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New LG! ‘글로벌 LG’로 잰걸음
Think New LG! ‘글로벌 LG’로 잰걸음
GS ·LS그룹의 분가 후 LG그룹이 달라졌다.‘1등 LG’를 모토로 내걸고 온건하거나 점잖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조직문화를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꿔가고 있다. 여기에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R&D), 인재, 디자인, 마케팅 등이 어우러진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
5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따중띠엔지(大中電器).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북부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자 상가로 꼽히는 곳이다. 각층이 300여 평이 넘는 6층짜리 건물에 유명 글로벌 가전 브랜드가 거의 다 들어 있다. 이곳의 1층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다 보면 LG전자 간판이 눈에 가장 많이 띈다. 1층 정문 바로 옆에 있는 휴대전화 매장부터 각층의 에스컬레이터 부근 노른자위 자리를 LG가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냉장고 영업 담당인 황차오(黃超)씨는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 동안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었다”며 “특히 양문형 등 프리미엄급 제품의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LG전자의 냉장고를 구입한 린챠우훙(林巧紅)씨는 “꼭 LG 냉장고를 사려고 온 건 아니지만 디자인이 가장 좋아보여 결정했다”며 웃었다.1주일에 130대 정도 파는 LG전자의 에어컨 매장에서도 고가의 프리미엄급 제품이 인기다.
에어컨 판매를 담당하는 리우홍웨이(劉紅僞)씨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요즘은 LG의 브랜드 이미지가 급속히 좋아지면서 LG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층에서 LG전자의 TV를 팔고 있는 차이남(蔡楠)씨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LG는 샤프나 파나소닉 등과 더불어 세계 최고”라며 “하이얼(海爾) 같은 중국 로컬 브랜드는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LG 브랜드는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았다. 이는 구본무 회장 체제 10년과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89년부터 그룹 부회장으로 경영에 깊숙이 간여하며 그룹의 기업 이미지 통합(CI) 변경을 주도했다. 1994년과 2005년(목표치 기준)을 비교하면 그룹은 몰라보게 커졌다. 매출이 30조원에서 94조원으로, 수출액이 148억 달러에서 392억 달러로, 해외 현지 법인 수가 90개에서 150개로 늘었다. GS와 LS그룹이 떨어져 나갔지만 글로벌 LG에 걸맞은 변화를 이뤄낸 셈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10년째가 되면 그 일을 다시 돌아보고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예가 많다. 구 회장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브랜드 출범 10년이 지나자 그는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 게다가 GS칼텍스갟S전선 등 알토란 같은 회사들을 GS ·LS그룹으로 떼주면서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가 3위로 밀린 마당이라 ‘또 다른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정유 ·홈쇼핑 등 현금을 많이 벌어들이던 사업부문이 분리돼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 구 회장의 선택은 다른 회사를 인수해 외형만 키우는 방법은 아닌 듯싶다. 그는 기존 회사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방법으로 ‘세계시장의 강자’가 되는 길을 택한 것 같다. 그런 결과가 그룹이 올해 초부터 부쩍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LG’, ‘1등 LG’라는 새로운 그룹의 비전이다. 특히 그룹의 두 날개이자 성장축인 전자와 화학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지 않으면 그룹의 미래가 어둡다는 판단이다.
LG는 올해 ‘Think New LG!’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내걸었다. 95년 1월 1일 럭키금성그룹에서 LG그룹으로 거듭날 당시 ‘21세기 세계 초우량 기업’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면, 지금은 인화(人和)를 중시하며 온건하고 점잖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LG의 조직문화를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꾸겠다는 전략의 하나다.
LG는 96년까지 당시 53개 계열사의 이름을 LG로 통일하는 작업을 벌이는 한편 탤런트 김희애와 김혜수를 모델로 ‘사랑해요 LG’라는 광고를 만들어 새 명칭과 로고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더불어 경영권 승계도 이뤄졌다. 95년 2월 22일 구자경 LG그룹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퇴진 선언을 하면서 구본무 당시 부회장이 새 회장에 올랐다.
