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세태르포 나는 서울의 대리운전사 下 … "세상은 밤에 움직이더라"
- 세태르포 나는 서울의 대리운전사 下 … "세상은 밤에 움직이더라"
왜 바람을 피울까 묘한 것은 이렇게 여유 있는 중년 남자들의 내연녀라고 하는 이들의 외모가 기대와는 달리 참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늦은 시간 대리운전 차에 남자 차량 소유주와 같이 타는 여자는 딱 두 가지 유형이다. 예쁘거나 평범하거나-. 소설 속 스캔들 주인공처럼 세련된 옷매무새나 예쁜 얼굴은 대부분 술집 여자들이고 대부분의 내연녀들은 외모가 그저 그렇다. 처음에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려니 했는데 다른 대리운전사들과 얘기를 해보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생각이었다. 특히 ‘꽃뱀’ 수준이라고 짐작되는 여자들이 그렇다. 아무튼 여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차에 오르면 집에 전화를 건다. 전화 내용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하다. “애들은 잠들었나?”“나 지금 집으로 간다.”본격적인(?) 전화 통화는 이런 짧은 통화 후에 이루어진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어떤 여자분과 통화를 하거나 아니면 저녁에 같이 술 마신 여성과 계속 통화를 한다. 이런 모습은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공통적이다. 내가 보기에 바람기는 나이와는 무관한 듯하다. 하지만 이런 남자들이 꼭 알아둘 것은 그런 여자들 대부분이 그에게만 마음을 주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운전을 하며 여러 번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놀라는 게 이런 여자들의 여러 다리 걸치기다. 왜 그럴까. 왜 볼품없는 여자들이 남자들의 마음을 끄는 것일까.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남자들이 하지만) 정말 하찮다고 할 수 있는 시시콜콜한 내용이다. “오늘 회사에서 책상을 새로 들여왔는데….”뭐 이런 정도다. 특이한 것은 여자들이 이런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이다. 2년간 남자들의 넋두리를 종합해 보면 집에 있는 부인들은 이런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편하게 얘기하고 싶은데 고차원적인(?) 얘기만 하려고 하는 것이다. 법조계 사람들에겐 특징이 있다 우리들이 흔히 만나는 고객의 또 다른 유형은 관공서나 법조계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나는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보직이 깡패’라는 별로 좋지 않은 말을 떠올리곤 한다. 전편에서 말했지만 우리나라 관공서에서 실세라고 할 수 있는 40~50대들은 대부분 2000cc급 중형차를 타고 다니는데 이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술을 마시면 대단히 거만해진다는 것이다. 평소 업무를 결정하는 위치여서 그런지 몰라도 대리운전을 부를 때 보면 안하무인이다. 그때마다 정말 내가 이 정도로 하찮은 존재인가 고민을 할 정도다. 전편에 언급한 ‘SM5 사건’ 이후 법조계 인사들의 대리운전을 할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 법조계 사람들은 유별난 특징이 있다. 아무리 소형차이고 낡았어도 뒷좌석에 앉는다. 주차도 앞뒤 반듯하고 정확하게 해줘야 하며 가는 길도 평소 다니던 길로 가야 한다.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직업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한번은 부장급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불러 가 보니 “워낙 취해서 부르긴 했는데 우리집까지는 절대 음주검문이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실제로 가끔 이 근처를 지나다녔지만 음주검문을 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가끔 술에 취한 사람들과 시비가 붙기도 하지만 한발 양보하고 만다. 그는 술에 취했고 나는 취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들의 대화 내용은 정말 수준 이하일 경우가 많다. 그런 대화를 들을 때마다 내가 과연 법정에 선다면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느날 강남의 유명 일식집에서 오더가 떨어졌다. 가 보니 나를 부른 고객은 상당히 많은 사람과 걸어나오고 있었다. 건네준 키를 받아들고 가리킨 차를 보니 오래된 쏘나타였다. 여러 분이 탔는데 대화를 들어보니 법조계 사람들이었고, 차 주인이 가장 높은 듯했다. 다른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얘기했지만 차 주인의 행동이 예상외로 친절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요금을 지불하면서 고맙게 잘 왔다는 인사까지 했다. 손가락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다더니 이런 분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법조계에 대한 나쁜 생각을 버리게 된 일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자동차 대리운전을 하면 사람만 다양하게 만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자동차도 만난다. 