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은 내가 1등!”… 흠집내기 비방전
| 문제가 된 광고. KTF가 세계 1위임을 광고하자 | | SKT는 큰 물음표로 이번 조사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 통신업계의 두 공룡간의 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다. SKT와 KTF측 관계자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 “야비한 방법을 쓴다” “말도 안 되는 억지로 흙탕물을 튀기고 있다”는 등 감정적 발언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만큼 양사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3일 KTF가 미국 경제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의 조사 결과를 신문 전면광고로 내보내면서 시작됐다. KTF는 「비즈니스위크」紙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KTF가 세계 이동통신기업 1위(종합 3위)로 선정되었습니다”는 문구를 내보냈다. 특히 KTF측은 광고를 내보내면서 한국의 이동통신 3사에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를 해 SKT를 자극했다. SKT는 이번 평가에서 차이나 모바일에 이어 3위(종합 9위)를, LGT는 13위를 기록했다. 그간 자타가 공인한 국내 1위 이동통신기업 SKT로서는 졸지에 KTF보다 한수 아래 기업으로 취급당하는 순간이었다. SKT도 재빠르게 대응했다. 이틀 뒤인 7월5일, SKT는 각 일간지에 큰 물음표와 함께 “KTF 세계 1위 믿을 수 있습니까?”라는 제목 아래 “왜곡된 자료를 이용한 세계 1위, 그것이 KTF적인 생각입니까?”라는 문구로 KTF에 직격탄을 날렸다. SKT는 이 광고에서 “세계 1위 이동통신 기업이 눈속임이나 억지를 부린다고 얻을 수 있을까요”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KTF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특히 SKT는 ‘잘못된 KTF적인 계산법’ ‘매출액 과장’ ‘변칙적인 성장률 계산’ 등 이번에 KTF의 1위 선정과정에서 KTF측이 반칙행위를 한 것처럼 광고했다. 이에 대해 KTF는 “「비즈니스위크」는 1백대 IT기업 선정을 위해 개별 기업들로부터 별도의 자료 제출을 받지 않는다”며 “「비즈니스위크」가 공신력 있는 데이터와 정해진 선정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순위를 선정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비즈니스위크」紙에 실린 기사에도 “1백대 정보통신(Info tech)기업 선정은 98년부터 해왔으며, 매번 전년도 12개월의 자료를 바탕으로 자매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도움을 받아 순위를 선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SKT의 주장처럼 KTF가 자료를 왜곡해서 제출하거나 매출액 성장률을 과장 계산하는 등 원자료를 조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KTF는 이와 관련해 “SKT가 KTF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8일 SKT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로 5백억원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KTF의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엄포용이 아니며 현재로선 SKT가 사과한다고 하더라도 소송을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SKT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에 사용된 기준들이 KTF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비즈니스위크」가 사용한 기준은 매출액·매출액 성장률·자기자본수익률·주식투자수익률 등 네 가지다. 이 중 매출액 성장률을 제외한 세 가지 항목에서는 SKT가 앞서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매출액 성장률의 경우 KTF는 전년대비 61.7%로 11위를, SKT는 8.1%로 96위를 차지해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즉 SKT가 이동통신기업 중 3위가 되고 KTF가 1위가 된 결정적인 요인은 이 항목 때문이라는 것이 SKT의 주장이다. 더구나 KTF의 매출액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2001년 재무자료에 한솔엠닷컴과 합병 후의 자료가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즉 2000년에는 한국통신프리텔의 재무제표만 반영됐다가 2001년에는 합병법인의 매출액이 반영됐기 때문에 매출액 성장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매출액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합병으로 인해 재무제표상의 숫자만 커진 것이 이번 발표의 진실이라고 SKT는 주장하고 있다. SKT 주장이 일면 타당한 면은 있지만 평가 주관사인 「비즈니스위크」지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매년 전세계 수백개 기업을 상대로 평가를 하면서 개별 기업의 특성을 일일이 다 고려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평가든 그 평가에 맞는 측정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무정보 중 4개 항목을 고려한 것도 정당한 방법이다. 