물론 LG그룹의 최근 변화추구의 중심에는 구 회장이 있다. 그는 ‘버스경영’, ‘인재 경영’ 등을 내세우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브랜드경영, 연구 ·개발(R&D) 등 그룹 내 전 부문에 큰 파급효과를 몰고 오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12일과 13일 ‘버스경영’에 나섰다. 전자와 화학 중심의 주력?승부사업 현장의 혁신 성과를 직접 확인하고, 성공 체험을 다른 계열사에 접목시켜 ‘1등 LG’달성을 앞당기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LG 관계자는 “지난해 15번 국내외 사업 현장을 방문했던 구 회장이 올해 들어 벌써 9번째 현장을 점검했다”며 “중요 사업을 직접 챙기는 모습은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등 제품을 많이 내놔 글로벌 LG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LG는 R&D ·디자인 ·인재 확보와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6년 휴대전화 단말기 글로벌 톱3이 목표인 LG전자는 국내외에서 잇달아 R&D센터를 열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가산동 LG전자 통합 단말기 연구소 준공식 현장에는 구본무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소는 특히 서울 CDMA, 평촌 GSM, 안양 WCDMA 연구소를 통합한 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증권의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각 분야 연구소와 공장이 따로 떨어져 있어 기술 호환이나 부품 공유가 되지 않는 등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연구소는 가산동으로, 공장은 평택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또한 지난해에 북미 ·중국 ·인도 ·러시아 ·프랑스 ·브라질 등 6개의 세계 주요 전략지역에 휴대전화 R&D센터를 세웠다. 특히 이동단말 기술과 제품의 경쟁력을 배가하기 위해 휴대전화 R&D 인력을 올해 5,000명에서 2007년에는 8,000명으로 대폭 늘리고, 국내에 제2의 단말기연구소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LG전자 정보통신사업본부 박문화 사장은 “지역별로 생산기지를 확대한 데 이어 R&D거점도 확보해 이동단말 사업의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올해부터 2009년까지 R&D 부문에 2조원을 투입해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인조대리석 ·표면자재 ·2차전지 ·편광판 등 6개 품목을 글로벌 1등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대전 운지동에 있는 기술연구원은 이런 밑그림을 현실화하는 심장부다. 5월 6일 오후 기술연구원 1층. LG그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젖소에게 놓는 산유 촉진제, 인조대리석, LCD에 들어가는 편광판,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까지 글로벌 LG가 꿈꾸는 갖가지 승부 사업이 펼쳐져 있다. 기술연구원의 권영운 전략기획팀장은 “연구원 1,300여 명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100여 개가 넘는다”고 말한다. 이미 세워진 4개 동에 이어 2010년까지 4개 동이 더 들어설 예정인 이곳은 나노센터와 배터리연구소 등 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어 정책 입안자들의 단골 견학 코스로도 유명하다. 5월 13일에는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차세대 전지와 바이오 신약 등의 개발 현황을 둘러봤다.
디자인 경영도 LG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1등 LG를 앞당기려는 노력의 하나다. LG전자는 2007년 글로벌 1등 디자인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뉴저지 ·일본 도쿄(東京)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에 이어 200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 디자인경영센터와 연계해 세계의 디자인 흐름을 반영한 ‘월드 와이드’형 디자인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또 올해 말까지 해외 인력을 중심으로 현재 300명 수준인 디자인 인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58년 국내 가전업체 최초로 산업 디자이너를 고용했고, 83년에는 민간 최초의 디자인연구소를 세운 LG전자는 이미 제품 개발 과정을 기능에서 디자인 위주로 전환해 ‘디자인 선(先)제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활동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 제품이 5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는 ‘휘센’에어컨이다.