사람도 다루기 어렵지만 처음 만나는 자동차 또한 대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시동을 건 후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기어를 변속하면서 액셀을 밟으면 출발하는 게 자동차지만 특이한 시스템을 가진 차들이 많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외제차일 경우에는 당황스럽고도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SM5의 경우엔(구형 그랜저의 경우도 같다) 시동을 끄고 자동차 키를 뺄 때 키 구멍 밑의 단추를 눌러야 키가 빠진다. 하지만 이 차를 몰아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또 몰아 보았다 한들 그곳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데 익숙지 않아 키를 빼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보면 차 주인의 짜증 섞인 한 소리를 듣게 된다. 자동차 키에 대한 황당한 경험은 스웨덴 산 사브 승용차를 처음 운전할 때다. 차 주인은 술에 취해 잠든 상태였는데 당황스럽게도 키 구멍이 엉뚱한 데 있었다. 자동차는 대부분 키 구멍이 핸들 오른쪽 밑에 있는데 이 차는 운전석 의자 옆에 있었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있는 위치에 키 구멍이 있는 데다 키 모양도 길쭉한 열쇠 모양이 아니라 끝부분이 둥근 자석식이어서 구멍을 찾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술 취한 차주인은 잠에 곯아떨어진 바람에 나는 시동 한번 거는데, 아니 키 구멍을 찾느라 30분은 헤맸던 것 같다. 그렇게 30분을 헤맨 후 구멍을 찾은 허탈함이라니…. 자동차 열쇠는 길고 키 구멍은 핸들 밑에 있다는 생각을 버린 발상의 전환이 가져다 준 개가(?)였다. 요즘 신형 고급차들은 키를 꽂지 않아도 운전자 몸에 지니고 있기만 하면 문이 열리고 버튼 하나로 시동이 걸리기도 한다. 최고급에 속하는 BMW7 모델은 키 모양이 카드식인데 이 또한 구멍 찾기가 익숙지 않아 애를 먹는다. 더구나 기어 변속 레버도 다른 차와 달리 핸들 옆(국산차의 와이퍼 조작 스위치 위치)에 달려 있고 조작에 아주 예민해 처음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기어 변속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 가끔씩 어떤 차를 사는 게 좋으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종류의 차가 있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차 주인에 따라 차가 변한다는 사실이다. 대리운전 2년 된 내가 이렇게 느끼는데, 더 배우고 더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은 아마 더 잘 알지 않을까 싶다. 요즘 들어 가끔씩 혼자 생각에 빠질 때가 많다. 왜 세상의 기준은 밝은 대낮일까. 지난 2년 간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대답은 ‘아니다’인데 말이다. 세상은 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밤에 일어나는 일이 더 진실하고, 밤에 보는 사람이 더 솔직하다. 어떤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밤은 신기한 나라이고, 이 신기한 나라에는 낮에 볼 수 없는 세상이 있다. 세상의 속살을 볼 수 있는 이 밤의 나라에 정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대리운전 선배들이 “이 세상에 물들기 전에 떠나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난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 <끝>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혹시 밥 친구가 필요하세요?... 그렇다면 오늘은 ‘이자반’ [김지혜의 ★튜브]](https://img.edailystarin.co.kr/data/isp/image/2026/04/19/isp20260419000032.400.0.png)
!['2NE1' 맏얻니의 샤넬♥...셀럽의 출국룩 가격은? [얼마예요]](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6/04/18/ecn20260418000015.400.0.pn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美국방 "韓선박 피격…한국, 호르무즈 작전 나서달라"(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징계 마친 고승민·나승엽 나란히 득점 기여했지만...디테일 부족했던 롯데, KT에 1점 차 석패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美국방 "韓선박 피격…한국, 호르무즈 작전 나서달라"(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영업정지 '철퇴'에 3.5조 차환 ‘폭탄’…롯데카드, 조달 어쩌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꼼수는 남고 기업만 옥죈다"…바이오 공시 논란 반복되는 이유[K공시 사각지대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