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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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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홍 GS건설 대표 “AI는 피할 수 없는 물결, 생존의 문제와 직결”

부동산 일반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흐름에 따르거나 이를 앞서 이끄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됩니다.”CEO 취임 이후 줄곧 회사의 DX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허윤홍 대표가 회사 미래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 워크샵에서 다시 한번 회사의 변신을 주문했다.GS건설은 이달 초 용인 엘리시안 러닝센터에서 허윤홍 대표를 포함한 각 사업본부장, 부문장 등 임원 및 차세대 리더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AI의 적극 활용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주제로 워크샵을 진행했다고 9일 밝혔다. 이날 워크샵에서는 AI 시대에 대비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외부 강연을 시작으로, AI를 회사에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 현업에서의 실질적인 적용 방안을 주제로 한 분임 토의 시간이 마련돼 각자의 업무 영역에서 AI를 어떻게 내재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허윤홍 대표 취임이후 세번째로 열린 이번 워크샵 주제로 수많은 현안을 뒤로하고 ‘AI’을 선택한 배경에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그 동안 보수적이었던 건설사들이 앞다투어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한 디지털 기술 활용을 가속화하고 있고, 건설 현장에서는 숙련 노동자의 감소로 AI 로봇, 자동화 기술로의 대체 필요성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또한 원자재 비용,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AI 분석을 활용한 비용 절감은 필수 요소가 되었다. 여기에 공공 사업 입찰 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요구하는 정부의 정책 변화도 건설업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이번 워크샵에 참여한 시공 담당 임원은 “솔직히 그동안 AI는 건설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기술 트렌드 정도로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워크샵에서 타 업종의 활용 사례를 들으며 AI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하게 되었고, 나아가 건설 분야의 적용 필요성과 회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한편, GS건설 허윤홍 대표는 2025년 신년사를 통해 Gen AI를 활용해 디지털 내재화를 선포했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자이 보이스’ 개발, 최신 시공 기준을 검색 한 번으로 알려주는 ‘자이북’ 개발 등 AI를 활용한 현장 디지털화에 집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5.04.09 19:19

2분 소요
‘위기‧위기‧위기’…건설사 CEO 생존 키워드는?

산업 일반

“올해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어렵다’ ‘앞이 안 보인다’라고 할 수 있다.”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경기 불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회장은 “올해는 연간 경영계획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변수들이 경영 환경을 위협할 것이다. 당연히 리스크 관리가 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고 했다.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곳은 한미글로벌만이 아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올해가 앞으로의 3년 중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본격화된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안정화 지연, 그리고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환율·금리 등의 경제지표 불확실성 확대는 건설시장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과 김형근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녹록지 않은 경영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체계적인 리스크(Risk) 관리와 재무구조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재무 안정성 확보, 변동성 최소화,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대외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완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닦겠다”고 강조했다.기업인들이 ‘불황’과 ‘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로 인한 부실 위험부터 공공주택 분양 감소,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여러 악재를 한꺼번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지난해에만 600곳이 넘는 종합건설기업이 문을 닫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의 폐업 신고는 2023년보다 60건(10.3%) 늘어난 6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5년(629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폐업 신고는 ▲2021년 305건 ▲2022년 362건 ▲2023년 581건을 기록하는 등 최근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반면 등록된 종합건설기업 수는 줄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종합건설기업(등록 기준)은 1만9242곳으로, 2023년 말(1만9516곳)보다 274곳(-1.4%) 줄었다. 부문별로는 ▲건축업 225곳(-2.1%) ▲토건 38곳(-1.2%) ▲토목 21곳(-0.4%) 순으로 감소를 나타냈다. 폐업한 기업은 늘고 새로 등록한 기업이 이보다 적었다는 뜻이다. 이는 건설업계의 불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해석된다. 건설 투자를 나타내는 건설기성액은 지난해 11월 1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줄었다.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건설 업체 신용평가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에만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취약하면 대출의 80% 이상 보증을 조건으로 하는 담보대출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은행의 예·적금 담보대출, 100% 보증서 담보대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포함한 결제성 자금 등은 예외로 했다. 부실 위험이 있는 건설사에는 많은 돈을 빌려주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확실하게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2023년 하반기부터 건설업을 중점 관리 업종으로 선정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건설업의 연간 순증 대출 한도를 1조2500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관리가 필요한 건설 업체를 분류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NH농협은행도 2023년부터 건설업 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우량 사업장 위주로 대출을 진행했고 건물건설업에 대해서는 지난해 초부터 일반적인 신규 여신 취급을 불가능하게 했다.기본기 강화‧내실 다지기…건설사 ‘생존 모드’ 전환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기본기 강화’ ‘내실 다지기’를 강조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기회를 찾기보다는 우선 버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지난 1월 2일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초첨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은 올해 경영 방침으로 ▲기반사업 강화 ▲자이(xi) 리브랜딩 ▲미래지향적 신규 사업 발굴 ▲디지털 마인드셋 내재화를 밝혔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경영 효율과 체질 개선 실천을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부서와 현장 단위의 실질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로 업무를 개선하고, 다양한 계층의 아이디어가 활용되도록 소통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자”고 말했다.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모든 사업 추진은 현금흐름(Cashflow)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불요불급(不要不急)한 투자는 과감히 중단하고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리스크 프리(Risk Free) 형태의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돈이 되는 사업’을 구분하고 경쟁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시공 물량을 확보하도록 각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 불황이 심화하고 당분간 이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확실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부터 챙기고 지출을 줄이는 등 경영 키워드를 생존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5.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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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는 글로벌 감각으로 무장한 3040세대 '오너가 3·4세' 시대

