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기업 신용등급 분석해 보니] 철강·유통·자동차 구분없이 하락 사이클
[올 상반기 기업 신용등급 분석해 보니] 철강·유통·자동차 구분없이 하락 사이클
부도기업 5곳, 하향기업 44곳으로 전년보다 늘어… 회사채 투자 옥석가리기 필요 국내 유일의 태양광 잉곳 웨이퍼 제조사인 웅진에너지는 지난 5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등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영업손실 560억원, 당기순손실 1118억원으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017년 대비 31%가량 줄었다.
웅진에너지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지주사인 ㈜웅진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웅진에너지를 포함해 티씨티·에프티이앤이·지투하이소닉·트레이스 등 5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부도기업은 ‘0’곳이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수출 악화에다 내수 부진까지 겹쳐 기업 실적과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탓”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한기평)·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올 상반기 기업 신용등급(장기 등급 기준)을 낮춘 곳은 44곳(중복 포함), 상향 조정한 기업은 30곳이다.
박세영 나이스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글로벌 수급 환경 악화와 국내 내수 경기 저하,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실적 저하로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하락 기업은 두산그룹과 롯데그룹 계열사다. 한기평과 나이스는 두산(A- → BBB+), 두산중공업(BBB+ → BBB)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3곳의 등급을 내렸다. 정혁진 한신평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지난해 두산건설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두산그룹의 재무부담이 가중됐고, 두산중공업은 수주 부진 속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롯데쇼핑(AA+ → AA), 롯데푸드(AA+ → AA), 롯데제과(AA+ → AA) 등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송태준 한기평 평가기준실 실장은 강등 이유에 대해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설립 과정에서 다수의 계열사가 상호연대보증을 하고 있다”며 “백화점과 할인점의 실적 둔화로 롯데쇼핑의 등급이 하락하면서 다른 롯데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기업은 아주캐피탈(A → A+), GS건설(A- →A), 태영건설(A- → A), 금호석유화학(A- → A) 등으로 건설, 금융, 자동차부품 회사들이다. 박세형 나이스 연구위원은 “몇년간 업황 호조를 바탕으로 원활한 잉여자금 창출이 이어지면서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제품 생산이 확대되고 합성수지 수요가 늘어 실적이 개선됐다.
신평사는 기업의 신용등급을 AAA~D 단계로 구분한 후, 평가 회사에 따라 등급에 플러스(+)·마이너스(-) 부호나 숫자(1~3)를 붙여 등급 내에서 우열을 매긴다. 일반적으로 ‘BB+’ 등급 이하 채권을 투기등급으로 구분한다. 신평사가 매기는 등급에 따라 자금조달 금리(비용)가 결정되는 회사채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에는 등급 하향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철강·조선 등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자동차·음식료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떨어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 등으로 자체 펀더멘털 약화로 신용도가 저하된 기업도 있다. 1조원 이상을 투자한 인천 카지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실적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나이스와 한신평은 파라다이스(AA- → A+), 파라다이스글로벌(A+ → A)로 신용등급을 낮췄다. 사업위험이 확대된 현대로템과 삼화페인트공업 등도 한 단계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신용평사가들은 당분간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기업이 올라가는 기업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혁진 한신평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자동차, 음식료, 유통, 생명보험 등의 업종이 신용도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이 고시된 기업들은 추가로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붙으면 일반적으로 3~6개월 후 실제 등급 강등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한기평과 나이스는 CJ제일제당과 CJ CGV, 현대차그룹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외 사업 확장투자 및 인수합병(M&A) 지속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사업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익창출력 저하와 주요 글로벌 시장 판매 회복 지연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등으로 그룹의 핵심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큰 기업도 있다. 한신평과 한기평은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 하나F&I의 신용등급을 상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대림산업은 올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측면에서는 개선세를 보이며 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포스코는 4년간의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수익성, 재무 개선이 이뤄지면서 신용등급(AA+)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나이스는 엔씨소프트, 한화투자증권, DGB캐피탈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많다 보니 투자자들도 회사채 투자에서의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 3대 신평사의 하반기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은 79개사(중복 포함)다. 긍정적인 기업은 47개사다. 때문에 회사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송태준 한기평 전문위원은 “내수 부진,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비우호적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등급전망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회사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인 대한항공은 지난 7월 19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모집에서 640억원어치를 채우는 데 그쳤다. AJ네트웍스(신용등급 BBB+)도 600억원 모집에 630억원의 자금이 들어와 간신히 물량을 채웠다. 앞으로 시장에서 신용도 저하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량채에 투심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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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에너지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지주사인 ㈜웅진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웅진에너지를 포함해 티씨티·에프티이앤이·지투하이소닉·트레이스 등 5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부도기업은 ‘0’곳이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수출 악화에다 내수 부진까지 겹쳐 기업 실적과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탓”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한기평)·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올 상반기 기업 신용등급(장기 등급 기준)을 낮춘 곳은 44곳(중복 포함), 상향 조정한 기업은 30곳이다.
