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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 어댑터가 천재다”

“얼리 어댑터가 천재다”

양덕준 레인콤 사장
최근 굴지의 대기업에서 전개하고 있다는 이른바 ‘천재 영입, 천재 경영’이란 것이 화두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 대기업은 이런 형태의 영입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화두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자 한편에서는 천재의 기준과 판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천재 경영이 아닌 인재육성론을 펼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화두가 지닌 의미는 적지 않다. 천재 경영론은 천재만을 모아 경영을 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천재의 뛰어난 발상을 실현시키자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재성이란 일반적으로 범인(凡人)들의 발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는 이상하고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무시되다가, 그것이 이뤄졌을 때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당연했던 것으로 폄하되는 특성이 있다. 천재의 발상을 눈으로 확인하기까지는 이해할 수 없는 범인들의 자연스러운 저항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천재적 발상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그 발상에 의문을 표하고 반발하는 범인 집단의 노력이라는 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나는 천재 경영론에 공감한다. 그래서 나 자신도 천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그렇지만 엄청난 보수를 줄 수 있는 재원도 부족하고 인재를 찾아나설 글로벌 네트워크도 갖추지 못한 우리 형편에 어디서 어떻게 천재들을 영입할 수 있을까? 나는 범위를 좁혀 그 해답을 찾는다. 한국 안에서 천재들이 많은 소집단이 어딜까 생각해 찾는 것이다. 그 집단은 대부분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존재한다. 소위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새로 출현하는 모든 신제품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고 또 비평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어떤 제품에 대해 평가하는 관점은 다분히 비엔지니어적 요소가 많고 감각적이다. 소리와 색깔을 좋고 나쁨으로 평가하고 조작 버튼의 방향과 편이성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한다. 이들은 또 스스로 발명하지 않아도 이런 것을 발명해 달라는 요구가 많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요구는 엉뚱하고 난해하지만 그 속에서 번뜩이는 천재성과 발명가의 기질을 볼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소위 소외된 천재들이 있다. 취미에 몰두하다 보니 천재 공인 절차인 좋은 학위를 받지 못했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이들이다. 자신은 평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타고난 천재성과 발명을 향한 열정을 어쩔 수 없이 얼리 어댑터로 발산하는 사람들이 그 속에 존재한다. 얼마 전 국내 얼리 어댑터의 대명사 격인 최문규씨가 간단한 로봇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여줬을 때 나는 진심으로 “천재적”이라며 감탄했다. 분명 획기적인 기술도 아니고 복잡한 소프트웨어 기술도 아니지만 간단한 몇 개의 동작만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게 하는 그 감각적인 요소는 분명 천재의 범주에 드는 것이었다. 아마 이런 천재성을 이끌어내 현실화시키는 것이 나와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100여명의 평범한 엔지니어들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원천기술이 없는 척박한 우리의 현실에서 10년 뒤의 기술을 개발할 천재도 필요하지만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는 또다른 부류의 ‘소외받는 천재’를 발굴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분명 천재 옹호론자다. 그리고 나는 이런 천재들의 이상한(?) 발상이 300여명 남짓한 평범한 우리 임직원들은 물론 또다른 만명을 위한 새로운 일거리를 창조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양 덕 준 레인콤 사장 1951년 대구 生
77년 영남대 응용화학과 卒
78년 삼성반도체 입사
88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홍콩지사장
95년 삼성전자 수출담당이사
99년∼現 레인콤 대표
2001년 2천만불 수출의 탑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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