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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걸린 ‘찌라시’ “카더라” 사라질까

족쇄걸린 ‘찌라시’ “카더라” 사라질까

이번에는 효과가 있을까? 3월15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노준형 정보통신부 차관부 김상희 법무부 차관, 최광식 경찰청 차장(오른쪽부터) 이 사설 정보지(일명
정부가 이른바 ‘찌라시’로 불리는 ‘사설 정보지’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과연 단속될지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많다. 이전에도 단속했지만 수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과연 단속이 능사인 것일까. <편집자> 중견 그룹의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는 A사장의 책상에는 매주 두 차례 노트북 크기의 두툼한 봉투가 놓인다. 누군가가 배달해 오는 이 봉투는 오랫동안 같이 근무하는 비서조차 ‘절대 엄금’ 품목이다. 또 그가 이 봉투 속에 있는 서류를 보는 시간에는 ‘무조건 접근 금지’다. 그는 이 서류를 밑줄까지 그어 가면서 본다. 도대체 무슨 기밀서류기에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가 보는 것은 기밀서류가 아니다. 이른바 ‘찌라시’로 불리는 ‘사설 정보지’다. 관가와 정치권·기업체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모아 20~30쪽의 책자 형태로 만든 이 정보지에는 ‘모 기업 그룹 총수가 강남 어느 술집 단골이다’ ‘어느 정치인이 누구와 염문을 뿌리고 다닌다’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나, ‘기업 정보’가 들어 있어 동창회나 골프 모임에서 심심찮게 화제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 보따리였다. 하지만 최근 봉투가 A사장의 책상에 놓이지 않고 있다. 봉투 속 내용물을 제공하던 업체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짭짤한 얘깃거리였는데….” 그는 아쉬움을 진하게 나타냈다.

실태



이미 한 달 전 단속설 퍼져 3월 15일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 제3 브리핑실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허준영 경찰청장이 공동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던 것. 전에 없던 이 브리핑은 A사장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던 ‘찌라시’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엄중한’ 내용이었다. “사설 정보지를 통해 허위 정보가 유포돼 개인의 명예와 기업의 이익이 훼손되는 정도가 지나치고, 기업의 경우 이 같은 허위 정보가 외국 투자자에게까지 전해지는 등 국가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3월 말까지 계도 기간으로 정한 뒤 4월부터 3개월 동안 집중 단속하겠다고 했다.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정보지를 생산·배포하던 이들과 업체들이 일제히 ‘잠수’(활동 중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1, 2위 업체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이 15일 당일과 16일에 각각 활동을 중지했다. 이쪽 분야에서 활동하던 한 정보맨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찌라시를 단속한다는데 정말이냐’는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확실히 정보력이 빠른 셈이다. 이 같은 정보지들이 언제 등장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은밀함을 생명으로 하기 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1990년대 초·중반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자금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이른바 ‘시장’이 생겨났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각 재벌 그룹이 정치권 동향 파악에 민감해진 데다 98년 이른바 ‘재벌 빅딜’이 이뤄지면서 시장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특히 무너진 대우 그룹이나 삼성 같은 곳이 이 시장에 눈을 빨리 뜬 곳으로 꼽힌다. 대우 그룹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했다고 알려진 한 사람은 “정부 등의 공식적인 정보들은 투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명확한 기준 없이 바뀌는 일도 많아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들이다. 대기업 정보요원을 비롯해 국가정보원·검찰·언론사와 증시 관련 기관에 속한 이들이 많다.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한 다음 각자 소속 기관에 보고하는 식이다. 한 대기업 소속 정보맨은 “최근에는 모임을 통한 정보 교환은 형식적이고, 중요한 정보는 일대일로 거래한다”며 “모임에 가입하려는 희망자는 몇 달 동안 정보를 물어와 건네주기만 하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이 같은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몇몇 언론사도 이에 가세해 정보지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검찰 측이 파악하고 있는 그런대로 괜찮은 업체는 7~9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2~3회씩 ‘회원’들에게 A4 용지 20~30쪽 분량의 책자를 전달하거나 e-메일로 보내준다. 월 ‘구독료’는 30만~50만원. 50만원짜리의 연간 구독료는 500만원이다. A사장의 말대로 정보지에는 별의별 이야기가 다 들어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 실린 정보들이 신빙성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이제는 손을 뗐다”는 한 전직 정보맨은 ‘점쟁이 확률’을 거론했다. 열 번 중 한두 번만 맞아도 용한 점쟁이로 소문나는 것처럼 정보지도 그렇다는 것이다. 신뢰도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한보철강 부도설은 ‘정보지 특종’에 속한다. SK 그룹에서 한나라당에 100억원의 자금을 건넸다는 것도 당시에는 ‘카더라’류로 분류돼 외면당했지만 나중에 ‘진실’로 알려진 경우다. 대부분이 뜬소문이지만 맞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정보지들의 생명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용한 점쟁이처럼 한 번의 ‘특종’이 모든 뜬소문을 잠재우는 것이다.