다만 올해는 우연히 KTF의 합병이 변수가 됐지만 인수·합병도 기업의 활동 중 일부분인 점을 고려한다면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내년에는 SKT가 신세기통신과 합병한 덕을 볼 수도 있다. 통신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평가는 이동통신사의 기술적인 면이나, 통화 품질과는 무관한 재무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최고의 이동통신회사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또 서울에 있는 한 외신기자는 “외국의 경우 이런 평가가 있는 사실 그대로 전달되는데 한국의 경우 부분적인 평가를 가지고 이동통신의 전 부문 1위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KTF가 전후 문맥을 생략한 채 ‘세계 이동통신 1위’라고 한 것은 광고기법상 가능한 얘기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광고에서 터진 양측의 감정싸움은 오래된 문제인 PCS 재판매로까지 번지고 있다. SKT는 지난 7월9일 “KT의 KTF PCS 재판매 사업의 불공정 행위를 지난 5일 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각각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거대기업인 KT가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별정 통신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문도 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SKT는 “KT가 KTF의 PCS를 재판매하면서 KTF의 PCS망 이용요금을 이용약관에 명확한 규정도 없이 지나치게 낮게 산정함으로써 이용요금을 적정하게 산정토록 한 전기통신 사업법과 모자(母子)회사간 부당한 내부지원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이동통신 3사는 이동전화를 직접 판매하는 방법과 유통회사를 통해 대신 판매하는 방법을 통해 영업을 할 수 있다. SKT나 LGT의 경우 별도 법인 없이 자체적으로 대리점과 양판점 등에 판매를 하고 있지만, KTF의 경우 자체판매 외에도 KT를 통해 KTF 이동전화기를 판매하고 있다. KT를 통해 판매된 KTF 이동전화기의 경우 KTF망을 사용하는 것을 빼고는 요금징수·가입자관리 등 모든 부분을 KT가 관리한다. 이렇게 KT를 통해 생긴 가입자 수만 해도 99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1백25만명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에는 KT 재판매를 통한 이동전화 순증 가입자 수가 42만명에 이르러 32만명을 기록한 LGT를 제치고 KT가 사실상 이동전화 3위 사업자로 떠올랐다. SKT는 KT의 재판매가 이동통신 회선재판매 사업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고 이동전화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KT 내부에서는 직원들에게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해 공정거래법과도 상충된다는 주장이다. SKT측은 “이번 기회에 오랫동안 문제가 되고 있는 PCS 재판매 문제를 공론화해 KT의 부당한 판매를 원천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무선사업까지 겸하고 있는 KT를 이번에 막지 못하면 향후 유무선 각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문제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KTF는 “망 이용요금은 마케팅 비용과 상황 등을 고려해 양사가 합의하에 적정 요율을 정하는 것이고, 직원들을 통한 강제판매는 일부 지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KTF측은 이번 신고를 ‘광고전에서 밀린 SKT측이 KTF를 몰아세울 궁리를 하다가 몇년 묵은 주제를 다시 끌어냈다’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이번 두 사건이 아니라도 양측은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얼마 전 발표된 CF모델 선정에서도 두 회사의 팽팽한 신경전을 볼 수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4일 월드컵 축구국가대표팀 안정환 선수와 1년간 10억원의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하기 하루 전인 3일 KTF는 안선수의 부인 이혜원씨와 3개월간 2억원에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측은 “우리가 안선수와 모델 계약을 추진하자 KTF가 이를 훼방놓기 위해 안선수 부인인 이씨와 서둘러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얼마 전에 있었던 KT 민영화에 뜻밖에 SKT가 최대주주가 돼자 KT측에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고, 지난 1월 이동통신 통화품질 평가에서 KTF가 종합 1위로 나오자 SKT측에서 평가방법 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유무선 통신 각 분야에서 대립하고 있는 양사의 형편상 이런 분쟁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측의 대립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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