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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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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홍콩투자청장 “허브 명성 회복한 홍콩, 글로벌 공략의 든든한 파트너”

국제 이슈

글로벌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세계 각국의 외국 투자 유치 경쟁은 여전히 뜨겁다. 그중에서도 홍콩은 첨단기술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앞세워 한국 기업에 손짓하고 있다. 홍콩의 투자유치 진흥기관인 홍콩투자청에선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정부부처와 기관, 현지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가 홍콩투자청의 수장인 스티븐 필립스 청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콩 진출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나요. 팬데믹을 겪었지만 홍콩은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은 도시입니다. 단순명료한 세금 체계, 안정적인 금융 시장, 안전한 비즈니스 환경, 신뢰할 수 있는 법률제도 등이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홍콩의 혼란한 정세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민간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의 은행 예금규모는 15조 홍콩달러(2357조원)를 넘습니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발효되기 전보다 8%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최근엔 한국 기업 중에서도 홍콩 사업을 확장한 곳도 있죠. 어떤 곳인가요.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홍콩에 영업점을 신설했습니다. 3D 그래픽 의상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한국 기업은 사무실을 더 넓히고 추가 인력도 채용했습니다. 진출 유망업종으론 어떤 게 있을까요. 홍콩 정부는 지난해 도시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스마트시티 청사진 2.0’을 공개했습니다. 이 계획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이 필요한데요. 테크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겁니다. 스타트업이 뛰어들 기회도 많겠군요. 홍콩은 금융허브이기도 하지만, 창업 생태계 역시 탄탄하게 갖춘 도시입니다. 지난해 홍콩의 스타트업과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의 숫자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습니다. 창업가 중 26%가 외국 국적을 가진 점 역시 의미 있는 통계입니다. 테크기업이 진출해서 얻을 이점이 또 있다면요. 홍콩은 웨강아오대만구(GBA) 프로젝트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GBA는 중국 정부가 광동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특별행정구를 묶어 하나의 거대한 통합경제권으로 조성하는 전략사업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도쿄만 등 세계 유명 베이(Bay) 경제권을 뛰어넘는 첨단기술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건데요. 8600만명의 인구가 속한 경제권인 만큼 소비력도 어마어마할 겁니다. 홍콩에 진출한 한국 기업엔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까. 그간 한국 기업은 홍콩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이 홍콩을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전초기지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홍콩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 기업에 팁을 준다면요. 홍콩에서 한국 문화의 인기가 좋거든요. 한식과 관련해선 클라우드 키친과 쇼핑몰 내 팝업스토어 형태로 홍콩에서 사업을 시작한 기업도 있는데요. 자본을 크게 들이지 않더라도 유연하게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홍콩 역시 특유의 개방적인 비즈니스 문화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 속으로 뛰어들어주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3.12 13:00

