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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시장에 고금리 돌풍 조짐

임대시장에 고금리 돌풍 조짐

부동산시장의 임대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꺼번에 돈을 내고 사용하는 전세이고 또 하나는 전세와 월세를 결합한 ‘보증금+월 임대료’의 혼합 형태다. 상가나 사무실은 혼합형이 대부분이지만 아파트 등 주택의 경우 전세가 주종을 이룬다. 다만 경기불황이 이어질 때면 주택분야도 전세와 월세의 혼합형태가 많아지게 된다. 목돈 마련이 힘든 저소득층이나 중소 자영업자들이 이같은 형태를 선호하고, 집주인 입장에서도 고정적인 월 수입을 노린 임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월세는 전세 기준 1억원 이내의 소형아파트에 한정된 것이고, 중대형의 경우 매달 내는 금액이 워낙 많기 때문에 월세 형태의 임대차계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중·대형아파트라도 서울 한남동·서빙고동·이태원동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이른바 ‘깔세’가 흔하다. 이같은 월세 시장에 최근 변수가 생겼다. 원화환율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금융권의 각종 금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하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받는 임대 이자율이 들먹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임대시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전세금의 월세 전환금리는 대략 월 1.7∼1.8%선. 예컨대 1억원짜리 전세아파트를 월세로 바꾼다면 1천만원을 제외한 9천만원 중 2천만원을 보증금으로 정하고 나머지 7천만원을 2부 이자로 쳐서 매달 1백40만원의 월세를 정하는 것이다. 만약 보증금을 3천만원으로 정하면 월 1백20만원이 월세가 된다. 전체 전세금에 대해 약 1.7∼1.8%의 비율로 떨어진다. 실세금리가 높았던 80년대 중반 이후 월세 이자율이 2%(2부 이자)에 이른 적도 있었지만 90년대 들어서는 1.7% 이하의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 시중은행 여·수신 금리와 회사채 유통수익률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같은 임대시장의 적용금리가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 요즘 들어 사채금리가 이미 50%로 상승했고, 기업어음 유통수익률도 연간 26%로 뛰어올랐으며, 콜금리도 이달 중순 현재 24%를 넘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콜금리의 법정 한도를 25%로 올리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잠잠하던 부동산임대 시장에서 월세전환 금리가 꿈틀거리며 오를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1월 중순 이후 본격화 될듯 서울 옥수동 반도컨설팅의 정종철 사장은 “이미 재계약을 앞둔 집주인들로부터 월세전환 이자율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대부분 현재보다 0.2∼0.5% 정도 인상된 금리를 적용해달라는 요구”라고 전했다. 일대 극동 그린아파트 32평형의 경우 전세 시세가 현재 1억4천만원선인데 월세전환 금액은 보증금 3천만원에 월 1백50만원 혹은 보증금 2천만원에 월 1백70만원선이다. 월 1.7% 수준인 것이다. 이 금액에 대해 2% 금리를 적용하면 보증금 3천만원에 월 1백70만원, 또는 보증금 2천만원에 월 2백만원으로 껑충 오르게 되는 것이다. 소형아파트가 밀집해 월세수요가 많은 서울 개포동 일대의 임대시장도 高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다만 전셋값이 전반적으로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단순비교한 월세금액은 종전과 큰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주공아파트 13평형의 전셋값이 지난 가을 이사철 때만 해도 4천5백만∼5천3백만원이었으나 현재는 4천만∼5천만원선으로 많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월세전환금액이 종전에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 60만∼65원선이었으나 지금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 55만∼61만원선으로 큰 차이가 없다. 1.7%의 임대금리가 2%로 뛰었지만 금액 자체는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셋값이 떨어졌는데도 월세하락의 혜택을 받지 못하니 결과적으로 손해인 셈이다.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지금은 전형적인 비수기이자 IMF체제라는 ‘특별한 때’여서 전세물건이 남아돌기 때문에 월세금리가 올라도 큰 손해가 아닌듯 하지만 앞으로 이사철을 맞아서는 주택임대시장에서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주인 - 임차인 마찰 늘듯 아무래도 월세를 올려받으려는 집주인과 이에 응하지 않으려는 임차인들간 마찰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소형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월세 임대유형이 많은데, 개포동 주공아파트 7.5평형짜리는 전체 임대물량의 30% 정도가 월세형태라고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이들은 대부분 목돈마련이 어려운 계층이기 때문에 월세가 올라가면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집주인들은 앞으로 임대계약을 맺을 때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월세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1년 계약이라는 부담 외에도 중개수수료를 매년 꼬박꼬박 물어야 할 뿐더러 전세와 달리 장판과 도배비용을 주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결국 1∼2개월분의 월세를 손해 보고 만다는 것. 따라서 한꺼번에 전셋값을 받아 고금리가 보장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이 시중 실세금리가 고공행진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월세 전환금리의 상승조짐은 주택시장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증금+월세’의 관행이 정착돼 있는 빌딩·상가·오피스텔 등 전형적인 수익형 부동산상품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역 앞 A상가의 경우 내년 1월 계약갱신을 앞두고 점포 주인이 월세를 현재 월 2%에서 2.5%로 상향조정하겠다고 통보하자 임차인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점포주는 월세가 싫으면 전세로 하자고 요구하나 임차인들은 “안 그래도 경기가 떨어져 영업이 되지 않는데다 임대료가 떨어지는 추세인 만큼 월세를 낮추거나 고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S오피스텔은 평당 임대료가 2백50만원에 형성돼 있는데 20평형 기준으로 전세 5천만원 혹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 40만원의 임대차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신규계약분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보증금 1천만원에 월 1백만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세금리를 인정해 월세를 높여주든가 아니면 전세로 한꺼번에 내라는 것이 임대인의 요구다. 서울부동산의 정용현 사장은 “물론 이같은 고금리 상태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년 봄 이사철 때까지 이어질 경우 부동산의 월세 전환 이자율이 최소 2%에서 최고 2.5%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연초에는 매매시장보다 오히려 임대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근 많이 들어선 다가구주택의 경우도 월세전환금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실제 서울 논현동·삼성동·역삼동 일대 12∼14평형 원룸형 다가구주택의 경우 현재 보증금 1천만원에 월 45만∼50만원선의 임대료가 형성돼 올 초보다 월 10만원 정도 내려간 상태다. 그러나 아파트 등지에서 비롯된 월세이자율 상승이라는 태풍이 옮겨 붙을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다가구주택의 수요자들이 목돈 마련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독신 직장인·신혼부부 등으로, 대부분 월세를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임대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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