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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커, 수비수보단 선수생명 짧다

스트라이커, 수비수보단 선수생명 짧다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데는 기량도 필요하지만 외모와 독특한 끼도 한몫 한다. 사진은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김남일 선수
“오토바이족 체질에 딱 맞거든요.” 월드컵이 끝난 후 불어닥친 ‘김남일 신드롬’이 궁금하던 차에 연구실을 찾아온 학생에게 물었더니 나온 대답이다. 김남일의 말과 행동이 신세대 젊은이들의 정서에 맞기 때문이라는 것 같다. 얘기를 듣다 문득 TV에서 본 김남일 선수 인터뷰 장면이 떠올랐다. 리포터가 소위 ‘9대 1 사건’을 묻었다. ‘9대1 사건’은 미국과의 경기 중 미국 골문 앞에서 김남일 선수와 미국 선수간에 벌어진 몸싸움 장면을 말하는 것이다. 주위에 한국 선수는 아무도 없이 홀로 9명이나 되는 미국 선수들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조금도 기가 꺾이지 않고 한번 붙어보자는 자세로 대들던 김남일 선수의 당당한 모습에 반한 팬들이 많았다고 한다. 김남일은 간단하게 답했다. “똥개도 제집에서는 크게 짖는다고 하잖아요. 저도 한국에서 경기하니 무서울 게 없더라고요.” 학생의 대답과 무엇인가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는 듯하다. 이와 같이 스타플레이어가 되는 데는 출중한 기량도 필요하지만, 뛰어난 외모나 자기만의 독특한 끼도 한몫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경기 외적인 인기로 인하여 CF 출연료는 많이 받을지 모르나 연봉까지 크게 오르는 것 같지는 않다. 김남일 선수의 연봉은 1억6천만원. 인기가 워낙 높아서 억대 연봉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구어낸 태극전사 대중적 인기는 조금 뒤질지 모르지만 일찌감치 유럽 진출에 성공한 이을용·차두리·송종국 등은 8∼10억원대의 연봉을 받게 되었다. 태극전사들의 몸값 상승을 보면서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수요·공급의 원리가 어떻게 스포츠 선수들의 몸값 시장에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선수들의 연봉이란 경기장에서 관중들에게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행위 즉, 노동력에 대한 가격이다. 가격이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현대인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경기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그의 노동력 가치가 높을 것이므로 많은 몸값을 받게 된다. 그러나 기량에 의해서만 선수 연봉이 정해질까? 그렇지는 않다. 가격이란 수요측면의 영향을 받는데, 수요는 선수기량뿐 아니라 여러 시장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순서대로 살펴보자. 첫째 요인은 선수가 활동하는 시장의 규모 및 경제수준이다.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높으면 스포츠 경기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게 되고, 스포츠가 인기가 있으면 선수 노동력의 가치가 올라가므로 연봉 상승도 자연히 뒤따르게 되는 원리이다. 또 시장의 규모가 크면 수요가 더 많은 것도 같은 원리로 작용한다. 연간 관중이 한국 야구에서는 2백만명대인 데 반해 메이저리그에서는 7천만명대라는 사실이 두 시장의 수요량의 차이를 잘 반영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001년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 신분이 된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연 평균 1천4백20만 달러에 계약하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백80억원이나 되는 연봉을 받고 있다. 그가 한국으로 온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얼마나 줄 수 있을까?”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최고 대우야 해 주겠지만 지금 받는 금액의 10%나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최고 부자팀이라는 삼성라이온스가 작년에 선수들에게 준 총 연봉이 30억원도 못 미치는 현실을 볼 때 메이저리그와는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선수의 기량은 동일하여도 활동하는 곳의 시장여건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는 예이다. 둘째는 제도적 요인이다. 야구에서는 전설로 통하는 베이브루스의 예를 통해서 제도의 영향력을 설명해 보겠다. 홈런왕 베이브루스는 1930년에 8만 달러를 받아 당시에는 최고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대우을 받고 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2천1백만 달러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약 70년의 격차가 있으니 물가와 소득 수준의 차이가 많이 난다. 물가가 10배 정도 올랐으니 화폐가치도 그 비율만큼 떨어졌으며, 소득수준이 약 50배 정도 향상되었으니 자연적으로 요즘 활동하는 선수의 연봉액이 높을 것이다. 계산해 보면, 이런 요인을 감안하여도 로드리게스는 베이브루스보다 5.5배나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두 선수가 활동하던 시기에 채택한 제도의 차이에 있다. 