2분 소요
위기라던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 한국 기업엔 여전히 매력적이다

국제 이슈

“격랑의 국제 정세에 휘말린 아시아의 금융허브.” 국내 미디어 눈에 비친 홍콩의 최근 이미지다. 홍콩은 지난 2019년부터 긴박하게 전개되던 미·중 패권 다툼의 무대다.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대립이 거칠어지면서 홍콩의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뉴스가 쏟아졌다. 요약하면, 세계 최대 상업지구로서의 홍콩 위상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홍콩은 세계 중계무역의 중심지다. 중국 본토와 아세안을 연결하는 중계무역항 역할뿐만 아니라 물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법인 설립이 자유롭고 간편한 데다 외환거래 규제가 없고 기업 활동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국가의 기업들이 홍콩으로 몰렸던 이유다. 하지만 주요 무역국이 관세 공방을 벌이고,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힘을 받게 되면 홍콩의 국제 교역 경쟁력은 줄어들 게 뻔했다. 코로나19 장기화도 홍콩 경제를 짓누르는 무거운 변수다. 셧다운과 집단감염이 반복되면서 공급망 붕괴, 원자재값 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홍콩 대신 ‘아시아 금융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이 지위를 꿰찰 거란 전망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홍콩 투자 열기가 한풀 꺾였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살펴보자. 한국 기업의 홍콩 투자랠리는 2017년 33억6000만 달러, 2018년 36억28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19년엔 27억5800만 달러로 감소했고, 2020년엔 14억4800만 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매년 100건을 웃돌던 신규 법인 설립 숫자도 2020년엔 59건에 불과했다.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 기업의 선택지에서 홍콩이 지워지게 될까. 외국기업의 홍콩 진출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서영호 홍콩투자청 한국 대표의 설명은 다르다. “우려가 담긴 세간의 시선과 달리 지난 몇 년간 홍콩 경제는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도 여전히 공고하다. 거대한 글로벌 금융자본과 인력은 지금도 홍콩 경제를 탄탄하게 지탱하고 있다. 지금이 홍콩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홍콩은 금융허브를 넘어 글로벌 첨단 기술기업이 모이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극성이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2020년 6월) 2년 차를 맞는 2021년 홍콩의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6.4%를 기록했다. 2020년엔 GDP가 6.1%를 후퇴했는데, 금세 이를 회복했다. 홍콩의 경제가 위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숫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서 홍콩은 89.1점을 기록해 2위를 기록했다. 줄곧 차지하던 부동의 1위 자리를 싱가포르(89.4점)에 뺏기긴 했지만, 한국의 경제자유지수가 74.0점이란 걸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 ‘건재’ 홍콩투자청의 스티븐 필립스 청장은 “우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혹은 중국 본토에 모회사를 두고 있는 기업 수는 9049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스타트업 수도 3755개로 역대 사상 최대치였다”면서 “이는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이 여전히 외국 기업에 우호적이라는 걸 충분히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홍콩은 2022년 ‘반환 25주년’을 맞아 경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홍콩은 마카오와 더불어 중국 남부의 광둥성 9개 자치구와 함께 웨강아오대만구(GBA)에 속해있다. 중국이 미국 실리콘벨리와 맞먹는 세계적 경제특구로 성장시키려는 통합경제권이다. 이 경제권에 속한 인구만 8600만명에 달한다. 홍콩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정식 발효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5개국을 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여기에 홍콩이 참가하면 한국이 대(對) 아세안 수출액을 늘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숱한 대내외 경제 위기에도 홍콩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이유는 ‘2단계 법인세율’로 불리는 홍콩 특유의 조세제도 때문이다. 여러 단계로 나뉜 일반 국가의 법인세율 체계와 달리, 홍콩의 체계는 간단명료하다. 기본적으로 법인회사는 16.5%(비법인회사 15%)의 세율이 책정되는데, 법인의 첫 200만 달러(홍콩달러)의 과세소득을 두고는 그 절반인 8.25%(비법인회사 7.5%)만 적용된다. 아울러 부가가치세, 소비세, 판매세, 자본이득세, 투자 원천징수세, 부동산세, 국제 과세 등이 ‘제로(0)’다. 홍콩의 개인소득세율은 15%다. 금융허브 지위를 두고 경쟁하는 싱가포르(22%)보다 경쟁력을 갖췄다. 자본금 납입 의무가 없고, 외국인 차별 없이 홍콩 법인의 지분을 100%까지 소유할 수 있다. 고급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의 2022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상위 50위 안에 3개의 홍콩 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고급 인재가 숱하다. 이밖에도 사업자 등록 수수료도 면제되고, 연구개발(R&D)의 세액공제 시스템도 고도화돼있다. 해외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펀딩 프로그램도 즐비하다. ━ 단순하고 경쟁력 있는 세금 시스템 홍콩이 최근 첨단 IT 기술을 다루는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에겐 매력적이다. 홍콩은 2020년 ‘스마트 시티 청사진 2.0’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잘 짜인 인프라에 IT를 결합해 모든 산업이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게 목표다. 모빌리티와 리빙, 환경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혁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스티븐 필립스 홍콩투자청장은 한국 기업에 다음과 같이 손짓했다. “그간 홍콩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을 봤는데 홍콩의 우수한 비즈니스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한국은 핀테크와 첨단기술 시장이 잘 발달해 있는 만큼, 관련 기업의 국제적인 입지를 강화하는 데에는 홍콩 진출만큼 매력적인 카드가 없을 것이다. 한국과 홍콩은 지식교류와 협업을 통해 기술 발전을 견인하고 아시아의 강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3.12 10:00

