 기업주들의 생각도 소위 ‘개인재산모형’이 압도적이다. 기업에 대한 지배권에 집착하고 이를 자식에게 세습시켜야 영생(永生)의 본능이 충족된다고 믿는 애니미즘적 사고도 많이 관찰된다. ‘트러스트(Trust)’의 저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에 따르면 저(低)신뢰사회인 한국에서 대규모의 기업집단이 출현했지만, 경영행태는 가족 중심 또는 마을(가족의 확대형)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대기업의 생존과 발전은 주인의 유무보다는 이들 대기업의 경영을 책임질 주인의식이 있고 유능한 인적자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능력이나 성과보다는 관계를 중시했던 것이 우리 사회의 인사관행이었지만 연고와 형식이 우선되는 인사가 계속되는 한 우리 기업, 우리사회, 우리 나라의 장래는 어둡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와 EVA(경제적 부가가치), EPS(주당 순이익), ROE(자기자본수익률)등 경영성과의 분명한 평가기준만이 우리 경영의 선진화를 기할 수 있는 길이다. 세계화된 경영환경하에서 표준화된 기술과 보편화된 지식을 공유하면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한국형 경영모델의 확립이야말로 지금 우리 대기업, 학계, 그리고 우리 전문가들에게 부여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고민에 휩싸이곤 했다. 매를 어떻게 맞는 것이 유리한 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양새로서가 아닌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그 해답은 분명하다. 남보다 먼저, 그리고 남보다 더 철저하게 변하는 기업만이 21세기에 생존할 것이기 때문이다.

1998.02.26 00:00

2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