산업 일반

2025년, 오너가 3·4세 승진 소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나이는 적으면 30대, 많으면 40대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경영진이 오너 3·4세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경영 3세는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의 승진 소식이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1년 만에 다시 승진한 것인데, 이 자리는 기존에는 없는 직함으로 정 부회장이 회장으로 가기 바로 직전의 단계로 분석된다. HD현대그룹은 현재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대표이사 회장과 정 부회장이 함께 경영하는 ‘투톱 체제’이지만, 정 부회장의 단독 경영체제가 곧 도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구동휘 LS MnM 부사장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오른지 1년 만에 올해는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올렸다. 구 부사장은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오너가 3세다. LS MnM은 신사업 분야에서 새 성장 추진 동력을 꾀하기 위해 구 부사장을 새 CEO로 선임했음을 알렸다. GS리테일도 오너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GS그룹은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세인 허서홍 부사장을 GS리테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GS리테일을 이끌던 오너 3세인 허연수 부회장은 용퇴한다. GS그룹은 오너가 3세 경영체제에서 4세로 세대교체를 빠르게 진행한 그룹이기도 하다. 허서홍 부사장 외에도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오너가 4세 대표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삼양그룹 오너 4세인 김건호 전략총괄사장은 새해 맡는 분야를 키워 경영 장악력을 높였다. 삼양그룹은 화학그룹을 1그룹과 2그룹으로 분리하면서 2그룹을 김 전략총괄사장에게 맡긴다. 2그룹은 삼양엔씨켐과 케이씨아이 등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 등이 있는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을 운영하는 곳으로, 김 전략총괄사장은 새해부터 고부가가치를 내는 생산 분야까지 맡기게 된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의 젊은 30대 오너가 경영인도 다수다. 대표적으로 1986년생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있다. 업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의 승진 여부에 관심을 모았는데 이번 인사에 어김없이 승진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신 부사장은 이번 인사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이제 갓 30살을 넘긴 1993년생 신상열 농심 전무도 눈길을 끈다. 신 전무는 신동원 농심 회장의 아들인 오너 3세로, 이번 정기인사로 상무에서 전무로 올랐다. 신 전무는 2019년에 농심의 평사원으로 입사해 매해 초스피드 승진을 하며,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9년생 담철곤 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담서원 전무는 입사 3년 만에 전무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1년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1년 5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하고, 또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유학파 젊은 오너가 경영진, 장단점 뚜렷 이 같은 젊은 오너가 경영진의 공통점은 해외 유학파라는 것이다. 이번에 승진한 7명의 오너가 3·4세 역시 해외 유학을 했다. 이 경험을 살려 글로벌 사업이나 신사업 확장 역할을 하며 동력이 떨어진 기존 사업에 새로운 활기를 일으킬 것으로 기업들은 기대하고 있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와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 모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을 공부했고,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MBA를, 담서원 오리온 전무는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뒤 베이징대에서 MBA를 땄다.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은 미국 리하이대학에서 재무학을 공부했다. 또 경영과 재무쪽을 공부한 다른 오너가 경영진과 달리, 구동휘 LS MnM 부사장은 미국 센터너리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실제 이들 대부분은 신사업, 해외 업무를 맡고 있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는 이전까지 신사업을 포함한 회사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고,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 등에서 근무하며 그룹 내 미래사업과 글로벌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 역시 글로벌 성장PU장을 맡으며 해외 사업을 담당했고 담서원 오리온 전무도 글로벌 사업을 담당했다. 농심의 신상열 전무는 현재도 미래사업실장으로 일하며 주력 제품을 기반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마치 공식처럼 나타난 게 ‘유학에 이은 글로벌 및 신사업 담당’이라는 젊은 오너가들의 행보다. 결국 신사업을 꾸릴 때 마지막 결정은 오너가 내리는데, 이때 젊은 오너가 경영진이 글로벌 마인드와 폭넓은 시각으로 과감하게 변화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해외 경영 스타일만 고수해 성과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젊은 오너 3~4세 중에는 해외 유학파가 많다 보니 글로벌 네트워크가 다소 두텁고 사업에 대한 감각이 높은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면서도 “하지만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경영 능력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점과 위기 돌파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또 오 소장은 “선진국 등에서 배운 폭넓은 글로벌 경영 수업과 선대 회장 등을 통해서 물려받은 사업에 대한 DNA 등을 잘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쉽게 구조조정하는 해외의 경영 스타일이 적용되는 등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스타일을 강행해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4.12.30 05:00

4분 소요
‘오너 4세’ 허윤홍, GS건설 새 CEO 등판

건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 사장이 GS건설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등판한다.GS건설은 허윤홍 사장을 새로운 CEO로 선임했다고 22일 밝혔다.허윤홍 사장은 1979년생으로, GS칼텍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사원 기간을 거쳐, 2005년 GS건설에 입사해 재무, 경영혁신, 플랜트사업 등 회사의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사업 및 경영관리 경험을 쌓아왔다. 본사뿐 아니라 주택, 인프라, 해외플랜트 등 국내외 현장 경험을 갖춘 허 사장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았다. 해외시장개발, 수처리사업, 모듈러사업 등 미래 전략사업 발굴 및 투자 등을 적극 추진해온 결과 지난해 신사업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GS건설의 새 CEO 선임은 최근 각종 이슈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젊은 CEO 선임에 따라 조직의 세대교체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단행한 대규모 조직개편과 함께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모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허윤홍 사장은 GS건설의 최고경영자로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지속적인 신규사업 육성뿐 아니라 성과주의 인사를 통한 사업본부별 자율경영체제를 본격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하는 등 조직문화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품질·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경영 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고, 건설업의 근간이 되는 현장을 직접 챙기는 적극적인 현장경영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허 사장은 건설업의 기본인 현장의 인력관리, 공사관리, 안전·품질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GS건설과 자이(Xi)의 명성을 회복하고, 새롭게 도약시키기 위해 최고경영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인사에 대해 GS건설은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적극적이고 과감한 미래 전략사업 발굴로 신사업부문을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현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3.10.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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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 연봉 명세서④] '1등이 1등했다'…삼성물산 직원 평균연봉 '1억원'

건설

국내 건설사 중 임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물산(패션사업부문 포함)으로 나타났다.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 임원(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29억3300만원에 달했다. 건설사 임원 중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인물은 GS그룹 허창수 명예회장으로 지난해 총 45억25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가 도급순위(2020년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종합건설사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1억원으로 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억100만원에서 다소 낮아진 수준이다. GS건설 직원들은 평균 9500만원을 받아 500만원 차이로 삼성물산의 뒤를 이었다. SK건설은 8800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고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8500만원으로 동일했다. 다음으로는 대림산업에서 인적·물적분할을 통해 건설사업부로 이름을 바꾼 DL이앤씨가 직원들에게 평균 8284만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은 각각 8200만원의 연봉을 책정하고 있었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7900만원으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적은 직원 연봉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상위권 건설사의 급여 수준은 높았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 조사 결과 국내 500대 기업 임직원 평균 급여는 8120만원이었다. 10위권 건설사 대부분이 500대 기업보다 급여가 높은 셈이다. 고급 기술직 및 현장업무가 많은 건설업계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허창수 명예회장 연봉 10억원 줄어, 삼성임원은 급여보다 상여 임원 평균연봉에서도 직원 연봉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사외이사와 감사를 제외한 등기이사 평균보수를 보면 삼성물산이 29억33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22억600만원인 GS건설이었다. 3·4위는 DL이앤씨(16억8900만원)와 현대건설(14억6700만원)이 차지했다. 5위인 SK건설(7억9600만원)과 포스코건설(5억2600만원), 롯데건설(4억7100만원) 등 6개사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10억원을 넘지 않았다. 10대 건설사 임원 중 퇴직금을 제외한 연봉이 가장 높은 인물은 지난해 총 45억2500만원을 수령한 GS그룹 허창수 명예회장이었다. 지난해 허 명예회장 연봉은 2019년 55억2100만원에서 10억원 가까이 줄었다. 이는 당기순이익 악화로 인해 성과급이 10억원 가량 감소한 탓이다. 때문에 허 회장 연봉은 급여가 22억8700만원, 상여가 22억3800만원으로 급여와 상여 비중이 각각 50%에 가까웠다. 2위인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41억3900만원을 받아 허 명예회장과 함께 ‘4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최 사장은 상여(30억4700만원)가 급여(10억1700만원)의 3배에 달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영호 사장 또한 급여 8억8100만원, 상여 16억8900만원으로 전체 연봉에서 상여 비중이 높았다. 이처럼 삼성물산은 여타 삼성 계열사가 그렇듯 임원 급여보다 상여가 큰 특징을 보였다. ━ GS 2세 허윤홍 사장 ‘10억 클럽’, 신동빈 회장은 건설 보수 안 받아 이밖에 GS건설 임병용 부회장(10억9300만원)이 20억 넘는 연봉을 받았고 SK건설 안재현 사장(13억5700만원),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10억300만원)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해 연봉 10억원을 넘겼다. 현대엔지니어링 김창학 사장은 8억3300만원, 롯데건설 하석주 사장은 8억2900만원, 대우건설 김형 사장은 7억2400만원을 받았다. 한편, 건설사 그룹 총수 급여 순위를 보면 허 명예회장에 이어 DL이앤씨 이해욱 회장(35억5000만원)이 2위,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17억9600만원)이 3위를 차지했다. 허창수 명예회장 2세인 허윤홍 사장은 10억3900만원을 받았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2019년 롯데건설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한 뒤 2020년엔 보수를 받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 사임 및 2019년 당시 퇴직임원의 퇴직급여가 반영되면서 2020년 롯데건설 등기이사 보수 총액은 20억8600만원으로 전년(49억2800만원)에서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05.13 06:00