4분 소요
THE WORLD’S RICHEST CITY❼ - 자유방임주의가 빚어낸 걸작

산업 일반

홍콩은 자유방임형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전체 가구의 8.5%가 100만 달러 넘는 재산가다. 홍콩은 ‘동양의 진주’라고 불린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5만1494달러에 이른다. 카타르(10만221달러), 룩셈부르크(7만9785달러), 싱가포르(6만410달러), 노르웨이(5만5009달러), 브루나이(5만4389달러)에 이어 세계 6위다. 1인당 명목 GDP는 3만6667달러다. 2009년보다 12% 증가했다. 2만 달러 대에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 한국과 대비된다.홍콩은 부자가 많다. 미화 1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가구 비율이 8.5%다. 스위스·카타르·싱가포르 다음으로 높다. 대부호들이 사는 억만장자의 도시이기도 하다. 올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세계 100대 부자에 든 홍콩인은 5명이다. 한국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일하다. 이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홍콩이 어떻게 부자도시가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아시아 최고 갑부 리카싱(李嘉誠)이 재산 310억 달러로 홍콩 부자 순위 1위, 세계 부자 순위 8위에 올랐다. 부동산 부호 리샤우키(李兆基)가 203억 달러로 홍콩 2위, 세계 24위다. 홍콩 최대 규모의 부동산 개발회사를 운영하는 토마스 콱(郭炳江), 레이먼드 콱(郭炳聯)과 그 가족이 200억 달러 재산을 보유해 홍콩 3위, 세계 26위에 올랐다. 홍콩과 마카오를 오가며 사업을 벌이는 청유퉁(鄭裕彤)은 재산 160억 달러로 홍콩 4위, 세계 44위였다. 최근 마카오에 초호화 카지노를 개장해 화제가 된 루이처우(呂志和)가 107억 달러 재산으로 홍콩 5위, 세계 83위를 기록했다. 홍콩의 세계적 대부호 5인방리카싱은 홍콩 최대 기업 집단인 청쿵(長江)그룹의 회장이다. 캐나다 허스키에너지의 공동회장이기도 하다. 중화권을 넘은 세계적 사업가다. 장남인 빅터 리(李澤鉅)가 청쿵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홍콩·캐나다의 이중 국적자다. 1971년 설립된 청쿵그룹은 부동산 회사로 시작해 투자·생명과학·정보통신·호텔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주회사인 청쿵홀딩스의 직원이 9500여 명에 달한다.리카싱은 투자회사 허치슨 왐포아 그룹(HWL)의 회장이란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그는 1979년 이 그룹을 인수해 청쿵그룹 명의로 지분 49.97%를 보유하고 있다. HWL은 54개국에서 23만 명 직원이 일하는 다국적 투자회사로 홍콩 증시에 상장된 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항만·부동산·유통·에너지·통신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하다.리카싱의 차남 리처드 리(李澤楷)는 홍콩의 통신회사 퍼시픽 센추리 그룹(PCG)을 창업했다. 다국적 정보통신 지주회사 PCCW의 회장도 맡고 있다. 13세에 미국 스탠퍼드대를 다닌 그는 자립하라는 부친의 뜻에 따라 맥도널드 점원, 골프장 캐디로 일하며 사회 경험을 쌓았다. 형과 마찬가지로 캐나다 국적이 있어 외국인 소유 제한에 구애 받지 않고 에어캐나다·벨캐나다 같은 현지 기업의 지분을 확보했다.홍콩에서 두 번째 갑부인 리샤우키는 ‘아시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헨더슨토지개발 회장으로 이 회사 주식을 61.88%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부동산 개발과 함께 가스 공급, 페리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리샤우키 회장은 홍콩중화가스와 미라마르 호텔의 회장을 겸한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인 1997년에 세계 4위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중국 본토 기업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홍콩 부자 3위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다. 토마스 콱과 레이먼드 콱, 그리고 가족이라고 표현한 것은 기업지배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콱과 레이먼드 콱 형제는 홍콩 순훙카이부동산의 공동 회장이다. 이들은 선친 콱탁성(郭得勝)의 차남과 3남이다.장남인 월터 콱(郭炳湘)은 1990년대 순훙카이부동산 회장이었으나 의문의 납치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내분 끝에 결국 2010년 ‘일시적’이라는 조건을 달고 회사를 떠났다. 순훙카이부동산은 부동산과 인프라 개발, 호텔 운영에서 통신·정보기술(IT)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집안은 끊임 없는 재산 싸움으로 많은 가십을 양산해 경영의 투명성을 의심받는다.홍콩 부자 4위에 오른 청유퉁 회장은 부동산 개발과 호텔·카지노·항만 운영, 운송, 보석 판매, 통신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초우타이푹의 회장이다. 이 회사는 1972년 홍콩 증시에 상장된 뉴월드개발의 지주회사다. 홍콩은 물론 마카오 개발에 투자해 재산을 불렸다.홍콩 부자 5위인 루이처우는 케이와그룹 회장으로 홍콩과 중국 본토와 마카오·싱가포르 등 중화권의 부동산 개발에 투자해 회사를 키웠다. 그는 홍콩의 발전 방향에 맞춰 비즈니스를 바꾸는 변신과 적응의 귀재로 이름이 높다. 건축자재 사업으로 돈을 모은 그는 1960년대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늘렸다.1980년대 호텔 개발에 뛰어들어 1990년대 중국 본토로 영역을 넓혔다. 2002년 루이처우는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에 진출해 현재 마카오의 6대 카지노 부호로 알려졌다. 2011년 5월에는 20억 달러를 투자해 갤럭시 호텔을 세우고 이곳에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단지를 조성했다. 도박이라는 오락 시설을 세계적 수준의 MICE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한 예다.홍콩 억만장자들의 면모에서 볼 수 있듯이 홍콩은 사업하기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거의 없다. 홍콩 당국은 경제 문제에선 수동적이다. 손 놓고 있는게 아니라 일부러 민간에 맡긴다. 