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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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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장동 초기 멤버’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 소환

부동산 일반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초기단계부터 추진한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를 소환하는 등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2일 이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대표는 2008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부동산개발업체 씨세븐을 통해 대장동 개발을 민간주도 방식으로 추진했다. 이듬해에는 현재 ‘대장동 4인방’으로 불리는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영입하는 등 대장동 개발의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뒤인 2011년 3월부터 성남시는 대장동 부지를 공영개발하기로 계획하고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전 대표는 그 해 7월 씨세븐을 비롯한 참여 업체들의 지분 및 경영권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넘기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의 실세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소외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으로 근무하던 김만배 씨로부터 유동규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을 소개받았다. 당시 대장동 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청탁을 통해 대장동 사업은 공영에서 민·관 합동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사이동으로 수사팀이 재편된 검찰은 이 전 대표 외에도 대장동 원주민과 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장동 사업에 대해 초기 단계부터 면밀히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대장동 원주민인 우계 이씨 종중에게서 유 전 본부장 등이 원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재명 시장을 언급한 녹음 파일을 확보하기도 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2022.08.02 17:39

2분 소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첫 공판 열려…핵심인물 입 열까

부동산 일반

제22대 대통령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경기도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 관련 로비 및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핵심 관계자들이 정식 공판에 출석하게 됐다. 이번 재판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대권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공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지 주목된다.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전직 기자인 김만배 씨 등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5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가 낮은 시행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대장동 택지개발 배당 이익 651억원과 분양이익 1176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도록 김 씨와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유 전 본부장은 김씨에게서 5억원,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에게서 3억5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중 약 700억원을 받기로 하는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를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정 회계사와 뒤늦게 기소된 정 변호사를 제외한 피고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정 회계사는 이번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된 녹취파일을 검찰에 제출한 당사자다. 재판부가 지난 5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이 녹취파일 원본을 유 전 본부장과 김씨가 복사해가도록 허용함에 따라 이들이 재판과정에서 해당파일 내용에 대해 언급할 전망이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1.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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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핵심 4인방' 오늘 첫 재판…'정영학 녹취록' 법정 공개 주목

부동산 일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4인방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자들의 첫 재판이 6일 열린다. 이들의 배임 혐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검찰 수사의 핵심 물증이었던 ‘정영학 녹취파일’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이날 오후 3시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전직 기자 김만배씨·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이는 검찰이 지난 9월 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산하에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지 2개월여 만에 열리는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 첫 절차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전 증거 조사 등 향후 진행될 재판의 방향을 논의하는 절차로 본격적인 공방이 오가지 않는다. 피고인 출석 의무도 없어 유 전 본부장 등 피고인들의 변호인만 법정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향후 재판에서 검찰은 수사의 주요 근거가 된 녹취파일을 재판의 증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김씨와 유 전 본부장 등의 경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반면, 정 회계사의 경우 검찰 수사 초기 이른바 정영학 녹취파일을 제공하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파일에는 유씨를 비롯해 김씨 등 이 사건 핵심인물들의 대화가 담겼다. 아직 세세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녹취록에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수익배분 논의와 이를 위한 로비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녹취파일에 의존했던 만큼 녹취록의 신빙성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공방도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씨 측은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해당 녹취록의 증거력을 부정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최소 651억원가량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원에 달하는 시행 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그는 이 과정에서 김씨로부터 5억원,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으로부터 3억52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하고,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중 700억원가량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12.0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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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논란’ 조윤성 GS리테일 사장 물러날 듯…태광行에 무게

CEO

'한 지붕 두 가족'. GS홈쇼핑과 합병한 GS리테일이 통합 법인으로 새 시작을 알린 지 4개월여.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전에 희망퇴직 시행과 구조조정이 가속화 되는 가운데 연말 인사 시즌이 도래하면서 주요 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입길에 많이 오르내리는 주인공은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이다. 올해 특히 다사다난한 해를 보낸 조 사장은 연말 인사에서 물러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전망이 나온다. ━ 조 사장 물러나고…오 부사장 체제에 무게 11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GS리테일 2022년 주요 임원인사에서 물러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플랫폼 BU장으로 GS리테일의 편의점사업부, 수퍼사업부 등 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해왔다. 후임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지 않지만, 지난 6월 조 사장으로부터 편의점사업부장직을 물려받은 오진석 전략부문장(부사장)을 중심으로 조직이 재정비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오 부사장에게 실질적 권한과 무게 중심이 많이 이동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GS리테일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조 사장이 외형상으로는 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요 역할과 실무 업무 전반은 이미 많이 내려놓은 것으로 안다”면서 “본인이 합병 전에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그렇게 되면 외부 모양새가 좋지 않고 조 사장이 GS안에서 일궈낸 공적도 많다보니 회사에서도 예우를 갖춰 용퇴를 만들어 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퇴임’하는 모양새를 갖추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질성 인사’에 가깝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 전문경영인 중 핵심인물…오너 일가 신뢰 두터워 조 사장은 GS리테일 내에서 승승장구하던 핵심 인물이다. 1958년생인 그는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경영기획팀에 입사했다. 동경지사와 재경부서에서 근무한 후 2003년 LG유통(현 GS리테일)으로 옮겨 대형마트 점장, 물류 부문장, 생식품 상품구매 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LG상사와 LG유통을 거치며 GS 오너일가 조력자 역할도 톡톡히 했다.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신임을 쌓았다. 특히 허승조 전 부회장은 조 사장에 대한 신뢰감이 유독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허연수 부회장과는 ‘동문 파워’를 자랑한다. 조 사장이 고려대 78학번, 허 부회장이 80학번이다. 이런 탄탄한 입지를 배경으로 조 사장은 비오너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지금의 GS리테일 경영구도를 LG유통 시절부터 구축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GS리테일에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도입하는 등 물류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점포별로 나눠진 서버를 중앙으로 통합한 것도 조 사장의 아이디어다. 2011년 GS리테일 기업공개(IPO)에서도 흥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2000년 초반부터 급성장한 편의점 시장에서 GS25를 2위권에 안착시키며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는 공적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 남혐 논란이 발목…실적 악화에 권한도 축소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조 사장에게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 5월. 편의점 GS25가 때아닌 남혐(남성혐오) 논란에 휘말리면서다. 당시 사태가 악화되면서 편의점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고, 사태 수습에 미흡했던 조 사장은 다음달 겸직하던 편의점사업부장직을 내려놨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 사장의 퇴임 절차를 밟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남혐 논란 이후 GS25의 2분기 실적이 악화되고 그 여파가 계속되면서 조 사장의 권한도 대폭 축소돼 왔다. 지난 7월1일 합병 조직개편을 통해 플랫폼 BU장을 계속해서 이끄는 그림이 그려졌지만 당시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임설이 다시 힘을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4월 등기임원으로 재선임된 지 3개월 만에 이사회에서 물러난 것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남혐논란으로 책임자가 면직되고 조 사장은 부장직에서 물러나 플랫폼 BU장직을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는 듯 했다”며 “하지만 이사회에서 빠진 것을 두고는 사실상 회사 퇴임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 허승조 따라 태광그룹?…GS리테일 “인사 문제, 알 수 없다” 조 사장의 향후 거취는 태광그룹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연결고리는 허승조 전 부회장이다. 허 전 부회장은 GS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GS그룹을 떠나 처가인 태광그룹에서 직을 맡고 있다. 허 전 부회장은 태광그룹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의 큰 매형이다. 허 전 부회장은 지난 2015년 허연수 부회장에게 GS리테일을 넘겨준 뒤 태광그룹에 둥지를 틀었고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태광산업 고문으로 미등기 비상근임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공식적으론 자문 역할이지만 사실상 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조 사장을 중용한 허 전 부회장이 그를 추천했고, 조 사장 역시 그 뜻을 받아들여 대표직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조 사장이 다방면에서 경영능력을 쌓은데다 특히 통계 전문가인만큼 숫자에도 능해 태광그룹 재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GS리테일 측은 조 사장의 사임과 향후 거취에 대해 “인사 얘기인 만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조 사장의 사임과 태광행 관련 이야기는 업계에서 자주 나오던 얘기였다”면서 “올해는 남혐논란 등의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더 주목받는 것일뿐 새로울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GS리테일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연말 사업계획 보고도 안했고, 계열사 보고도 안한 상황이다. 인사 관련해서 결정 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조 사장 역시 매일 출근 하고 있다”면서 “몇가지 정황만으로 속단할 것도 아니고, (떠날지 머무를지) 인사란 건 확답을 내릴 수 없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이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11월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인사는 3주정도 빨랐지만 이번에는 기존대로 11월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11.11 09:00