3분 소요
[세대 교체 한창인 GS그룹] “내 소임 다했다” 허창수·허명수 용퇴

산업 일반

70년대생 오너가 4세, 60년대생 전문경영인들 사장단에 대거 포진 재계 8위 GS그룹의 회장이 바뀐다. 허창수(71)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허 회장은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GS그룹의 초대 회장에 취임해 지난 15년간 그룹을 이끌어왔다. 신임 회장에는 허창수 회장의 막내 동생인 허태수(62) GS홈쇼핑 부회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12월 3일 허 회장 퇴진과 함께 발표된 GS그룹 인사에서는 60년대생 전문경영인들과 70년대생 오너가(家) 4세 등이 사장단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허창수 회장 “디지털 혁신 추진할 리더에게 자리 넘겨야” 허창수 회장은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GS 대표이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에서 모두 물러난다. 그룹 회장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디지털 혁신을 이끌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용퇴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날 허 회장은 “지난 15년간 ‘밸류 넘버 원 GS(Value No.1 GS)’를 일구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 GS가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시기”라며 “혁신적 신기술이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는데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GS 관계자는 “허 회장이 디지털 혁신을 역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에게 자리를 넘겨야 할 때라는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허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GS건설의 회장직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허 회장이 4연임 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허 회장은 GS그룹을 15년 만에 매출 68조원의 재계 8위 그룹으로 키워낸 안정적인 리더로 평가받는다. 2004년 LG와 잡음 없이 계열분리를 마무리 지은 허 회장은 2005년 GS그룹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계열사 15개에 자산 18조원, 매출 23조원짜리 그룹을 15년 만에 계열사 64곳, 자산 63조원, 매출 68조원으로 키웠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의 이사회 의장이자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각 사업자회사와 출자회사들에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특히 허 회장은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등 3개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GS그룹의 에너지 중심 사업형 지주사인 GS에너지를 출범시켜 에너지 사업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대체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신규 사업을 육성했다. 유통사업에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매각하고 편의점과 수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GS홈쇼핑은 인도·중국·태국 등 해외로 진출했다. 건설사업의 GS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Xi)를 브랜드로 안착시키고 최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홈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허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실리 추구로 압축할 수 있다. 차량이 몰릴 것 같으면 저녁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한다. GS그룹 회장으로서 마지막 행보는 지난 10월 대만에서 이틀간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였다. 허 회장은 전기 스쿠터 혁신 기업 고고로(Gogoro)를 찾아 전기 스쿠터에 올라 핸들을 잡았다. 이런 모습은 동행한 사진사의 카메라에 잡혔다. 허 회장은 “GS가 살아남기 위해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바이오 등 신기술을 앞세워 실리콘밸리의 꿈을 이루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대만의 혁신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 없이 GS그룹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GS는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GS가 해외에 직접 벤처 투자법인을 세우는 건 처음이다.허 회장은 어려운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37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취임하면서는 재계 맏형을 자처했다. ‘전경련 패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 정권을 거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하락했다. 재계에선 “허 회장이 앞장서 총대를 멨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1년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허 회장은 올해까지 네 차례 연임하면서 10년 동안 전경련을 이끈 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같이 전경련 장수 회장에 올랐다. ━ GS홈쇼핑 성장 이끈 허태수 회장 이날 허창수 회장의 셋째 동생 허명수(64) GS건설 부회장도 용퇴를 결정했다. 1981년 LG전자 사원으로 입사한 허 부회장은 2002년 GS건설(당시 LG건설)로 이동해 2013년 6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허 부회장은 앞으로 GS건설 상임고문을 맡을 예정이다. GS건설에 따르면 정기 인사를 앞두고 허 부회장이 스스로 부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후배 세대를 위해 앞길을 터주겠다는 결심에서다. 허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변혁기에 걸맞은 젊고 역동적인 인재들이 회사를 앞에서 이끌 때”라고 말했다고 한다. 허 부회장은 허준구 명예회장 넷째 아들로 오너가의 일원이지만 1981년 LG전자에 입사해 사원부터 시작했다. 특진한 번 없었다. 임원(상무)로 승진한 것은 회사 생활 19년 만인 2000년이었다. 2002년 GS건설(당시 LG건설)로 이동한 이후 17년간 ‘건설맨’으로 살았다. 재경본부장(CFO), 사업총괄사장(COO),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허 부회장은 늘 ‘현장’을 강조했다. CEO 취임 직후 국내외 70개 현장을 돌며 직원들과 소주잔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눠 화제가 됐다. 특히 2013년 해외플랜트 사업 악화로 대규모 적자가 나자 이듬해 연봉 전액을 반납하기도 했다.두 사람의 용퇴로 GS 3, 4세 경영 승계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허 회장은 LG그룹 공동창업주인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LG그룹 입사 후 LG상사 전무와 LG화학 부사장, LG전선·LG건설 회장을 지냈다.내년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될 허태수 회장은 고 허준구 회장의 5남으로 허창수 회장의 막내(넷째) 동생이다. 허 신임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MBA)를 졸업하고 미국 컨티넨탈 은행에 근무하다가 1988년 LG증권에 입사했다.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GS홈쇼핑 성장을 이끌었다. 내수 산업에 머물러 있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 쇼핑 사업 확장을 잇따라 성공시켜 차세대 GS 그룹 리더로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수 회장은 2006년 연간 취급액 1조8946억원이던 GS홈쇼핑 실적을 지난해 4조248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TV홈쇼핑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모바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 허윤홍 GS건설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 이번 인사에서 GS그룹의 오너가 4세 경영도 더 본격화됐다. 이번 인사에서 오너가 4세 사장이 1명 늘었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추진실장 부사장이 GS건설 신사업부문 대표 겸 사업 관리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말엔 GS칼텍스 허세홍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해 4세 경영 시대의 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전무에서 승진한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윤활유 사업부문)도 4세다. 허세홍 사장과 허준홍 부사장은 각각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이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아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경영지원본부장)도 GS그룹 내에서 에너지 부문 4세 경영자다. ━ 젊어진 GS그룹 사장단 - 평균 57세로 기존보다 3세가량 적어 GS그룹은 12월 3일 허창수 회장 체제에서 허태수 신임 회장 체제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그룹 임원 45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사장단 평균 연령이 57세로 기존보다 3세가량 젊어졌고, 허창수 회장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가 전진 배치된 것이 눈에 띈다. 이날 인사에서는 GS리테일 허연수(58) 사장과 GS건설 임병용(57)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은 두 사람이 최근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탁월한 경영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허창수 회장의 사촌인 허연수 사장은 1987년 LG상사로 입사해 2003년 GS리테일 신규점 기획 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편의점 사업부 영업부문장, MD본부장 사장 등을 지내며 GS리테일 성장을 이끌었다. 임병용 사장은 1991년 LG 구조조정본부로 입사해 LG텔레콤 마케팅실장 상무, GS홀딩스 사업지원팀장 부사장, ㈜GS 경영지원팀장 사장을 지냈고, 2013년부터 GS건설을 이끌고 있다. ㈜GS 최고재무책임자(CFO) 홍순기(60) 사장도 ㈜GS 대표이사로 영전했다. 홍 사장은 GS EPS 관리부문장, ㈜GS 업무지원팀장 등을 거쳐 2009년부터 ㈜GS의 CFO를 맡으며 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GS글로벌 대표이사인 김태형(61) 부사장(61)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GS홈쇼핑 영업 총괄 김호성(58)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해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GS파워 대표이사 조효제(57) 부사장도 사장으로, ㈜GS 경영지원팀장 김석환(57)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수련·강기헌·한은화 중앙일보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2019.12.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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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경영권 승계, 상법 개정에 발목 잡히나] 지주사 전환 노리는 삼성·롯데·현대중공업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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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들 지배력 강화에 사활 … “편법 동원한 부당 승계” vs “경영권 방어 수단 필요” 한국의 재벌은 얼마나 견고할까, 혹은 스스로 견고해지려 하고 있을까.재계를 대표하는 국내 10대 그룹의 경영권 승계 현황을 짚어보면 알 수 있다. 기업 경영 성과 평가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자산 규모 기준 국내 10대 그룹은 순서대로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포스코·GS·한화·현대중공업, 그리고 순위권 안에 새로 진입한 신세계(10위)다. 재벌 그룹이 아닌 포스코를 제외하면 9곳이 경영권 승계 이슈와 맞물려 있다.