이런 노력 등에 올해 들어 상복도 터졌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2005 CES’에서 42인치 LCD-TV ·초슬림형 DVD 리코더 등 17개 제품이 올해의 혁심제품상(Innovation Awards)에 선정됐다. 세계적 디자인기관인 독일 디자인센터로부터는 9개 제품이 ‘2005 레드닷 디자인상(Reddot Design Award)’을 수상했다.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LG의 프리미엄급 가전은 디자인과 기술 면에서 월풀 ·일렉트로눅스 못지 않은 세계적 수준이나 제품 품질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휴대전화 부문에서는 삼성과 노키아에 비해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이 다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LG는 승부사업과 미래 핵심사업에서 1등 LG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따지고 보면 기술 개발이나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은 CEO와 임원이 맨투맨으로 인재 확보에 발벗고 나서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CEO 주도로 임원별 ‘인재 확보겴갸?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LG필립스LCD는 임원 평가에서 ‘인재경영지수’를 50% 반영하고 있고 LG전자와 LG화학도 인재 확보와 육성 실적을 10% 이상 평가하기로 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인재경영 ·글로벌 경영 ·기술경영 등 3대 경영방침을 밝히면서 사장단 해외 출장 때 ▶매장을 둘러보고 올 것 ▶현지 채용인을 면담할 것 ▶핵심인재를 만나고 올 것 등 ‘사장단 해외 출장 미션’을 강조했다. LG화학에서는 핵심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연봉의 100% 수준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례적으로 성과가 아닌 ‘인재 유지’를 위해 이 같은 거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1등 LG’는 1등이 아니면 탄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회사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LG는 현재 전자 ·화학 분야 등에서 17개의 세계 1등 품목이 있다. 이를 통해 올리는 수익은 짭짤하다. 하지만 이에 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브랜드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GE는 혁신, 삼성은 디지털 컨버전스 등 명확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LG는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만들고 광고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황상연 애널리스트도 “그냥 ‘1등 LG’만 외칠 게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의 브랜드 관리가 이래서 다르구나 라는 청사진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사업 자회사로부터 매출의 0.2%를 브랜드 로열티로 받는 LG로선 브랜드가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예전의 그룹 체제와 달리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사업 자회사별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그룹 전체 이미지에도 타격이 된다. (주)LG 브랜드관리팀 관계자는 “지주사가 브랜드로 사업 자회사를 묶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룹 체제 때의 브랜드 관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LG의 휴대전화 판매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디지털 리더감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LG=가전’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이를 잘 살리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한 가지 방법이 된다. 특히 LG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서는 효과가 더 클 전망이다. 손진방 LG전자 중국 지주회사 사장은 “중국 로컬 업체의 기술이 갈수록 향상되는 반면 가격경쟁력 확보는 어려워지고 있어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승부를 겨루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93년 중국에 첫발을 디딘 뒤 10여 년이 LG라는 브랜드를 알린 기간이라면 지금부터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여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그 성과가 만족할 만하지는 않다. 더구나 전체 매출에서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글로벌 시장의 활약상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진다. 지난해 LG그룹의 전체 매출액 82조원 가운데 73%인 60조원을 수출(41조원)과 해외법인 매출(19조원)로 올렸다. 수출과 해외 매출 비중은 2002년 67%에서 2003년 72%, 2004년은 73%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올해는 94조원 가운데 75%인 70조5,000억원이 목표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굳힌다는 야심이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35조3,000억원의 매출 가운데 86%인 30조2,000억원이 해외 매출분이다. LG화학은 올해는 매출 9조원 가운데 50%가 넘는 4조6,000억원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목표다.
그러나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비중은 이보다 작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에 국내 시장에서 65%, 해외에서 40% 정도였다. LG화학은 지난해에 22%에 그쳤다. LG화학의 경우 2008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LG로선 고민인 대목이다. ‘1등 LG’를 바탕으로 진정한 ‘글로벌 LG’로 거듭나려면 꼭 넘어야 할 산이다.
제품 현지화와 현지 마케팅도 브랜드 인지도와 글로벌 이미지를 제고하는 중요 전략이다.
지난 4월에 국내 전자업계 최초로 러시아 가전공장을 세운 LG전자는 문화마케팅으로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97년부터 러시아의 28개 주요 거점 도시를 순회하면서 ‘LG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모스크바 크렘린궁 부근 상징물 가운데 하나인 ‘발쇼이 카메니(거대한 돌) 다리’에 광고판을 설치한 것도 성공작이란 평가다.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카메니 다리’라는 원래 명칭보다 ‘LG브리지(bridge)’가 더 익숙할 정도다.
제품의 현지화에도 적극적이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의 이진세 과장은 “같은 아시아권이라도 환경에 따라 구매 특성도 다르다”며 “예컨대 전력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중국에서는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에어컨이나 세탁기가 인기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전(審)에 1,300여 가구의 아파트에 4,000만 위안이 넘는 대규모 종합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할 때도 비슷했다. LG전자의 박현 상무는 “중국은 지역별로 냉난방 문화나 주방구조 등이 달라 중국 풍토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며 “오랜 중국사업 경험에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브랜드의 박상훈 대표는 “글로벌 아웃소싱 덕에 누가 만들든 품질은 비슷하게 마련”이라며 “결국 누가 어디서 만들었느냐보다 어떤 브랜드인지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설명한다.
