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일러스트 김회룡 | 평소 주름이 많아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는 A씨(35세·사업). A씨는 지난 4월3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 성형수술이라고 하기에는 시술 시간이 짧고 피부를 찢는 등 번거로운 작업 없이 주사만으로 ‘치료’가 끝나기 때문이다. A씨는 시술을 받은 후 “주변에서 몰라보게 젊어졌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5살 차이 나는 부인과 함께 나들이를 할 때 가장 좋다고 한다. “주변에서 자꾸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에는 그런 시선을 거의 못 느껴요.” A씨가 맞은 주사는 바로 보톡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보톡스 바람이 올 들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4월15일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미국 앨러간사의 ‘보톡스(Botox)’를 미간 세로주름 성형치료제로 공식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미 1999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주름살 제거제로 널리 쓰여온 보톡스가 FDA의 승인까지 받음으로써 안정성이나 약효를 공식 입증받은 셈이 됐다. FDA의 승인은 대웅제약에게도 기쁜 소식이다. 그동안 보톡스를 독점 판매해 오던 대웅제약에게 FDA의 승인은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단 격’이기 때문이다. FDA의 승인이 아니라도 이미 연예계와 강남을 중심으로 보톡스 시술은 이미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인기탤런트 K·L·D·H씨 등이 이미 보톡스로 효험을 본 사례들이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보톡스의 경우 여자 연예인은 물론이고 남자 연예인들도 상당수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김성환 피부과 전문의는 “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간편한 점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도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예인뿐 아니다. 일반 직장인과 사업체 사장·정치인들도 보톡스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의사들의 증언이 아니라도 보톡스의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앨러간사의 보톡스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대웅제약의 경우 지난 99년에는 연간 30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는 70억원을 넘어섰다. 불과 2년 만에 1백% 이상 성장을 했다. 이 때문에 대웅제약은 보톡스 판매만 전담하는 판매회사를 따로 만들 정도다. 올해는 1백억원 매출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보톡스의 경우 아직 한국에 소개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질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하루가 다르게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보톡스 주사가 값이 싼 것은 아니다. 보통 보톡스 주사제를 한번 시술받는데는 50∼1백50만원의 비용이 든다. 성형용으로 사용할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눈가 주름이나 미간의 잔주름의 경우 주사 한 번이면 주름살이 제거되지만 이마에 깊게 팬 주름이나 사각턱을 치료하는 데는 상당한 양이 든다고. 이 경우 드는 비용도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성형외과 의사들은 “한번 시술로 3∼6개월 정도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기간을 생각하면 꼭 큰돈이라고 하기도 힘들다”고 주장한다. 보톡스가 이처럼 성형외과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는 데는 탁월한 약효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사제이기 때문에 의약분업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직접 주사제를 팔 수 있기 때문에 마진이 크다. 또 한 번 시술하면 일정 기간 후 다시 재시술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한번 시술해서 평생 가면 누가 그걸 약으로 개발하겠나”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톡스를 시술하는 과도 다양하다. 성형외과는 물론이고 피부과·치과·이비인후과·안과·정형외과, 심지어 산부인과까지 보톡스 시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보톡스의 소비자 매출액이 최소한 1천억원대는 될 것이라고 추정할 정도다. 이처럼 의료 서비스 차원에 머물러 있던 미용성형이 최근 들어 수천억원대 시장 규모로 급팽창하면서 산업화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성형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의원 수가 급증했고, 성형 관련 각종 기기와 소모품을 제작·수입하는 업체도 크게 늘었다. 보험회사와 카드사는 ‘성형보험’ 상품을 내놓고, 성형수술을 경품으로 제시하는 업체도 비일비재하다. 인터넷 사이트에 가면 눈·코·가슴 등 성형 부위별로 경품을 내걸고 이벤트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국 성형외과 의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백69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4월 4백11개에 비해 13.6%나 늘어난 수치. 이 기간 전체 의원 증가율이 3.7%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처럼 성형외과 의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성형수술이 다양한 소비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으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 신극선 성형외과 원장은 “최근 1∼2년 사이 성형 수요자들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10대에서 60대 이상 노년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수술 내용도 쌍꺼풀·코 세우기 등에서 뼈를 깎는 윤곽교정이나 유방 축소·확대, 지방흡입술 등으로 다양해졌다는 설명이다.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성형외과 병원들의 매출액이 1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피부과나 일반의 등 비전문의와 피부관리실 등에서 행해지는 성형수술까지 합하면 전체 매출 규모는 2∼3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미용성형은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음성적인 매출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미용성형 관련 파생상품 시장도 덩달아 급성장하고 있다. 성형수술 기기나 초음파지방흡입기 등 성형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도 최근에는 50∼60개로 급증했다. 한스메디칼 한천희 사장은 “유방 보형물과 코성형 삽입물 시장 규모만 각각 1백억원대를 넘는다”고 말했다. 성형 관련 금융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양생명과 제일화재는 성형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비씨카드·LG카드는 회원에게 성형보험 무료가입 혜택을 주는 여성전용카드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2∼3년 전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성형 전문의들이 전공별로 분업해서 병원을 개원하는 기업형 성형 전문 의원도 많이 생겨났다. 성형외과·피부과·안과 등 유관학과에서 층별로 같은 건물을 쓰는 것도 시너지를 위한 것. 또 피부 미용학원과 성형외과·피부과가 인접해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 성형산업이 이처럼 급성장하자 최근에는 성형수술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부산 서면 롯데호텔 주변의 30여개 성형외과 의원이 밀집한 곳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대표적인 ‘성형 명소’. 서면 주위에 있는 한 성형외과 직원은 “일부 여행사의 전문 가이드를 동원해 일본인 성형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비용을 생각하면 한국에 와서 성형도 하고 휴식도 취해도 일본보다 싸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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