4분 소요
[김준태의 호적수(2) 고구려 영류왕의 적수] 적수를 잘못 골라 비극적 죽음을 맞다

전문가 칼럼

당과 화친 앞세워 굴욕외교… ‘고구려 자긍심’ 내건 연개소문과 대립 642년 10월,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은 피로 물들었다. 고구려를 구성하는 5부 중 동부(東部)의 수장 연개소문이 정변을 일으킨 것이다. 천리장성 축조 감독에 임명된 연개소문은 마치 임지로 출발하는 듯 열병식을 열었고, 그 자리에 참석한 백여 명의 신하를 무참히 살해했다. 그리고는 궁궐로 달려가 임금 영류왕까지 시해했는데, 왕의 시신을 여러 토막으로 잘라내 도랑에 버렸다고 한다.이 사건을 영류왕의 대당(對唐) 유화책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영류왕이 당나라에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했고, 고구려의 자긍심이 훼손되는 일까지 방기하자 이에 반발한 연개소문이 정권을 전복했다는 것이다. 연개소문이 신하로서 왕을 시해하는 대역(大逆)을 저질렀음에도 그를 ‘영웅적 독재자’로 평가하고, 영류왕을 ‘유약한 사대주의자’로 기억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하지만 영류왕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영류왕은 나약한 인물이 아니다. 618년, 이복형 영양왕의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른 영류왕은 을지문덕과 더불어 고구려-수 전쟁의 원훈(元勳)이었다. 수군 총사령관으로서 대동강 어귀에 상륙한 수나라 수군을 격파하였고, 덕분에 을지문덕은 안심하고 수나라 육군과 일전을 벌일 수 있었다. 고구려에 이미 장자계승이 정착되었고, 영양왕의 아들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영류왕이 왕위를 승계한 데에는 이와 같은 눈부신 무공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 중원의 주인이 바뀐 상황에서 유화책 선택 그런데 영류왕이 즉위할 즈음, 국제정세가 급변했다. 수나라가 멸망하고 당나라가 빠른 속도로 그 자리를 채워간 것이다. 초강대국이 교체된 상황. 중원을 도모할 역량이 없는 이상, 고구려로서는 이 신생 제국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현명했다. 경제적, 문화적 이득도 고려했을 것이다. 더구나 남쪽에서 백제와 신라가 호시탐탐 고구려의 영토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힘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북쪽 국경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영류왕은 619년, 621년, 622년, 잇달아 사신을 파견하며 당과의 외교 관계 수립에 나섰다.당나라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619년 윤2월 당 고조는 수나라가 벌인 고구려 원정의 폐단을 거론하며 주변국의 독자성을 인정하겠다는 교서를 발표했다. 이어 622년, 당나라는 포로 교환을 제의하였는데 다만 고구려가 “대대로 중국의 역법(曆法)을 받들고, 멀리 있으면서도 조공의 직분을 거르지 않았으니 매우 가상하다”라고 전제한다. 형식적으로 조공-책봉관계를 맺으면 독자세력권을 존중해 주겠다는 의미였다. 영류왕은 이와 같은 당나라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624년 1월, 당은 영류왕을 ‘상주국요동군공고려왕(上柱國遼東郡公高麗王)으로 책봉했다.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수립된 것이다.당나라가 고구려에 온건한 태도를 보인 것은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이다. 수나라 양제가 벌인 무리한 고구려 원정에 대해 민심이 좋지 못했던 데다가 돌궐, 토욕혼, 고창국 등 여러 이민족 국가와 맞서고 있던 당나라로서는 나라의 기틀이 잡힐 때까지 동북방의 강자 고구려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 말인즉 당나라의 대내외 환경이 안정되기만 하면 언제고 당의 창끝이 고구려를 향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실제로 당 태종이 국력을 강화하고 돌궐, 고창국 등을 제압하고 나자 당은 고구려를 굴복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한데 영류왕은 유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 당에서 고구려가 신라를 공격한 일을 문책하자 사과하였고, 629년에는 ‘봉역도(封域圖)’를 바쳤다. 나라의 영토가 그려진 봉역도를 헌상한다는 것은 신하가 되겠다는 의미다(고구려의 영역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는 연구도 있다). 당이 고구려가 세운 전승기념물인 경관(京觀)을 일방적으로 파괴했을 때에도 항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640년 태자 환권을 당에 입조시켰고, 641년 당의 사신 진대덕이 고구려의 각지를 정탐하고 다녔을 때에도 방치하다시피 했다.어떻게든 화친을 유지함으로써 당에게 고구려 침공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처럼 영류왕이 당에게 저자세를 취하자 고구려 내부에서는 불만이 폭증했다. 특히 고구려인의 자긍심이었던 경관이 파괴되면서 민심이 격앙됐다. 야심차게 나선 신라 공략이라도 성공했으면 좋으련만. 신라에게 낭비성을 빼앗기고 칠중성 공략에 실패함으로써 남쪽 국경에서도 위기가 초래됐다.영류왕은 조바심이 났을 것이다. 더욱이 당시 고구려 조정에는 영류왕을 위협하는 거대한 존재가 있었다. 4대에 걸쳐 막리지를 역임한 가문이자 동부를 대표하는 귀족,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연씨가의 가주 연개소문이다. 연개소문은 당나라가 반드시 쳐들어올 것이라며 유화책을 버리고 당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영류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심지어 영류왕은 연개소문을 적으로 돌리고 연개소문을 제거하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 에 따르면 영류왕과 집권 귀족세력이 먼저 연개소문을 제거하고자 모의했다고 한다. 이에 연개소문이 역공에 나섰다는 것이다. 연개소문에게 비판적인 김부식의 기록이니, 아마 사실일 것이다. 대당 강경파의 핵심인물인 연개소문을 없앤다면 당과의 우호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인데, 순진한 발상이다. 전쟁 여부는 연개소문의 대당노선이 아니라 당 태종의 전쟁 의지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당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연개소문을 숙청하려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내부역량을 모으기는커녕 정적 제거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뜻이니 말이다. 물론 연개소문이 왕권 강화에 방해물이었고, 외교정책의 최대 비판자였으니 영류왕의 심정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영류왕이 온 힘을 기울이며 맞서야 할 적수는 당 태종이지 연개소문이 아니었다. ━ 강경파 포용해 합의점 찾았더라면…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 없는 행위라지만, 만약 영류왕이 연개소문이 아닌 당 태종과 승부를 벌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되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 이상, 국가의 역량을 결집하여 당당하게 당과 일전을 준비했다면. 강경파를 포용하여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 연개소문이라는 정적을 그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긴장시키고 자신을 성장시켜 줄 계기라고 생각했다면. 영류왕은 보다 나은 선택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연개소문에게 고구려의 자긍심이라는 명분을 넘겨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연개소문이 정변을 일으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영류왕의 군사적 재능을 감안했을 때, 당과의 대결에서 연개소문 못지않은 성과를 거두었을 수 있다. 영류왕의 비극적 죽음은 적수를 잘못 설정한 탓이 크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다. -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의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에서 한국의 전통철학과 정치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경세론과 리더십을 연구한 논문을 다수 썼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