이런 자유방임형 경제체제는 홍콩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낮은 세율, 자유무역과 함께 홍콩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다.홍콩이 세계적인 국제금융센터로 성장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은 홍콩을 ‘자유방임형 자본주의의 세계적인 실험장’이라고 표현했다. 자유주의 사상을 전파하는 미국 카토연구소 역시 홍콩을 자유방임형 경제정책의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자유방임형 경제체제의 목적은 민간의 창의성과 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부가 무책임하게 방임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뜻에서 적극적인 불개입주의라고도 한다. 정부는 주식시장 같은 경제기구를 만들고 일정 부분을 관리하는 역할만 한다.다만 홍콩은 모든 부동산이 정부 소유이고 민간에 장기간 임대한다는 특징이 있다. 영국의 전통에 중국의 상황이 더해져 만들어진 정책이다. 장기 임대한 부동산의 매도를 제한해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일부 전문가는 이로 인해 낮은 세율로도 공공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최근 홍콩 정부의 규제가 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를 뜯어보면 수출신용보장제, 연금 의무가입제, 최소임금제, 차별금지법, 정부의 모기지 지원방안 등이 나온 정도다.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이 최저임금제다. 대부분의 나라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놓고 정부가 규제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간 정부 간섭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그 덕분에 홍콩은 2011년 사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싱가포르가 사업하기 좋은 나라 1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도 민간에 쓸데없는 간섭은 하지 않는다. 더 나은 경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장단기적으로 전략과 계획을 마련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싱가포르는 자유방임형 홍콩과 통하는 면이 있다. 17년 동안 경제자유도 세계 1위경제자유도는 홍콩이 부동의 세계 1위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도 지수에서 홍콩은 1995년 이래 17년 동안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 지수는 영업·교역·투자·금융·재산권·노동·부패도 등 183개 부문을 살펴 정한다. 홍콩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기록한 세계 유일의 나라다.국제금융센터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본부가 상당수 홍콩에 위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홍콩에서 직장을 구하는 한국인도 점점 늘고 있다. 홍콩은 세계에서 자본을 모으기 가장 쉬운 곳으로도 꼽힌다. 홍콩 주식시장은 세계 7위 규모다. 상장 규모가 2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2009년 세계 기업공개(IPO)의 22%를 차지해 최대 IPO 시장으로 떠올랐다. 홍콩 달러는 1983년부터 미국 달러와 연동돼 달러 경제권에서 환율 손실 가능성이 작다.홍콩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수출주도형 경제로 고속성장을 이뤘다. 한국·대만·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홍콩은 제조업 중심에서 탈피해 더 높은 단계로 성장했다. 지금 홍콩경제는 서비스 산업이 주도한다. GDP의 90% 이상이 서비스 산업에서 나온다. 금융과 서비스 산업을 비약적으로 키워 세계적인 부자도시를 이뤘다. 현재 제조업은 9% 수준이다. 1%에 불과한 농·어업은 고급 음식재료를 수출하는 고부가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홍콩은 세계 11위의 교역국가다. 재수출 물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물류 시설 역시 발달했다. 홍콩항은 세계 2위의 컨테이너 항구다. 홍콩 첵랍콕 신공항은 세계 1위의 항공화물 공항이다.홍콩은 부동산 개발로 새로운 중심지를 만들기에는 땅이 비좁다. 부동산을 소유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과거에는 도시 개발로 건설업자가 많은 돈을 벌었다. 홍콩의 억만장자 대부분 건설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별도 지역의 신규 개발은 어려웠고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로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가 주를 이뤘다. 이런 부동산 개발은 도시개발과 경제성장의 도구 노릇을 해왔다. 홍콩섬과 주룽(九龍) 반도에는 이미 고층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홍콩은 높이 100m 이상의 고층 건물이 1223채나 된다. 세계에서 마천루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다. 세계 100대 초고층건물 중에서 36채가 홍콩에 있다. 게다가 많은 고층건물이 홍콩 항에서 800m 이내에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바닷가 산책로에서 보는 스카이 라인은 홍콩의 자랑거리다.가장 높은 빌딩은 484m의 국제상업센터(ICC)다. 세계 3위의 고층건물이다. 주룽반도 남부의 번화가 침사추이에 있다. 침사추이에서 빅토리아 항구 건너편에 있는 곳이 센트럴(中環·중환) 지역이다. 홍콩섬 북부인 이곳은 홍콩을 상징하는 고층건물이 유독 많은 금융중심지다. 센트럴 지역의 HSBC 빌딩에 영국 HSBC은행, 뱅크오브 차이나 빌딩에 홍콩 2위의 상업은행인 중국은행이 자리하고 있다. 홍콩 3위 금융회사 동아은행과 유력금융사 항셍은행 역시 이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센트럴 지역에 있는 금융회사들은 홍콩의 스카이라인과 함께 홍콩의 활기찬 경제를 잘 보여준다. 이곳에 서면 홍콩의 미래가 보인다. 센트럴 지역은 해변 재개발과 정부청사 건립 등 추가적인 부동산 개발로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13.09.25 17:57

