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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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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유가, 관세 갈등 및 원유 수요 감소 전망에 WTI 1.67%↓

국제 경제

뉴욕유가가 급반등 하루 만에 다시 강하게 내리꽂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유가를 눌렀다.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13달러(1.67%) 떨어진 배럴당 66.5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1.07달러(1.51%) 내려앉은 배럴당 69.88달러에 마무리됐다.트럼프는 이날도 유럽연합(EU)을 겨냥해 관세를 더 높이겠다며 엄포를 놓았다.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EU는 미국을 이용하려는 유일한 목적으로 설립됐고 위스키에 50%의 끔찍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 관세가 즉시 철폐되지 않으면 미국은 곧 프랑스와 기타 EU 국가에서 나오는 모든 와인, 샴페인 및 주류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앞서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한 트럼프는 이날도 관세 부과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원유 시장의 투심을 냉각시켰다.리포오일어쏘시에이츠의 앤드루 리포 대표는 "관세는 분명 올해 원유 수요 성장에 대한 시장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결국 관세와 보복 관세가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관세 불확실성이 가중된 데 더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간 보고서도 투심을 악화시켰다.IEA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미국과 다른 여러 국가 간의 무역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우리가 석유 수요를 예측할 때 근거로 쓰이는 거시경제적 조건이 지난달 악화했다"며 "석유 수요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IEA는 이를 토대로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원유 수요 증가 예상치를 하루 120만배럴 정도로 하향 조정했다. 선진 경제와 신흥국에서 모두 경기 지표가 예상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다만 SPI자산관리의 스티븐 아이네스 관리 파트너는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산발적 예측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은 어떠한 유의미한 방식으로도 연성 설문조사의 데이터 결과가 경성 데이터로 전이되고 있다는 증거를 거의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원자재 전반에 걸쳐 공급과 수요가 역풍을 맞고 있지만 연준이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면 무역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위험 자산은 바닥을 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안에 찬성하지만 논의할 것이 더 많다고 밝힌 점은 투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분석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단기 휴전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그것이 러시아산 원유 공급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2025.03.14 08:06

2분 소요
[속보]이스라엘 정부, 가자휴전 승인…인질석방 임박

국제 이슈

이스라엘 정부, 가자휴전 승인…인질석방 임박

2025.01.18 08:58

1분 소요
뉴욕유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 임박에 하락…WTI, 1.7%↓

국제 경제

국제유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32달러(1.67%) 떨어진 배럴당 77.5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지난 8일 이후 4거래일 만에 하락한 것이다.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3월 인도분 가격도 전장보다 1.09달러(1.35%) 내려간 79.92달러에 종가가 찍혔다.국제유가를 끌어내린 것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휴전 협정의 합의가 임박했고, 공은 이제 하마스에 넘어갔다"고 밝혔다.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휴전)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번 주 내로 성사될 수 있다"고 전했다.이는 15개월 동안 글로벌 석유 시장을 뒤흔들 분쟁의 잠재적 종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원유 공급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의 전망도 하방 요인으로 지목됐다.EIA는 이날 미국의 석유 수요가 올해와 내년 하루 2천50만배럴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반면, 올해 미국의 하루 석유 생산은 1천355만배럴로 이전 예측(1천352만배럴)보다 소폭 증가했다.프라이스 퓨쳐스 그룹의 필 플린 수석 분석가는 "시장은 EIA가 예측한 과잉 공급이 여전히 '단기 전망'에 포함될지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국제유가는 하락세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제한한 것으로 분석된다.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지난 10일 러시아 에너지 회사인 가즈프롬 네프트와 수르구트네프테, 그리고 이들의 자회사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했다.그간 제재를 피해 러시아 원유를 나른 선박(그림자 함대) 183척도 대상이다.전문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여파가 작을 가능성도 제기한다.투자은행인 ING는 미국의 제재로 올해 예상한 일간 80만배럴 공급과잉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러시아와 구매자가 이러한 제재를 우회할 방법을 찾으며 실제 감소는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팬무어 리베럼의 에슐리 켈티 분석가는 "최근 제재로 올해 시장이 균형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2025.01.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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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임박 소식에 방산株·ETF ‘와르르’ [증시이슈]

증권 일반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6일 장 초반 방위산업 관련 종목들이 하락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3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LIG넥스원은 전날보다 8.30%(1만8500원) 하락한 20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현대로템은 9.33% 하락한 5만4400원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9.33% 떨어진 32만5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방산주를 묶어 담은 ETF도 일제히 내림세다. PLUS K방산은 전일 대비 6.66% 내린 1만9190원을 나타냈다. TIGER 우주방산(-6.31%), SOL K방산(-5.78%) 등도 5~6%대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이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60일간의 휴전 기간을 가지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안이 최종 타결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휴전 협상과 관련 “우리는 (타결에) 근접했다고 믿는다”면서 “논의가 건설적이었으며 (협상 진행) 궤적이 휴전을 위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그러나 “모든 것이 완료될 때까지 아무 것도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우리가 무엇인가 발표할 게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실용적일 때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 협상에 합의했다고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이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화요일(26일), 이 합의를 승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골라인에 있지만,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며 “이스라엘 내각의 승인이 필요한데 그때까지 항상 무언가 잘못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4.11.26 09:57