2020.07.26 15:53

4분 소요
대통령의 ‘막말 폭탄’에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

산업 일반

지성과 이성 겸비한 장성 출신 3인방이 트럼프 곁을 든든하게 지키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제임스 매티스가 대통령 당선인을 대신해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를 방문했을 때 그의 측근들은 충격을 받았다. 해병대 퇴역장성인 매티스가 신정부에 국방장관으로 들어갈까 고려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친구인 피터 로빈슨이 매티스에게 물었다. “이봐, 도널드 트럼프라고?”해병대 전역 후 3년 동안 매티스는 스탠퍼드대학 후버 연구소에 틀어박혀 독서삼매경에 빠져 지냈다.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에 배낭을 매고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해병대 출신 퇴역 대령 게리 앤더슨에게 “지난 수십 년 래 미군이 낳은 가장 뛰어난 전투 지도자”로 불린 매티스는 스탠퍼드대학 동료 로빈슨의 말마따나 “나이든 대학원생”처럼 보였다. 그는 그런 생활에 변화를 줄 생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다른 두 명의 저명한 퇴역장성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으며 그들도 제의를 수락했다. H. R. 맥매스터 국가안보 보좌관과 당초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신정부에 합류했던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나의 장군들”이라고 부른다. 당사자들은 그런 호칭을 다소 거북하게 받아들인다고 동료들은 말한다.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가 이끄는 혼란스런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요즘엔 당초 친구들 다수가 제기했던 회의론이 가라앉으면서 세 사람 모두의 친구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학 역사학 교수 표현처럼 “안도감”이 확산됐다.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어른들이 맡았다. 이 정부에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이다.”미국의 주요 우방들, 그리고 심지어 일부 적성국에까지 그런 느낌이 널리 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요즘 북한 핵위기가 고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인 ‘말 폭탄’에 우방과 적국 모두 기겁하는 상황이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다른 많은 사람처럼 익명으로 뉴스위크 인터뷰에 응한 중국 외교관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중국 정부는 다른 많은 나라처럼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티스·맥매스터·켈리의 임명으로 “다소 마음이 놓였다.” 모두 “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평가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그 외교관은 말했다. 북핵 위기에 관해 미국 정부와 거의 끊임없이 소통하는 미국 주요 우방국의 대사는 더 직설적이다. “그들이 없으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상상하기 어렵다.”미국 군대의 장교는 모두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다. 매티스·맥매스터·켈리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그들의 서비스가 이젠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으며 제각기 군말 없이 물러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백악관에선 대통령과 ‘그의’ 장성들 관계가 더 미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정치나 국가안보에 아무런 경험도 없다. 거기에 세 명의 장성에 수반되는 폭넓은 존경심뿐 아니라 진중하고 지적이라는 평판까지 더해진다. 이는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나도 잘 이해하는 것을 그들이 보유한다는 의미다. 지렛대, 대통령을 움직이는 영향력이다.정권 초기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브리핑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백악관이 공표한 ‘입금금지 조치’의 실패로부터 여태껏 어떤 중대한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데 이르기까지 이번 정부의 무능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장성들 중 하나라도 물러나게 될 경우 그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보일 것”이라고 세 사람 모두를 잘 아는 전 오바마 정부 각료가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현 정부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며 “이들 중 하나라도 개인 사정(예를 들면 질병 등)이 아닌 다른 사유로 물러날 경우 정말로 악재가 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미치광이들이 실권을 잡게 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과 그의 충성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지금은 영화 ‘세븐 데이스 인 메이(Seven Days in May)’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강경파 장성들이 평화를 추구하는 대통령을 몰아내려 쿠데타 음모를 꾸미는 유명한 냉전 시대 영화다). 대신 워싱턴의 기성 정계와 세계 각지의 미국 우방들은 코언 교수의 조크대로 요즘엔 영화 ‘어 퓨 굿 맨’에 나오는 잭 니컬슨의 대사를 사실상 토씨만 바꿔 되풀이한다. “그쪽 장벽에 그 친구들을 원한다. 그쪽 장벽에 그 친구들이 필요하다.”특히 미국 정부가 북한에서 재앙을 막으려 애쓰는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북한 정권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한다. 북한 정부가 괌 주변으로 미사일을 쏘겠다고 엄포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도 똑같은 ‘말 폭탄’으로 응수하는 사이 한 워싱턴 주재 동아시아 외교관은 매티스와 맥매스터뿐 아니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상황을 진정시키는 존재감”에 찬사를 보낸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으며 그들의 발언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정확하고 사실적이다.”지난 8월 초 매티스와 맥매스터는 보좌관들과 함께 대북 군사적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예컨대 뉴스위크 취재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여러 소식통이 선제공격의 위험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식시키는 중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한국전쟁의 잠재적 희생자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과거 추산(100만 명 사망)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쟁은 예측 불가능하다. 단지 위험을 평가해 억제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밖에 없다.”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위험을 이해하는 듯하다고 장성들은 믿는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의 한 보좌관 말마따나 그의 발언이 가끔씩 “불 같지만 이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이 충동적이지는 않을 듯하다. 대단히 심사숙고할 것이다.” ━ 부시의 전쟁 오바마의 골칫거리 매티스·맥매스터·켈리가 등장하기 오래 전부터 1950년대 조지 C. 마샬부터 2000년대 초 콜린 파월에 이르기까지 퇴역 장성들은 오랫동안 백악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장성 출신 3인방이 대통령 귀를 잡고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모두 저마다 전사와 학자로서 눈부신 명성을 누린다. 코언 교수는 2004년 이라크에 나가 있던 매티스를 방문할 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 특히 평단에서 호평 받는 책 한 권”을 가져갔다고 한다. 장군은 선물을 받은 뒤 “15분 동안 그 책을 라마디 현지에서 갖고 있던 것을 포함해 자신이 소유한 다른 2종과 비교했다.”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 국방대학(National War College)에서 국제안보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지만 친구인 코언 교수의 말처럼 “한순간도 공부를 멈춘 적이 없었다.” 약 7000권에 달하는 개인 소장도서를 상당수 기부하고 자신의 부하 해병대원들이 배치되기 전 추천도서 목록을 작성해 건네주기도 했다.맥매스터 보좌관은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의 저자다. 린든 존슨 정부 시절 베트남에서 미국의 군사적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결함이 있었는지 꼼꼼하게 조사해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그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박사논문이 이 책의 출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대통령이 들으려 하든 않든 항상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책의 핵심적 교훈이라며 그것이 “거의 매일”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자기 임무의 근간을 이룬다고 말한다.켈리 비서실장은 조지타운대학에서 국가안보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령 시절 워싱턴 D.C.의 국방대학에서 2년간 수학했다. 미군에서 선택 받은 엘리트 요원만이 거치는 코스다. 트럼프 정부 장군들의 유대감과 그들이 가진 세계관은 이라크전 경험의 공유에서 비롯된다. 켈리는 당시 매티스 장군 아래 부사단장으로 복무하면서 상관이던 매티스 장군이 얼마나 냉철하고 단호할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초기 바그다드 진격작전 중 켈리의 휘하 연대장이 나시리야를 신속히 점령하지 못해 애먹고 있었다. 그는 그 지휘관에게 매티스 장군과의 면담을 권했다. 매티스 장군은 그가 망설이는 이유를 들은 뒤(여러 가지 요인 중 지쳤다는 것도 있었다) 즉시 그를 해임했다.나시리야는 함락됐고 곧 바그다드까지 점령했다. 매티스 장군은 그 뒤 자신의 전차와 포대를 본부로 보낸 뒤 현지의 이라크 군사 지도자들을 방문했다. 그는 그들에게 “나는 싸우러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포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 눈에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건대 나를 엿 먹이면 모두 죽여 버릴 것이다.”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비서실장 모두 노동자 계급 가정 출신으로 베트남전 중 해병대에 입대했다. 젊은 시절 워싱턴 주 풀먼에서 성장한 매티스 국방장관은 행실을 바로잡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으며 해병대에서 목표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한창 군생활을 하던 중 부모님 댁을 방문해 거실에서 신문을 읽을 때의 일을 돌이켰다. 곁에 앉아 있던 모친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우스워요?” 매티스 국방장관이 물었다. “아냐, 아들아. 네가 철창 신세를 지지 않게 돼 너무 기뻐서 그렇단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일찍이 군경력에 초점을 맞췄다. 고등학교는 명문 ‘밸리 포지 밀리터리아카데미’를 나온 뒤 육군 사관학교에 진학했다. 1991년 제1차 걸프전 중부대 지휘관으로 전차 9대만 이끌고 이라크 탱크 28대를 23분 만에 격파하는 사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73 이스팅 전투로 불리는 이 싸움은 현재 미국 육군사관학교 교재에도 실렸다. 15년 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라크 탈아파르 반군 진압작전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이 작전은 그 전쟁 막판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장군이 이끈 ‘병력증강’의 모델이 됐다.켈리 비서실장은 미국 국경 남쪽의 전체 미군 병력을 이끄는 남부사령부 사령관으로 해병대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그 임무를 맡는 동안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제기되는 안보 위험에 민감해졌다(이런 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필한 듯하다). 그리고 국경 개방과 불법체류자 보호도시(sanctuary cities)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멸시를 숨기지 않는다.그의 경력은 또 다른 면에서 눈길을 끈다. 이라크 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중 아들을 잃은 미군 내 최고위 인사라는 사실이다. 당시 29세의 해병대 장교였던 그의 아들 로버트 켈리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 상인(Sangin)에서 지뢰를 밟아 즉사했다. 2014년 아버지 켈리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금성장(전사자 상징) 가족 모임의 연사로 나섰다. 