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화가들을 주목하라
국내 컬렉터들이 수십 년 전 활동한 몇몇 인기 작가의 작품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동안 외국에서는 젊은 한국 작가들이 각광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류열풍이 현대미술에도 불어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마침 정부도 미술은행 제도를 도입하는 등 신진 미술작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외국 전시 사이트에서 우연히 내 눈을 사로잡는 작품을 발견했다. 전시 예정 안내에 실린 작품이었는데, 소위 첨단을 달리는 트렌디하거나 엽기적인 작품이 아닌 편하고, 낭만적이고, 따뜻하면서도 초현실주의적인 멜랑콜리가 배어 있는, 쉬운(?) 유화작품이었다.
요즘은 설치 ·비디오 쪽이 워낙 강세이다 보니 이런 유화 작품이 오히려 드문 세상이 되어 버렸다. 영국 런던에 있는 화랑에서 전시되고 있지만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와 작가는 이름으로 유추컨대 한국 사람들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부랴부랴 큐레이터에게 연락을 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얘기를 간단하게 나누고는 전시안내 엽서에 실린 그림을 사기로 했다. 그쪽에서도 의외의 주문에 반가웠던지 전시가격에서 조금 빼주는 친절로 보답해줬다.
나는 김영배라는 작가를 좀더 알고 싶어서 그동안의 전시 카탈로그와 작가에 대한 다른 정보들을 듣고 얻었다. 그는 한국에서 지방대학을 나와 10여 년 전에 독일로 유학을 가 어려운 시기를 거쳐 지금은 작품만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 정도로 기반을 닦았다. 독일에서 큰 상을 받았고 전시는 대부분 매진으로 막을 내렸다.
그의 작품에 주목한 미국 시카고의 화랑에서 주최한 지난해 9월의 전시는 그의 대작 15점이 전부 팔리는 성과를 거두고 다음 전시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나는 그의 작품에 반해 한국에서도 한 번쯤 전시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큐레이터에게 물었으나 그는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의 미술시장 풍토를 신뢰할 수 없는 그의 경력 때문이리라는 것이 큐레이터의 추측이었다.
사실 우리 젊은 작가 가운데 알게 모르게 해외에서 각광받는 작가들이 많다. 이들의 선전이 일본이나 중국처럼 정부나 대규모 민간자본의 지원 없이, 독립군처럼 일궈낸 것들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요즘 외국의 유수한 아트페어나 경매에서도 각광받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래 홍콩의 경매에서는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예상을 웃도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류열풍이 현대미술에도 불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한류열풍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작품성에 대한 인정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참으로 불가사의하고 서글픈 일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에서는 컨템퍼러리 미술이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호황을 보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 미술시장 컬렉터들의 취향은 전근대에 머물고 있다. 아직도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는 없어 못 팔고, 젊은 작가들은 작품을 못 팔아 생계 걱정을 해야 한다. 이런 대가들의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위작 시비는 우리 미술시장의 구태의연한 취향에도 기인한다. 귀하고 비싸니 가짜가 나오는 것이다.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이런 희망은 재미있게도 정부 쪽에서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과거의 미술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고 오히려 미술시장 부양을 위해 여러 정책을 생산해 내고 있다. 10여 년 동안 끌어오던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법안을 폐기한 데 이어 기업이 구입하는 미술품을 간단한 요건만 갖추면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해 주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바꿔 주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술은행(Art Bank)제도를 도입해 정부의 예산으로 작품을 사주는 적극적인 미술시장 부양정책까지 펴고 있다. 이제 우리 미술시장에 대한 정부의 애정이나 제반 여건은 선진국 못지않게 됐다.
올해 도입 ·시행하는 미술은행 제도는 미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국민의 미술문화향수 증진을 위해 선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1934년에 설립,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BTC(British Council Collection)는 영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해 국내외 공공기관에 대여해 주고 있다. 국제순회전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운용주체를 달리해 GAC(Government Art Collection) ·NTE(National Touring Exhibitions) ·ACC(the Arts Council Collection)가 있다. 프랑스에서 76년 설립한 Fnac(Fonds national d’art contemporain)는 같은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좀더 진보적이어서 외국 작가의 작품도 구입하고 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캐나다의 CCAB (Canada Council Art Bank) ·호주의 미술은행 역시 성공적인 운영사례다.
문화관광부가 미술은행을 도입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매년 많은 신진 작가들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는 작품 판매와 유통이 어려워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미술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진 작가들뿐만 아니라 역량 있는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문화 낙후로 인해 국제적인 경쟁력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 미술계의 현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문화관광부는 빈사상태의 미술시장을 살리기 위해 미술은행이라는 응급처방을 내린 것이다.