폐해



단속 배경과 문제점 하지만 ‘90%의 뜬소문’이 주는 폐해 또한 심각하다. 정보지 작성 과정에서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요원의 속성상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데다 매일 신뢰할 만한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소문에 일정한 ‘기폭장치’를 추가, 그럴듯한 정보를 만들게 마련이다. 여기서 소문과 추측이 그럴듯한 일로 변하고, 이것이 다시 여러 사람의 입을 타면 ‘그랬다더라’가 된다. 이 과정에서 소문은 돌고 돌아 각종 정보지의 60~70%가 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간혹 소설 이상으로 비약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단속의 배경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약 한 달 반 전쯤 몇몇 정보지에 현 정부 실세의 여자관계가 실렸는데 이것이 윗선에 알려지고 추궁당하면서 단속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한 정보맨은 “둘의 관계는 옛날부터 남녀관계를 떠나 친한 사이일 뿐이었는데 쓸데없이 부풀려진 것”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설명했다. ‘거품 정보’의 대표적인 예다.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사장이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열어 “정보지 내용은 사실무근”임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도 피해자가 된 적이 있다. 2003년 7월 굿모닝게이트 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때다. 이 예민한 시기에 갑자기 로비 의혹 정치인 명단을 발설한 사람으로 지목된 박범계 당시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이렇게 해명했다. “한 기자가 여러 사람의 비리 의혹을 확인해 왔는데 그 가운데 두세 명의 이름을 시중 ‘정보지’에서 본 적이 있어 ‘본 것 같다’는 수준의 언급을 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박 전 비서관의 해명은 오히려 정보지의 위력을 확인해 준 계기가 됐고 청와대 정보력의 밑천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이렇게 파급력이 있다 보니 이를 이용한 음해성 내용이 교묘하게 흘러들기도 한다. 한때 그룹 총수가 구속됐던 한 그룹은 초상집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으로 정보력이 뛰어난 다른 그룹을 지목했다. 이 그룹의 한 정보 담당자는 “참여정부의 칼끝을 피하기 위해 우리에게 적대적인 역정보를 흘렸고 결국 우리가 희생양으로 당했다”며 “한동안 회사 전체가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고 할 정도로 예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이 그룹은 총수가 석방된 뒤 능력 있는 정보맨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였다. 이뿐 아니다. 인사철, 개각 시기에는 특정인에 대한 흠집 내기, 선거철에는 이른바 ‘공천 살생부’가 흐르는 통로로 사용된다. 얼마 전 우여곡절을 겪었던 증권거래소 이사장 선임에서는 공식 후보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노조가 ‘소문에 난 누구는 절대 안 된다’며 현수막까지 쳐 놓고 농성에 들어갔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자신이나 자신의 회사가 악성 루머에 휘말려 있다는 것을 모르면 눈 뜨고 당하기 십상이다. 안다고 해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정보지를 부인하는 공식 멘트를 하는 순간 또 다른 ‘카더라’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열독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정통부 공무원과 경쟁업체를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언젠가부터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정보지를 본다더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양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누가 향응을 받았다더라’는 소문은 물론 사생활까지 들먹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공무원 사회에 다면평가가 도입되면서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는 추세다. 출처가 드러나지 않는 정보지의 특성을 악용하는 것이다.