그는 이라크에서 트럭 폭탄 공격으로부터 경찰서를 지키던 중 희생된 해병대원 2명의 영웅적 행동에 관해 연설했다. 해병대 정신을 찬양하는 그의 연설은 깊은 감동을 안겨줬으며 연설자도 청중과 마찬가지로 금성장 부모였다는 점에서 울림이 더 컸다.3명의 장군 중 매티스 국방장관이 최고 선임자다. 페트레이어스 장군의 뒤를 이어 중동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중부군 사령관으로 재임 중 2013년 물러났다. 그 조치는 군대 전체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을 오바마 정부의 불신임 투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매티스 국방 장관은 위험한 핵협상 문제에서 백악관이 이란에 굴복했다고 여겨 갈수록 불만이 쌓여갔다. 해병대 전역 후 오바마 정부 외교정책을 조용히 비판하던 그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2014년 워싱턴 D.C.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시리아·이라크·리비아 사태 악화의 여파로 부상하기 시작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문제를 두고 “부시 대통령과 그의 외교정책 보좌관들은 무슨 일에든 책임을 회피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고 꼬집었다.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서 “골칫거리”를 물려받았다고 말할 때마다 오바마 옹호자들은 발끈하지만 그런 주장을 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었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오래 전에 그런 말을 했다. ━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 골칫거리의 대책을 마련하는 핵심인물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놀란다. 그는 ‘트럼프만은 안 된다’는 진영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강세가 뚜렷해진 2016년 공화당 예비선거에 참여하라는 보수파 전략가 빌 크리스톨의 간청은 예의상 검토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난색을 표했지만 한 측근에 따르면 매티스가 베드민스터에서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을 때 “어떤 선거공약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문제 없다”고 답했다. “그런 문제는 신경 쓰지 말라”며 그의 우려를 일축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가 국방장관에 오른 뒤 갈수록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취임 초반 트럼프 정부의 중동정책 리셋(재설정)을 이끌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이 자국 국민에게 또다시 화학무기를 살포한 뒤 시리아 비행장 폭격을 지지했다. 그 뒤 맥매스터 보좌관과 함께 요르단·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만안 지역 아랍국가 등 중동의 미국 전통 우방들과 관계 강화에 힘썼다. 둘 다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협상에 대한 오바마의 정책방향에 비판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 수준을 일일이 관리하던 오바마 정부와는 반대로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결정을 일임한다. 그와 맥매스터 보좌관은 요즘 북한에 신경 쓰지 않을 때는 미국의 전반적인 대 아프가니스탄 전략의 검토에 깊숙이 개입한다.매티스는 국방장관으로서 대체로 백악관과 충돌을 피해 왔다. 그래도 충동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대통령에게 옆구리를 받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대 카타르 경제봉쇄를 지지한다는 트윗을 띄웠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단체에 카타르가 자금을 댄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그러자 매티스 국방장관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중동 내 미국의 작전에 필수불가결한데 사우디의 경제봉쇄 조치로 크게 지장을 받게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용히 귀띔했다. 카타르 고립 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는 그것으로 끝났다.앞으로는 미군에 트랜스젠더 지원자들을 받지 않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을 때 매티스 국방장관도 놀랐다. 그는 해병대 장성 시절 그 문제에 관한 오바마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 장성들’과 상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매티스 국방장관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국방부는 대통령의 트윗을 따르기보다는 군통수권자의 공식 지시를 기다릴 것이라고 대변인이 밝혔다(대통령이 고집한다면 매티스 국방장관이 이 문제에 관해 지시를 따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할지 모른다고 보좌관들은 말한다).맥매스터 보좌관은 매티스 국방장관처럼 백악관 내 권력다툼을 피할 만큼 운이 따르지 않았다. 8월 초 배넌 수석전략가의 월권 시도에 맞서야 했다. 배넌 고문은 대통령의 캠페인 공약을 이행하도록 하려 한다고 지지자들은 말한다. 그는 경제 문제에선 보호주의를 표방한다(맥매스터 보좌관은 이 같은 입장이 주요 우방들과 마찰을 유발한다고 본다). 외교정책에선 아프가니스탄 같은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극도로 회의적인 국가주의자다(맥매스터·매티스·켈리 모두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하면 9·11테러 공격을 유발했던 탈레반·알카에다 간 동맹이 재현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브라이트바트 뉴스를 비롯해 ‘대안우파(alt-right, 미국 주류 보수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우익의 한 부류로 온라인으로 백인우월주의와 반유대주의를 전파하는 세력)’ 백인 국가주의 운동에 영합하는 사이트의 배넌 추종자들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트럼프에게 대선 승리를 가져다 준 공약들을 저지한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혼란스럽고 끝없는 다른 나라의 전쟁을 피하고 통상 파트너들에게 강경하게 대처하고, 이란 협상에서 발을 빼는 정책들이다. 이란 문제에서 맥매스터 보좌관에 대한 공격은 특히 진실을 호도한다. 배넌 고문 진영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이란 협상의 유지를 선호한다며 친이란파의 증거라고 주장한다.그러나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란과 맺은 핵협상은 여러 모로 보나 사상 최악이었다”는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중동 지역 내 이란의 영향력 행사는 “피해를 유발하고 안정을 해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정부는 3개월 뒤 이란이 협정을 잘 준수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 유럽의 주요 우방들은 미국의 협정 파기를 원치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럴 경우 유럽 우방들 간에 외교상 많은 혼선이 빚어진다는 사실을 맥매스터 보좌관은 알고 있다. 배넌 고문은 “그런 문제를 모르는 듯하다”고 맥매스터 보좌관의 측근은 말했다.이런 사소한 문제는 오래 가지 않을 듯하다. 켈리의 비서실장 취임과 북핵 프로그램의 고조되는 위기로 장성들의 권위 기반이 확고해지고 있다. 그런 변화는 지난 7월 말 확연히 드러났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이 기자 인터뷰에서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막말을 퍼부은 뒤 켈리 비서실장이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 “켈리는 그를 자질 부족이며 트럼프와 대통령직에 망신을 준 인물로 간주했다”고 백악관의 소식통은 전했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런 구태는 끝내야 한다. 내 방식대로 하지 못하면 역할을 맡지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고 과거 대통령의 뉴욕시 재계 친구였던 스카라무치는 퇴출됐다.켈리 비서실장은 또한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인사권을 줘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다음날 맥매스터 보좌관은 배넌 고문 충성파 직원 4명을 솎아낼 수 있었다. 지금껏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를 받던 사람들이었다. 그중 NSC 선임 정보국장이던 에즈라 코언-워트닉(31)에게는 다른 정보기관 동료들도 거의 노골적으로 경멸을 드러냈다. 그의 경험미숙이 한 가지 원인이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존 켈리가 비서실장에 취임하는 날 배넌은 암흑기를, 맥매스터 보좌관은 호시절을 만났다”고 말했다.그런 점을 강조하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 고문과 대안우파의 공격을 중단시키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 장군과 나는 잘 협력한다”며 “그가 나라를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하는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트럼프 정부에서 세 장성들에게 호시절이 찾아 왔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미국에 “큰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며 북한이 지난 8월 5일 발동된 유엔 제재조치를 비난하면서 더 많은 핵·미사일 시험을 실시하겠다고 위협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폭발했다. 8월 8일 북한이 계속 미국을 위협할 경우 “불길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수위 높은 발언에 당시 베드민스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던 맥매스터·매티스·켈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대경실색했다. 백악관 측근들에 따르면 아무도 그런 발언을 예상하지 못했다.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틸러슨 국무장관과 함께 불안해 하는 우방들을 달래려 애썼다. 전쟁이 임박하지 않았으며 북한은 아니라고 해도 미국은 아직 외교에 몰두한다고 강조했다.맥매스터 보좌관의 측근은 “트럼프 대통령이 때때로 감정을 분출하리라는 건 이젠 익히 알려졌다”고 말했다. “희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언제나 장군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정신 나간 소리를 할지 모르지만 미친 짓은 하지 않으리라는 의미다.”그러나 가장 필요한 순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장군들 말을 항상 경청하리라 생각하느냐고 묻자 소식통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낸들 어찌 알겠소.”-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2017.08.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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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니예 웨스트, 당신 얘기야 테일러 스위프트(가수)지난 2월 15일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테일러 스위프트(26)가 ‘1989’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다. 스위프트는 ‘Bad Blood’로 올해의 뮤직비디오상, ‘1989’로 베스트 팝보컬 앨범상도 받았다. 컨트리 가수에서 팝스타로 부상한 그녀는 2008년 ‘Fearless’ 앨범에 이어 두 번째로 올해의 앨범상을 차지했다. 수상 연설에서 그녀는 앨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과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사의를 표했다.그러나 수상 소감에 등장한 핵심인물은 그녀의 친구나 가족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누군가를 겨냥한 듯했다.“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2회 수상한 최초의 여성으로서 세상의 모든 젊은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당신의 성공을 깎아내리거나 당신이 이룩한 업적이나 명성을 가로채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않으면, 언젠가 목표에 도달해 뒤를 돌아볼 때 나를 그 자리에 서게 해준 사람이 자신과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감을 안겨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스위프트가 무대 위에서 한 말이다.그 감동적인 연설은 유명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최근 조롱에 대한 대응인 듯했다. 웨스트는 스위프트의 인기를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자신의 곡 ‘Famous’에서 이렇게 랩을 읊었다. “내가 그래도 아직 테일러와 섹스할 만한 자격이 있지 싶다. 왜냐고? 내가 그 X를 유명하게 만들어줬으니까.”당시 스위프트는 웨스트가 막말을 쏟아내는 동안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웨스트가 가사로 스위프트에게 모욕을 주기로 작정한 이유를 그녀의 매니저 트리 페인이 스타 블로거 페레스 힐튼에게 밝혔다. 