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 겐팅 하이랜드…말레이시아 체험의 진수
말라카, 겐팅 하이랜드…말레이시아 체험의 진수
‘구름위의 환락궁’ 겐팅 하이랜드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승용차로 북동쪽을 향해 1시간여 달리면 도착하는 겐팅 하이랜드는 해발 2천m에 자리잡은 ‘구름 위의 환락궁’이다. 수도권이면서도 그 곳에 가는 길은 주위가 모두 정글지대로 말레이반도의 짙은 원시림을 만끽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큰 유원지 같이 느껴지는데, 20층 규모의 호화로운 호텔 주위에 꽃밭과 잘 정비된 골프코스가 펼쳐져 있다. 골프장 이름은 ‘구름’이라는 뜻의 중국어인 아와나CC. 곳곳에 구름이 걸쳐 있어 골퍼들은 땅이 아닌 하늘 길을 오르는 느낌이다. 라운딩 도중 콰이강의 다리 같은 구조물도 볼 수 있고 코코넛·종려나무 등이 빽빽한 이국적인 공간을 거닐 수도 있다. 열대지방이면서도 선선한 날씨를 유지하는 골프장이다. 그린피는 우리 돈으로 3만원 정도다.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정부가 공인한 카지노이다. 싱가포르와 태국·필리핀 등 인근 국가들과 유럽 관광객들이 주로 몰린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주말이면 2백여개의 여행사가 대형버스로 40∼50대씩 수송에 나서 1박 2일이나 2박 3일 코스의 단골여로가 되고 있다. 한국의 폐광지역인 강원도 태백의 강원랜드 카지노장 관계자들도 이곳으로 견학을 올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런 국제성은 그만한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겐팅 하이랜드는 처음부터 산을 뭉개버리고 세워진 인공시설이다. 산꼭대기에 판 대형 인공호수에는 보트가 한가하게 떠 있고 1천7백68m 길이의 케이블카도 이곳의 명물로 부족함이 없다. 겐팅 하이랜드 유일의 카지노장을 비롯해 골프장·헬스클럽·테마파크·대규모 전자오락실 등은 4개의 호텔을 항시 붐비게 한다. 말레이시아 최고의 古都 말라카 콸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3시간 정도 가면 말레이시아 최고의 고도(古都) 말라카에 도착한다. 이 곳은 겐팅 하이랜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말라카는 삶과 죽음, 동양과 서양, 옛 것과 새 것이 뒤엉켜 공존하는 현장이다. 말라카의 역사가 이런 혼돈과 통합을 만들었다. 15세기 초 수마트라의 왕자가 이곳 말라카에 왕국을 건설한 이후 이 도시는 16세기부터 1957년 독립할 때까지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의 지배를 차례로 거쳤다. 수세기에 걸친 외국의 지배를 볼 수 있는 사적은 말라카 강변 한 곳에 집중돼 있다. 네덜란드에서 직접 가져온 벽돌로 건축해 지금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색바랜 연분홍색의 네덜란드 총독관저(현재는 역사·인종박물관)와 진홍색의 기독교회·시계탑·박물관이 이국적이다. 박물관 뒤 약간 높은 언덕인 산티아고 요새(포르투갈시대)에 오르면 멀리까지 물이 얕은 말라카해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잠자는 것 같은, 유유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옛날의 왕궁을 그려보든가 수평선상을 왕래하는 석유 탱커로 현대를 고찰해 볼 수 있다. 세인트 폴 교회를 구경하고 언덕을 넘어오면 과거 번성한 말라카 왕국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톨릭 나라인 포르투갈인들이 세운 성당을 신교도국인 네덜란드인들이 점령한 뒤 부숴버려 현재는 건물 벽만 남아 있다. 산티아고 요새 아래에는 대형 관중석을 만들어 야간엔 조명등과 음향효과·내레이션 등을 곁들인 ‘빛과 소리’로 침략당한 역사를 재현한다. 여기에다 말라카 왕국 시대 중국 명나라 영락황제의 딸 황리포 공주가 말라카 4대왕 술탄 만수르샤에게 시집올 때 함께 이주해온 중국인들도 말라카에 깊은 문화 흔적을 남겨놓았다. 황리포 공주와 함께 이주해온 중국인 후손들이 1645년 세운 청홍텡 사원에서 말라카교를 건너, 네덜란드 총독 관저였던 스타다이스에 이르는 1㎞ 남짓의 길을 걸으면 말라카의 다국적 문화를 1시간 안에 경험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청홍텡 사원 앞쪽 길은 ‘죽은 자를 위한 거리’다. 이곳 중국인 후손들은 사후세계 사람들도 이승과 마찬가지 생활을 한다는 믿음을 중국 본토인보다 훨씬 깊게 간직하고 있다. 도로 양편에 즐비하게 늘어선 가게는 모두 망자들이 쓸 물건을 파는 곳이다. 