7분 소요
외국인 취업 10년 전보다 30% 증가

산업 일반

헨리 탕 장관 “홍콩은 장기적으로 일하기 좋은 곳” 홍콩경제가 잘 굴러간다. 홍콩 경제 회생을 뛰어나게 설계한 헨리 탕(54ㆍ唐英年) 재정사장(장관)의 인기도 상승세다. 그는 7월 1일 홍콩 특별행정부의 선임장관으로 격상되면서 2인자로 부상했다. 2012년 두 번째 임기를 마치는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장관 후임자로 일찌감치 낙점됐다는 뜻이다. 그가 조지 워프리츠 뉴스위크 기자에게 중국 경제 붐의 자금줄 역할과 뉴욕·런던 같은 금융 중심지를 지향하는 홍콩의 열망을 밝혔다.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래 현지 경제가 어떻게 변했나? 정말 많이 달라졌다. 10년 전에도 이미 서비스 산업이 홍콩 국내총생산의 80%를 초과했다. 지금은 90%가 넘는다. 이 10%포인트의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 10년 동안 홍콩은 중국 본토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해왔다. 홍콩 자본시장은 국제 자본시장이 갖춰야 할 저변과 유동성을 보여줬다. 대규모 기업공개도 몇 번 있었다. 예전엔 기업들이 홍콩에서 기업을 공개할 꿈도 못 꿨다. 그렇다면 홍콩을 중국의 뉴욕으로 간주해도 되는가? 홍콩을 뉴욕에 비교하든 런던에 비교하든 홍콩이 중국의 국제 금융 중심지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각 시장 나름의 고유한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뉴욕 시장의 자금 규모를 따라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 10년 동안 홍콩 경제가 어떻게 변하리라고 보나? 금융 서비스 비중이 증가하는 대신 다른 분야는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해운 산업의 성장이 뒤처지리라 예상된다.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국가들이 변하면서 모든 국가의 산업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전엔 중국이 늘 제조 기지로 활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세계 수준의 금융 서비스 수요가 큰 시장으로 간주된다. 고층빌딩으로 가득한 홍콩의 부두 지역을 정비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많다. 이것도 패러다임의 변화인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변화다. 몇 년 전만 해도 심각한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시달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자리와 자녀 교육을 걱정했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 국내총생산이 7.6%나 성장했다. 실업률도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우려 대신 언제 또 봉급이 오를지 기다린다. 사람들은 주말에 찾아가 즐기는 자연 환경과 대기, 녹지공간에 신경을 더 쓴다. 홍콩의 자본 지출 예산이 엄청나다. 교량 건설과 같은 ‘하드웨어 분야’보다는 교육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토목공사에 돈을 퍼붓나? 무턱대고 도로와 교량을 새로 짓지 않는다. 홍콩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사회기반시설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홍콩 공항은 현재 세계 최고다. 본토를 잇는 서부횡단사업 투자는 주장 유역으로의 수송여건을 개선한다.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다리는 강 어귀 서변지구 접근을 편하게 한다.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지역사회 기반시설, 공회당, 수영장 등에 들어갔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시설들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교육 부문이 단일 예산 지출 항목 중 가장 크다. 홍콩이 변하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이 든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는다. 그 고통을 덜어줄 대책은? 우리의 핵심 가치는 하나다. 빈곤을 덜어주고자 빈민들에게 돈과 주거환경, 음식을 무상으로 주진 않는다. 현대의 일자리에 맞도록 훈련하고, 일을 통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려 한다. 인력 확충은 잘되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인 가사 도우미나 중국 본토 출신이 아닌 사람들에게 내준 취업허가가 1997년보다 30% 늘었다. 이들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로 국제학교가 붐빈다. 홍콩이 단지 살기 편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일할 만한 곳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아주 좋은 조짐이다.