그에 따르면 웨스트는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스위프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Famous’를 공개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스위프트는 그 곡에 ‘심한 여성 혐오’ 메시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거절했다고 한다.- 앤 루 아이비타임즈 기자 ━ 다운증후군 모델의 비상 매들린 스튜어트(모델)매들린 스튜어트는 다운증후군 환자로서 패션쇼 무대를 걸은 최초의 직업 모델이다. 2015년 뉴욕 패션위크 때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FTL 모다의 패션 모델로 캐스팅되면서 꿈을 이뤘다. 올해 맨해튼의 에인절 오세나즈 재단 센터에서 열린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다시 올라 패션계의 제약과 배타성에 도전했다. 추동 컬렉션을 선보이는 그녀에게 관중은 열광했다.지난해 그녀가 첫 무대에 올랐을 때 열광적인 피드백과 지지 기사가 무수히 쏟아졌다. 그 18세의 호주 모델이 다시 무대에 서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지난 2월 15일의 무대에선 룰루와 지지 등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녀의 첫 패션은 흰색의 털 부츠와 모자로 조화를 이룬 얼음처럼 하얀 스케이터 드레스였다. 그 뒤 아플리케로 장식된 연한 자주색과 금색 이브닝 드레스로 갈아입었다.매들린의 모친 로잔 스튜어트는 마이티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모델 활동을 한 시즌 이상 지속하는 게 패션계에서 딸의 역할을 규정짓는 데 중요하다고 평했다. “오늘로써 패션계에서 딸의 입지가 확고해졌다고 생각한다. 뉴욕 패션위크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는 반짝 스타가 아니라 이젠 패션계에서 자리 잡았다. 진짜 모델이다.”- 앨리스 커프 아이비타임즈 기자 ━ ‘나이키 모델 타이틀 반납하시오’ 매니 파퀴아오(권투선수)스포츠 대기업 나이키가 매니 파퀴아오(37)와 후원 계약을 파기했다. 그가 동성애자 커플을 가리켜 “동물보다 못하다”고 표현한 뒤였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복싱 8체급 세계 챔피언인 파퀴아오는 2006년부터 나이키와 스폰서 계약을 유지해 왔지만 문제의 발언 후 후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나이키 웹사이트에서 그의 브랜드 상품이 내려지기까지 2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나이키는 파퀴아오와 결별을 확인하면서 그의 발언을 엄중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매니 파퀴아오의 발언은 혐오스럽다. 나이키는 어떤 차별도 강력히 반대하며 오랜 역사에 걸쳐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 등) 커뮤니티의 권리를 지지하고 옹호해왔다. 우리는 이젠 매니 파퀴아오와 아무 관계도 없다.”파퀴아오는 지난 2월 16일 필리핀 TV 방송국과 인터뷰에서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그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것은 상식이다. 동물들이 동성끼리 짝짓기 하던가? 수컷과 암컷을 구별할 수 있는 동물이 더 낫다. 남자끼리 그리고 여자끼리 사랑을 하면 동물보다 못하다.”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파퀴아오는 나중에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트위터 메시지에 이렇게 썼다. ‘동성애자를 동물에 비교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데 사과한다. 상처 받은 사람들의 용서를 빈다.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프리야 조시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6.02.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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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00대 부자] 미국의 400대 부자 중 상위 2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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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부자의 타이틀은 여전히 빌 게이츠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저스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의 순위가 대폭 반등해 이 두 기술업계의 선구자는 처음으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나이키의 필 나이트가 18년 만에 상위 20위권 재진입에 성공했다. ━ 1. 빌 게이츠(59) 760억 ▼마이크로소프트 워싱턴주 메디나➑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는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데 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 유럽 규제 당국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후원하는 비영리 단체인 PATH와 공동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말라리아 백신에 승인권고를 내렸다. 또한 빌 게이츠는 미국의 사회정책에 관심을 갖고 교육 개선에 막대한 금액을 기부하고 있으며, 아내인 멜린다와 함께 현재 거주하고 있는 워싱턴주의 총기규제 법안을 지원하고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한편 지에같은 억만장자인 쉘던 아델슨 및 워런 버핏과 함께 미 의회가 이민법 개혁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사설을 연재한 바 있다. 빌 게이츠는 현재 나와 있는 대통령 후보 그 누구에게도 정치헌금을 기부하지 않았지만, 2012년 대선 캠페인 당시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에게 기부했다. 빌 게이츠 재단은 클린턴 재단에 25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폴 앨런(28위)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지 40년이 지난 현재, 빌 게이츠가 보유한 지분은 3%도 채 되지 않으며, 이는 빌 게이츠 총자산의 대략 13%를 차지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2014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에서 퇴임했다. ━ 2. 워런 버핏(85) 620억 ▼ 버크셔 해서웨이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➑ 워런 버핏은 힐러리 클린턴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때 퍼스트 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다시 백악관으로 입성하기 위한 노력을 오랫동안 지원해왔으며, 캠페인 자금을 기부하고 이를 통해 무엇보다도 힐러리 클린턴의 출사표에 뚜렷한 승인도장을 찍어주었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워런 버핏은 극좌파 정치인인 버몬트주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해 찬양에 가까운 발언을 한 바 있다. 솔직한 자유주의자인 워런 버핏은 자신이 자신의 비서보다도 더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내고 있다며, 미국정부의 과세방식의 불합리성에 대해 힐난을 퍼부었으며, 소리 소문 없이 가족계획 캠페인인 플랜드 패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 및 총기규제단체인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Everytown for Gun Safety)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워런 버핏은 수십년 동안 현명한 투자전략으로 쌓은 명성을 통해 재계에서 기업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지난 8월 역사상 최대규모의 인수계획을 발표했다. 바로 항공우주 및 산업부품 제조사인 프리시전 캐스트파츠(Precision Castparts)를 37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최근 들어 워런 버핏은 몇몇 브라질 출신 억만장자들이 경영하고 있는 투자회사 3G 캐피탈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여 크래프트 푸즈, 하인즈, 버거킹 그리고 커피전문점 체인 팀 호튼 등을 인수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게이코(Geico), 데어리 퀸(Dairy Queen), 프룻 오브더 룸(Fruit of the Loom)등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 3. 래리 엘리슨(71) 475억 ▼ 오라클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➒ 비록 2014년 9월 최고경영자직에서 물러났지만, 래리 엘리슨은 그 후에도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거대기업인 오라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6월 오라클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확장을 선언하며, 아마존닷컴의 웹 서비스(Web Services)와 직접적인 경쟁에 나섰다. 올해 5월까지 매출은 전년대비 소폭 하락한 382억 달러를 기록했다. CIA를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이후, 래리 엘리슨은 1977년 오라클을 창업하고 고객관계관리 CRM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점증하는 기업들의 수요를 기회로 삼아 사업을 운영했다. ━ 4. 제프 베저스(51) 470억 ▲ 아마존닷컴 워싱턴주 시애틀 ➑ 지난 7월 아마존닷컴은 2사분기 92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렸다. 주가는 대폭 상승했으며,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저스는 올해 순위가 가장 많이 상승한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희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는 높은 강도의 노동, 오랜 근무 시간 등 아마존닷컴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대응해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지의 소유주는 이 기사에서 묘사하는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계속 근무하다가는 미쳐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 베저스는 지속적으로 신기술에 대담한 베팅을 보여주고 있다. 7월 말, 아마존닷컴은 소비자에게 택배를 배달하는 비행로봇이 다닐 수 있는 고속드론용 영공계획을 제안했다. 9월, 제프 베저스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우주항공기업인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이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재활용 가능한 로켓을 제작하고 이를 2020년 말까지 케이프커내버럴의 발사대에서 궤도로 쏘아올릴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 5. 찰스 코크(79) 410억 ▼ 다양한 사업 켄자스주 위치토 ➎ ━ 6. 데이비드 코크(76) 410억 ▼ 다양한 사업 뉴욕주 뉴욕시티 ➎ “우리의 조국을 구원하기 위한 노력에 저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찰스 코크가 지난 8월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프리덤 파트너스 정책지도자 회의에 모인 청중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공화당의 신진지도부인 젭 부시, 플로리다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텍사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등이 모두 코크 가문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이 자리에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121위)는 초대받지 못했다. 찰스 코크는 더 작은 정부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위한 자신의 투쟁을 시민권 운동에 비교한다. 그리고 수백명의 부유한 보수주의자로 구성된 그의 인맥은 보수주의 후보를 지지하는 데 3억 달러, 그리고 규제를 완화하고 형사사법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노력에 추가로 6억 달러의 돈을 기부하려 한다. 코크 형제는 다방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단체인 ‘번영을 위한 미국인(Americans for Prosperity)’이 있고, 프리덤 파트너스는 컨퍼런스뿐만 아니라 i360과 같은 하이테크 벤처사업에도 돈을 투자하고 있다. i360은 1억9100만 명의 등록 유권자에 대한 개인 프로필을 제공하는 앱으로, 투표 이력, 소비자 인구특징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및 행동 데이터를 포함한다. 찰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규모의 주식비공개기업으로 11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코크 인더스트리의 회장직을 계속 맡고 있다. 찰스 코크가 처음 회장직에 오른 1967년, 코크 인더스트리의 가치는 5000만 달러였으나, 오늘날 그 가치는 1000억 달러에 이른다. 뉴욕시티 시민 중 최고의 부를 자랑하는 데이비드 코크는 코크 인더스트리의 화학기술사업을 맡고 있다. 지난해 이 두 형제의 자산은 제조업 및 파이프라인 산업의 약세로 소폭 감소했다. ━ 7. 