냉장고·무비 카메라·양복·맥주 캔·벤츠 자동차·1억 링기트(말레이시아 화폐단위)짜리 화폐, 수표, 크레디트 카드…. 현실세계에서 사용되는 물건을 거의 망라한다. 압권은 세계 어디든 여행할 수 있는 항공권과 함께 염라대왕이 발행한 저승 여권까지 팔고 있는 것. 물론 이 모든 것은 종이로 만든 모조품이다. 중국인들은 생전에 못 해바친 이런 물건들을 조상 제사지낼 때 태우면, 연기가 되어 저승의 조상에게 전달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 도로에서 다음 블록으로 건너가면 말라카 골동품 거리다. 열대의 원시적인 정열이 그대로 느껴지는 나신의 온갖 목각 신상들이 골동품 가게를 마치 주술사의 집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몸체 3분의 1 이상은 됨직한 성기를 곧추 세운 사슴뼈 원숭이상이나 고양이상·힌두교의 신상·불상·액세서리함·등잔·접시 따위가 토속적인 말라카의 과거를 재현하고 있다. 1백여개의 골동품 상점에는 유럽인들이 기웃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웬만한 나라의 고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조상이 준 유산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후손들은 인근에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24층 높이의 초대형 르네상스 호텔을 짓고 이국적 분위기의 골든 밸리골프장 등 위락시설을 조성해 부가적 자원개발에 성공했다. 말라카 시내관광은 2인용 앉은 의자가 장착된 트라이쇼(3륜 자전거)를 타고 하는 것이 독특한 재미를 준다. 전기동력이 아니라 인간 근육의 힘으로 움직이는 탈 것에 앉은 재미가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1시간 단위로 4링기트(1링기트는 약 3백20원). 원시자연이 숨쉬는 코타키나발루山 말레이 반도 동쪽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가 있다. 이 섬의 북부 지방 자치주인 사바(Sabah)주도 말레이시아 땅이다. 한국인들이 제주도에 가고 싶어하듯 말레이시아인들도 사바주를 동경한다. 사바주는 열대우림과 화려한 산호초, 백색 해변, 그리고 동남아 최고봉이며 생태의 보고인 코타키나발루산(해발 4천95m) 등 원시 자연이 숨쉬고 있는 생태·휴양 관광지다. 사바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주도(州都)인 코타키나발루까지 직항 전세기를 띄우면서 주목받고 있다. 말레이어로 ‘코타’가 시(市)라는 뜻이니 도시 이름도 산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사바는 북위 4∼8도 즉, 태풍 생성권 바로 아래지역에 위치한 까닭에 ‘바람 아래 땅’이라고 불릴 정도로 물결이 잔잔하다. 해양레포츠와 생태관광의 대표적 장소를 소개한다. 먼저 해변 휴양지인 ‘툰쿠 압둘 해양공원’. 코타키나발루에서 20분 이내에 있는 가야 마무티크 마누칸 술룩 사피 등 5개의 섬을 일컫는다. 섬들은 바다에서 갓 건져올린 듯 깨끗하다. 모래와 산호초가 있는 해변은 거울 같다. 덕분에 스노클링 해수욕 패러세일링 스킨스쿠버를 하기에 좋다. 수심 16m의 바닷속도 훤히 보인다. 가장 인기 있는 섬은 사피섬이다. 송림과 해변이 완만하다. 어슬렁거리는 이구아나와 원숭이도 볼 수 있다. 마누칸섬의 선착장은 열대어 전시장이나 마찬가지. 이 섬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방갈로 객실이 40개 있다. 1.5㎞의 산책길도 있다. 체험 다이빙은 마무티크 섬이 최적이다. 해안 경사가 심하기 때문. 초보도 쉽게 배울 수 있고, 4∼5시간만 전문적 교육을 받으면 수심 15m까지 내려간다. 현재 한국 관광객들은 주로 사피섬에만 내리는 관광코스를 택하고 있다. 색다른 분위기를 원한다면 사람 많은 사피 섬 대신 다른 섬에 내려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각 섬은 오염을 막기 위해 하루 입장객을 3백명 이내로 제한한다. 방문객 숫자를 제한하며 자연 훼손을 억제한 덕에 맑고 깨끗하게 유지된 바다와 금세라도 물 밖으로 뛰쳐나올 듯한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넘치는 것이 이곳의 자랑이다. 다음은 키나발루산 관광. 코타키나발루에서 83㎞ 떨어져 있으며 자동차로 1시간 30분, 버스로는 2시간 걸린다. 정상까지 어렵잖게 올라갈 수 있으며 최소 이틀 걸린다. 고혈압이나 당뇨·심장병 등이 있으면 오를 수 없지만, 8명당 1명의 가이드가 있어 큰 위험은 없다. 차가 해발1천5백63m의 관리사무소까지 간다. 해발 3천3백53m에 있는 산장까지 약 5시간 동안 올라가서 하룻밤 자고 새벽 2시에 등산을 시작해 정상일출을 보고 내려온다. 그러나 산장 예약은 보통 3∼4개월 전에 마쳐야 한다. 