2분 소요
뉴욕 유가,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합의 임박에 급락…WTI,3.2% ↓

국제 이슈

뉴욕 유가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기대가 부상한 가운데 급락했다.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2.30달러(3.23%) 낮아진 배럴당 68.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 20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달러선 아래로 내려갔다.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16달러(2.87%) 하락한 배럴당 73.01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WTI와 함께 3거래일 만에 하락 반전했다.유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에 근접했으며 최종 타결만 남겨놓고 있다는 소식들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장중 내리막을 걸었다. WTI는 뉴욕 오전 거래 이후로는 70달러선에서 완연하게 멀어졌다.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협상과 관련, "우리는 (타결에) 근접했다고 믿는다"면서 "논의가 건설적이었으며 (협상 진행) 궤적이 휴전을 위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다만 "모든 것이 완료될 때까지 아무것도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대화는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했다.이스라엘 당국자들을 통해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 날 오후 휴전안 최종 승인을 결정할 안보내각 회의를 열 것이라는 전언이 나왔다.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휴전 협정 초안에는 60일간의 휴전 과도기 동안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는 중화기를 리타니강 북쪽으로 이동시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보도했다.프라이스퓨쳐그룹의 필 플린 선임 애널리스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레바논 휴전 협정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원칙적으로 (유가) 하락세의 촉매가 될 수 있지만, 세부 내용이 나오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세계는 깜짝 놀랐다"고 상기시켰다.

2024.11.26 08:03

2분 소요
이란, 이스라엘 보복 공격 초읽기...중동 전면전 가능성

국제 이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을 둘러싸고 ‘저항의 축’의 보복 위협을 받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선제적 공격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5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히브리어 매체들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밤 안보 기관 책임자들과 이란의 보복 공격 대비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밤 안보 수장들을 소집해 선제공격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안보 관계자들은 매체에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확실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에만 선제공격이 승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매체는 이스라엘이 이란 등 반이스라엘 연대의 보복 방식이나 규모에 대해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공격 방법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스라엘은 지난 4월 13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을 당시 이란의 무기 체계 등 공격력을 일부 파악했다고 믿으며 이란의 보복이 4월 공격과 유사하다면 대응하기 수월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매체는 또 현지 히브리어 매체 왈라뉴스를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내각 주요 인사를 위한 지하 벙커를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2006년 동예루살렘 지하에 준공된 이 벙커는 다양한 무기 체계의 공격을 견딜 수 있으며 텔아비브 국방부 본부와도 직통으로 교신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미국도 확전을 막기 위한 막후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때 중동 확전이 “위기일발이었다”며, 미국은 이번에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다만, 이란 내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하니야 암살이라는 도발을 벌인 것은 극우 정권 유지, 가자전쟁 휴전 회피 등을 노린 것이어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때문에 이란이 즉각 공격에 나서지 않고, 기존처럼 헤즈볼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의 안보 부담을 높인 뒤 형식적 공격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2024.08.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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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중동 긴장감…이스라엘軍, 라파 공격 임박 관측

국제 이슈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에 돌입했다. 라파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6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의 중재로 진행 중인 하마스와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이 종전 이슈를 둘러싸고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민간인 대피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실행 의지로 분석된다. 이번 이스라엘 군의 라파 민간인 대피 작업 정보는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구호 단체들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라파에는 140만명가량의 피란민이 머물고 있다.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전날 하마스가 라파 인근에서 이스라엘 남부를 향해 로켓 10여발을 쏴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하마스가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곧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만류해 왔다. 라파에서의 지상전이 시작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 인질 구출, 가자 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라파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간인을 대피시킨 뒤 작전에 나서겠다고 공언해왔다.한편 하마스 측은 어떤 휴전 합의든 종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스라엘은 다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질 석방의 대가로 전투를 잠시 멈출 수는 있다"면서도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군사 작전 종료와 가자지구 철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 5일에도 공격을 주고 받았다. 이스라엘이 이날 레바논 남부 마을을 공습해 4명의 일가족이 사망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가했다고 레바논 국영 뉴스통신사 NNA가 전했다.