지금은 선수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유계약 신분이 되어 어떤 팀과도 계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루스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프로선수로 한번 계약하고 나면 그는 영원히 소속팀에 묶이는 신세였다고 한다. 구단주들이 모여 이런 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제용어로 이런 경우를 수요독점 시장이라 한다. 선수의 노동력을 사려하는 수요자가 오직 하나, 현 소속팀뿐이기 때문이다. 소속팀에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못하면 선수생활을 접어야하는 신세이니, 선수들은 구단이 제시하는 연봉액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제값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76년에 자유계약제도가 도입되면서, 소속팀이 제시하는 액수가 성에 차지 않으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위 자유경쟁시장에서 활동하게 되었으니 선수 자신의 시장가치에 상응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제도의 차이가 시장의 경쟁여건을 다르게 만들고, 이로 인하여 로드리게스가 베이브루스 연봉의 다섯배가 넘는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는 어느 스포츠종목에서 활동하는 가에 따라 연봉도 다르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도 인기 종목에서 최고인지, 비인기 종목에서 최고인지에 따라 연봉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 인기 스포츠인 축구·야구·농구를 비교하여도 연봉 차이가 있다. 최고연봉액을 비교해 보면, 축구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베컴이 94억원, 야구에서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로드리게스가 2백70억원, 농구에서는 최근에 LA레이커스와 연장계약을 한 샤킬 오닐이 3백80억원을 받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서 인기 있는 야구나 농구선수가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그러면 왜 같은 미국에서 활동하는데 NBA의 최고 연봉이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보다 높으냐? 똑같이 훌륭한 선수라면 아무래도 9명이 뛰는 경기에서보다는 5명이 뛰는 경기인 농구에서 그 선수의 기여도가 높으니 선수가치도 덩달아 올라간 듯하다. 마지막으로 선수 개별 요인이 연봉 결정에 영향을 준다. 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고 팀승리에 공헌하는 기량, 팬들을 매혹시키는 뛰어난 외모나 스타기질, 즉 선수별 브랜드 가치, 그리고 선수의 포지션 등이다. 스타적 기질이 있는 선수는 열성팬들을 몰고 다니므로 구단 수입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니 기량이 같아도 인기 있는 선수는 조금 더 후한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구단 수입은 기본적으로 팀 성적과 직결되어 있다. 팀 성적이 좋아야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자연히 팀 승리에 기여도가 높은 실력있는 선수가 구단의 입장에서 가치가 있는 선수이고, 또 이런 선수가 팬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포지션도 매우 중요하다. 축구에서는 스트라이커들이 수비수보다는 많은 연봉을 받는 것 같고, 야구에서는 투수가 타자보다, 농구에선 센터가 가드보다 몸값이 비싼 듯하다. 가장 흥분되는 장면인 골 넣은 역할을 담당하는 스트라이커의 연봉이 많은 것은 당연한 듯하다. 더욱이 순간적인 순발력이 필수적인 공격수에 비해 경험과 위치 선정이 중요한 수비수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긴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야구에서는 투수, 특히 선발투수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보통 일주일에 6경기를 하니 거의 매일 경기를 한다고 볼 수 있는데, 타자는 매일 나올 수 있지만 선발투수는 5, 6일에 한번 꼴로 출전한다. 자연히 선발투수에 대한 수요가 더 많게 마련이다. 최고연봉을 받는 선수는 홈런을 잘치는 타자이지만, 평균연봉을 따져보면 투수가 타자보다 더 많다.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의 연봉이 상승하는 요인을 보면서 그들의 연봉 결정에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시장의 영향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여러 방면으로 얘기해 보았다. 내년에는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연봉도 급상승할 것 같다. 작년까지 축구경기장에 제값 내고 들어가면 바보라 할 정도였음에도 관람석은 텅 비어 있었는데, 월드컵을 계기로 K-리그 인기가 급상승하여 제값 다 받아도 입장권 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리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니 자연히 가격 상승이 뒤따르는 것이 수요·공급의 원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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