마크 저커버그(31) 403억 ▲ 페이스북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➑ 지난 8월, 페이스북은 사상 처음으로 하루 사용자 10억 명의 기록을 세웠다. 가상현실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스타트업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한 지 1년이 지난 후, 페이스북은 오큘러스의 리프트 VR(Rift VR) 헤드셋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2016년 초반 출시될 것이라 발표했다. 이 모든 호재들로 인해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자산은 지난해 한 해 63억 달러 증가했으며, 마크 저커버그는 처음으로 포브스 400대 부자 순위 중에서도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마크 저커버그는 2004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을 창업하여, 실리콘 밸리로 사업의 본거지를 옮기기 위해 하버드 대학을 중퇴했다. 2014년 7월 인터넷 닷오그(Internet.org)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로, 페이스북은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17개국에서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무료로 기본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난 5월 마크 저커버그와 아내인 프리실라찬은 맞춤화된 하이테크 교육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신생기업인 알트스쿨(AltSchool)에 도합 1억 달러의 기금을 투자한 자금제공자들의 명단에 포함되었다. 6월 이 부부는 불법체류자를 위한 대학장학금펀드에 5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10년부터 뉴저지주 뉴어크의 공립학교 시스템에 1억 달러를 기부해왔으나, 자신이 주창하던 광범위한 개혁을 성취하는 데는 실패했다. 7월 말에는 페이스북에 3번의 자연유산 끝에 자신과 아내인 프리실라가 여자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개인사를 공개하며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 8. 마이클 블룸버그(73) 386억 ▲ 블룸버그LP 뉴욕주 뉴욕시티 ➑ 과거 뉴욕시 시장을 역임하며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정치인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는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금융데이터 및 미디어 기업을 회생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2015년 초 최고경영자로 복귀한 이래, 마이클 블룸버그는 블룸버그 뉴스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고 핵심사업인 경제뉴스에 다시 주력하기 위해 수석편집장을 교체했고 들리는 바에 따르면 주로 정치적인 견해의 문제로 무려 100여 명의 편집부 직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생을 민주당원으로 활동했으나,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시 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세 번을 연임한 마이클 블룸버그는 총기규제 및 여성의 경제력 신장과 같은 진보적인 이슈를 지지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며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동안의 행보를 통해 마이클 블룸버그는 강력한 지지자들을 곁에 둘 수 있었다. 8월 보수주의자인 루퍼트 머독(38위)은 공개적으로 마이클 블룸버그에게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전직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는 침묵을 지켰다. 이제까지 마이클 블룸버그는 그 어떠한 대선후보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없지만, 지에는 “힐러리 클린턴과 젭 부시 이 두 명만이 미국이라는 기차를 어떻게 움직여 나가야할 지 알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활발한 자선운동가이기도한 마이클 블룸버그는 6월 코넬 대학의 뉴욕시 소재 테크놀로지 캠퍼스에 1억 달러의 기부금을 쾌척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로써 그가 평생동안 기부한 금액은 총 37억 달러가 되었다. 지난 4월 마이클 블룸버그는 2500만 달러에 런던에 두 번째 자택을 마련했다고 한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햄턴, 맨하탄,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콜로라도 및 버뮤다를 포함해 세계 각지에 다양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 9. 짐 월튼(67) 337억 ▼ 월마트 아칸소주 벤턴빌 ➋ ━ 10. 래리 페이지(43) 333억 ▲ 구글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➑ ━ 11. 세르게이 브린(42) 326억 ▲ 구글 캘리포니아주 로스알토스 ➑ 8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브린은 구글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4분기 알파벳(Alphabet)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모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더욱 야심찬 것들을 해보겠다”라는 것이다. 구글(유튜브는 계속 구글의 일부로 남는다)은 알파벳이라는 모기업 아래에 존재하게 될 여러 개의 기업 중 하나가 되며, 여기에는 노화 방지 연구소 칼리코(Calico), 스마트홈 온도조절기 업체 네스트(Nest),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 그리고 구글X가 포함된다. 래리 페이지는 알파벳의 최고경영자직을, 세르게이 브린은 사장직을 맡게 될 것이다. 알파벳을 설립하는 이유는 이 두 명이 구글 내부적으로 매달려온 야심찬 프로젝트의 실행을 위해 보다 공식적인 기업구조를 갖추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구글X 그룹은 무인자동차(지난해 프로토타입이 소개되었다) 및 안경렌즈와 컴퓨터를 결합한 구글 글래스 (현재 그 개발 상태는 정체되어 있는 듯하다)를 만들어냈다. 구글의 주가는 새로운 CFO 루스 포랏(Ruth Porat)이 재무적인 질서를 확립할 것이라 강경하게 이야기하고, 유튜브 및 모바일 검색 사업부에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함에 따라 지난 7월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르게이 브린이 한 젊은 구글 직원과 불륜을 저지른 행각이 신문지상에 보도된 지 거의 2년이 지난 올해 5월, 그는 유전자검사기업 23andMe의 최고경영자인 아내 앤 워즈츠키와의 이혼절차를 마무리했다. ━ 12. 앨리스 월튼(66) 320억 ▲ 월마트 텍사스주 포트워스 ➊ ━ 13. S. 롭슨 월튼(70) 317억 ▼ 월마트 아칸소주 벤턴빌 ➍ ━ 14. 크리스티 월튼(66) & 가족 302억 ▲ 월마트 와이오밍주 잭슨 ➊ 지난 6월 롭슨 월튼은 25년 만에 아버지 샘 월튼이 사망한 이후 맡아온 월마트의 회장직에서 퇴임했다. 가문의 장자인 롭슨 월튼은 동생인 짐 월튼과 함께 이사회의 이사직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롭슨 월튼의 사위 그레고리 페너(Gregory Penner)가 그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랐다. 롭슨 월튼과 짐 월튼의 여동생 앨리스 월튼, 그리고 며느리 크리스티 월튼은 월마트에서 그 어떠한 직함도 맡고 있지 않으며, 대체적으로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조용히 활동하고 있다. 크리스티 월튼은 샘 월튼의 둘째 아들인 존 월튼과 결혼했는데, 존 월튼은 2005년 비행기 충돌사고로 사망했다. 앨리스 월튼과 짐 월튼 모두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에 기부해왔으나, 앨리스 월튼은 2013년 11월 수퍼 팩(PAC, 민간정치자금단체)를 설립하는데 2만5000달러를 내놓으며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자로 나섰다. 월튼가의 3형제와 며느리 크리스티 월튼은 1만1000여개의 지점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소매유통업체 월마트 지분의 51%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브라질 및 중국과 같은 핵심 시장의 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주가가 15% 하락하면서, 월튼가의 네 부자가 소유한 자산은 총 160달러가 사라져버렸다. 아버지 샘 월튼은 동생 버드 월튼과 함께 1962년 아칸소 로저스에서 월마트를 시작했다. 두 형제는 낮은 가격과 소박한 태도로 곧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84년 월마트가 놀라운 재무성과를 이룩하면서 직원들과 건 내기에서 이기자, 샘 월튼은 약속한대로 월스트리트에서 훌라 댄스를 추었다. ━ 15. 쉘던 아델슨(82) 260억 ▼ 카지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➓ 미국 최대의 카지노 기업인 라스베가스 샌즈를 경영하여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축적했으며, 이 막대한 자산을 공화당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2014년 젭 부시, 존 케이식 그리고 크리스 크리스티를 포함한 공화당 대선후보들은 자신의 비전을 상세히 설명하고, 쉘던 아델슨의 축복과, 가능하다면 정치자금도 후원받기를 바라며, 쉘던 아델슨과의 회동을 위해 라스베이거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몇몇 보고에 따르면 존 케이식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이런 곳을 자주 다니지는 않지만, 이번 방문은 제가 정말, 실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장님이 하시는 일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까지 쉘던 아델슨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후보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지만, 최근 들어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에 공개적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2014년 쉘던 아델슨은 빌 게이츠(1위) 및 워런 버핏(2위)과 공동으로 지에 이민에 대해 절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기명 논평을 실었다. “명석한 두뇌를 지녔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지에 차 있는 대학생들을, 종종 장학금까지 주어가며 교육을 시키고, 그 다음 졸업을 할 때쯤이 되면 강제추방해버리는 작금의 현실은 미친 짓에 가까운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말은 쉘던 아델슨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적은 한 사람의 후보가 바로 공화당의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121위)라는 말이다. ━ 16. 조지 소로스(85) 245억 ▲ 헤지 펀드 뉴욕주 캔토나 ➓ 나치 치하의 헝가리에서 살아남아 십대 시절 공산당 체제를 피해 달아났다. 과감한 거래전략으로 업계의 전설로 자리매김하며 세계최고의 부자 헤지펀드 매니저가 되기 전에는, 런던에서 철도역의 짐꾼 및 웨이터로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당의 핵심인물 중 하나로, 2015년 힐러리 클린턴을 지원하는 수퍼 PAC에 이제까지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1996년 미국에서 약물합법화, 이민 정책개혁, 그리고 말기환자케어프로그램 등과 같은 진보적인 프로그램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반하는 명백하고도 개인적인 투쟁을 시작하여, 부시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단체들에 270만 달러의 금액을 지원했다. 그 이후로 세율인상과 부의 재분배를 주장하며 스스로를 “내가 속한 사회계급의 배반자”라 불렀다. 2008년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2012년에는 오바마 정권이 공화당 주자 미트 롬니와의 차이점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을 지원하던 열정은 사그라들었다. 조지 소로스는 2014년 8월 한 백인 경찰관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 십대를 총으로 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사태의 진원지인 미주리 퍼거슨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을 대폭 지원한 바 있다. ━ 17. 필 나이트(77) 244억 ▲ 나이키 오리건주 힐스버러 ➑ 나이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매우 성공적이었던 올 한 해, 스포츠웨어산업의 공룡기업 나이키의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무려 35%의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필 나이트는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아들인 트래비스 나이트가 나이키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필 나이트는 자신이 보유한 나이키 지분의 대부분을 ‘스우시LLC(Swoosh LLC)’라는, 나이키 로고의 의성어를 연상시키는 명칭의 유한회사로 이전했다. 향후 1979년 신발 디자이너로 시작해 거의 초창기부터 나이키와 함께 해온 나이키 최고경영자인 마크 파커(Mark Parker)가 회장직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필 나이트는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바로 직후인 1964년 나이키를 창업했고, 전 세계를 여행하던 중 일본 신발제조업체들과 만나게 되어 이들 업체를 설득해 일본에서 생산된 운동화를 수입해 판매했다. 