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의 덫…‘7월 가계대란’ 可視圈
마구잡이식 대출로 가계빚 수렁 돈을 잘 벌든 못 벌든 두 P씨의 경우처럼 ‘빚의 함정’에 빠져 허덕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례 없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주식·부동산 시장이 뜨면서 돈을 빌려 한몫 잡거나, 집을 장만하려는 심리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 경제의 기둥인 수출이 신통치 않자 소비 부문을 자극해 경제를 떠받들려는 정부의 정책도 가계의 소비를 부추겼다. 특히 돈 굴릴 데가 마땅찮은 금융기관이 너도나도 가계대출쪽으로 몰리면서 가계 부문을 빚의 수렁으로 몰아세운 주범이 됐다.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1998년 1백83조6천억원, 99년 2백14조원, 2000년 2백66조9천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그러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무려 3백41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대출 내역을 보면 일반 대출이 2백9조1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금융(56조2천억원), 카드론·현금서비스(38조3천억원), 판매 신용(38조2천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올 들어서도 은행과 카드사 등의 마구잡이식 가계대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에서는 올해 가계대출 규모는 4백조원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빚 자살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 당국에서 가계대출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한번 느슨해진 고삐를 다시 죄기란 쉽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중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6천7백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조4천20억원)보다 1백90%나 늘었다. 물론 3월(7조6천9백50억원)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1월(3조7천5백69억원)과 2월(5조9천8백40억원)보다 여전히 많다. 이를 두고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 상황은 한껏 부풀린 고무풍선 같아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특히 경기가 빨리 살아나지 않거나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다면 빚 갚을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부터 도미노식으로 쓰러질 공산이 크다. 당장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5월7일 저금리 기조는 유지한다면서도 콜 금리 목표 수준을 1년 6개월 만에 기존 4.00%에서 4.25%로 올렸다. 그러자 서울은행이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프라임 레이트를 0.18%포인트 올렸고 한빛은행도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4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1백84조원으로 금리 인상에 따라 4천6백억원 정도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이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너도나도 대출 회수에 나선다면 문제가 커진다. 금융계에서는 ‘신용 불량자 양산→사채시장 의존 심화→개인파산 러시→금융기관 부실→경제 주름살’식의 악순환에 빠질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돌려막기 카드사용자들 잔인한 7월 특히 은행들이 1천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에 대해서도 신용관리에 들어가는 7월부터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른바 ‘○○대란설’이 떠돌 때마다 결국 설(說)은 설(說)로 끝날 때가 많았다. 이미 예고된 재앙은 그만큼 준비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 퍼져 있는 ‘7월 가계 대란설’도 그럴 수 있다. 다만 금융권 대출은 많은데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로선 ‘잔인한 7월’이 될 공산도 크다. 오는 7월1일부터는 개인의 모든 대출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금융신용정보조회 시스템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7월1일부터는 1천만원 이하의 소액대출과 현금서비스 사용 잔액 등의 정보가 은행연합회로 집중되는데다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채무자 재산조회 제도 또한 강화된다. 금융기관들은 올 하반기부터 수수료만 내면 은행연합회와 한기평·한신평·한신정 등의 신용정보기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개인의 대출 정보를 샅샅이 볼 수 있다. 다만, 개인은 자신의 정보만 조회할 수 있고 사채업자는 정보 악용 우려가 있어 당분간 볼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신용정보조회 시스템이 작동되면 금융기관들의 대출 회수와 이에 따른 개인 파산이 줄을 이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개인 대출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면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돌려막기’를 하던 사람들로선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금융기관별로 대출 축소나 상환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다 갚으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새로 돈을 빌리거나 만기를 연장할 때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겐 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카드사나 상호저축은행 등의 제2금융권의 문턱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자칫 제도권에서 밀려나 고리의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금감원에서는 제도권에서 낙오돼 사채시장을 들락거리는 사람수가 8백만명(신용불량자 2백77만명 포함)에 이를 걸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채시장의 살인적인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급기야 개인 파산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도 오를 조짐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콜 금리를 0.5% 정도 더 올릴 걸로 보고 있다. 문제는 소득보다 부채가 많은 저소득층이 ‘금리 충격’에 약하다는 점이다. 통계청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하위 20% 가구의 1년 소득은 2000년 기준 9백59만9천원이었지만 부채는 5백99만6천원이었다.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62.5%라는 것. 이는 전체 가구 평균(32.4%)보다 2배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전·월세금 등도 올라 부채 비중은 7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소득층은 금리가 올라가도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계 대란설은 금융권에도 근심거리다. 그렇잖아도 돈 굴릴 데가 마땅찮은데 가계 부문까지 흔들리면 이익은 고사하고 덩달아 부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손충당금도 더 쌓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2분기부터 정상으로 분류된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기존 0.5%에서 0.75%로 높이도록 했다. 8개 시중은행은 6천억원 정도를 충당금으로 더 쌓아야 한다. 당장 이익 목표 달성에 부담이 생긴 셈이다. 가계 대란설은 기우일 뿐이라는 낙관론자도 적지 않다. 여러 기관에서 빌린 사람이 절대 다수는 아닐 테고 지금도 대출 심사 때 다양한 경로로 걸러지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가 나와도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또 리스크가 큰 고객으로 판명되더라도 상환일 전에는 독촉하지 않는 게 금융계 관행이라 당장 대란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오는 7월께 국민은행과 신한지주 등에서 은행 대출과 카드사 현금서비스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린 소비자 금융업체를 만들 예정이어서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소비자도 워크아웃 가계 대란설이 번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상호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를 신용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 서민들의 사금융 수요를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한다는 방침이지만, 금융기관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지난 5월6일 간부 회에서 “과다·다중 채무자가 금융기관의 급격한 채권 회수로 한꺼번에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가계 파산이 급증하지 않도록 과도기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위는 금감원과 공동으로 7월 가계 대란을 막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충격을 줄일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신용 불량자수는 지난해 말 현재 2백77만명으로 97년 외환위기 당시 1백49만명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더구나 신용불량자가 단기간에 급격히 늘면서 소비자 파산 신청도 2000년 말 3백29건에서 지난해 말 6백15건으로 폭증했다. 하나경제연구소는 지난 5월1일 ‘소비자 파산의 현황과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경기가 살아나면서 금리가 따라 오르면 미국식 ‘과소비형 파산’과 일본식 ‘불황형 파산’이 복합된 형태의 소비자 파산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 파산 제도는 파산 선고를 받더라도 미국이나 일본 등과 달리 은행빚에서 자유로워지기가 어려워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지난 2월 정부쪽에서 내놓은 이른바 ‘소비자 워크아웃’ 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 워크아웃이란 기업의 부실을 청소하는 워크아웃 개념을 개인에게도 도입한 것. 개인이 두 손을 다 들기 전에 금융기관과 협의해 빚을 갚아나간다는 점에서 소비자 파산과 다르다. 이 제도는 개인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면 곧바로 채무자의 재산과 부채를 자동으로 동결해 모든 채권 회수를 금지하는 미국의 ‘자동적 정지(Automatic Stay)’ 제도를 본땄다. 금감원 관계자는 “도산 3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워크아웃 제도도 논의되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 논란도 많아 하반기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상자 선정 기준 등을 놓고 재경부·법무부·금감원 등 사이에 논란이 많다는 것. 그는 다만 “카드빚에 얽힌 살인 사건 등이 잇따라 터져 제도 도입의 공감대는 마련되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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