삼성의 경우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지난해 말 터진 ‘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 악재로 새 국면을 맞았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최순실씨 일가에 거액을 지원한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았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삼성물산-제일모직 간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기 위해 대가성 뇌물을 줬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청와대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압력 행사 등을 지원받았다며 2월 14일 구속 영장을 재차 청구했다. 법원은 17일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애초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부문을 가져가고 두 여동생(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호텔·건설 부문과 패션·미디어 부문을 책임지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고 이 부회장이 그 최대주주로 자리 잡으면서 결론이 났다.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이 여론의 강한 압박 속에 통과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진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행법상 기업 인적분할 과정에서는 자사주에 대한 의결권이 부활할 수 있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유예기간 없이 시행되면 자사주를 활용한 의결권 확대는 기대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으로서는 경영권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지분을 더 많이 추가로 매입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2월 현재 시가총액이 28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지분 확대에 필요한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 현대차, 순환출자 구조 해소가 승계 열쇠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이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돼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정 부회장은 1남 3녀를 둔 정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다.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그룹 경영 일선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정 부회장은 현대·기아차의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그는 2월 현재 현대차(2.3%), 기아차(1.7%), 현대글로비스(23.3%), 현대엔지니어링(11.7%) 등의 계열사 지분율을 확보했다. 아직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율이 낮아 삼성과 달리 승계 작업이 표면적으로 진행되진 않고 있다. 추가적인 지분 확대와 함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가 경영권 승계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측이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정 부회장이 추가 지분을 취득하는 식으로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현대차로서도 상법 개정안 통과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확보한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해 그가 다른 계열사 지분 취득 재원을 확보하도록 돕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SK는 최태원 회장의 자녀들 모두 나이가 적고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 않아, 경영권 승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장녀 윤정(28)씨는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다니다가 올 초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녀 민정(25)씨는 해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복무 연장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오는 9월에 전역한다. 장남 인근(22)씨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수학 중이다. 일각에선 이들 3세 중 장녀 윤정씨가 먼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같은 핵심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컨설팅업체에서 일할 때 석유화학과 정보기술(IT) 등 SK의 주력 사업부문과 연관된 팀에 있었기 때문이다.LG는 구본무 회장의 장남(장자 승계 전통을 위해 양자로 입적)이자 가문의 4세인 구광모(39) ㈜LG 상무가 지주회사에서 일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승계 움직임은 없다. 일단은 구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LG는 지난해 말 그룹 인사를 단행하면서 구 부회장의 역할을 대폭 강화했다. 구 상무는 승진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그는 ㈜LG에 대한 지분율이 2013년 4.84%에서 지난해 말 6.24%로 올랐다. 같은 기간 구 회장의 지분율은 11%에서 11.28%로 변동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젊은 구 상무에 앞서 구 부회장이 구 회장의 뒤를 이으면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그 뒤를 구 상무가 잇는 식으로 경영권이 우회·점진적으로 승계될 것”으로 내다봤다. ━ 롯데, 신동주-신동빈 경영권 분쟁 현재진행형 롯데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 롯데를 장악한 차남 신동빈 회장의 승리 가능성이 커보이지만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도 만만찮아 귀추가 주목된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신 총괄회장과의 ‘임의 후견계약’ 체결 사실을 공표하는 한편, 부친에게 부과된 증여세 2126억원을 대납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은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롯데제과 주식 매입으로 응수했다. 2월 현재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9.06%로 신 전 부회장(3.96%)보다 높지만,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지분 6.83%를 넘겨받으면 10.79%가 돼 역전 가능성이 존재한다. 롯데는 지주회사 전환도 검토 중이라 삼성처럼 상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GS는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38) GS건설 전무가 일단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 꼽힌다. 다만 전통적인 ‘일가 경영’ 과정에서 다른 그룹들에 비해 매우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어 관심이 모인다. 3세 중에서는 막내인 허용수 GS EPS 대표의 ㈜GS 지분율이 최근 허 회장을 앞지르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허 전무를 비롯해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세홍 GS글로벌 대표 등 4세들도 경쟁적으로 ㈜GS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 향후 경영권 승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4) 한화큐셀 전무의 승계가 유력하다. 김 전무는 김 회장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소기의 성과까지 거둬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만성 적자에 시달렸던 한화큐셀은 이후 흑자 전환했고, 태양광 셀 생산량이 연간 5.2기가와트(GW, 지난해 기준)로 2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로 김 전무의 승계에 힘을 실어줬다. 핵심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이 한화큐셀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500억원을 출자, 지분율 50.15%를 확보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최대주주가 한화에너지(39.1%)인데 이 회사는 최대주주가 한화S&C(100%)다. 김 전무는 한화S&C의 지분 50%를 갖고 있다. 한화S&C→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한화큐셀이라는 지배구조의 중심에 김 전무가 있게 됐다.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비조선 부문을 독립회사들로 분할하기로 결정한 이후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던 차였다. 올 4월 그룹을 현대중공업(조선·해양) 외에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으로 분사하면서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세우기로 했다. 그룹 측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36) 현대중공업 전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를 준비 중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상법 개정안 통과가 변수다.이밖에 신세계는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과 그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의 ‘남매 경영’ 시대가 본격화한 분위기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 사장이 백화점을 각각 맡아 분리 경영하는 구도다. 앞서 신세계는 2011년 백화점 부문과 대형마트 부문의 인적분할로 그 서막을 열었다. 지난해 4월엔 두 오너가 각자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의 주식을 맞교환하면서 본격적인 분리 경영에 나설 채비를 했다. 정 부회장은 올 1월 4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동생도 맡은 분야, 잘하는 분야에서 책임감을 갖고 해보라는 어머니(이명희 회장) 지시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이를 공식화했다. ━ 시민단체 “일감 몰아주기로 물밑 승계 작업” 비난 이들 그룹은 대부분 최근 5년간 자산 승계율(오너 가족 전체 자산 중 자녀 자산 비율)을 끌어올리면서 경영권 승계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 지난해 10월 기준 삼성은 2011년 초보다 19.4%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16.4%포인트↑), GS(7.3%포인트↑), 한화(6.5%포인트↑), LG(4.7%포인트↑)도 같은 기간 자산 승계율을 끌어올렸다. 후계자들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실탄 마련에 그만큼 분주했다. 증여세 부담에다 관련 세제 보완으로 쉽지 않아진 여건 속에서도 승계에 대한 오너 가문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를 두고 “경제 발전과 오너들의 ‘책임 경영’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론과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편법을 동원한 부당(不當) 승계”라는 비판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재벌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나 차명주식 활용 같은 편법으로 물밑 승계 작업을 펼치면서 오너 가문의 자산을 늘리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한국은 산업화와 경제 민주화라는 두 가지의 가치가 불완전하게 타협되는 바람에 위기에 처했다”며 “지배구조 개선으로 재벌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수 일가라도 무능하면 경영에서 배제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재벌 계열사 투자 한도를 늘려 의결권을 높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언급했다.반면 재벌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기업들의 경영권 승계에 제동을 걸었다가 역효과가 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무리한 법 개정(상법 개정안 통과)은 외국계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 이사회를 뒤흔들어 장악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안팎으로 경제 상황이 안 좋은데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자칫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 실장은 “오히려 경영권 방어 수단이 대등하게 제공돼야 한다”며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보호 장치의 적극적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포이즌필(poison pill):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싼 가격에 신주를 사들일 권리를 주는 제도.