본국으로 돌아온 필 나이트는 자신의 예전 육상코치인 빌 보워먼(Bill Bowerman)과 각각 500달러의 자금을 투자해 블루 리본 스포츠를 설립했다. 필 나이트는 1978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승리의 여신의 이름을 빌려 사명을 나이키로 바꾸었다. 초창기 빌 보워먼이 고안한 독특한 운동화 밑창 디자인은, 아내의 와플 기계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공개적으로 정치헌금활동을 한 적이 거의 없는 필 나이트였지만, 올해 초에는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유타주 상원의원 오린 해치(Orrin Hatch)에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 18. 포레스트 마스 주니어(84) 234억 ▲ M&M’s 와이오밍주 빅혼 ➋ ━ 18. 재클린 마스(76) 234억 ▲ M&M’s 버지니아주 더플레인즈 ➋ ━ 18. 존 마스(79) 234억 ▲ M&M’s 와이오밍주 잭슨 ➋ 위 세 명의 부자가 소유한 마스(Mars Inc.)는 미국 최대의 캔디제조업체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사실상의 모든 제품을 미국에 소재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마스사는 7월 캔자스주 토피카의 초콜릿 생산공장에 1억 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상장기업인 마스는 지난해 문을 연 이 초콜릿 공장에 이미 3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으며, 이는 마스사가 35년 만에 처음으로 설립한 신규 초콜릿제조공장이다. 마스사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M&M, 스니커즈, 밀키웨이 등처럼 애플파이에 비견될만한 미국 특유의 대표적인 간식거리로, 이외에도 엉클 벤(Uncle Ben) 쌀 및 애완동물사료 위스카스(Whiskas)처럼 식료품 가게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아이템도 포함된다.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는 마스가의 남매들은 은둔생활을 하는 상속인의 이미지를 전형적으로 잘 보여준다. 과거 정치 지도자를 지원하고자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 공개적인 행보를 드러내지 않았다. 남매의 할아버지는 워싱턴 타코마의 자택 부엌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도산의 위기를 겪은 후, 1923년 초코바 밀키웨이를 선보이면서 마침내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5 미국 400대 부자 리스트의 전체 순위는 www.forbes.com/forbes400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15.10.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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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의 금리인상 시기 논란 - 경각심 일깨워 경제의 거품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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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은 6월 1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월간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더 줄이는 결정을 내린 회의를 마친 뒤였다. 기자들이 옐런 의장에게 던진 첫 질문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최근 들어 미국의 물가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어떠하느냐는 것이었다.바로 전날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2.1%로 뛰어 오르면서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물가를 걱정하던 미국 경제가 어느새 물가 급등세를 경계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한 옐런 의장의 답변은 단호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 물가지표에는 잡음이 섞여 있으며 이를 제외하고 보면 물가는 여전히 예상한 범위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징후를 ‘잡음’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해서 논란을 일축했다.그러나 다음날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이 3% 이상 치솟았다. 장기 국채 금리도 대폭 뛰어 올랐다. 필라델피아 지역제조업체들의 원재료·중간재 구매가격이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는 소식 탓이었다. 옐런 의장은 ‘잡음’일뿐이라고 말했지만,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옐런 의장은 물가위험이 없다는 판단 아래 제로 금리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금융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이런 식으로 물가가 오른다면 조기에 금리인상이 단행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6월 12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가 폭탄발언을 했다. 영란은행의 정책금리가 예상보다 일찍 인상될 수도 있다고 경고를 했다. 금융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시장금리가 파운드화 환율과 함께 뛰어 올랐다. 내년 5월로까지 미뤄졌던 첫 금리인상 예상 시기는 올 연말로 바짝 당겨졌다.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도 했던 것이, 카니 총재가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던 게 바로 5월 초였다. 하지만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 말이 완전히 달라졌다. 영란은행은 올 초까지만 해도 ‘오는 2016년쯤이나 돼야 금리인상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혀 왔었다. 그러하던 금리인상 예상 시기가 몇 달 사이에 2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그런데 6월 24일이 되자 카니 총재는 다시 말을 바꿨다. 영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더디게 오르는 걸 보면 유휴 노동력이 예상보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금리인상이 급하지 않다는 쪽으로 되돌아왔다. 6월 12일에 조기 금리인상 경고를 한 것은 금융시장이 너무 장기간의 저금리를 기대하고 있기에 한 말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영국의 한 하원의원은 “뜨거운 듯하다가 금세 차가워지기를 반복하는 믿을 수 없는 남자친구 같은 태도”라고 카니 총재와 영란은행을 비난했다.종잡을 수 없기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옐런 의장이 장기간의 저금리 제공 약속을 재확인한 며칠 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금리인상 시기를 대폭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는 “내년 중반쯤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 금융시장의 전망이 타당해 보인다”면서도 “전망이라는 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만큼 크게 무게를 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늦게 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두 사람은 미국의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핵심인물들이다.예상보다 빠른 물가 상승에 무덤덤지금은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에 미달하고, 실업률은 목표치보다 높은 상태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두 가지 책무를 모두 못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제로금리를 계속 제공하는 경기 부양책이 유일한 해법이다.그러나 경기가 회복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데 물가상승률이 먼저 목표치를 넘어서버리는 때가 올 개연성이 있다. 만약 물가의 이탈 정도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이 목표치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미달해 있다면, 이 때는 물가 부담을 무릅쓰고 경기 부양을 계속한다는 것이 연준의 전략이다.옐런 의장의 ‘인플레이션 감수’ 발언은 기존에 정해진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었지만,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매파 진영 인사들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연준의 매파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인 플로서 총재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빠른 회복세를 반영해 금리인상을 대폭 앞당겨야 한다”고 한 그의 주장은 그런 점에서 립 서비스 또는 엄포의 성격이 강했다. 카니 영란은행 총재의 ‘조기 금리인상’ 경고와 같은 맥락이다.미국이 예상대로 내년에 금리를 올리게 되면, 이는 2004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긴축 사이클에 돌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려 7년 간 제공되던 제로금리의 온실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미국 연준은 전 세계의 자금 흐름을 직접 좌우하는 곳이기 때문에 금리인상 신호에 온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사람들이 영란은행에 특히 주목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영국이 미국보다 한 발 앞서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 유력해 보이고, 영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이나 철학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에 대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속내가 마침 6월 24일 영란은행의 하원 물가 보고에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찰리 빈 부총재가 행한 보고에서 영란은행은 이렇게 밝혔다. ‘출구전략이 너무 이르면 생산성의 회복이 저해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출구전략이 너무 늦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적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금리인상으로 쉽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출구전략은 이른 것보다 늦은 게 낫다.’영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은 과거 일본처럼 성급하게 긴축에 나섰다가 경기 회복세를 망치느니 차라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걸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적어도 이 두 나라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목격할 가능성이 제법 커졌다. 그런데도 왜 두 중앙은행은 수시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일까? 이 역시 영란은행의 물가 보고서에 의도가 담겨 있었다.“장기간의 통화부양 정책이 거품을 일으켜 금융 불안을 다시 야기할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이 문제는 금융감독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지만, 금리인상과 같은 통화정책으로 막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다면 경제 회복세에는 찬물이 끼얹어질 것이다. 따라서 금리를 성급하게 인상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미리 시장 참여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게 긴요하다.성급하게 긴축에 나서지 않을 듯물론 거품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까지 인상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영란은행은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의 동원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2월 카니 총재는 향후 금리 정상화 계획을 설명하면서 “경제 회복세를 저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도 감수할 수 있다는데 어지간한 거품쯤을 못 견딜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수년째 거품에 돈을 걸고 있다.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베팅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2014.07.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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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하이브리드·전기차 언제 다 제대로 만들지?