‘브랜드는 100년 장사’라는 말이 있다. LG의 현재 기술력과 제품력에 브랜드 파워까지 더한다면 ‘글로벌 LG’라는 구 회장의 선택은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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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따중띠엔지(大中電器).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북부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자 상가로 꼽히는 곳이다. 각층이 300여 평이 넘는 6층짜리 건물에 유명 글로벌 가전 브랜드가 거의 다 들어 있다. 이곳의 1층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다 보면 LG전자 간판이 눈에 가장 많이 띈다. 1층 정문 바로 옆에 있는 휴대전화 매장부터 각층의 에스컬레이터 부근 노른자위 자리를 LG가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냉장고 영업 담당인 황차오(黃超)씨는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 동안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었다”며 “특히 양문형 등 프리미엄급 제품의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LG전자의 냉장고를 구입한 린챠우훙(林巧紅)씨는 “꼭 LG 냉장고를 사려고 온 건 아니지만 디자인이 가장 좋아보여 결정했다”며 웃었다.1주일에 130대 정도 파는 LG전자의 에어컨 매장에서도 고가의 프리미엄급 제품이 인기다.
에어컨 판매를 담당하는 리우홍웨이(劉紅僞)씨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요즘은 LG의 브랜드 이미지가 급속히 좋아지면서 LG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층에서 LG전자의 TV를 팔고 있는 차이남(蔡楠)씨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LG는 샤프나 파나소닉 등과 더불어 세계 최고”라며 “하이얼(海爾) 같은 중국 로컬 브랜드는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LG 브랜드는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았다. 이는 구본무 회장 체제 10년과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89년부터 그룹 부회장으로 경영에 깊숙이 간여하며 그룹의 기업 이미지 통합(CI) 변경을 주도했다. 1994년과 2005년(목표치 기준)을 비교하면 그룹은 몰라보게 커졌다. 매출이 30조원에서 94조원으로, 수출액이 148억 달러에서 392억 달러로, 해외 현지 법인 수가 90개에서 150개로 늘었다. GS와 LS그룹이 떨어져 나갔지만 글로벌 LG에 걸맞은 변화를 이뤄낸 셈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10년째가 되면 그 일을 다시 돌아보고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예가 많다. 구 회장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브랜드 출범 10년이 지나자 그는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 게다가 GS칼텍스갟S전선 등 알토란 같은 회사들을 GS ·LS그룹으로 떼주면서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가 3위로 밀린 마당이라 ‘또 다른 선택’이 불가피해졌다.
정유 ·홈쇼핑 등 현금을 많이 벌어들이던 사업부문이 분리돼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 구 회장의 선택은 다른 회사를 인수해 외형만 키우는 방법은 아닌 듯싶다. 그는 기존 회사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방법으로 ‘세계시장의 강자’가 되는 길을 택한 것 같다. 그런 결과가 그룹이 올해 초부터 부쩍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LG’, ‘1등 LG’라는 새로운 그룹의 비전이다. 특히 그룹의 두 날개이자 성장축인 전자와 화학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지 않으면 그룹의 미래가 어둡다는 판단이다.
LG는 올해 ‘Think New LG!’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내걸었다. 95년 1월 1일 럭키금성그룹에서 LG그룹으로 거듭날 당시 ‘21세기 세계 초우량 기업’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면, 지금은 인화(人和)를 중시하며 온건하고 점잖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LG의 조직문화를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꾸겠다는 전략의 하나다.
LG는 96년까지 당시 53개 계열사의 이름을 LG로 통일하는 작업을 벌이는 한편 탤런트 김희애와 김혜수를 모델로 ‘사랑해요 LG’라는 광고를 만들어 새 명칭과 로고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더불어 경영권 승계도 이뤄졌다. 95년 2월 22일 구자경 LG그룹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퇴진 선언을 하면서 구본무 당시 부회장이 새 회장에 올랐다.