2024.05.06 14:43

2분 소요
미국 경기침체 임박했나

산업 일반

미-중 간 무역전쟁,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경제동향에 대한 FRB의 우려가 3대 악재다 미국경제 성장 속도가 5년래 가장 빠르다. 미국 기업들은 기록적인 순익을 남기고, 실업률은 거의 반세기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왜 월스트리트와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난데없이 불황을 걱정할까?특히 금융시장 쪽에서 먹구름이 밀려온다는 신호를 보낸다. 미국 최대기업들의 주가 동향을 반영하는 스탠더드&푸어스(S&P) 500은 무역과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로 지난 12월 4일 이후 6%나 급락했다. 그리고 1960년 이후 모든 경기침체를 예고했던 주요 채권 지표는 또 한번 경기침체가 다가올지 모른다는 경고를 보낸다. 국제무역과 금융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로서 그런 우려를 불러오는 3가지 확실한 자료가 있다고 본다. ━ 무역 분쟁 한 가지 큰 문제는 지속되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다. 미국은 약 2500억 달러 어치(전체 대중 무역의 약 절반)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에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고 그들의 시장을 미국 기업들에 더 많이 개방하도록 압박하려는 시도지만 나는 방향이 틀렸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중국은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물렸다.관세는 교역을 줄여 성장을 둔화시키고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는 나쁜 재료다. 예컨대 보수 성향의 조세재단(Tax Foundation)이 최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조치로 미국 내 2만7740~4만3800달러 소득자의 수입이 지금까지 연 평균 146달러 감소했으며 9만4300개에 상당하는 풀타임 일자리가 감소했다.지난 12월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해 양국이 이견을 조정할 시간을 갖게 되자 당초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두 지도자가 실제로 무엇에 합의했는지에 관해 상충되는 보도가 나오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맨’을 자처하며 위협조의 트윗을 띄운 뒤 그런 낙관론은 순식간에 사라졌다.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중역이 체포되면서 그 잠정적인 휴전이 결렬될 위험은 더욱 커졌다. 이는 트럼프-시진핑 합의가 얼마나 깨지기 쉽고 상황이 얼마나 뒤집어지기 쉬운지를 보여준다. ━ 글로벌 역풍 두 번째 우려는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19개국 전반의 경제는 최근 분기 아주 미미한 성장세를 보이며 4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유럽에 경기침체가 닥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한편 혼란을 초래할 소지가 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임박함에 따라 영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과 관세가 중국 경제뿐 아니라 캐나다·멕시코 그리고 EU 회원국들 같은 다른 많은 나라를 압박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 같은 온갖 난제가 맞물리자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을 3.7%에서 3.5%로 하향 조정하고 관세를 비롯한 기타 문제들로 인한 ‘하방 리스크’의 증가를 경고한다.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하면 외국인들의 미국산 제품 구입이 감소해 결국에는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 ━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우려 이런 문제는 FRB까지 흔들어 놓을 정도로 심각하다. 지금까지 FRB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하고 계속 성장하리라 전제하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신중한 노선을 취해 왔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제롬 파월 FRB 의장은 미국 경제의 낮은 실업률과 절제된 인플레를 가리켜 지속가능하며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고 평했다.이젠 상황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과거 FRB가 2019년과 2020년 여러 차례의 금리인상 계획을 이행하리라는 믿음을 어느 정도 가졌던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들이 갈수록 내년 단 한 차례의 금리인상도 기대하지 않는 쪽으로 기운다. FRB는 통상적으로 경기가 호조를 보일 때 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이는 그들이 경제동향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그로 인해 FRB가 앞으로 취할 조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와 시장 심리가 흔들리고 임박한 경기침체에 관한 우려가 커졌다. 경기침체는 통상적으로 전반적인 경제활동의 2분기 연속 후퇴로 정의된다. 2015년 이후 아홉 번째 FRB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오는 12월 19일이 되면 가닥이 좀더 분명하게 잡힐 듯하다. ━ 그래서 경기침체가 임박했나 현재의 경기팽창은 2009년 6월 대불황이 공식적으로 종식된 이후 9년 반 가까이 지속돼 왔다. 7개월 더 가면 최소 160년래 최장기 경기확장이 된다. 경제활동의 순환적 성격 때문에 앞으로 어느 시점에 가서는 경기침체의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것이 내년이 될지 아니면 그 이후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필시 이제 때가 됐다는 주장이 충분히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아미트라지트 A. 바타비알※

2018.12.24 11:26

3분 소요
“여성과 아이도 칼 집어 들 것이다”