자동차

독일·일본 업체 파상공세에 현대차 역량 분산, 글로벌 IT기업 가세도 고민거리 그동안 전기차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했다. 석유에너지 고갈과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전기차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시장이 빨리 크지 않았고, 인프라 보급이나 짧은 주행거리 등 난관에 부딪혀 비관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BMW와 폴크스바겐이 본격적인 전기차 개발과 판매에 나섰다. 르노삼성과 한국GM도 전기차를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에 탄력이 붙었다. 테슬라·삼성·LG 등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회사도 호시탐탐 전기차 시장에서 기회를 노린다.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국내 최대 자동차 브랜드 현대·기아차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는 최근 수 십년 간 자동차 업계의 추격자였다. BMW·벤츠·도요타 등 내로라는 세계 자동차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10년 도요타 자동차 대규모 리콜사태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업체가 부진한 틈을 파고 들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려면 새로운 발판이 필요하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가 대안일 수 있다. 세계를 제패한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 브랜드가 100년 가까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내연기관 개발의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기차는 기존의 내연기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다. 누구나 더 좋은 전기모터를 장착할 수 있고, 성능이 더 뛰어난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위기이자 기회다. 전기차 분야 기술을 선점한다면 단숨에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다. 반대로 기술 개발에서 뒤쳐지면 다시 기나긴 세월을 추격자의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 지금은 국내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지만 르노삼성과 한국GM이 새롭게 개발한 전기차를 필두로 거센 도전을 한다면 국내 시장에서의 지위마저도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도에서 최초 전기차 민간 보급을 실시할 당시 기아의 레이 EV가 르노삼성의 SM3 ZE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 구글·애플·삼성·LG 등 기존에 없었던 경쟁자의 등장까지 경계해야 한다.BMW 달아나고, 르노삼성 추격하고현대·기아차 역시 전기차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쏘울 전기차가 4월 출시를 앞뒀다. 일본 닛산의 전기차 ‘리프’보다 뛰어난 성능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전기차 부문의 기술력이 경쟁업체에 비해 뒤쳐진다”며 직원들에게 전기차 기술 개발을 독려했다.지난해에는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 내 특허팀을 특허실로 격상하며 전기차 관련 기술 특허 개발에도 집중했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70여명에 불과한 특허실 인력을 최대 3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핵심 임원이 최근 경질된 이유 중 하나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카 개발 전략 부진에 따른 문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최근의 노력에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개발은 더디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가 최초 전기차를 개발한 것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차는 쏘나타 모델에 납축전지를 내장한 전기차를 최초로 선보였다. 내연기관을 모터와 납축 전지로 대신한 단순한 형태의 전기차로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50km에도 못 미칠 정도의 초보 수준의 전기차였다.1993년 출시한 쏘나타 전기차 3호가 최근의 전기차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전기차다. 배터리 제어시스템을 내장해 최고속도 130km, 1회 충전 주행거리 120km를 달성했다. 경쟁 업체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빠르게 성과를 내며 기술 격차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전기차와 관련한 모든 사업이 중단됐다.현대차가 다시 전기차에 도전해 성과를 낸 것은 2009년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블루온을 선보인 것. 16.4kWh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달고 최고 시속 130km까지 달릴 수 있는 양산형 전기차였다. 정부기관과 지장자치단체에서는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 중인 블루온을 볼 수 있다.현대·기아차의 또 다른 전기차는 3년이 지나서야 등장했다. 경차 레이 EV다. 개발명 탐스(TAMS)로 이름을 알렸지만 보급에는 애를 먹었다. 4500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때문이다. 그나마 2012년 이후에는 아예 성과가 없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 대상 판매에서 르노삼성에 뒤진 것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기술이 레이 EV에서 멈춘 동안 경쟁사들이 빠르게 발전해서다. 사실상 현대·기아차에는 세계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내세울 만한 전기차가 없다.4월 쏘울 전기차가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브랜드마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쏘울 한 차종만 가지고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며 “BMW 전기차가 5월 국내에 출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억지로 출시 시기를 맞추는 듯한 감도 있다”고 말했다.현대·기아차가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는 데는 외부 요인도 크다. 여러 부문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독일 디젤 세단이 점유율을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최근 2~3년간 디젤엔진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i40, 아반떼 디젤 등을 출시하며 독일차의 공세에 맞섰다. 동시에 수입 자동차와 비교해 가격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자·편의 장치 개발에도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했다.2011년 현대차 기술개발의 핵심인물인 이현순 부회장이 사퇴하고, 뒤를 이은 연구개발총괄 책임자가 양웅철 부회장이다. 미국 포드자동차 연구소 출신으로 자동차 전자장비 부문 전문가다. 양 부회장 체제 이후 자동주차·스마트트렁크·차선이탈경보시스템 등 전자장비 관련 기술이 좋아졌다. 2012년 2월에는 투산ix 수소차 개발·양산체제를 갖추며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시장 열리면 달릴 준비 마쳤다”최근에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라는 악재도 겹쳤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은 차량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대의 차에겐 부담금을 물리는 정책으로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솔린 엔진 위주의 차를 생산하는 현대·기아차로서는 가격 상승으로 판매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은 하이브리드 차 라인업을 늘려 대응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쏘나타·그랜져·K5·K7 하이브리드 차를 잇따라 출시했다.역량 분산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도 현대·기아차는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확산 속도가 빠르지만 아직까지도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그동안 꾸준하게 전기차를 개발하며 시장이 열리면 언제든 달려나갈 준비를 마쳤다. 디젤·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등 어떤 시장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레이 EV처럼 기존 모델에 전기 모터를 장착하는 파생형이 아닌 순수전기차 개발을 2018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4.02.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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