생명력



왜 사라지지 않을까? 이런 폐해가 있는데도 왜 사라지지 않는가. 현대는 이른바 정보의 시대다. 미국이 가진 힘의 대부분이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에서 나온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들이 가진 정보력이 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보의 힘은 이처럼 막강하다. 이는 기업이나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누가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얻는가가 승자의 조건이 된다. 요즘 같은 승자 독식(winner-takes-all)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보는 희소성이 있을 때만 가치를 가진다. ‘찌라시’ 정보에 가치가 부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수의 선택(?)된 고객에게만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찌라시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회 지도층 또한 이런 정보를 거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한 국회의원은 “공식석상에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지만 술자리나 골프 회동에서 나오는 얘기들의 절반은 정보지에 나오는 얘기”라며 “(그걸) 모르면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경쟁 피라미드 상층에 속해 있는 이들은 ‘남이 모르는 정보’에 목말라 있다. 특히 이런 정보의 최대 수요처는 이른바 재벌 그룹과 정치권을 포함한 관가라는 게 지배적이다. 재벌 그룹의 경우 가장 관심을 쏟는 분야는 검찰 수사와 총수(오너) 관련 이야기다. 국정원의 한 요원은 “예전에는 재벌 총수들의 사생활도 중요 정보였으나 요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혼내 주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이제는 효용가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신 몇 년 전부터는 검찰의 수사 상황이 자세하게 체크되는 편이다. 총수의 검찰 소환 같은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포함한 관가 쪽 수요도 꽤 크다는 게 정보맨들의 말이다. 수요의 절반은 관가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10대 그룹 소속의 한 정보맨은 “요즘 기업체 임원이나 사장들은 정보지를 거의 보지 않는다”며 “본다고 해도 어떤 사건에 대한 ‘해설서’가 필요해 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치권을 포함한 관가와 재벌 그룹이 주요 수요처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승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드러난 얼굴과 보이지 않는 손』에서 “우리 사회·정치구조의 특징 때문에 이면(裏面)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등장한다”며 “우리 의식 밑바탕에는 일의 실제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막후 세력들의 암중모색을 읽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일방통행과 불투명한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재야 언론’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보지 세계에서 2000년대 들어 각광받는 곳이 금융감독원이다. 구조조정이 국가 경제의 화두가 되면서 고위 경제 관료의 발언이 나오면 그 발언에 대한 배경과 해석·전망 등이 딸려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수록 권위를 인정받는 삼성 그룹의 정보는 외부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룹의 네트워킹이 워낙 잘 돼 있는 데다 의외로 관 쪽에서 일대일로 만나자고 먼저 청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 그룹의 한 관계자는 “끼리끼리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예전의 일”이라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별 어려움 없이 만난다”고 최근 상황을 말했다. 삼성의 위상이 이 분야에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1년 전 다른 직종에 있다가 5대 그룹 정보요원으로 활동하게 된 한 정보맨은 “전에는 만나 주지도 않던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식사 한번 하자고 먼저 전화하는 등 태도가 180도 달라져 놀랐다”며 “대부분 좋은 정보를 알려 달라는 것과 그룹 총수를 만나게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양성화?