산업 일반

시리아 내전 통해 더 강인해진 헤즈볼라,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대비해 병력 재배치에 들어가지난 5월의 어느 따뜻한 날 아침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남쪽에 위치한 벌판. 노랑나비가 주변을 맴도는 가운데 커다란 기관총을 든 키 크고 체격 좋은 남자가 미사일 발사대 곁에 서 있었다. ‘라비에’라고 불러달라는 그는 그 지역에 주둔하는 헤즈볼라 전사였다. ‘신의 정당’이라는 뜻을 가진 헤즈볼라는 레바논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다. 라비에는 뉴스위크가 만난 다른 헤즈볼라 전사들처럼 언론에 이야기할 권한이 없다며 끝내 본명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전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우리는 곧 시리아를 해방시킨 뒤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2012년 이래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편에 서서 반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맞서 싸웠다. 헤즈볼라 전사 중 다수가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은 그 전투를 겪으며 더 강해지고 대담해졌다. 그들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함으로써 훈련과 경험을 쌓았을 뿐 아니라 이란과 시리아 정부군, 게다가 러시아가 제공하는 고성능 무기도 충분히 확보했다.그러나 시리아에서 누리는 헤즈볼라의 ‘전성기’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레바논 남부 국경 지대는 오랫동안 위태로운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더욱 급박해지면서 헤즈볼라 전사들과 관리들은 얼마 전부터 시리아에서 그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킨다고 밝혔다. 그들의 숙적인 이스라엘이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하지만 시리아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도 못할 상황이다. 미국도 시리아 내전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차례 미국은 시리아에서 헤즈볼라를 공격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는 미국이 시리아에서 헤즈볼라가 장악한 지역을 계속 공격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게다가 현재 헤즈볼라는 이라크에서도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시아파 민병대를 돕는다. 따라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그 두 나라는 2006년 마지막으로 전쟁을 치렀다)을 치르려면 헤즈볼라는 곧 3개의 전선(시리아, 이라크, 이스라엘)에서 싸워야 할 처지다. 그럴 경우 어쩌면 시리아에서 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얻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지 모른다.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의 힐랄 하샨 정치학 교수는 “이스라엘이 전면전에 나선다면 헤즈볼라는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헤즈볼라는 전력의 분산에 따른 불리함과 어려움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 적어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교외 다히에의 두 사령관에 따르면 그렇다. 그곳 길거리의 벽은 미소 짓는 나스랄라의 초상화로 도배돼 있다. 무기 곁에 선 잘생긴 젊은 전사들의 사진도 함께 붙어 있다. 전부 시리아에서 전사한 그곳 출신이었다.두 사령관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우며 다디단 차를 마셨다. 한 명은 고위 장교였고 다른 한 명은 그의 참모였다. 고위 장교는 “우리가 시리아에 파견된 이래 전투력이 훨씬 강해졌다”고 자랑했다. “이전의 헤즈볼라는 방어에만 주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법까지 터득했다.” 그의 참모가 끼어들었다. “지금의 헤즈볼라는 이전에 꿈도 못 꾸던 무기로 무장했다. 시리아에 내전이 없었을 땐 그런 무기를 손에 넣기가 불가능했다. 특히 이처럼 싼 가격에 말이다.”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서 헤즈볼라는 막강한 이스라엘군도 대적하기 힘든 상대였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싸우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달리 헤즈볼라는 수십 년 동안 훈련됐고 소지한 무기도 정교했다. 러시아제 대전차 미사일이 이스라엘 지상군을 치열하게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어쩔 수 없이 휴전에 합의했다. 그 전쟁으로 역내 최강군을 가진 이스라엘이 병력 120명을 잃었다.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 이래 어느 전쟁에서보다 더 큰 희생이었다(헤즈볼라는 49~300명 사이의 대원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지금의 헤즈볼라는 그때보다 훨씬 강하다. “2006년의 헤즈볼라 전력은 지금의 3% 수준에 불과했다”고 헤즈볼라 전사 무스타파(가명)가 말했다. “시리아에서 얻은 경험으로 우리는 매우 강해졌다. 18세로 시리아에 싸우러 갔던 소년이 지금 24세다. 그는 친구들이 자기 앞에서 죽는 것을 봤고 그곳에서 가족을 잃었다. 이제 그는 더 잃을게 없다. 그는 피 한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허세로 들리지만 어느 정도 진실도 담겨 있는 말이다. 2006년 전쟁 이래 헤즈볼라는 시리아 정권과 이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첨단 무기를 확보했다. 지난해 헤즈볼라는 정규 병력 약 2만 명과 예비군 2만5000명을 거느렸다. 중간 규모의 군대에 비교할 만하다. 미국 워싱턴 D.C.