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반과 설원 녹이는 경쟁의 불꽃
여자 피겨 스케이팅 이리나 슬루츠카야 Vs. 사샤 코언 1992년 이래 16세를 넘은 나이로 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우승한 선수는 없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리나 슬루츠카야(27)는 이번 토리노 대회에서 왕관을 쓸지 모른다. 그녀는 복잡한 새 채점 방식 덕에 승승장구했다. 고난이도 기술을 열정적으로 펼쳐 보이는 힘 있는 경기가 특징이다. 미셸 콴(미국) 선수의 그늘에 오랫동안 가려져왔다. 2004년 심장병 후유증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위를 기록해 선수 생명이 다한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올 1월엔 유럽선수권대회 7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으며 소냐 헤니(노르웨이)와 카트리나 비트(독일)의 기록을 앞섰다. 콴이 부상으로 주춤하기 때문에 슬루츠카야의 최대 적수는 역시 미국 출신의 사샤 코언이다. 코언은 지난 두 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코언은 종종 현란한 연기를 선보이는 매력적인 선수지만 대규모 대회에선 막판에 넘어지는 불운도 잇따랐다. 그러나 이번엔 큰 실수 없이 미국 선수권을 차지했다. 2004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수상자인 카롤라이나 코스트너 역시 고국 이탈리아에 희소식을 전할지 모른다. 여자 아이스하키 미국 Vs. 캐나다 역사가 짧은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미국과 캐나다는 동메달을 딴 적이 없다. 늘 두 나라가 금·은메달을 나눠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가까운 두 나라가 토리노 올림픽 메달 시상식에 사이좋게 올라가는 모습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 두 팀 간에 치열한 메달 싸움이 예상된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MVP인 캐나다의 포워드 헤일리 위켄하이저는 “우린 아이스하키의 앙숙이다. 엄청난 자존심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미 여자팀 코치 벤 스미스는 핵심적인 요소는 ‘친숙함’이라고 설명했다. “두 나라 선수 중 상당수가 같은 대학에 다니고, 같은 수업을 들으며,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다가도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연말만 되면 서로 싸워야 한다.” 캐나다는 토리노 현지 경기장에서 거둔 5대 0, 7대 0 대승을 포함, 올 프레올림픽 전적에서 8대 2로 미국에 앞섰다. 캐나다 여자 팀은 자국에서 거친 남자 선수들과도 22차례나 연습경기를 했다. 하지만 다크호스는 늘 있다(이번엔 스웨덴이나 핀란드이지만 우승 확률은 극히 낮다). 2월 20일 열리는 결승전에선 캐나다와 미국이 금메달을 놓고 싸울 것이다. 은메달을 따는 쪽은 보나마나 참담한 심정일 테고. 남자 컬링 캐나다 Vs. 노르웨이 Vs. 스웨덴 올림픽 본선에 오른 10개 팀 중 사실상 메달을 딸 가능성이 없는 팀은 뉴질랜드와 이탈리아뿐이다. 캐나다는 국제대회 최강자이지만 올림픽만은 예외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땐 노르웨이에 금메달을 내줬고, 1998년 나가노 대회 땐 스위스에 1위를 내줬다(컬링은 98년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캐나다는 세계선수권대회 최강자이지만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선 선수권대회 우승팀이 브래드 규슈(23)가 이끄는 팀에 패했다. 브래드 규슈의 팀은 토리노에서 노르웨이나 스웨덴을 물리칠 만한 경험이 없을지 모른다. 노르웨이의 팔 트룰센과 스웨덴의 페야 린드홀름은 세계 최강의 컬링 서킷인 캐나다의 세계 컬링투어에서 훈련을 받아 왔다. 트룰센은 최근 유럽컬링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린드홀름을 물리쳤다. 토리노에서 벌어질 승부의 예고편일지 모른다. 남자 쇼트트랙 안현수 Vs. 아폴로 안톤 오노 미국 쇼트트랙 최강자 오노는 이미 지난 일이라고 말했고, 한국의 세계 챔피언 안현수는 자신과 오노가 친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정하게 들리지 않는가? 세계 쇼트트랙의 두 스타 선수는 경기장 밖에선 외교적 수사를 동원하며 자신들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벌어진 논란 많은 경기 사이에 다소 거리를 두려 했다. 2002년 당시 오노는 김동성 선수가 실격 처리되면서 불명예스러운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안 선수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오노와 안 선수가 무슨 말을 하든 둘 간의 경쟁은 토리노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어쩌면 가장 예측 불가능한) 승부 중 하나가 될 듯하다. 2002년 당시 두 선수는 남자 1000m 결승 경기 도중 마지막 바퀴에서 다른 선수들과 뒤엉켜 넘어지면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오노는 쇼트트랙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벌이는 자동차 경주와 같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오노와 안 선수가 당연히 금메달을 다투겠지만 캐나다의 매튜 터콧 같은 엉뚱한 선수가 끼어들어 두 선수의 영광을 가로채도 놀랄 필요는 없다. 여자 스키 야니차 코스텔리치 Vs. 아냐 패르손 세계 ‘최강’의 스키어는 미국의 스키 영웅 보드 밀러도 아니고, 오스트리아 출신의 불굴의 스키어 ‘허미네이터’(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사상 최악의 스키 사고를 겪고도 사흘 뒤 과감한 활강으로 2개의 금메달을 딴 헤르만 마이어의 애칭)도 아니다. 그렇다고 남자도 아니다. 그녀는 바로 스키 강국과는 거리가 먼 크로아티아 출신의 야니차 코스텔리치다. 24세밖에 안 됐지만 이미 무릎 수술을 11차례나 받았고, 심각한 갑상선 이상으로 2003∼2004 월드컵스키에선 시즌 내내 출전하지 못했다. 예측불허의 종목에서 그녀가 수퍼스타가 될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나 약관의 나이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스키 신동으로 등장한 그녀는 알파인 스키에서 그 모든 추측을 일축했다. 회전·대회전·수퍼 대회전·활강 등 전 종목에서 누구보다도 빨랐다. 월드컵스키대회에서 두 차례나 종합 우승을 차지한 스웨덴의 아냐 패르손도 올해 월드컵대회에선 그녀에게 뒤졌다. 그러나 올림픽은 종목마다 단번에 승부가 결정되는, 변수가 많은 경기다. 따라서 코스텔리치든, 패르손이든 뜻밖의 나라 출신의 젊은 선수로부터 도전받을지 모른다. 이번 대회에서 멋진 경기로 한 해의 부진을 말끔히 씻겠다는 미국 출신의 린지 킬도(21)는 그런 도전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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