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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는 역시 현찰과 골프가 최고…"

"접대는 역시 현찰과 골프가 최고…"

일러스트 이정권
‘접대’는 ‘필요악’인가 아니면 ‘근절되어야 할 행위’인가? 접대를 하나의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후자의 입장이겠지만, 접대를 통해 다른 목적을 취하는 사람이라면 필요악이라 할 것이다. 한국은 경제에 관한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그 부패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게 바로 ‘접대’다. 최근 들어서는 접대문화가 많이 개선됐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형식을 달리할 뿐 여전히 접대는 중요한 경제활동(?)이라는 게 기업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룸싸롱에서 골프 접대로 “2∼3년 전부터 룸싸롱보다는 골프 접대가 더 많아졌습니다. 사실 룸싸롱 가는 것보다 돈이 적게 들고 몸도 버리지 않아 가급적 골프로 유도하죠(한 중소기업체 사장).” 최근 접대의 중심은 술이 아닌 골프다. 룸싸롱에 가면 수백만원이 들지만 골프를 치면 1인당 20만원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골프가 접대로 각광을 받는 다른 이유는 ‘맨정신’에 대화할 수 있다는 점. 아무래도 만취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신뢰도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술 먹고 그 다음날 입장을 바꿔 버리면 접대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몹시 속이 상합니다. 맨정신에 대화하면 이런 일이 거의 없거든요.” 골프 접대를 자주 한다는 중소기업체 사장의 말이다. 그럼 이들은 한 달에 몇 번이나 골프장에 나갈까. “업종이나 회사마다 다르지만 웬만한 중소기업의 사장은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은 필드에 나갈 겁니다.” 통행세도 여전하다. 정부투자기관일수록 통행세가 만만치 않다는 게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주장.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담당자들에게 50∼100만원의 봉투를 집어준다고 한다. 대형 통신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기업체 사장은 “하나의 일을 진행하면 담당자·과장·부장 등이 차례로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들에게 50만원씩만 주더라도 수백만원이 필요하죠”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 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기 십상이라고 한다. “돈을 주지 않으면 자꾸 부릅니다. 불려다니다 보면 일을 하기 힘들어지니까 아예 돈을 주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탈이 날 것 같은 분위기면 하도급 업체를 통해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직접 돈을 달라고 하면 문제가 생기니 하도급 업체를 통해 하도급을 주면서 현찰을 챙기는 것이다. 그래도 과거보단 현찰을 주는 건 많이 줄었다. 현찰을 받지 않는 경우는 술 접대나 골프 접대가 필요하다. 금융업계는 술 접대보단 골프 접대가 월등히 많다. 과거 증권업계에서는 사우나 접대·룸싸롱 접대가 주로 이뤘었다. 사우나 접대란 같이 호텔 사우나에서 사우나를 하면서 고스톱이나 포커를 치면서 돈을 잃어주는 걸 말한다. 통상 증권회사 법인영업 담당자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이런 접대를 했었다. 룸싸롱을 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모습을 거의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술 접대문화가 전부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최근에는 술로 영업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한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 “이런 문화가 줄어든 것은 ‘1인당 접대비 한도 1년간 20만원’ 규정과 업계의 자정 노력 때문. 지난해부터 도입된 1인당 접대비 한도로 공식적인 술 접대를 하기 어려워졌고 투자신탁회사들도 자체 감독 시스템을 강화했다. 투신사들은 애널리스트와 법인 영업 담당자에 대한 평가모델을 만들어 펀드매니저의 개인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을 막아 놓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능력, 법인 영업 담당자의 정보제공 능력 등을 모두 점수화해 평가합니다. 개인적 친분으로 주문을 주는 관행은 이미 끝났다고 봅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골프가 주를 이룬다. 방식도 소문나기 쉬운 일대 일 방식이 아니라 공식적인 행사 형식을 많이 취한다. 일례로 주가 관리를 위한 IR(기업설명회)을 해외 지사나 공장에서 개최하면서 골프를 친다거나 1년에 한 번씩 관련자들을 모아 놓고 세미나를 여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채권을 많이 발행하는 S은행의 경우에는 1년에 1번씩 제주도로 채권 담당자들을 초빙, 세미나를 하고 골프를 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주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과 함께 술 자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자리는 거의 없고 공식적인 행사에서 골프를 치는 정도죠.”