2017.02.2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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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재계 연말 인사] ‘안정·세대교체·신성장동력’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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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 ‘안정·세대교체·신성장동력’. 2015년 대기업 연말 인사의 주요 키워드다. 경영 전면에 나선 오너 일가의 3, 4세 경영자가 늘었다. 사업 재편 등으로 조직 변화가 많은 가운데 최고경영진의 물갈이는 가급적 줄이는 안정 모드를 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이다.재계의 연말 인사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경쟁에서 한발 앞서고 미래를 준비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오너 일가의 3, 4세가 늘었다. 경영진의 세대 교체를 단행하면서도 최고경영진의 물갈이는 가급적 줄이는 방식으로 안정을 꾀하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방점을 찍고 불황을 돌파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신성장동력 확보=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에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았다. 구 부회장이 맡은 보직은 LG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소재 부품,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 미래 성장사업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집중 지원하는 자리다. 구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 총괄뿐만 아니라 LG전자 이사회 의장도 겸직한다. 구 부회장이 어떤 신사업을 발굴해서 키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삼성그룹 인사에선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주목을 받았다. 삼성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이끌어갈 인물로 낙점 받은 것이다. 고 사장은 삼성의 바이오 사업 진출 초기 기획과 바이오 시밀러 사업 진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고 사장은 2000년 종합기술원에 입사한 이후 바이오헬스연구소장을 역임했다”며 “불모지에서 일군 바이오사업을 삼성의 대표 사업으로 조기에 성장시킬 적임자”라고 설명했다.12월 말로 다가온 현대차동차그룹의 연말 인사도 관심을 모은다. 현대차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밀고 있다. ‘제네시스 초대 CEO’ 자리에 앉아 정의선 부회장과 호흡을 맞출 인물이 누구일지 관심거리다.◇세대교체 확대= 현대중공업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상무가 30대 중반에 전무로 승진하며 세대교체 시점을 앞당겼다. 현대중공업은 신규 상무보 선임자 57명 가운데 40대가 거의 절반인 28명을 차지할 정도로 지속적인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해양플랜트 사업 등의 대규모 적자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인사폭이 커졌다.GS그룹에선 본격적인 3세 경영자 시대가 열렸다. 고 허만정 창업주의 2세 중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3세 시대가 활짝 열렸다. 허승조 부회장의 자리는 3세 경영인인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이 맡았다. 또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업지원실장은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다. 4세 경영인으로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도 전무로 승진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 사업부문장은 이번 인사에서 임원에 올랐다.신세계그룹에선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 부사장이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은 12월 3일 대대적인 인사를 진행했다. 김해성 그룹 전략실장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사장 승진 3명, 신규 대표이사 내정자 4명, 승진 57명, 업무위촉 변경 20명 등 총 85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했다.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경영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정 신임 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입사한 지 19년 만에 사장 직함을 달았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의 틀을 ‘미래준비, 책임경영, 핵심경쟁력 강화’로 요약했다. 그룹 측은 “신규 임원의 30%가 발탁 승진자”라며 “그룹의 미래 준비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실질적 기여가 가능한 인물을 엄선해 등용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LG 그룹에선 통신 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던 이상철 LG 유플러스 부회장이 물러났다. 후임은 LG화학에서 배터리사업을 진두지휘하던 권영수 사장이다. 다른 분야 출신인데다 나이도 10살 넘게 차이가 난다.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LG유플러스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안정 도모= 계열사간 사업 재편, 화학 계열사 매각 등을 진행한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안정’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룹을 이끌어온 핵심 경영자들이 자리를 유지하면서 업무 일부를 신임 경영자들과 분담했다. 무선사업부장과 IM부문장을 겸했던 신종균 사장은 무선사업 업무를 후배에게 물려줬다. CE부문과 생활가전사업부를 이끌었던 윤부근 사장의 업무도 줄었다. 생활가전사업부장에서 손을 뗐다. 권오현 부회장도 겸직했던 종합기술원장을 정칠희 종합기술부원장에게 넘겼다. 변화는 있지만 신 사장과 윤사장, 권 부회장 모두 그룹에 남아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과 신규 먹거리 발굴에 참여한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세트 부문의 주력 사업부 리더를 교체했지만, 보고 라인은 그대로 유지하며 안정감을 줬다.연말 인사를 앞둔 롯데그룹은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2월 4일 사장단 회의를 열어 계열사별 실적 평가를 마친 뒤 12월 말 인사를 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복잡한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호텔롯데 상장도 준비해야 한다. 면세점 탈락의 휴유증에서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조직 결속력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신 회장은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롯데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12월 중순 연말 인사를 진행할 SK그룹 인사도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SK그룹은 2014년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CEO를 대거 교체했다. 1년 만에 다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호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에서 얼마나 많은 승진 잔치가 벌어질지 관심거리다. 최태원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에 복귀할지도 관심사다.-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2015.12.05 18:52

4분 소요
[30대 그룹 3·4세 승계 Ⅰ]