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빌랄 사브는 “헤즈볼라는 군사적 역량을 가진 준 국가단체로서 가장 막강하다”고 평가했다.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헤즈볼라가 전쟁 발발시 사용할 수 있는 12만 기의 로켓을 보유한다고 믿는다. 유럽연합(EU)의 대다수 회원국보다 규모가 더 큰 로켓 병기고다. 또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의 지하터널망도 보완했다. 그중 일부는 이스라엘 영토 안으로 뚫려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다히에의 고위 장교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중동 전체가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모두가 싸울 것이다. 여성과 아이들도 칼을 집어 들 것이다. 이전에 우리는 보르칸-1 미사일을 이스라엘군에 사용할 비밀병기로 보유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미사일을 시리아에서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 이스라엘은 우리가 그 미사일을 가졌다는 사실을 안다. 상상해 보라. 우리는 1시간 안에 미사일 4000발을 쏠 수 있다. ATV와 무기화된 드론, 모터바이크로 이스라엘 영토로 침투할 수 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들의 천연가스 송유관을 공격할 수 있다. 우리에겐 대공 미사일도 있다. 이스라엘 비행기가 공항에서 이륙하는 즉시 폭파할 수 있다.”일부 전문가는 그의 주장이 허풍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헤즈볼라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싸우지 않는다고 해도 보유한 화력이 이스라엘보다 훨씬 약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2006년 헤즈볼라와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 직후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거래를 통해 무기를 확충했고 ‘아이언 돔’ 같은 최신식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했다(이스라엘은 2014년 가자 전쟁 당시 공격해오는 로켓의 90%를 요격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수치에 의문을 표한다).이스라엘 군사정보 관리를 지낸 자크 네리아는 “우린 헤즈볼라가 소유한 미사일에 관해 아주 소상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이스라엘은 가장 먼저 헤즈볼라의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이스라엘은 여러 가지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레바논에서 날아오는 로켓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아주 끈질긴 민족이다. 헤즈볼라가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않길 바란다.”양측이 서로에게 입힐 피해를 감안하면 ‘상호 억제(mutual deterrence)’를 유지하는 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양측 사이의 전쟁이 임박한 듯한 경우는 지난 10년 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2015년 1월에도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 헤즈볼라 수송대를 공습했다. 헤즈볼라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국경 부근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 그러나 다행히 전투는 확대되지 않았다. 또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헤즈볼라 무기고로 추정되는 곳을 잇따라 공습했지만(가장 최근 경우는 6월 25일)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다.그러나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한 양측의 군사활동은 평화를 위한 바람직한 조짐은 아니다. 지난 3월 이스라엘은 북부 국경에서 모의로 레바논 마을까지 건설해 헤즈볼라 영토 내의 전투를 가정한 군사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더 최근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병력을 레바논 남부로 이동 배치했다(그들은 첩보와 이스라엘군 이동을 관측한 자료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히에의 한 지휘관은 “지금 시리아 쪽에선 시리아 정부군이 상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우리의 주력 부대는 이스라엘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이스라엘 국경이 가까운 레바논 남부에선 고조된 긴장이 피부로 느껴진다. 사실 수년 전부터 그랬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침공을 우려한 헤즈볼라의 병력 이동 배치와 미국의 시리아 내전 개입 강화를 감안하면 이곳 상황이 더 다급하게 느껴진다. 이곳은 헤즈볼라의 심장부로 그들이 숲으로 우거진 계곡과 언덕에 숨겨진 벙커 속에 미사일을 배치해둔 곳이다. 일반 주민이 잃을 것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그러나 그들은 전쟁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데 오래 전부터 익숙해졌다. 한 헤즈볼라 관리는 이스라엘을 가리키며 “그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도 그에 맞설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자손과 그 아래 후손에게도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 문화의 일부다.”그는 여름이 끝나기 전에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의 생각이 옳다면 시리아에 주둔 중인 라비에 같은 헤즈볼라 전사는 곧 새로운 전선으로 이동할 것이다. “레바논이든 시리아든 이스라엘이 침공한다면 우리는 그곳으로 갈 것”이라고 라비에는 말했다.- 술롬 앤더슨 뉴스위크 기자