물론 LG그룹의 최근 변화추구의 중심에는 구 회장이 있다. 그는 ‘버스경영’, ‘인재 경영’ 등을 내세우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브랜드경영, 연구 ·개발(R&D) 등 그룹 내 전 부문에 큰 파급효과를 몰고 오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12일과 13일 ‘버스경영’에 나섰다. 전자와 화학 중심의 주력?승부사업 현장의 혁신 성과를 직접 확인하고, 성공 체험을 다른 계열사에 접목시켜 ‘1등 LG’달성을 앞당기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LG 관계자는 “지난해 15번 국내외 사업 현장을 방문했던 구 회장이 올해 들어 벌써 9번째 현장을 점검했다”며 “중요 사업을 직접 챙기는 모습은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등 제품을 많이 내놔 글로벌 LG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LG는 R&D ·디자인 ·인재 확보와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6년 휴대전화 단말기 글로벌 톱3이 목표인 LG전자는 국내외에서 잇달아 R&D센터를 열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가산동 LG전자 통합 단말기 연구소 준공식 현장에는 구본무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소는 특히 서울 CDMA, 평촌 GSM, 안양 WCDMA 연구소를 통합한 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증권의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각 분야 연구소와 공장이 따로 떨어져 있어 기술 호환이나 부품 공유가 되지 않는 등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연구소는 가산동으로, 공장은 평택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또한 지난해에 북미 ·중국 ·인도 ·러시아 ·프랑스 ·브라질 등 6개의 세계 주요 전략지역에 휴대전화 R&D센터를 세웠다. 특히 이동단말 기술과 제품의 경쟁력을 배가하기 위해 휴대전화 R&D 인력을 올해 5,000명에서 2007년에는 8,000명으로 대폭 늘리고, 국내에 제2의 단말기연구소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LG전자 정보통신사업본부 박문화 사장은 “지역별로 생산기지를 확대한 데 이어 R&D거점도 확보해 이동단말 사업의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올해부터 2009년까지 R&D 부문에 2조원을 투입해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인조대리석 ·표면자재 ·2차전지 ·편광판 등 6개 품목을 글로벌 1등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대전 운지동에 있는 기술연구원은 이런 밑그림을 현실화하는 심장부다. 5월 6일 오후 기술연구원 1층. LG그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젖소에게 놓는 산유 촉진제, 인조대리석, LCD에 들어가는 편광판,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까지 글로벌 LG가 꿈꾸는 갖가지 승부 사업이 펼쳐져 있다. 기술연구원의 권영운 전략기획팀장은 “연구원 1,300여 명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100여 개가 넘는다”고 말한다. 이미 세워진 4개 동에 이어 2010년까지 4개 동이 더 들어설 예정인 이곳은 나노센터와 배터리연구소 등 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어 정책 입안자들의 단골 견학 코스로도 유명하다. 5월 13일에는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차세대 전지와 바이오 신약 등의 개발 현황을 둘러봤다.
디자인 경영도 LG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1등 LG를 앞당기려는 노력의 하나다. LG전자는 2007년 글로벌 1등 디자인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뉴저지 ·일본 도쿄(東京)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에 이어 200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 디자인경영센터와 연계해 세계의 디자인 흐름을 반영한 ‘월드 와이드’형 디자인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또 올해 말까지 해외 인력을 중심으로 현재 300명 수준인 디자인 인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숫자로 본 글로벌 LG |
73%지난해 LG의 해외 매출 비중. LG의 지난해 매출액 82조원 가운데 수출과 해외법인 등 해외에서 올린 매출은 60조원에 이르렀다. 2003년 72%였으며 올해에는 75%에 이를 전망이다. 150LG의 해외 현지법인 수. 글로벌 경영에 힘입어 2003년 말 141개에서 지난해 말 150개로 늘어났다. LG전자 76개, LG화학 21개, LG필립스LCD와 LG상사가 각각 7개 등으로 세계 120여 개 국에서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17 LG의 세계 1등 제품 수. WCDMA휴대전화 ·대형 LDC패널 ·에어컨 ·광스토리지 ·DVD플레이어 ·CDMA WLL단말기 ·일반형 청소기 ·홈시어터 ·광디스크드라이브모터 ·튜너 ·섀도마스크 ·고광택(광고재) ·온돌파이프용 HDPE ·ASA(초내후성) 수지 등이다. |