산업 일반

━ 삼성그룹 | 막 오른 ‘이재용의 삼성 시대’ 20년 이어온 승계 작업 막바지 단계 ... 삼성 측, 3남매 “계열분리 없다” 지난 7월 우여곡절 끝에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됐다. 이에 따라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로써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3세 승계 작업은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부(副)자를 뗄 일만 남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건희(73) 회장의 건강 상태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정도,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과 그룹 지배력 등을 봤을 때 이미 ‘이재용의 삼성’ 시대는 개막됐다는 것이다.1995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60억원으로 에버랜드 주식을 매입한 이 부회장의 현재 삼성그룹 주식 보유가치는 7조원이 넘는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 삼성 SDS 11.25%, 삼성전자 0.57%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승계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서 그룹 지배력도 강화됐다. 지배구조가 ‘이재용 부회장→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기타 계열사’로 정리된 것이다. 올 5월에는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도 선임됐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7%, 삼성화재 3.1%, 삼성SDI 0.6%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일가 내부의 지분 승계 작업도 그간 속도를 내왔다. CEO 스코어에 따르면, 2013년 말 22.2%였던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올 5월 기준 47.5%로 급증했다.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 승계 작업은 마지막 수순만 남았다고 본다.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면서,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삼성 오너 일가의 그룹 내 지분율은 국내 30대 그룹 중 세번째로 낮다. 이건희 회장과 배우자·자녀가 보유한 지분율은 그룹 전체 주식의 1.28%에 그친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71%, 이재용 부회장은 0.57%에 불과하다. 때문에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의 인적 분할,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삼성SDS와 삼성 SDI 합병, 중간지주회사 설립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42) 제일모직 사장의 역할 분담도 관심거리다. 한때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바이오를 축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호텔·면세점·상사·레저,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패션·광고기획 등을 맡아 계열분리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그동안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3남매의 계열분리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각각 삼성물산 5.5%, 삼성SDS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다. 8월 21일 현재 주식 가치는 약 2조3000억원이다. 재계에서는 남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엘리엇 파동’ 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에는 무리 없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 오히려 삼성그룹의 마지막 승계 과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스스로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일지 모른다.-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 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승계 위한 물밑 작업 한창 대대적인 지배구조 재편 중 ...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열쇠 번번이 발목을 잡혔던 정의선(45)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지배구조 재편에 들어갔다. 정 부회장이 지분 25.06%를 보유한 현대엠코와 57.87%를 가진 현대위스코가 먼저 움직였다. 현대엠코는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위스코는 현대 위아와 합병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조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내부관계자 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2013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중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 이상이거나, 내부 매출 거래 비중이 12%가 넘는 곳은 규제 대상이다.정몽구(77)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 부회장이 30%의 지분이 있던 현대오토에버도 시스템통합 계열사인 현대C&I와 합병했다. 합병이 여의치 않은 기업은 보유 지분을 처분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 계열사 이노션의 지분 40%를 보유했는데, 지난해 이 중 30%를 처분했다. 올해 들어선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502만2170주(13.39%)에 대한 블록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로워졌다. 남은 일은 자금을 확보하며 핵심 계열사 지분율을 높이는 동시에 순환출자 구도를 바꾸는 일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엔지니어링 11.72%, 현대위아 1.95%, 기아자동차 1.74%, 이노션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게 증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기업이다. 여기에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며 ‘현대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하이스코 지분이 현대제철 지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은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와 이를 위한 정 부회장의 자금 마련으로 압축된다.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방법은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현금을 확보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는 방안이다. 정 부회장은 이노션 상장 당시 구주 매출을 통해 1000억원을 확보했고, 현대글로비스 블록딜로는 약 7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정 부회장은 지난해 4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하면서 합병 존속법인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게 됐다. 기존 현대엠코 지분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으로 바뀐 결과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실적이나 외형 성장 추세를 보면 그룹 차원에서 현대엔지니어링 가치 상승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정 부회장의 자금 확보 차원에서 본다면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보다는 현대엔지니어링 단독 상장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 SK그룹 | 최태원 회장 자녀 어려 승계는 시기상조 장녀 경영수업 추측 ... 물려준 주식은 아직 없어 SK그룹은 최태원(55) 회장 자녀의 나이가 어려 3세 승계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다. 장녀 윤정씨가 26세이고, 차녀 민정씨는 24세, 장남 인근씨는 이제 막 20세가 됐다. 다만, 장녀 윤정씨는 최근 경영수업을 받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 윤정씨는 지난해까지 어머니 노소영(54)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일을 도와 연구모임 ‘싱글래러티99’의 실무를 맡아왔다. 그는 올 초 컨설팅 회사 베인&컴퍼니에 주니어 컨설턴트로 취직했다. 베인&컴퍼니는 이전에도 주요 그룹 오너 자녀가 거쳐 간 회사다.효성그룹 조현상 부회장과 현대중공업 장녀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기획팀장 등이 근무한 것으로 유명하다. 윤정씨는 중국 베이징에서 국제학교(ISB)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학에 입학했다. 재계에서는 윤정씨가 경영컨설턴트로 수년간 실무를 익힌 뒤 SK그룹에 입사해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차녀 민정씨는 국내 재벌가에서는 흔치 않은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중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나왔지만 고등학교는 학비가 저렴한 일반고(인민대 부속고)를 나왔다고 한다. 방학 때는 서울 강남역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을 벌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해군 소위에 임관해 화제가 됐다. 지난 6월 말부터는 해군 충무공 이순신함을 타고 중동 아덴만 해역에 파견돼 파병활동을 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최근 최태원 회장의 차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나친 관심에 부담스러워 한다”고 전했다.장남 인근씨는 현재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 1학년이다. 1995년생으로 중학교를 대안학교에서 마쳤다. 어머니 노소영 관장이 대안학교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진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로 진학했던 인근씨는 중국 상하이로 유학을 떠나 어학연수를 마치고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최 회장 자녀들이 보유한 SK그룹 계열사 지분은 없다.이런 가운데 SK그룹의 통합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가 지난 8월 1일 공식 출범했다. SK주식회사는 SK C&C가 SK㈜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계열사 SK C&C가 지주사SK㈜를 지배하던 ‘옥상옥’ 구조에서 벗어나 일원화된 사업형 지주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 이전까지 최 회장은 SK C&C를 통해 SK㈜를 지배했다. 이런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털고 최 회장이 지주사의 지분을 실제 보유하면서 그룹을 경영하게 된 것이다. 통합지주회사가 되면서 최 회장의 소유 지분은 23.2%, 여동생 최기원(51)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은 7.4%다. 두 사람 외에 오너 일가가 가진 지분은 실효적 지배력으로 볼 수 없는 0%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통합지주회사 설립이 장기적으로 3세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기도 한다.SK 지주사에 속하지 않는 고 최종건 창업주 자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작다. 