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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의 정치 이야기]청와대 비서실부터 확 바꿔라

[윤창중의 정치 이야기]청와대 비서실부터 확 바꿔라

청와대는 최고의 인재들로 채워져야 한다. 내각도 국민이 정신적으로 승복할수 있는 인재들로 짜여져야 한다. 정권의 수준은 인사로 말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비서실장에 문희상 민주당 의원을, 정무 수석비서관에 유인태 전 의원을 기용하는 등 차기 권부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비서진 구성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문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 신임 정무수석 모두 전문 정치인 출신인데다, 대통령 정치고문으로 김원기 의원을 중용한다고 하니 새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보다 훨씬 정치인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현재의 8개 수석비서관제에서 경제, 복지·노동, 교육·문화 수석 비서관제를 없애 5∼6개 수석실로 줄인다고 한다. 노당선자가 청와대의 정무 기능을 강화하려는 배경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있다. 당장 한나라당의 협조와 협력 없이는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인준에서부터 개혁 법안 처리에 이르기까지 험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당선자 입장에서 현재의 정치판이 여소야대인 상황에 대해 대단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해 정권 안정을 이루려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노당선자에게 올 한해는 임기 5년 중 가장 중요하다. 정권의 개혁 정책을 추진하려면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취임 후 한해가 정권의 성패를 결정짓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한해인 만큼 유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개혁 정책을 제대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노당선자는 정치인들을 대거 포진해 정면돌파한다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청와대 비서실의 정무 기능 확대가 가져올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정무 기능의 확대는 결국 정책 기능의 축소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봐야 하는데, 정책 기능의 축소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인들의 영향력 확대로 인해 국정을 다루는 청와대는 정치 논리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물론 청와대가 정치적 측면을 경시하는 것도 야당과의 관계를 경색시키고,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문제점 등을 낳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가 정치 만능주의에 빠지는 것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청와대는 국정을 하는 곳이지 정치를 하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 그것이 정당과 다른 점이다. 이런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위험하다. 양김 대통령 정권 때 청와대에 수많은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들이 비서실에 들어감으로써 어떤 폐해가 나타났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국정의 매사를 정치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청와대는 국정을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를 하는 곳이 돼 버린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정치인 출신들은 이런 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인식하면서 국정에 임할 필요가 있다. 정치 논리가 강해지는 분위기가 되면 관료의 논리는 당연히 밀리게 된다. 예컨대 경제는 경제 논리가 중시돼야지 여기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 결과물은 경제가 아닌 정치가 돼 버린다. 이 점을 무시하고 노정권이 정치 논리에 집착하게 된다면 국정 운영에는 큰 차질이 빚어질 것임을 늘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년 초에 국회의원 선거가 닥쳐 있기 때문에 국정 운영이 정치 논리가 우선시되는 쪽으로 된다면 노정권은 이렇다 할 개혁 정책은 손도 못 댈 위험성이 있다. 청와대의 정무 진영 강화로 인해 민주당의 정무 기능이 약화되는 데 따른 문제점도 미리 짚어봐야 한다. 논리대로라면 청와대의 부상은 민주당의 위축을 가져오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다. 그 경우 정당 정치가 더 흔들릴 위험이 많다. 청와대에서 곧바로 한나라당과 직접 대화를 시도해 움직이도록 하거나, 청와대의 집권당 장악을 더 강화할 경우 민주당은 무기력증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정치란 고무풍선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는 것임을 잘 인식해야지, 의욕이 현실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아닌 경우가 많다. 청와대 비서실을 축소해 행정부의 옥상옥을 가급적 줄이려는 의도는 옳다. 그러나 8개의 수석비서실을 5∼6개로 줄이는 것만으로 청와대 비서실 개혁이 충분한 조치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청와대 안에 정무 기능을 확대한다고 하니 정무 쪽은 손을 못 댄다고는 해도 나머지 비서실은 획기적으로 줄이고 아예 폐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예컨대 정무 외에 공보·의전 수석실만을 남긴 채 나머지 비서실은 없애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 정권에서 없애겠다는 수석비서실의 경우 비서관 제도는 그대로 남겨둬 해당 내각과 연락을 하도록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남겨두면 나중에 틀림없이 수석비서관이 반드시 부활하는 것이 권력의 생리다. 현 정권 초기 때에도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민정비서관을 두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수석비서관이 생겨 괜한 혼란만 초래했다. 일부 수석실을 폐지하려는 것이 수석비서관들이 해당 내각을 상대로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고 월권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리 행정부의 생리를 보면 비서관이라고 해서 그런 간섭을 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비서관이 수석비서관 행세를 하면서 행정부의 옥상옥 역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 간 연락병 역할은 의전 비서실이 하면 그만이다. 노당선자가 진심으로 청와대를 뜯어고치려는 의향이 있다면 청와대 안에 정무·공보·의전 수석비서관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수석실은 아예 없애야 한다. 그래야 청와대가 환골탈태할 수 있지, 몇 개 수석비서관 자리를 없앤다고 해서 청와대가 다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숱하게 청와대 개혁을 구상했다가 막상 취임하면 청와대 내부논리에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노당선자는 과감하게 청와대 운영을 고쳐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의 골격은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만들어 놓은 것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 고속 개발 시대에 만들어 놓았던 비서실이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거의 그대로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수석비서관 제도로 구분해 놓은 비서실 직제를 들여다보면 전체 윤곽이나 세부 조직까지 고 박 대통령 시절과 거의 똑같다. 박대통령의 후임 대통령들은 지금 비서실이 박대통령이 18년 동안 장기집권하면서 만들었던 체제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아니면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구상이 없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비서실을 시대에 맞게 고치지 못했다. 청와대는 반드시 21세기 스타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노정권이 성공하려면 청와대 비서진부터 최대로 슬림화하면서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인재들의 집합소가 돼야지 얼치기들의 사랑방이나 복덕방이 돼서는 안 된다. 국제적 안목과 학식·경험을 갖춘 인재들을 끌어모아야지 ‘우물 안 개구리’들만 모아놓고 이 험난한 21세기 국제환경을 어떻게 헤쳐나간다는 것인지 정권의 담당세력은 인식해야 한다. 저급한 수준의 인적 자원으로 청와대를 구성하면 당장 행정부에서 우습게 본다. 또 국민도 청와대의 권위에 승복하지 않는다. 청와대 비서실의 면면만 봐도 일당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재들로 짜여져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정권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최고의 인재들로 채워져야 한다. 내각도 국민이 정신적으로 승복할 수 있는 인재들로 짜여져야 한다. 정권의 수준은 인사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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