기업하는 사람은 모두 犯法者(?) 접대가 법인 영업 담당자나 기업들만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애널리스트의 펀드매니저에 대한 접대도 있다는 후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각 언론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발표가 있기 전에 ‘어느 애널리스트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기 위해 1천만원을 썼다’라는 소문이 돌곤 합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면 몸값이 그 이상 오르기 때문에 단순한 헛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골프 접대가 많아졌다고 술 접대가 없어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과거처럼 공식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을 뿐 음성적인 술 자리가 사라질 수 있느냐는 반응이다. 접대가 많기로 소문 난 제약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한 다국적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식사·술·골프 접대를 한 것은 가격이나 품질을 통해서가 아닌 면식에 의한 제품 선택을 유인한 불공정 거래행위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이 회사는 이에 불복, 정식 재판을 제기했다. 이 제약회사의 논리는 이렇다. “한국에서 관례상 술과 골프는 접대의 기본인데 이것을 하지 않고 어떻게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 그래서 한국제약협회는 제약사들이 의·약사들에 대해 과도한 접대를 하지 못하도록 공정경쟁규약 세부규정을 마련했다. 그 내용은 ▶제약사가 학술대회와 강연회 등을 개최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식음료와 여비 등의 한도액을 1인당 5만원으로 제한 ▶설문조사 참여에 따른 사례비도 5만원 이내로 제한 ▶학술 목적으로 제공되는 학술용 의약관련 서적, 소액 물품 및 기계 등의 지원비용이 연간 30만원을 넘지 않을 것 등이다. 하지만 이 규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제약업계는 터무니 없는 것라고 일축한다. 한 제약회사 영업담당자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1인당 5만원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영업 담당자는 없을 겁니다. 이렇게 막아 놓으면 다른 방식으로 접대해야죠. 접대하지 않으면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데 누가 하지 않겠습니까. 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죠.”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접대에 관한 한 한국 기업인들은 모두 범법자라고 자조 섞인 평가를 내린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1백%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밖에 나가서는 깨끗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기업하다 보면 그럴 수 없거든요. 세법에서는 10만원이 넘는 접대비를 신용카드로 처리하라고 하지만 그 법을 지키기는 사실 어렵거든요. 그러니 모두 범법자 아닙니까.”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접대문화 그래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는 게 기업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얘기. 심한 곳은 아직도 심하지만 개선된 곳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말도 들린다. 일부 기업들은 접대보단 다양한 문화적 이벤트를 준비한다. 가족을 동반할 수 있는 공연 티켓을 선물하거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간단한 와인을 마시는 걸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식의 접대(?)를 하는 회사들은 접대와 거래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거래란 일종의 대가를 바라는 행위이고 접대란 인간관계를 보다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라는 것. “하도급 업체와 무자료 거래를 하거나 이중 장부를 만드는 경우에는 반드시 거래가 생기죠. 하지만 가족 동반 공연 티켓을 선물하는 정도를 갖고 거래라고 보기엔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D그룹 관계자).” 어느 사회이건 비즈니스 접대는 없는 곳은 없다. 문제는 그것이 거래의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고 접대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이다. 현재 사외이사제도의 도입, 접대비 한도 규정, 신용카드 사용 의무화 등으로 접대의 투명성을 위한 인프라는 구축돼 있다. 문제는 자꾸 음성화되는 경우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의 얘기가 자꾸 귀에 맴돈다. “접대를 하다 보면 음성화가 양성화된 느낌을 자주 받죠. 겉으론 깨끗한데 음성화의 정도는 더 심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 말이죠. 아직 멀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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