최신원(63) SKC 회장이나 최창원(51) SK케미칼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회장 공석이 길어질 때도 SK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 LG그룹 | 장자 승계 원칙 따라 후계자 이미 낙점 구광모 LG그룹 상무, 지주사 3대 주주 ... 최종 승계까지는 시간 더 걸릴 듯 구광모(37) LG그룹 상무는 지난 5월 27일 ㈜LG 주식 7만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구 상무는 이번 LG 주식 매입으로 지분율이 기존 5.99%에서 6.03%로 늘었다. 그는 구본무(70) LG그룹 회장(11.28%)과 구본준(64) LG전자 부회장(7.72%)에 이어 ㈜LG의 3대 주주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LG화학 34%, LG전자 34%, LG생활건강 34%, LG생명과학 30%, 서브원 10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G의 지분만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지주회사 임원으로 승진한 구 상무는 지분율도 늘어 LG그룹 4세 후계자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LG그룹 오너 일가는 유교적인 가풍을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장자(長子) 승계 원칙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물론 딸이나 며느리를 경영에 참여시키지도 않는다.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 이후 2세 구자경(90) LG그룹 명예회장, 3세 구본무 회장까지 모두 장자에게 승계됐다. 이런 문화 때문에 많은 형제가 있지만 재산이나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경우는 없었다. 장자 승계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슬하에 아들이 없었던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04년 동생인 구본능(66)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여기에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 상무는 2009년 중소 식품회사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인 정효정씨와 결혼했다.구광모 상무는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한 후 2006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했다. 입사 뒤 미국 스탠퍼드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쳐 2009년 8월 과장으로 복직했다. 이후 LG전자 HE(Home Entertainments)사업본부와 HA(Home Appliance)사업본부 등 LG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 주요 사업부를 돌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지금의 LG 시너지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같은 해 말 상무로 승진했다. LG 시너지팀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에너지 등 각 계열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업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컨트롤 타워다. 경영수업을 하기에는 최적의 자리인 셈이다.경영권 승계와 관련 LG그룹 내에 구 상무의 경쟁자는 없다. 다만, 변수는 있다. 바로 나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50살이 되던 해에 그룹을 물려받았다. 구본무 회장도 50세 때 회장에 올랐다. 구광모 상무의 나이는 올해 37살이다. ‘안정’을 추구하는 LG가문의 특성상 긴 시간을 두고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룹 후계자 자리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인 구형모(28)씨도 LG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직책은 대리다. 구형모 대리는 미국 코넬대학 경제학과를 나와 지난해 4월부터 LG전자에서 경영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LG 지분율도 늘려가고 있다. 지난 5월 27일 LG 주식 3만3000주를 장내 매입해 지분이 0.57%에서 0.59%로 늘었다. 지난 2008년에는 지분 100%인 광학필름업체인 지흥을 설립하며 사업 영업을 넓히고 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com ━ 롯데그룹 | 부친의 길 그대로 걷는 ‘신동빈의 장남’ 신 회장 자녀들 롯데그룹 지분 없어 ... 경영권 분쟁 불씨 끄는 게 급선무 형제가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인 롯데그룹은 당분 간 신동빈(60) 체제로 유지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2세 경영 체제가 이제 안착한 만큼 3세 경영을 말하기는 이르다.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환갑인 신동빈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장남 신유열(29)씨, 장녀 신규미(27)씨, 차녀 신승은(23)씨다. 눈길을 끄는 건 장남의 행보다. 학교부터 사회 경험까지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다. 신 회장은 일본 유명 사립학교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이후 일본 노무라 증권에서 약 8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신유열씨 또한 아오야마가쿠인대를 졸업한 뒤 콜롬비아대를 거쳐 노무라 증권에 입사했다. 지금은 다시 미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미씨는 일본에서 광고회사에 다니는 중이고, 신승은씨 역시 최근 롯데와 무관한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세 자녀는 롯데쇼핑·롯데제과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이 없다. 신유열씨는 최근 미국 하와이에서 일본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다. 이 역시 아버지와 같다. 그러나 한국 국적을 보유한 아버지와 달리 그는 일본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군 복무도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롯데가 국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차후에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으로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지난 8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승리하면서, L투자회사와 롯데호텔 등 한국 롯데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했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신동주(61) 전 부회장이 2%로 신 회장(1.4%)보다 다소 높지만 우리사주와 이사진·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은 신 회장이 결국 경영권을 가져가는 모양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19.07%의 지분을 가진 롯데홀딩스지만 11개로 나눠진 L투자 회사는 무려 72.65%의 지분을 쥐고 있다. 롯데는 ‘광윤사→롯데홀딩스→L투자회사→호텔롯데→한국 롯데 계열사’의 지배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가장 영향력이 큰 롯데홀딩스가 실질적 지주회사로 꼽힌다. 이에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및 L투자회사 대표이사 선임은 정당성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인 점은 변수다. 국내에서는 신 회장이 정식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된 만큼 법적 분쟁은 무의미하다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이에 비해 일본 현지에서는 ‘알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른다. 일본 법원의 과거 판례를 봤을 때 지분율보다는 ‘실제 경영을 누가했느냐’를 경영권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분쟁 요소는 또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복잡하게 얽힌 한국 롯데 계열사 간에 순환출자 고리를 공략한다면 롯데 전체의 경영권을 충분히 흔들 수 있다. 예컨대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지분율 13.45%)·롯데상사(8.03%) 등 계열사 지분을 우호 세력에 매각하고 자신은 매각 대금으로 다시 계열사 지분을 매입, 우호 지분을 늘려 신 회장을 견제할 수 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모두 높여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 GS그룹 | 탄탄한 3세 경영구도 속 4세 지분 승계도 ‘착착’ 가족 공동경영 가풍 ... 계열분리 가능성은 배제 못 해 2004년 7월 GS홀딩스를 설립하면서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GS그룹은 현재 3세 중심으로 경영구도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 당분간 3세 경영 구도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더불어 치밀한 ‘살라미 전술’에 따라 4세 지분 승계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1세대 고 허만정 LG 공동창업주는 8명의 아들을 뒀다. 이 중 LG 계열사 경영에 적극 참여한 2세대는 3남 고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 4남 허신구(86) GS리테일 명예회장, 8남 허승조(65) GS리테일 부회장이었다. 특히 허준구 전 명예회장의 5형제가 GS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허준구 전 명예회장의 손자들(4세)도 GS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허창수 회장의 아들 허윤홍(36) 상무는 GS건설에서, 허정수 회장의 아들 허철홍(36) 과장은 ㈜GS에서, 허진수 부회장의 아들 허치홍(32) 사원은 GS글로벌에서 근무 중이다. 여기에 LG 시절부터 LG 경영에 적극 참여한 8남 허승조 부회장과 4남 허신구 명예회장의 3남 허연수(54) 사장은 GS리테일에서 근무 중이다. 다만, 허승조 부회장의 자녀 허지안(34)·허민경(32)씨, 허연수 사장의 자녀들 허원홍(24)·허성윤(22)씨는 G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1남 허정구 전 명예회장의 둘째 허동수(72)씨가 GS칼텍스 회장, 5남 허완구(79) 회장의 아들 허용수(47)씨가 GS에너지 부사장으로 경영 참여 중이다.지배주주 일가 49명은 GS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인 ㈜GS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GS 지분은 모두 46.44%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작지만 장기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까지 배제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4세들의 행보를 보면 계열분리 가능성을 예측해볼 수 있다. 현재 GS그룹의 장손인 허준홍(40) GS칼텍스 상무가 올해부터 LPG사업본부를 총괄하고 있고,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 허세홍(46)씨가 GS칼텍스 부사장으로 활약 중이다. 때문에 허만정 창업주의 장남 고 허정구 일가의 손자들(허준홍·허세홍·허서홍(38))이 GS칼텍스 경영권을 승계하고, ㈜GS와 GS건설 등은 허만정 창업주의 3남 고 허준구 명예 회장 일가의 손자들(허윤홍·허철홍·허치홍·허주홍(32)·허정현(15))이 승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아직 미성년인 4세들이 많아 앞으로의 행보를 가늠하긴 쉽지 않다.한편 4세들은 차근차근 ㈜GS의 지분율을 높이는 추세다. 허준홍 상무가 1.67%, 허세홍 부사장이 1.43%, 허철홍 과장이 1.37%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허치홍(0.4%)·허주홍(0.43%)·허정현(0.21%)·허선홍(0.12%)·허석홍(0.87%)·허정홍(0.36%)씨가 ㈜GS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2015.08.29 21:20

