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과 함께 떠나는 밀월여행
The 'Familymoon' 캐시 라이트(42)의 두 번째 밀월여행은 대다수 신혼부부가 상상하는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일상 탈출과는 조금 달랐다. 우선 그녀와 새 남편 조지는 동굴에서 야영하면서 하룻밤을 보냈다. 또 이 부부는 라이트의 두 10대 아들을 동반했다. 지난해 4월 그들 네 명은 함께 8일 동안 벨리즈에서 도보여행·동굴탐험·암벽등반·항해를 즐겼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었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가족 간 유대 형성에 더 많은 관심을 뒀다. 라이트는 “우리는 밀월여행을 가족의 인연을 맺는 경험으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밀월여행 기간 내내 서로를 더 잘 알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들 부부가 동굴에서 숙박하는 동안 13, 14세의 두 아들은 수많은 뱀이 있는 동굴 밖 밀림에서 안내인들과 함께 잤다. 그날은 모든 사람이 여행 중 가장 즐겁게 보낸 밤이 됐다. 라이트는 “소중한 자식들을 제외한 밀월여행은 상상할 수 없었다”면서 “모두가 경험을 공유했다. 그것은 새로운 인생을 함께 시작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식을 둔 재혼 커플들에게 양측이 한 가족처럼 지내도록 만드는 일은 가장 큰 도전이다. 그리고 그들은 결혼과 밀월여행 때부터 그런 도전에 직면한다. “아주 최근까지도 커플들은 둘이서만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서는 아이들에게 결혼 사실을 통보하곤 했다”고 재혼 문제와 예절을 전문으로 다루는 웹사이트 idotaketwo.com의 설립자 도나 에니스는 말했다. 요즘 커플들은 결혼 준비, 결혼식, 심지어 밀월여행조차 자녀들과 함께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에니스는 “그런 경향 덕분에 자녀들은 단지 부모들이 결혼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함께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간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결혼여행 사업자들은 재빨리 그런 추세에 편승해 왔다. 여행 준비 회사 허니문 아일랜즈의 사장 테레사 벨처에 따르면 각자의 자녀·친척들을 동반한 채 휴양지에서 결혼한 커플은 지난 2001년 이래 25% 증가했다. 벨처는 고객들을 하와이·바베이도스·이탈리아 등지의 가족 친화적인 장소로 보낸다. 그런 장소 중 하나인 포시즌스 네비스에서 아이들은 새끼 바다거북을 분양받아 커가는 과정을 확인한다. 벨처는 “자녀들이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샌들스&비치스는 ‘가족 밀월여행’(familymoon) 패키지의 일부로 자녀들과 함께하는 결혼식을 제공한다. 샌들스&비치스의 결혼 준비 책임자 조앤 델긴에 따르면 몇몇 커플은 결혼식 중에 모든 자녀들에게 반지를 나눠주거나, 한 가족이 됨을 선포하려고 참석자들에게 각자 한 줌의 모래를 하나의 대접에 올려놓도록 한다. 샌들스&비치스는 집사 서비스,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 미취학 아동을 위한 활동도 주선한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는 자녀들도 돌봐준다. 델긴은 “우리는 가족들을 결합시킨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지만 부모들에게도 둘만의 낭만적인 시간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혼합가족(blended family)은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버지니아대 명예교수이자 계부모 가족(stepfamily) 전문가인 E 메이비스 헤더링턴에 따르면 재혼의 약 55%는 이혼으로 끝난다. 자녀가 딸린 경우에는 약 60%가 실패한다. 그러나 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계부모 가족의 역경 극복을 돕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늘어간다. 휴대전화·e-메일·인스턴트 메시지를 활용해 바쁜 가족 구성원들을 치료하는 모임을 이끄는 치료 전문가이자 blended-families.com의 설립자인 에밀리 부처드는 “원래는 틈새 시장이었지만 계속 성장해 이 정도로 커졌다”면서 “혼합가족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혼합가족이 극복해야만 하는 가장 큰 장애 중 하나는 시트콤 ‘브래디 번치’(1969년부터 5년 동안 ABC에서 방영)에서부터 ‘유어즈, 마인, 앤드 아워즈’와 ‘열두 명의 원수들 2’ 같은 최근 영화까지 대중문화 속에서 낭만적으로 그려진 계부모 가족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남편 릭과 함께 토론토의 계부모·혼합 가족 연구소를 세운 이본 켈리는 “오락영화 속에서는 낭만적으로 그려지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켈리의 연구소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혼합가족 상담에 관한 조언을 해준다. 그녀는 핵가족과 달리 혼합가족에게는 “재혼한 배우자와 자기 자녀 사이의 갈등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의 목표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신들의 기대 수준을 조절하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다. 켈리는 “‘(배우자의) 아이들을 사랑할 필요는 없다. 단지 그들을 보살피고 존중해주면 된다’는 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이 큰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각자 두 명의 아들이 딸린 채 결혼해 딸을 낳은 리자와 데이비드 부스 부부는 자신들의 결혼이 남들보다 평온한 원인 중 하나로 주말마다 켈리와 함께 셋이서 전화로 대화를 나눈 점을 들었다. 리자는 “켈리는 우리들이 처한 상황도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종교 지도자들도 이런 운동에 동참한다. 아칸소주 존스보로의 ‘사우스웨스트 그리스도 교회’ 가족 상담 목사이자 ‘현명한 계부모 가족’의 저자인 론 딜은 특히 자기 교회의 혼합가족에게 봉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런 목사들의 수는 아직 적지만 점차 그 수가 늘어간다. 딜은 상담 강습회와 교육 모임을 조직하는데, 지난해엔 다른 교회가 혼합가족 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을 개발했다. 어떤 교구에도 속하지 않은 볼티모어의 천주교 부제(副祭) 밥 투지는 최근 혼합가족만이 안은 문제를 다루는 일련의 혼전 상담 수업 과정을 열었다. 여기서는 다음의 두 가지, 즉 훈련받는 태도와 전 남편·전처를 다루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매리 파크스(42)는 그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안다. 그녀는 첫 결혼에서 24, 14, 12세의 세 자식을 얻었다. 파크스가 두 아이의 아버지인 폴 매킨타이어(43)와 처음 데이트를 시작했을 때, 파크스는 그의 큰딸과 심하게 충돌했다. 큰딸이 “집안의 안주인” 역할을 하는 데 익숙했었기 때문이라고 파크스는 말했다. 그러나 허심탄회한 대화와 뛰어난 유머로 그들은 역경을 극복했다. 실제로는 역경 극복 그 이상이다. 오는 6월 파크스와 매킨타이어는 결혼식을 올리려고 터크스 앤드 카이코스 제도의 샌들스&비치스 리조트로 갈 예정이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참석하고 싶어하는 다른 모든 친척도 함께 갈 작정이다. 파크스는 “결혼은 부차적인 문제다. 우리 모두 하나의 진정한 가족이 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파크스와 여자 아이들은 자신들의 드레스를 벌써 골랐다. With SANA BUTLER 정택진 ct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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