2017.07.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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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야심적인 외교 게임

게임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떠나거나 머물러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를 내쫓고 무정부 상태가 되는 걸 용납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13 파리 테러를 두고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테러리스트를 용서할지 말지는 신이 결정하겠지만 그들을 신에게 보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한다.” 터프한 어법으로 잘 알려진 푸틴다운 표현이다. 실제 그의 행동도 터프했다. 러시아 공군은 시리아의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거점 공습을 강화했다. 하루 120회 이상 출격하며 Tu-95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해 IS의 돈줄인 밀수 석유를 운반하는 트럭 500대 이상과 훈련시설을 파괴했다. 더구나 사상 최초로 러시아가 프랑스·미국과 공습을 조율했다.2개월에 걸친 논의에도 공동의 적인 IS에 맞서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의 옛 동맹국들을 단합시키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IS가 파리를 공격하고 이집트에서 러시아 여객기를 추락시키자 연합전선이 곧바로 구축됐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군사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한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이 “형세를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러시아와 서방의 ‘정보 교환 강화’를 높이 사며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정부군과 반군(IS 제외) 사이의 휴전이 ‘앞으로 3∼5주 안에’ 성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준비가 돼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이란이 시리아의 정치 과정을 신속히 되살릴수록 폭력사태가 빨리 줄어들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따돌림당하던 푸틴 대통령이 순식간에 중동의 필수적인 파워 브로커로 등장했다. 일부 서방 국가가 IS 격파라는 목적을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그가 저지른 죄를 덮어두려는 듯한 태도도 그런 부상을 가속화했다.러시아의 개입은 3가지 극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첫째, 사면초가에 처했던 시리아 정부군과 아사드 정권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둘째, 외교 전선에서 러시아의 전면적인 압박으로 평화 정착 계획의 초안이 마련됐다. 모든 ‘온건’ 반군 단체들이 교전을 중단하고 IS를 격파한 뒤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이다(물론 지금까진 아사드 정권만 그 안을 지지하며 미국은 시라아의 쿠르드족을 비롯한 일부 반군 단체에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셋째,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에 대한 보복으로 IS가 러시아 여객기를 폭파해 224명이 숨졌다.그러나 러시아는 현재의 혼돈 상황에서 어떻게 승리를 이끌어낼까? 또 러시아의 입장에선 승리가 어떤 것일까?러시아의 중동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외교관은 “붕괴가 임박한 아사드 정권을 살리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의 ‘긴급한’ 모스크바 방문이 러시아 개입의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또 시리아 정부군이 와해 직전이며 자유시리아군과 연계한 반군 단체가 곧 정부를 접수할 기세라고 러시아에 경고했다.당시 시리아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와 홈스·하마를 거처 시리아 북부를 연결하는 M5 간선도로 주변으로 퇴각한 상황이었다. 그곳을 빼앗기면 아사드 대통령의 알라위파가 지배하는 해안 지역이 다마스쿠스로부터 차단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시리아 동북부의 반군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습으로 전선이 안정됐다(미국에 따르면 공습의 85∼90%는 IS가 아니라 ‘온건’ 반군단체를 표적으로 했다). 11월 중순이 되자 러시아 공군의 폭격기와 시리아군이 조종한 러시아제 Mi-24 하인드 공격용 헬기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이 알레포주의 크웨이리스 공군기지를 둘러싼 IS의 2년에 걸친 포위망을 뚫을 수 있었다.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의 전략은 공세를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자문역을 지낸 시리아 전문가 조슈아 랜디스는 “알레포 탈환이 목표”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이 그럴 듯한 국가의 모양을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영토의 탈환을 도우려 한다. 주요 항구도시인 알레포와 이드리브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시리아 지도부는 3개월 안에 알레포를 탈환하고 1년 안에 시리아 서북부를 통합할 계획이다.”그러나 대다수 관측통은 전투에 지친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 공군력와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더라도 그처럼 넓은 지역을 단시일에 탈환하긴 어렵다고 본다. 정부군은 알레포의 인구 밀집 구역에 원시적이지만 위력이 대단한 통폭탄을 떨어뜨렸고 2012년엔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린 신경가스를 사용하는 등 필사적으로 나섰지만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면서 전력을 소진했다.또 수니파가 대다수인 그 지역의 반군 지지자들이 러시아에 맞서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모스크바의 군사 분석가 파벨 펠겐하우어는 “점진적인 전투의 격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군이 약진하면 반군은 터키와 카타르 공군의 직접 개입 같은 형태로 지원 받을 것이다. 또 사우디가 미국에서 구입한 스팅어·어벤저 미사일 같은 정교한 대공 무기도 지원받을 수 있다.”랜디스는 “러시아로선 아사드 정권의 공세를 지원하는 전략으로 카타르와 사우디, 터키가 반군의 무장을 돕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아사드 대통령만이 시리아의 안정을 되찾고 난민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고 서방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러시아의 계획을 둘러싼 외교적 논의에서 표면상의 핵심은 시리아 총선 준비에 필요한 최소 18개월 동안 아사드 대통령이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는 러시아의 주장이다. 지난 10월 아사드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은 4년만의 첫 해외 나들이였다. 그가 러시아 군용기를 타고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푸틴 대통령이 그를 개인적으로 강력히 지지한다는 뜻으로 비쳤다.그러나 러시아에 진정 중요한 것은 시리아의 국가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아사드 대통령의 부친 하페즈가 건설하고 소수파인 이슬람 알라위파의 지배를 바탕으로 한 45년 정권을 보존한다는 뜻이다. 