12분 소요
경영 전문가 10인 ‘3세 경영인에게 바란다’

산업 일반

경영 전문가들은 창업 못지않게 지켜내는 것도 힘들다는 점에 동감했다. 무엇보다 3세 경영인들이 선대의 카리스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 있어 안타깝다는 의견이다. 선대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 경영자로서 ‘꿈’을 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재벌그룹 3세 경영인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력을 쌓으며 점차 경영 일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3남매인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모두 지난해 12월 승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1991년 12월 삼성전자 총무그룹으로 입사해 19년 만에 사장에 올랐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맡지 않고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성과 부담을 덜어주고 일선에서 좀 더 경영 수업을 쌓으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 사장은 연초 LG그룹 구본무 회장과 면담을 나눴다. 이후 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등 대형 고객사들도 찾아다니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 4월엔 경북 포항제철소에 내려가 정준양 회장을 만나는 등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팀으로 입사한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15년 만에 사장이 됐다. 지난해 인사에서 그는 전무에서 부사장을 건너뛰고 두 단계 승진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겸하게 됐다. 삼성의 유통사업을 책임지는 셈이다.그는 세계 최초로 루이뷔통을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시켜 주목 받았고, 2004년 12.6%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기준 29%까지 끌어올렸다. 전무 시절 호텔신라와 삼성 에버랜드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는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막내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도 활발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 3월 아시아 광고연맹 주관 애드페스트에서 포스트잇 광고로 금·은·동상을 휩쓸더니 6월 칸 국제 광고제에서 ‘홈플러스 전철역 가상 매장’ 광고로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와 금상 4개 등 모두 5개 본상을 차지했다.보폭 넓혀가는 3세 경영인들삼성그룹 3세 경영인들보다 앞서 경영일선에 나선 이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다. 그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외아들이다. 이재용 사장보다 두 살 어린 그는 2005년 기아차 사장을 맡았다. 2009년 승진과 함께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뒤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그는 디자인과 품질 관리에 주력했다. 2006년 직접 아우디와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을 맡았던 피터 슈라이어를 수차례 설득해 영입했다. 그게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이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됐다. 최근엔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주력한 ‘품질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 글로벌 생산공장에서 불량률이 높아졌다는 보고서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1차 협력업체 20여 곳을 방문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자동차뿐 아니라 신규 사업을 위한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 23조원에 달하는 브라질 고속철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CEO 2년차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남인 그는 2009년 12월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신세계는 지난해 2009년보다 14.3% 늘어난 14조55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8% 신장한 9927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 실적이다. 정 부회장은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대표적인 예가 퇴직 임직원을 위해 선보인 복지제도다. 임직원이 퇴직한 뒤에도 10년 동안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생 자녀 학자금까지 지원한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터시티점 등 점포 3곳에 어린이집을 열었다.그는 트위터 CEO로도 유명하다. 트위터에 올라온 고객들의 글에 일일이 답해준다. 특히 고객들이 이마트 카트 등 시설 이용 시 불편함이나 고객 아이디어 등을 올리면 바로 경영에 반영한다.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도 점차 보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는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과 객실승무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대한항공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조 전무가 주도하는 모습이다. 차세대 항공기인 A380 안에 면세품 진열장을 설치하거나 ‘저칼로리 웰빙 기내식’ 등을 선보이는 등 기내 서비스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장남 조원태 전무는 작년 말 여객사업본부장에서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항공 예약·발권·운송 등 대한항공 신여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상무)은 올해 4월 한진에너지 이사에 등재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장은 지난해 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 조현준 사장,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전무 등도 3세 경영인으로 이력을 쌓고 있다.10대 그룹 자산 국내GDP의 75.6%재벌그룹 3세 경영인의 잇따른 경영 참여에 경영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다. 경영 성과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0대 그룹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6%에 달한다. 10대 그룹 계열사 시가총액은 전체 주식시장의 50%를 차지한다. 그만큼 한국 경제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포브스코리아는 경영 전문가 10인에게 설문을 돌렸다. 설문에 참가한 이들은 기업의 경영 전략을 연구한 경영학과 교수, 경영 컨설턴트, 그리고 2·3세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경영 전문가 등이다.그들에게 3세 경영인들이 앞으로 경영을 잘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에 대해 물었다. 1차 설문을 거쳐 3세 경영인에게 필요한 교육, 기업 가치, 구성원 간 소통, 리스크 관리 등 4가지 항목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들어봤다.교육에 대해 경영 전문가들은 3세 경영인들이 해외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상당한 수준의 국제 감각을 갖추고 있다고 봤다. 재벌 3세들의 학력을 보면 해외파가 많다. 국내에서 공부했더라도 해외에 나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는 게 보편적이다.삼성의 이재용 사장은 서울대에서 동양사학을 공부한 뒤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 석사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샌프란시스코 MBA)과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MBA)도 MBA 과정을 거쳤다. LG가 3세인 구광모 LG전자 차장, GS가 3세인 허윤홍 GS건설 부장은 고교 졸업 뒤 바로 유학길에 올랐고,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 셋은 고등학교부터 외국행을 택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3세 경영인들이 글로벌 경영 환경에 익숙한 반면 한국 경영에 경험이 부족한 점이 CEO로서 취약점이 될 것으로 염려했다. 경영 전문가 중 7명이 현장 경험을 많이 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은 교육과 비즈니스는 다르다고 말한다. 교육은 좋은 성적을 내야 하지만 비즈니스에선 성과가 필요하다는 것. “성과를 잘 내려면 현장을 알아야 합니다. 밑바닥부터 공부해야죠. 꼭 회사의 사원이나 대리부터 하라는 게 아니에요. 겸손하게 현장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배운 내용을 현장에 적용하려고 하기보다 현장 중심에 교육을 접목할 필요가 있습니다.”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와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급적 자신이 속한 그룹 계열사가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가 자녀라는 신분을 숨긴 채 밑바닥부터 경험해야만 현실 감각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도 남다른 경영 수업을 받았다. 1986년 동원산업으로 입사한 그는 4개월간 명태잡이 어선을 탄 채 남태평양을 누볐다. 당시 누구도 그가 오너 아들이었다는 걸 몰랐다고 한다.3세 경영자들 현장경험 필요해박철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 패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명문 대학을 나온 그들은 최근에 각광받는 경영 이론, 기법, 트렌드 등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문 경영인과 달리 경영인으로서 치열한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부담감 때문에 ‘남보다 앞서거나 글로벌 하다’는 이미지를 외부에 표출하려고 하지요. 그러다 보니 대중매체에 소개된 최신 경영기법을 남들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경영기법은 이론일 뿐입니다. 경영자로서 자신만의 경영원칙, 철학, 가치관을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상당수 전문가도 ‘3세 경영인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선 기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사무소 공동대표는 “1, 2세 경영진이 만든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아야 하는 동시에 꾸준히 쌓아온 기업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변화는 과거 핵심 가치의 유지와 새로운 경쟁 가치의 도입이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성철 IGM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역시 3세 경영인들은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들려줬다. “과거에 기업은 돈을 많이 벌어 고용을 창출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21세기엔 이윤 추구뿐 아니라 투명 경영에 주력해야 합니다. 최근 몇몇 기업이 비자금이나 분식회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투명 경영에 대한 기업의 비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죠. 동시에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존경 받는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전문가들은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도 중요하다고 봤다. 소통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의견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몸을 낮춰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첫째고, 곧은 소리를 할 수 있는 조언자를 옆에 두는 게 둘째 방법이다.박철순 교수는 소통을 하려면 ‘그들만의 리그’에서 나와야 한다고 얘기했다. 태어날 때부터 황태자였던 3세 경영자들은 특권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봤다. 그는 ‘을’의 마인드를 키우라고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을’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이 얘기는 다시 현장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들을 단시간 내에 승진시키기보다 조직 내 하위직, 영업직 등을 거치는 혹독한 경영수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는 올바른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을 옆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3세 주변에는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또 좋은 얘기만 하는 사람들도 조심해야 해요. 당장은 싫을 수 있지만 쓴소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옆에 둬야 합니다. 쉽지는 않겠죠. 곧은 소리를 하는 인재가 직접 찾아오지도 않을 겁니다. 3세 경영인들이 직접 찾아 나서야 합니다.”김종석 교수 역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급적 선대 경영인을 모시고 기업을 오랜 기간 일군 그룹 내 원로 경영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독단 방지할 의사결정 시스템 갖춰야넷째, 3세 경영인이 갖춰야 할 경영 자질로 위기관리 능력이 꼽혔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는 위기에 대처하려면 실무 경험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오너들이 손익 책임을 자녀들에게 묻지 않고 안전지대에서만 사업을 경험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3세 경영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턴 어라운드(Turn-around) 경험은 너무나 중요하며 앞으로 그룹을 이끄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한근태 대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예상 시나리오를 그릴 줄 알아야 한다고 들려줬다. 가능한 한 투자는 보수적으로 할 것을 당부했다. 빨리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사업을 벌이다 보면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3세가 의사결정을 하기 앞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들려줬다.경영 전문가들은 창업 못지않게 지켜내는 것도 힘들다는 점에 동감했다. 무엇보다 3세 경영인들이 선대의 카리스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 있어 안타깝다는 의견이다. 선대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 경영자로서 ‘꿈’을 가지라고 입을 모은다.이병남 대표는 선대의 장점은 장점대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단점은 임직원의 공감대를 충분히 얻은 후 과감하게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경청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했다.박철순 교수는 경영자로서 명확한 꿈을 갖고 이를 구성원과 공유하라고 강조했다. 경영자가 꿈을 향해 열정을 갖는다면 구성원들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희망과 용기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1.07.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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