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세이부 지분율 허위 신고가 발단… ‘규제 칼날’ 세운 도쿄 증권거래소

세이부 지분율 허위 신고가 발단… ‘규제 칼날’ 세운 도쿄 증권거래소

일본 도쿄의 세이부백화점. 세이부그룹은 지분율 허위 공시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려 있다.
보통 때는 등장하는 일이 별로 없던 일본의 도쿄 증권거래소가 요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동안 증권거래법 위반 등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제재에 그치던 시스템을 뜯어 고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가 하면 문제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신속하게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도쿄 증권거래소는 내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의 대표로부터 자신들의 회사가 제출한 재무제표가 틀림이 없다는 서약을 받겠다고 나섰다. 기업 상장정보 공개 규정을 대폭 강화해 모든 1, 2부 상장기업, 그리고 신흥기업 시장인 ‘마도스’에 상장된 2,200개사의 대표로부터 결산 내용을 기재한 유가증권 신고서가 정확하다는 서약을 의무화한다. 서약하지 않을 경우 상장까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도쿄 증권거래소가 이 같은 강수를 둔 결정적인 계기는 일본 내 굴지의 철도·관광그룹인 세이부(西武)그룹이 제공했다. 세이부철도가 무려 47년 동안 유가증권 신고서에 대주주인 고쿠도의 지분 비율을 허위로 신고한 사실이 최근 발각됐기 때문이다. 고쿠도의 지분율을 43.16%라고 신고해 왔다가 지난달 64.83%인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고쿠도는 경영권 안정 등을 위해 자기지분을 종업원 등 개인명의로 위장, 보유했던 것이다. 분노한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나자 도쿄 증권거래소가 다음달 17일자로 세이부철도의 주식을 상장 폐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시장의 충격은 대단했다. 세이부그룹의 오너는 쓰쓰미 요시아키(堤義明) 회장으로 1980년대 중반 「포브스」에 의해 세계 최고의 갑부로 4년 연속 선정된 세계적인 경영자다. 세이부철도와 세이부건설·프로야구단 세이부 라이온스·이즈하코네 철도 등을 거느린 그는 전국에 골프장만 100여개 소유하고 있다. 그는 검약정신에다 공격적인 다각화 전략으로 버블시대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통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쓰쓰미 회장은 수십년간 공들여 구축해 온 명예를 한순간에 날리고 말았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주당 1,000엔대를 웃돌던 세이부철도의 주가는 사상 최저치인 200엔대로 추락했다. 게다가 쓰쓰미 회장은 지분 허위 기재가 들통나기 직전에 보유주식을 대거 투매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언론에선 쓰쓰미 회장이 지분 상속과 관련된 부담을 줄이고자 간판기업인 세이부철도의 상장 폐지를 의도적으로 몰고 왔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경위야 어떻든 세이부철도의 상장 폐지는 세이부그룹의 존망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 주가 급락에 따른 세이부철도 자체의 가치 하락은 물론 이미지 저하로 인해 프린스호텔과 고쿠도의 골프장사업 등도 영업과 자금조달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프로야구 재팬시리즈에서 우승을 달성한 세이부 라이온즈의 매각설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세이부철도는 상장 폐지에 대한 대응책으로 신생기업을 상대로 한 주식시장인 ‘자스닥’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그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장에 필요한 금융기관들의 협조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언론들은 “‘황제의 몰락’으로 명실공히 일본에서 버블은 사라졌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하나은행도 비대면 대출 ‘셧다운’…“연말 가계대출 관리”

2 삼성전자,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주주가치 제고”

3미래에셋증권, ‘아직도 시리즈’ 숏츠 출시…“연금 투자 고정관념 타파”

4대출규제 영향에…10월 전국 집값 상승폭 축소

5“하루 한 팩으로 끝”...농심, 여성 맞춤형 멀티비타민 출시

6미래에셋, ‘TIGER 글로벌BBIG액티브 ETF’→’TIGER 글로벌이노베이션액티브 ETF’ 명칭 변경

7한투운용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ETF’, 주주가치 섹터 중 연초 이후 수익률 1위

8한국투자證, 홍콩서 IR행사, 'KIS 나잇' 개최

9‘비상경영’ 신세계면세점,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실시간 뉴스

1하나은행도 비대면 대출 ‘셧다운’…“연말 가계대출 관리”

2 삼성전자,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주주가치 제고”

3미래에셋증권, ‘아직도 시리즈’ 숏츠 출시…“연금 투자 고정관념 타파”

4대출규제 영향에…10월 전국 집값 상승폭 축소

5“하루 한 팩으로 끝”...농심, 여성 맞춤형 멀티비타민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