이런 노력 등에 올해 들어 상복도 터졌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2005 CES’에서 42인치 LCD-TV ·초슬림형 DVD 리코더 등 17개 제품이 올해의 혁심제품상(Innovation Awards)에 선정됐다. 세계적 디자인기관인 독일 디자인센터로부터는 9개 제품이 ‘2005 레드닷 디자인상(Reddot Design Award)’을 수상했다.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LG의 프리미엄급 가전은 디자인과 기술 면에서 월풀 ·일렉트로눅스 못지 않은 세계적 수준이나 제품 품질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휴대전화 부문에서는 삼성과 노키아에 비해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이 다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LG는 승부사업과 미래 핵심사업에서 1등 LG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따지고 보면 기술 개발이나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은 CEO와 임원이 맨투맨으로 인재 확보에 발벗고 나서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CEO 주도로 임원별 ‘인재 확보겴갸?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LG필립스LCD는 임원 평가에서 ‘인재경영지수’를 50% 반영하고 있고 LG전자와 LG화학도 인재 확보와 육성 실적을 10% 이상 평가하기로 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인재경영 ·글로벌 경영 ·기술경영 등 3대 경영방침을 밝히면서 사장단 해외 출장 때 ▶매장을 둘러보고 올 것 ▶현지 채용인을 면담할 것 ▶핵심인재를 만나고 올 것 등 ‘사장단 해외 출장 미션’을 강조했다. LG화학에서는 핵심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연봉의 100% 수준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례적으로 성과가 아닌 ‘인재 유지’를 위해 이 같은 거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1등 LG’는 1등이 아니면 탄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회사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LG는 현재 전자 ·화학 분야 등에서 17개의 세계 1등 품목이 있다. 이를 통해 올리는 수익은 짭짤하다. 하지만 이에 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브랜드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GE는 혁신, 삼성은 디지털 컨버전스 등 명확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LG는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만들고 광고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황상연 애널리스트도 “그냥 ‘1등 LG’만 외칠 게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의 브랜드 관리가 이래서 다르구나 라는 청사진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사업 자회사로부터 매출의 0.2%를 브랜드 로열티로 받는 LG로선 브랜드가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예전의 그룹 체제와 달리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사업 자회사별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그룹 전체 이미지에도 타격이 된다. (주)LG 브랜드관리팀 관계자는 “지주사가 브랜드로 사업 자회사를 묶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룹 체제 때의 브랜드 관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LG 브랜드 10년 LG 브랜드는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았다. 1995년 1월 1일 럭키금성그룹에서 LG그룹으로 거듭났다. LG 브랜드 10년은 구본무 회장 체제 10년과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89년부터 그룹 부회장으로 경영에 깊숙이 간여하며 그룹의 CI 변경을 주도했고 95년 2월 회장에 올랐다. 1994년 말 당시 LG는 ‘21세기 세계 초우량 기업’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인화(人和)를 중시하며 온건하고 점잖은 조직문화를 이어받았다. 계열사 수는 50개였고 매출액은 30조원, 수출액 148억 달러에 해외 현지법인 수는 90개였다. 2005년 초 LG는 올해 ‘Think New LG!’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내걸었다. LG의 조직문화를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꾸겠다는 전략의 하나다. 럭키금성그룹 시절과 비교하면 GS와 LS그룹이 떨어져 나갔지만 매출은 94조원으로, 수출액이 392억 달러로, 해외 현지 법인 수가 150개로 늘 전망이다. |
하지만 아직 그 성과가 만족할 만하지는 않다. 더구나 전체 매출에서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글로벌 시장의 활약상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진다. 지난해 LG그룹의 전체 매출액 82조원 가운데 73%인 60조원을 수출(41조원)과 해외법인 매출(19조원)로 올렸다. 수출과 해외 매출 비중은 2002년 67%에서 2003년 72%, 2004년은 73%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올해는 94조원 가운데 75%인 70조5,000억원이 목표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굳힌다는 야심이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35조3,000억원의 매출 가운데 86%인 30조2,000억원이 해외 매출분이다. LG화학은 올해는 매출 9조원 가운데 50%가 넘는 4조6,000억원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목표다.
그러나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비중은 이보다 작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에 국내 시장에서 65%, 해외에서 40% 정도였다. LG화학은 지난해에 22%에 그쳤다. LG화학의 경우 2008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LG로선 고민인 대목이다. ‘1등 LG’를 바탕으로 진정한 ‘글로벌 LG’로 거듭나려면 꼭 넘어야 할 산이다.
제품 현지화와 현지 마케팅도 브랜드 인지도와 글로벌 이미지를 제고하는 중요 전략이다.