박세영 나이스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글로벌 수급 환경 악화와 국내 내수 경기 저하,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실적 저하로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하락 기업은 두산그룹과 롯데그룹 계열사다. 한기평과 나이스는 두산(A- → BBB+), 두산중공업(BBB+ → BBB)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3곳의 등급을 내렸다. 정혁진 한신평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지난해 두산건설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두산그룹의 재무부담이 가중됐고, 두산중공업은 수주 부진 속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롯데쇼핑(AA+ → AA), 롯데푸드(AA+ → AA), 롯데제과(AA+ → AA) 등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송태준 한기평 평가기준실 실장은 강등 이유에 대해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설립 과정에서 다수의 계열사가 상호연대보증을 하고 있다”며 “백화점과 할인점의 실적 둔화로 롯데쇼핑의 등급이 하락하면서 다른 롯데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두산·롯데그룹 등급 하향 줄이어
신평사는 기업의 신용등급을 AAA~D 단계로 구분한 후, 평가 회사에 따라 등급에 플러스(+)·마이너스(-) 부호나 숫자(1~3)를 붙여 등급 내에서 우열을 매긴다. 일반적으로 ‘BB+’ 등급 이하 채권을 투기등급으로 구분한다. 신평사가 매기는 등급에 따라 자금조달 금리(비용)가 결정되는 회사채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에는 등급 하향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철강·조선 등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자동차·음식료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떨어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 등으로 자체 펀더멘털 약화로 신용도가 저하된 기업도 있다. 1조원 이상을 투자한 인천 카지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실적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나이스와 한신평은 파라다이스(AA- → A+), 파라다이스글로벌(A+ → A)로 신용등급을 낮췄다. 사업위험이 확대된 현대로템과 삼화페인트공업 등도 한 단계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신용평사가들은 당분간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기업이 올라가는 기업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혁진 한신평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자동차, 음식료, 유통, 생명보험 등의 업종이 신용도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이 고시된 기업들은 추가로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붙으면 일반적으로 3~6개월 후 실제 등급 강등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한기평과 나이스는 CJ제일제당과 CJ CGV, 현대차그룹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외 사업 확장투자 및 인수합병(M&A) 지속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사업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익창출력 저하와 주요 글로벌 시장 판매 회복 지연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등으로 그룹의 핵심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 미달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많다 보니 투자자들도 회사채 투자에서의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 3대 신평사의 하반기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은 79개사(중복 포함)다. 긍정적인 기업은 47개사다. 때문에 회사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송태준 한기평 전문위원은 “내수 부진,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비우호적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등급전망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회사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인 대한항공은 지난 7월 19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모집에서 640억원어치를 채우는 데 그쳤다. AJ네트웍스(신용등급 BBB+)도 600억원 모집에 630억원의 자금이 들어와 간신히 물량을 채웠다. 앞으로 시장에서 신용도 저하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량채에 투심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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