러시아 외교 소식통은 “아사드 대통령이 떠나거나 머물러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누가 통치자가 될지는 시리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사드를 내쫓고 무정부 상태가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제2의 이라크나 리비아가 되는 걸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 반군에만 제거 대상인 건 아니다.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10월 29일 시리아 위기 해결을 위한 오스트리아 빈의 관계국 회담에서 “미국을 비롯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터키, 카타르, 요르단, 이집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수십 개국이 아사드 대통령을 시리아 평화 정착의 장애물로 본다”고 말했다.그러나 현실적으로 고위 미국 정책 전문가들도 러시아의 판단이 옳을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한다. 아사드 축출은 즉시 시리아의 붕괴와 대학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랜디스는 “아사드를 축출하면 알라위파의 지배권이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서방은 지난 10여 년 동안 국가 붕괴 없이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현지 실정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라크에서 봤듯이 정권을 무너뜨리면 국가도 무너진다. 시리아는 종파 정권이다. 군과 경찰 등 주요 기관은 위부터 아래까지 알라위파 아사드 지지자로 구성됐다. 수니파 인사를 수장으로 앉히면 그 아래 전원을 파면해야 한다. 보복이 아니라 그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아사드 아니면 누굴 내세워야 하나 2013년 누스라 전선(알카에다 지부) 같은 이슬람주의 극단주의 단체의 존재가 전투에서 주요 요인으로 부상했을 때 일부 미국 관리는 아사드 축출이라는 미국의 공식 입장이 과연 현명한지 회의를 품었다. 미국 연방의회의 한 고위 간부는 “아사드 축출과 대체 인물에 관한 우려가 크다는 외교 전문을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시리아 주재 미국 대사 로버트 포드는 정부의 시리아 정책에 항의하며 사임했다.동시에 러시아도 장기적으로 아사드보다 온건한 인물이 화해 과정을 더 잘 이끌 수 있다고 인정한다. 시리아 반정부세력 연합체 시리아국민연합(SNC)의 칼레드 코자 대표는 빈 회의 참가 직전 지지자들에게 “이란과 러시아는 다르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아사드가 대통령으로 머물든 축출되든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 반면 이란은 철저히 아사드 대통령 편이다. 다른 누구도 그처럼 이란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없기 때문이다.”러시아가 직면한 문제는 아사드 대통령을 대체할 인물을 찾는 일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수 년 동안 그럴 듯한 인물을 물색했다. 포드 전 대사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에서 가장 유능한 야전 사령관으로 평가 받는 수헤일 하산 대령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알 니므르(아랍어로 호랑이라는 뜻)로 불리는 그는 IS의 크웨이리스 공군기지 포위망을 푸는 공훈을 세웠다. 러시아 외교 소식통은 시리아 정계와 군 양쪽에서 괜찮은 인물 여러 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린 시리아와 수십 년 간 교류했다.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은 소련에서 미그 전투기 조종술을 배웠다. 고위 장교들도 우리와 함께 훈련했다. 우린 그들을 잘 안다.”그러나 미국의 시리아 전문가들은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랜디스는 “러시아가 미국보다 시리아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친했던 고위 장교는 오래 전에 숙청되고 없다.”랜디스는 내전 발발 전 어느 시리아군 준장과의 대화를 돌이켰다. “누군가 권력을 잡을 가능성을 묻자 그는 ‘군 최고위 인사 12명 전부 자신이 아사드보다 나라를 더 잘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권력을 유지할 순 없다’고 대답했다. 아사드의 축출은 알라위파의 허약함으로 비친다. 지역의 매파들이 알라위파 인프라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시리아를 지배하는 알라위파의 ‘포식자 정치 문화’는 지난 4년의 내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시리아 정부군이 군사기지 4곳을 빼앗기고 타브카 공군기지에서 병력 250명이 사살되자 알라위파는 홈스의 거리로 뛰쳐나가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위기에 직면한 아사드 대통령은 사촌인 하페즈 마클루프를 안보국 간부직에서 파면했다. 마클루프와 동생 이하브는 가족과 함께 벨라루스로 피신했다. 지난 4월 아사드 대통령은 다른 조카인 문터 아사드를 국가전복 음모로 체포했다. 그 직후 알리 맘루크 정보국장은 아사드의 망명한 삼촌과 짜고 정부전복 음모를 꾸민 혐의로 가택연금됐다. 5월 이래 시리아 정부군 기갑사단장 등 여러 장성이 체포됐다.그들이 제거된 원인이 전투 패배인지 정치적 범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튼 랜디스는 평화적 선거로 시리아 지도자를 교체한다는 러시아의 발상은 헛된 꿈이라고 말했다. “알라위파가 민주적 절차를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사드가 없으면 알라위파의 고위 간부들이 서로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일 것이다.” ━ 소시오패스인가 사이코패스인가 아사드 대통령이 유일한 대안이라면 그게 무슨 뜻일까? 최근 그를 만난 외교관과 언론인들은 아사드가 심하게 자기부정을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시리아 담당 특사를 지낸 라크다르 브라히미는 “아사드 대통령과 측근들은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외부 침략으로 전쟁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2월 영국 BBC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은 국민을 위해 의무를 수행한다”며 내전을 “외부 테러리스트들의 침공” 탓으로 돌렸다. 또 그는 통폭탄 사용도 부인했다. 포드 전 대사는 그가 품위 있고 상냥하며 거만하지 않고 유머 감각이 있으며 유창한 영어로 농담도 잘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시리아 정부의 인권침해를 따지자 그는 곧바로 화냈다. 지난 1월 아사드 대통령을 인터뷰한 외교 잡지 포린어페어스의 조나선 테퍼먼 편집장은 “시리아 대통령은 아주 뛰어난 거짓말쟁이(소시오패스에 불과하다는 뜻)거나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결론 내렸다. “후자의 경우 편집증적 사이코패스처럼 훨씬 위험하다.”한편 러시아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관리들은 지난 10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아사드 대통령을 보고 때 “침착하고 명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인들로부터 온건 반군단체와 권력을 나눠 IS와 싸우는 ‘대테러 연합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양보의 뜻을 밝혔다.그 이래 러시아 공군이 시리아 반군을 공습하는 동안에도 러시아 요원들은 반군들과 접촉했다. 자유시리아군의 간부 무스타파 세이자리는 지난 10월 말 러시아가 자신을 포함해 여러 간부를 회담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무기를 내려 놓고 선거에 참여할 반군 지도자를 찾은 것이 회담의 목표였다. 협상을 거부하면 러시아의 무자비한 공습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도 따랐다. 2000년대 초 체첸에서도 러시아의 그런 전략이 먹혀 들었다.