미술은행의 설립목적은 우선 신진 미술가의 창작활동 진흥정책을 통해 미술 발전을 도모하고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 정부가 미술품 구입에 앞장서 정부 ·자치다네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미술문화 공간을 꾸며 국민의 미술 감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미술품 대여 ·전시를 통한 미술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신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사업원년인 올해 미술은행의 미술품 구입예산은 25억원이며, 성과를 봐가면서 점차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우리의 미술은행이 미술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리라 믿는다. 지금 미술시장은 더 어려워질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얘기일 수 있다. 미술품을 굳이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보지 않더라도 애호가들에게 지금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그렇듯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정부에서 거듭 부양책을 내놓을 때가 사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얼마 전 외국 전시 사이트에서 우연히 내 눈을 사로잡는 작품을 발견했다. 전시 예정 안내에 실린 작품이었는데, 소위 첨단을 달리는 트렌디하거나 엽기적인 작품이 아닌 편하고, 낭만적이고, 따뜻하면서도 초현실주의적인 멜랑콜리가 배어 있는, 쉬운(?) 유화작품이었다.
요즘은 설치 ·비디오 쪽이 워낙 강세이다 보니 이런 유화 작품이 오히려 드문 세상이 되어 버렸다. 영국 런던에 있는 화랑에서 전시되고 있지만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와 작가는 이름으로 유추컨대 한국 사람들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부랴부랴 큐레이터에게 연락을 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얘기를 간단하게 나누고는 전시안내 엽서에 실린 그림을 사기로 했다. 그쪽에서도 의외의 주문에 반가웠던지 전시가격에서 조금 빼주는 친절로 보답해줬다.
나는 김영배라는 작가를 좀더 알고 싶어서 그동안의 전시 카탈로그와 작가에 대한 다른 정보들을 듣고 얻었다. 그는 한국에서 지방대학을 나와 10여 년 전에 독일로 유학을 가 어려운 시기를 거쳐 지금은 작품만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 정도로 기반을 닦았다. 독일에서 큰 상을 받았고 전시는 대부분 매진으로 막을 내렸다.
그의 작품에 주목한 미국 시카고의 화랑에서 주최한 지난해 9월의 전시는 그의 대작 15점이 전부 팔리는 성과를 거두고 다음 전시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나는 그의 작품에 반해 한국에서도 한 번쯤 전시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큐레이터에게 물었으나 그는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의 미술시장 풍토를 신뢰할 수 없는 그의 경력 때문이리라는 것이 큐레이터의 추측이었다.
사실 우리 젊은 작가 가운데 알게 모르게 해외에서 각광받는 작가들이 많다. 이들의 선전이 일본이나 중국처럼 정부나 대규모 민간자본의 지원 없이, 독립군처럼 일궈낸 것들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요즘 외국의 유수한 아트페어나 경매에서도 각광받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래 홍콩의 경매에서는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예상을 웃도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류열풍이 현대미술에도 불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한류열풍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작품성에 대한 인정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참으로 불가사의하고 서글픈 일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에서는 컨템퍼러리 미술이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호황을 보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 미술시장 컬렉터들의 취향은 전근대에 머물고 있다. 아직도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는 없어 못 팔고, 젊은 작가들은 작품을 못 팔아 생계 걱정을 해야 한다. 이런 대가들의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위작 시비는 우리 미술시장의 구태의연한 취향에도 기인한다. 귀하고 비싸니 가짜가 나오는 것이다.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이런 희망은 재미있게도 정부 쪽에서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과거의 미술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고 오히려 미술시장 부양을 위해 여러 정책을 생산해 내고 있다. 10여 년 동안 끌어오던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법안을 폐기한 데 이어 기업이 구입하는 미술품을 간단한 요건만 갖추면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해 주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바꿔 주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술은행(Art Bank)제도를 도입해 정부의 예산으로 작품을 사주는 적극적인 미술시장 부양정책까지 펴고 있다. 이제 우리 미술시장에 대한 정부의 애정이나 제반 여건은 선진국 못지않게 됐다.
올해 도입 ·시행하는 미술은행 제도는 미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국민의 미술문화향수 증진을 위해 선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1934년에 설립,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BTC(British Council Collection)는 영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해 국내외 공공기관에 대여해 주고 있다. 국제순회전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운용주체를 달리해 GAC(Government Art Collection) ·NTE(National Touring Exhibitions) ·ACC(the Arts Council Collection)가 있다. 프랑스에서 76년 설립한 Fnac(Fonds national d’art contemporain)는 같은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좀더 진보적이어서 외국 작가의 작품도 구입하고 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캐나다의 CCAB (Canada Council Art Bank) ·호주의 미술은행 역시 성공적인 운영사례다.
문화관광부가 미술은행을 도입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매년 많은 신진 작가들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는 작품 판매와 유통이 어려워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미술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진 작가들뿐만 아니라 역량 있는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문화 낙후로 인해 국제적인 경쟁력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 미술계의 현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문화관광부는 빈사상태의 미술시장을 살리기 위해 미술은행이라는 응급처방을 내린 것이다.
미술은행의 설립목적은 우선 신진 미술가의 창작활동 진흥정책을 통해 미술 발전을 도모하고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 정부가 미술품 구입에 앞장서 정부 ·자치다네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미술문화 공간을 꾸며 국민의 미술 감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미술품 대여 ·전시를 통한 미술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신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사업원년인 올해 미술은행의 미술품 구입예산은 25억원이며, 성과를 봐가면서 점차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우리의 미술은행이 미술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리라 믿는다. 지금 미술시장은 더 어려워질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얘기일 수 있다. 미술품을 굳이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보지 않더라도 애호가들에게 지금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그렇듯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정부에서 거듭 부양책을 내놓을 때가 사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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