2007.07.10 15:00

3분 소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없다

산업 일반

홍콩은 사스 파동 이전에도 이미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사스는 문제를 악화시켰을 뿐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서구화된 도시 홍콩이 사스(SARS · 중증급성호홉기증후군)때문에 보기 아타까울 정도로 마비됐다.소매 판매가 무려 80~90%급감했고,식당과 식자재업체들은 도산하고 있다.호텔 투숙객률은 한자릿수에서 맴돌고 있으며,캐세이 퍼시픽 항공의 하루 승객수는 지난해보다 87%난 감소한 7,000명에 머물고 있다. 이보더 더 큰 문제는 홍콩이라는 도시국가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수십 년 간 홍콩은 중국이라는 광활한 공산권의 끝자락에서 자본주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해왔다.홍콩은 겨우 1,091Km2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땅덩어리다. 하지만 어지간한 나라의 공산품 주문을 소화해 냈다.제조업이 중국 본토로 이전하기 전까지 홍콩에선 94만3,000명의 근로자가 봉제 및 플라스틱 장난감 생산에 종사했다.그러나 중국 본토가 경제를 개방한 지금,누가 홍콩과 홍콩의 높은 인건비를 원하겠는가.홍콩에서는 제조업 분야의 비숙련 노동자 임금은 월1,000달러다.국경 넘어 광둥(廣東)에서는 월135달러만 주면 근로자들이 서로 일하겠다고 달려들 만큼 인건비가 저렴하다. 홍콩은 유통의 거점이기도 했다.홍콩 항구의 컨테이너 처리 비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하지만 작년 한 해만도 물동량이 1,910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대분)였다.홍콩 항구는 그 만큼 최신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매우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제 홍콩 못지 않게 효율성을 가진 중국 항만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상하이(上海)지역 항구는 처리 비용이 홍콩보다 무려 75%나 싸다.홍콩은 금융 중심지로서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공산국가인 중국이 자본주의에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을 때 홍콩은 자본의 진출 통로였다.당시 서방이나 일본 투자자들은 중국에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홍콩 대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본토 경제에 뛰어들었다. 홍콩은 여전히 자본 진출의 통로이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그 중요성이 감소됐다.상하이와 선전에도 증권거래소가 생겼다.서방은 은행들과 다국적 기업들은 이제 홍콩을 거치지 않고도 중국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홍콩에 불리한 이런 추세들은 차츰 냉혹한 현실로 드러났다.사스 첨 환자가 홍콩의 관광 중심지에 있는 메트로폴 호텔에서 발견되기 이전부터 이런 추세는 이미 홍콩 경제게 상처를 내고 있었다.부동산 시장은 1997년 경제위기가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경제위기 이후 주택 가격은 65%나 떨어졌다.중국의 수출은 사스로 인해 그리 큰 피해를 볼 것 같지 않다.사스 바이러스가 수입품에 묻어서 미국 본토에 상륙할 수는 없다.그러나 사스는 중개인 역할을 하는 홍콩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사스로 인해 사람들은 아시아국가로의 출장을 꺼린다. "사스로 인해 홍콩 사람들은 지난 5년간 부정해 오던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모건 스탠리 홍콩지사의 앤디 시에(Andy Xie)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말한다.주택자금 융자는 현재 10년 중 최저로 감소했다.은행들은 앞으로 있을 수많은 기업들의 도산에 긴장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97년 반환이 홍콩 경제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지난 5년간 비관론자들의 예측은 잘못 된 것으로 보였다.이제 그들의 예측은 처음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비관론자들은 중국 당국이 홍콩의 활기찬 기업 활동을 업압할 것이라 생각했었다.그보다도 기존에 존재하던 홍콩의 구조적인 문제에 사스까지 더해져 상황이 더 악화됐다.