러시아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는 SNC 대표를 지낸 3명과 현 코자 대표를 포함해 반군단체에서 협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38명의 명단을 작성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프랑스로 망명한 마나프 틀라스 장군이 제시한 11개 ‘국가 프로젝트’(휴전과 IS 협동 공격 계획 등)도 지지했다.더 중요한 점은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서 아사드 정권의 최대 적대국과 자주 접촉했다는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은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로 돌아간 직후 걸프 국가와 요르단의 주요 수니파 지도자들과 대화했다. 또 최근 사우디의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모스크바로 초청했다. 푸틴 대통령이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수니파 국가에 자신이 정직한 중재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특히 그는 사우디 측에 이란과 러시아의 우호관계가 새로운 지역 동맹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키려 애썼다. 지난 11월 23일 푸틴 대통령이 테헤란을 방문했지만 러시아와 이란 사이의 불신은 상당히 깊다. 11월 초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러시아가 우리처럼 아사드 정권의 보전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그의 생각이 옳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뛰어 넘는 외교 게임에 몰두한다. 혁명을 추구하는 이란이나 중동에서 거의 불가능한 정권 교체를 추진하는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현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특히 시리아에서 자국의 경제적·안보적 이익을 보존하고 마지막 중동 동맹국인 시리아의 붕괴를 막으려 한다.터키·사우디·요르단·카타르는 아사드 정권이 사라지고 시리아에서 이란이 물러나기를 원하지만 러시아는 타협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리아에서 이란보다 러시아가 지배적인 외세로 부상하고 아사드 대통령은 실권 없는 의전 수반으로 남는 시나리오가 그 예다. 러시아는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동맹국이 그런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물론 사우디는 아직도 아사드 정권의 잔류에 완강히 반대한다).그러나 뉴욕대학의 국제문제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 교수는 “현대전이 사전 계획된 공습 등 하이테크 추리극처럼 시작은 아주 멋지고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전쟁은 지저분해진다. 예측 불가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저항세력이 필사적인 항전을 벌인다. 러시아도 머지않아 시리아 개입의 주도권을 잃고 수렁에 빠질 수 있다.”특히 시리아의 수많은 분파가 장기적인 내전의 여파로 평화 과정의 핵심인 상호이해와 용서를 수용하기 힘들다. 랜디스는 “시리아엔 민병대가 1500개나 되며 그들 모두 권력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펠겐하우어 분석가는 “대다수 시리아인이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며 소수파가 외세를 등에 업은 민병대의 탄압을 받는다는 게 러시아 지도부의 믿음”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민병대를 공습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완전 착각이다. 중동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처사다.”그러나 러시아가 그렇게 믿는 데는 오랜 배경이 있다. 1985년 9월 30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소련 외교관 4명이 복면 괴한들에게 납치됐을 때 소련은 협상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납치범들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헤즈볼라 소속이었다.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베이루트 지부장 유리 페르필례프 대령은 레바논 시아파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무함마드 파들랄라에게 즉시 연락했다. 그는 소련 핵미사일이 테헤란이나 쿰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협박했다. 페르필례프 대령은 2001년 러시아 TV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강대국의 인내심이 바닥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련은 예측 불가한 결과를 초래할 중대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곧 KGB의 정예 알파부대 팀이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그들은 납치범 두목의 친척을 찾아내 그를 거세하고 사살한 뒤 시신을 난도질해 헤즈볼라 본부에 보냈다. 다른 친척이 다음 차례라는 경고였다. 러시아 외교 소식통은 “납치범들이 잘못 짚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상대는 친절한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었다. KGB는 헤즈볼라보다 훨씬 잔혹했다.”그 얼마 전 헤즈볼라는 납치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베이루트 지부장 윌리엄 프랜시스 버클리를 살해했다. 5개월에 걸친 협상도 소용없었다. 이제 소련도 똑같은 악몽에 직면한 듯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KGB 알파부대 팀의 작전 이틀 뒤 생존한 소련인 외교관 인질 3명이 풀려났다. 그 이래 중동에서 납치된 러시아인은 없다.KGB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푸틴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를 상대하는 문제에 관한 한 러시아가 미국보다 한 수 위이며 중동 정치를 다루는 수완이 뛰어나다고 확신한다. 당시 이스라엘 신문 예루살렘포스트의 외교 담당 특파원이었던 역사가 베니 모리스는 “베이루트 사건이 소련의 특성을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들은 말하지 않고 행동한다. 헤즈볼라가 겁먹을 정도였다.”그처럼 초강력 폭력수단과 냉철한 프로페셔널리즘에다 대수롭지 않게 핵위협을 가하는 방법이 요즘 러시아의 중동 정책 담당자에게 매력적으로 비칠 만하다. 그러나 시리아를 위한 푸틴 대통령의 계획은 가식적인 것만이 아니다.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그가 말했듯이 논리는 명확하다. 미국이 중동에서 정권 교체를 추구하다가 실패하면서 국가기관이 붕괴됐고 권력 공백이 생겼으며, 그 공백을 즉시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이 메웠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개입은 “시리아 국가의 기능을 보존함으로써” 사담 후세인(이라크)과 무아마르 카다피(리비아)의 몰락에 따른 것과 같은 무정부 상태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물론 푸틴 대통령의 휴전 계획에 따르면 이란부터 미국, 사우디까지 모든 관련국이 기대치를 수정해야 한다. 또 서방은 무자비한 독재자를 적어도 한동안 그대로 두는 게 IS의 지속적인 존재를 견디기보다 더 낫다는 아사드 대통령의 논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너무도 굴욕적이다. 그러나 IS의 야심이 모스크바와 파리까지 넘보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계획이 유일한 해결책일지 모른다.- OWEN MATTHEWS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2015.11.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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