보통 관광객들은 관리사무소가 있는 키나발루공원(일명 마운틴 가든)만 둘러보고 내려간다. 1천2백여종의 난초와 9종의 식충식물 등이 있는 자연전시장이다. 산에서 남쪽으로 39㎞ 떨어진 포링온천에 가면 뜨거운 유황온천욕을 즐길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세계에서 제일 큰 꽃인 ‘래플레시아’도 볼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의 교통: 매주 금요일 말레이시아항공이 코타 키나발루로 직항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시적으로 주 2회(수·토) 직항 전세기를 운행한다. 4시간 30분 소요. 모두투어(02-771-8696)·하나투어(02-2127-1000)·현대드림투어(02-3702-2233) 등이 4박 5일 코타키나발루 상품을 판매 중. 89만9천∼94만9천원. ●숙소: 넥서스·수트라하버 리조트와 샹그릴라·라사리아·탄중아루(이상 3곳 서울 사무소:02-756-4488) 등 특급 리조트호텔이 있다. 최저 3백링기트 . 프로모네이트 매버릭(이상 코타 키나발루) 등 1백80∼2백링기트 짜리 별 셋 호텔이 10여곳 있다. 키나발루산 산장의 방은 총 1백56개가 있으며 하룻밤 17링기트. ●섬 관광: 공원관리사무소(현지 60-88-212719)에 예약. 해양공원 입장료는 10링기트이며 각 섬 배삯은 25링기트. 말라카와 겐팅 하이랜드·코타키나발루를 둘러보고도 아쉽다면 마지막으로 팡코르 리조트 한 곳을 소개하고 싶다. 한국 여행객들에게 알려진 말레이시아의 리조트는 랑카위와 페낭·체러팅 정도다. 팡코르는 이들에 비해서는 낯설다. 콸라룸푸르에서 버스를 타고 북서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말라카해협의 항구도시 루무트에서 페리로 30분 가면 팡코르에 다다른다. 2개의 섬으로 나눠져 있는데 큰 섬은 팡코르, 작은 섬은 팡코르 라우트로 불린다.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팡코르를 “신이 창조한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나는 눈물을 흘렸다”고 격찬했다. 유명인의 찬사가 없더라도 팡코르는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비친다. 팡코르는 전동 카트로 20분만 돌아다니면 전체를 볼 수 있는 자그마한 섬이다. 이 곳의 진짜 명소는 서부해안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이다. 열대의 환경에서 반짝이는 ‘푸테리 드위(황금모래)’는 원주민 표현을 빌면 ‘사랑스러운 공주의 해변’이다. 맨발로 해변을 걸으면 발에 전해지는 모래의 감촉이 부드럽다. 해변을 향해 비스듬히 기운 코코넛 고목은 비치 파라솔 역할을 해준다. 알맞게 이는 파도는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는 즐거움을 준다. 바닷가에 위치한 ‘팬 퍼시픽 리조트’는 여행객들에게 우아한 숙소와 컨벤션룸·실내외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스노클링과 제트스키·윈드서핑을 제공한다. 해변의 양끝은 어디든 숲으로 둘러싸여 연인들이 수영을 즐기든 일광욕을 즐기든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준다. 서양 여성들은 거의 토플리스 차림이다. 팡코르 라우트는 팡코르의 부속섬이다. 팡코르에서 페리로 15분 거리인 이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리조트다. 한 개의 리조트가 섬 전체에 펼쳐져 있다. ‘One Island, One Resort’를 내세우는 이곳의 철학은 자유로움에 있다. 수상 방갈로와 힐빌라·코테지·펜션 등 주변환경에 어울리게 지어진 숙소는 낭만적인 휴가를 위한 소품들이다. 로열베이와 코랄베이·에메랄드베이 등 해변도 다양하다. 붉게 물든 낙조를 무심히 바라보며 에메랄드베이에서 하루를 마감해도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팡코르섬의 관광객은 거의 유럽인이다. 한국인에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지루함을 즐기는 것 자체가 여행의 한 패턴이 된 지 오래지만 갑자기 주어진 남국 섬에서의 완벽한 자유가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도시적인 매력을 원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콸라룸푸르에서 며칠을 보낸 후 팡코르에 도착하는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관광청 한국 사무소:02-779-4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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