2003.07.14 13:16

3분 소요
元貨10% 절하땐 삼성수출도 10% 감소

산업 일반

중국 위안화가 절하된다면 그 시기는 하반기쯤이 될 것이고 절하폭은 10∼15%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불안정하여 약 30%까지 점진적으로 절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의 경우 97년 중국·홍콩수출이 약 23억 달러에 이르러 수출시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주력 수출품목은 전기·전자, 화학제품, 기계류, 섬유류 등인데 이러한 품목들이 받는 영향은 커 對 중국수출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가 10∼15% 절하될 경우 삼성의 수출은 약 10∼1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심리적 요인까지 가세해 중국의 실제 수입 감소폭은 그 이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외 중국 거래의 대부분이 유선스 등 외상거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계약 불이행, 신규오더 감소, 가격인하, LC 개설대금 지급지연, 물량축소, 마켓 클레임 등 거래 리스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수출 영향을 극소화하기 위해 거래시 실수요자 및 고정 장기거래선 중심으로 거래를 유지하여 일정한 고정물량을 확보하고 그외 대체시장으로 유럽·동구·중남미 등 신시장을 적극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용도가 우수한 업체를 선별, 계약체결에 신중을 기하고 가능한 대형 메이커와 수출업체 등 위험부담이 적은 업체 위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장기간의 유선스 거래를 지양하고 가능한 AT SIGHT거래(일람불 LC거래)로 전환토록 할 방침이다. 특히 올 1·4분기 수출물량부터 대금회수를 염두에 두고 사전적으로 유선스 거래를 관리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수출개발사업부를 신설하고 전영업부서로 하여금 신규상품 개발에 주력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연안 위주의 교역에서 내륙시장을 적극 공략하여 신규거래선·신규품목 개발에 힘써 영업의 저변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중국 내에서 자금차입이나 자금운용 면에서는 달러 보유, 인민폐 차입의 기조하에 인민폐 평가절하시 영향을 극소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 사진설명 김영진 삼성물산 전략기획팀장 -------------------------------------------------------------------------------- 중국은 최근들어 수출증가세 둔화와 수입증가로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하반기쯤 인민폐 절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와 대만의 평가절하 효과가 중국의 수출경쟁력에 줄 타격의 정도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폭적인 절하는 동남아 외환위기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동남아 경제 및 홍콩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구조로 볼 때 절하하더라도 약 10% 내외인 달러당 9.1∼9.2元 정도까지 절하될 전망이다. 물론 중국의 평가절하 추세는 몇 가지 변수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아시아국가들의 외환위기 진전속도와 중국 국유기업의 개혁이 제대로 이행될 지도 변수 중 하나다. 대우는 중국 현지법인의 외화보유고를 가능한 한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다. 또 중국진출 기업들이 현지금융 조달을 확대할 경우 중국 정부의 외환통제 강화로 중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단기성 해외상업차관 도입에 대해서 엄격하게 제한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이 부문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 나갈 계획이다. 기존 취급품 외에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경쟁력이 회복된 섬유·경공업제품을 비롯한 신규품목을 적극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으로 중국에 대한 신용도가 하락하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의 차입금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지법인 마케팅의 초점을 가능한 한 수출시장 확대에 맞출 계획이다. 중국 내수시장도 정부차원의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생산된 제품의 내수시장 공략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對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섬유원료 등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며 기계플랜트 등은 한국의 금융상황과 맞물려 영업이 위축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응책도 강구중이다.

