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벼랑 끝 꼭대기에 고즈넉이 자리잡은 관란정 뒤편으로 외로이 서 있는 느티나무. |  | | 관란정에서 내려다본 평창강(서강,西江)의 휘돌아드는 물줄기. |  | | 관란정에서 내려다본 영월군 풍경. | 대관절 임금이 무엇이기에 한 시절을 풍미하던 선비의 마음속에 그토록 깊은 사무침을 남겼을까. 보잘것없는 충북 제천의 벼랑 끝 고즈넉한 정자, 관란정 앞에서 문득 떠오른 의문이다. 관란정은 충북 제천과 강원도 영월의 경계인 주천강 상류 서강변 벼랑 끝에 서 있는 정자다. 영월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을 향한 충성심으로 일생을 바쳤던 생육신의 한 사람인 원호(元昊)의 서릿발 같은 충절의 넋이 살아남은 곳이다. 강원 원주에서 태어난 원호는 세종 때 집현전의 직제학을 지냈는데, 단종이 왕위에 오르자 어린 단종을 이용해 세력을 넓혀가던 세조의 전횡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낙향했다. 이후 단종이 청령포에 유배되자 원호는 청령포로 흐르는 주천강 상류에 초막을 짓고, 아침 저녁으로 물가에 엎드려 청령포를 향해 임금의 안위를 걱정하며 기도를 올렸다. 그는 또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풀잎 위에 글로 적고 남몰래 음식과 함께 함지박에 고이 넣은 뒤 강물에 띄워 청령포까지 흘려보내곤 했다. ‘간밤에 우던 여울 슬피 울어 지내었다/이제야 생각하니 님이 울어 보내도다/저물어 거슬러 흐르느니 나도 울어 보리라.’ 자신의 충성심을 표주박에 띄워 보낸 원호가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지은 시(詩)다. 어린 단종이 한 많은 일생을 마치자 원호는 원주로 돌아가 두문불출했는데, 자리에 눕더라도 단종의 능이 있는 동쪽을 향해 누워 임금을 향한 사모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그 뒤 원호의 후손들은 그의 충성심을 길이 기억하기 위해 헌종 11년인 1845년에 그가 청령포의 단종을 향해 인사를 올리던 이곳 주천강 벼랑 위에 정자를 짓고 그의 아호(雅號)를 따 ‘관란정’(觀瀾亭)이라 했다. 지금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관란정에 이르면 충정 혹은 한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빚어냈던 핏빛 절개가 그대로 살아남은 듯, 수백 여년 전 한 선비의 탄식이 들려올 듯 바람이 차갑기만 하다. 그 참담함 앞에 우뚝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는 오래 전 피로 물든 권력투쟁의 비극을 위로라도 하려는 듯 정자 앞에 홀로 서 제 품을 널찍이 열었다. 느티나무다. 느티나무는 자라는 품이 사방으로 고르게 퍼져 마을 사람들의 시름을 보듬어 안는 정자나무로 으뜸이지만, 관란정의 느티나무는 여느 정자나무와 사뭇 다른 인상을 지녔다. 원호의 넋이 먼저 떠오른 까닭일까. 벼랑 끝에 홀로 서 있는 쓸쓸한 풍경 때문일까. 나무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한다’는 한 충신의 핏빛 절개를 고스란히 빼닮았다. 대개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정자로 알맞게 마을 동구 밖에 우뚝 서 있게 마련이다. 오래된 농촌 마을을 지나다 보면 어김없이 크고 아름다운 느티나무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느티나무는 그렇게 사람살이에 가까이 서 있기 때문에 늘 우리에게 푸근하고 편안한 나무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관란정 느티나무에서는 다른 느티나무의 표정과는 전혀 다른 핏빛 절개가 느껴진다. 신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한 선비의 꼬장꼬장함이기도 할 터. 말은 한마디 없지만 때와 곳에 따라 천변만화(千變萬化)의 표정과 분위기를 가진 나무의 신비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라고 했던 가수 양희은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한 임금을 향한 충성, 혹은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조선시대 사대부의 참혹할 정도로 맵찬 충절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도무지 알 수 없는 쓸쓸한 일일 수밖에 없다. 관란정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영월 청령포를 향해 휘감아 도는 주천강 물줄기를 내다보며 든 생각이다. 관란정을 찾아가려면 서울에서 충북 제천을 가려면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중앙고속도로의 제천나들목으로 나가서 5번국도를 이용하면 곧바로 제천 시내에 이른다. 삼국시대 때 관개용수를 대기 위해 지은 저수지인 의림지가 제천 시내에서 가까우니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의림지를 돌아보고 나와 다시 시내에서 38번국도의 평창 방면으로 들어서야 관란정까지 갈 수 있다. 제천병원을 2㎞쯤 지나 송학면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태백선 간이역인 송학역을 지나고 다시 2㎞ 남짓 가면 한성주유소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좌회전해 마을 길로 들어서야 한다. 다시 2㎞쯤 더 가면 시멘트 공장 지대가 나오고, 공장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3㎞쯤 가면 언덕 마루에 관란정 입구가 있다. 관란정 입구를 알리는 표석이 있긴 하지만 표석보다는 표지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언덕 마루 가장자리에 서너 대의 자동차를 주차할 공간이 있다. 여기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산길을 오르면 관란정에 이르게 된다. | |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은행 대출금리에 '법적비용' 전가 못한다…위반시 행정제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변요한♥티파니 영, '애정 가득' 자필 편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광주 도서관 붕괴` 시공사 압수수색, 관계자 출국금지…수사 속도(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불닭볶음면이 만든 1조 매출…삼양식품 신용등급도 상승세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용호상박 K바이오] ADC ‘항체’ 기반 지놈앤컴퍼니와 에임드바이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