순기능도 있다 그렇다면 폐해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이 꽤 있다. 한 대기업 건설사의 사장은 2년여 전 CEO에 취임하면서 네 명으로 구성된 정보수집 부서를 신설했다. 그는 “건설회사의 경우 정부 정책이나 정치권 흐름이 매우 중요한데 돌아가는 판세를 예측하는 좋은 정보를 많이 얻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꽤 자리를 잡은 한 정보 제공업체 부장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시장이) 너무 혼탁해져 있다”며 “확인 없는 정보를 퍼뜨려 피해자를 양산하는 곳은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가공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다 알지 않느냐”고 반문한 그는 “고객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30대 그룹과 금융권은 물론 웬만한 기업은 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고위 인사들의 사생활이 (정보지에) 등장하면서 비인격적으로 행동했던 이들의 몸조심이 역력해졌다”며 “순기능이 있으니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CEO도 사석에서 “(찌라시의 정보가 외국 기업에 흘러들어가)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예기치 않은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이런 게 없으면 우리 시장 자체를 모르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실제로 검찰과 국정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나름대로 마련, 양성화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분야 경력 17년인 한 정보맨은 “국정원에서조차 없애는 데 회의적이었다”면서 “일종의 매체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속을 선포한 다음날인 16일 등록제를 내놓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보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정보업체 임원은 “차라리 이번 기회에 옥석을 가렸으면 좋겠다”며 “등록제를 할 경우 (등록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정확한 정보의 취득만큼이나 분석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단속



실효성에 고개 갸웃 어쨌든 정부는 정통부까지 동원하면서 이례적으로 단속을 선언했다. 하지만 정부의 단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9년에도 칼을 빼든 적이 있었고, 2003년 10월에도 ‘대대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기는 하다. 먼저 이해찬 총리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이 총리는 2003년 10월 1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회의원 자격으로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정보지의 폐해를 지적했고 이에 강 전 장관은 “일선 검찰청에 유언비어 단속 전담반을 설치해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인 검토에서 단속·처벌 근거가 약해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결국 지금까지 정보지와 관련해 처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수사 결과 발표도 없었다. 단속만 했지 수사는 없었기 때문이다.한 정보맨은 “검찰에서 ‘3개월 특별단속이면 사설 정보지를 충분히 청소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쉽게 청소할 수 있는 것을 그동안 왜 제대로 안 했는지 알 수 없다”고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또 한 사설 정보업체 담당자는 “사실상 (정부)기관들이 정보지를 더 열심히 본다”며 “이번에는 발언 수위가 세 상당 기간 이쪽 사람들이 잠수를 타겠지만 결국 단속이 끝나면 희소성 때문에 가격은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단속과 억제가 아니라 건전한 정보가 유통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보지는 지금 ‘생존 테스트 중’인 셈이다.


피해 입증 어렵고 처벌도 문제 많아 정보지와 관련해 검찰이 내놓은 처벌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명예훼손죄와 업무방해죄, 그리고 증권거래법상 허위 사실 유포죄가 그것이다. 하지만 강종호 중앙일보 고문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이 세 가지 모두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의 해석을 요약했다. 우선 명예훼손죄는 친고죄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고소·고발해야 죄가 성립되는 것. 하지만 정보지 속성상 직접 신고할 사람은 많지 않다. 검찰이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당사자를 설득해서”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강제추행이나 성폭력의 경우가 이런 예에 속한다. 업무방해죄는 세 가지 중 가장 설득력이 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해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등이 해당되는데 이는 구속요건이 된다. 만약 정보지가 이에 해당하면 충분한 근거가 되는 셈이다. 증권거래법상 허위 사실 유포죄는 유가증권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해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해 고의로 허위의 시세 또는 사실 등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쓰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 또한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남는데 이 경우도 재산상 손해를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가 많다. 정신적 피해도 미국 법원과 달리 우리 법원은 개인의 경우 수백만원 정도에 그친다. 위자료 액수가 판사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 건전한 정보와 허위 정보를 골라 내는 기준이 모호하다. 인터넷상의 정보도 표현의 자유인지, 음해성 정보인지를 가리는 잣대가 모호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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