지난 4월에 국내 전자업계 최초로 러시아 가전공장을 세운 LG전자는 문화마케팅으로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97년부터 러시아의 28개 주요 거점 도시를 순회하면서 ‘LG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모스크바 크렘린궁 부근 상징물 가운데 하나인 ‘발쇼이 카메니(거대한 돌) 다리’에 광고판을 설치한 것도 성공작이란 평가다.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카메니 다리’라는 원래 명칭보다 ‘LG브리지(bridge)’가 더 익숙할 정도다.
제품의 현지화에도 적극적이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의 이진세 과장은 “같은 아시아권이라도 환경에 따라 구매 특성도 다르다”며 “예컨대 전력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중국에서는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에어컨이나 세탁기가 인기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전(審)에 1,300여 가구의 아파트에 4,000만 위안이 넘는 대규모 종합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할 때도 비슷했다. LG전자의 박현 상무는 “중국은 지역별로 냉난방 문화나 주방구조 등이 달라 중국 풍토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며 “오랜 중국사업 경험에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브랜드의 박상훈 대표는 “글로벌 아웃소싱 덕에 누가 만들든 품질은 비슷하게 마련”이라며 “결국 누가 어디서 만들었느냐보다 어떤 브랜드인지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설명한다.
‘브랜드는 100년 장사’라는 말이 있다. LG의 현재 기술력과 제품력에 브랜드 파워까지 더한다면 ‘글로벌 LG’라는 구 회장의 선택은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손진방 LG전자 중국법인장 “프리미엄 브랜드로 승부수” “하이얼 등 중국 로컬 가전업체의 기술력이 턱밑까지 올라온 만큼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21개 LG전자 중국 현지법인의 수장인 손진방(57) 사장은 ‘지금이 위기’라고 강조한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달에도 몇 개의 글로벌 회사가 드나드는 과정에서 가격 덤핑으로 최후의 발악을 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 손 사장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난 10여 년 동안 투자 금액 대비 브랜드 이미지가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결할 방법으로 ‘스피드 경영’을 꼽았다. 그는 “프리미엄 제품 출시의 주기를 줄이고, 백색 가전 중심인 주력 제품을 첨단 IT 품목으로 빠르게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TV ·양문형 냉장고 ·고급 카메라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전체 중국 매출의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1993년 중국에 진출한 LG전자는 지난해 후이저우(惠州)시에서 가장 큰 수출 기업 등의 영예를 안으며 1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후이저우시에는 ‘LG다다오(大道)’가, 난징(南京)시에는 ‘LG루(路)’가 생길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 성공을 이끈 주인공이 ‘중국통’을 얘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손 사장이다. 95년 톈진(天津) 법인장으로 부임한 뒤 해마다 40%의 고속 성장을 이끈 그는 2001년에는 중국의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중국 정부로부터 한국 기업인 최초로 ‘중국 영주거류증’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3월에는 화교권 50여 개 국에 방송되는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적 사고를 가진 혁신가’로 소개됐다. 손 사장은 중국 진출의 성공 요인으로 무엇보다 ‘적극적인 영업과 발 빠른 현지화’를 꼽았다. LG는 중국 진출 초기부터 지역 밀착 영업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영업본부 정도만 만들고 현지 기업의 유통망을 활용했지만, LG는 중국 전역에 9개의 영업 거점과 63개 영업 조직을 세웠다. 쓰러져 가던 국영 냉장고 공장을 중국 최고의 가전 공장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현지화 덕분이었다. 그는 “중국은 지역별로 성격이 판이해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현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 사장의 목표는 중국을 LG전자가 글로벌 톱3으로 가는 전초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프리미엄 제품의 부품도 중국 현지에서 조달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50억 달러다. 김종팔 LG화학 중국지역본부장 “화학 매출 절반은 중국에서” “2008년까지 4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겠습니다.” LG화학 중국투자유한공사의 김종팔(51) 본부장의 목표다. 올해 LG화학의 전체 매출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LG화학이 중국에서 올린 매출은 24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30%에 이른다. 10개의 중국 생산법인과 3개의 판매법인을 지휘하고 있는 그는 “주력 제품인 PVC와 ABS 역시 2008년까지 각각 연간 생산량을 100만t과 70만t으로 늘려 중국 내 최대 석유화학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기획부터 원료 생산과 제품 개발까지 모두 중국 현지에서 수직 계열화할 계획이다. 또 창호 ·2차전지 ·편광판등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R&D)을 통해 중국 로컬 업체들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톈진에 산업재 테크센터를 세웠고, R&D센터도 만들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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