1998.02.26 00:00

3분 소요
홍콩·싱가포르도 위태위태…

산업 일반

지난 1월12일 홍콩의 항셍 주가지수는 하루 사이에 8.7%나 폭락한 8천1백21.6까지 떨어졌다. 현지 자본으로는 홍콩의 최대 금융기관이었던 페레그린증권 파산에 영향을 받은 이날 주가의 폭락은 홍콩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더했다. 같은 날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 타임스 주가지수도 무려 8.8%나 떨어진 1천73.47포인트를 기록하며 90년대 들어 최저치로 물러앉았다. 싱가포르의 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줄곧 하락세를 기록했다. 비록 주가는 이후 약간 회복됐지만 여전히 시장은 불안한 상황이다. 이들 주식시장의 불안은 동아시아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로부터 이 두 도시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홍콩의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3%에서 2%로 하향조정했으며 싱가포르 개발은행도 4%였던 성장 예상치를 3%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홍콩이 지난 89∼94년보다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싱가포르도 올해가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해가 될 전망이다. 당장에는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줄어 수출이 감소하는 것이 문제지만 사실 근본 문제는 싱가포르 금융구조의 건전성 여부와 홍콩의 美 달러화 페그제의 유지여부다. 홍콩이 지난 14년간 유지해 온 페그제가 무너질 경우 홍콩 금융부문은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같은 우려로 최근 홍콩의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금융부문의 불투명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자르딘 플레밍사의 금융분석가 로버트 질린스키는 “싱가포르 금융기관의 투명도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 동안 동남아 지역 진출을 적극 진행해 온 싱가포르의 입장에서는 태국·인도네시아 등 이웃 나라 위기의 타격이 적지 않다. 홍콩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의 경기후퇴 조짐이다. 중국의 불황은 홍콩의 투자·수출감소로 즉각 이어진다. 이미 지난 1월 초 중국 투자연구소는 올해 GDP성장률을 정부 예측보다 2%포인트나 낮은 6%로 전망한 바 있다. 올 홍콩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유일한 분야는 정부의 인프라 사업에 힘입을 건설부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홍콩 정부 재정흑자 감소에 따라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두 도시는 모두 법인세율 인하 등을 통해 투자를 촉진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개인에 대한 세액 공제확대 등 혜택도 넓힐 생각이다. 그러나 높은 금리수준은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부동산·주식시장도 위축시켜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게 큰 문제다. 싱가포르는 특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큰 고민이다. 지난 96년 중반 정부가 투기와 과열을 막기 위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이후 부동산 가격은 평균 20%나 하락했다. 최근 경제위기에 따라 인도네시아 기업이 싱가포르내 부동산 매각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도 부동산 경기는 10∼15%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홍콩은 비교적 부동산의 침체가 적겠지만 그래도 지난해 여름에 비해 15% 정도 하락이 전망된다. 다만 그 정도면 부동산 시세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게 안심되는 점이다. 두 도시 모두 위축된 소비가 고민거리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경우 올 민간소비가 겨우 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고작 0.5%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더욱이 두 도시 소득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관광산업도 아시아 관광객의 급감으로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될 것인가. 대부분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홍콩·싱가포르는 결국 다시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분간은 아시아 경제위기와 함께 이들의 경제도 침체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변국들이 성장하면 우리도 성장하겠지만 주변국들이 감기에 걸리면 우리도 컨디션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싱가포르 고촉통(吳作東) 총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7.02.03 00:00

3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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