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독신의 사랑과 성
중년 독신의 사랑과 성
Sex & Love: The New World 남자는 죽을 때까지 홀몸으로 살 작정이었다.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오하이오주 파르마에 사는 조 저메이너(49)는 “내 인생의 사랑”이라는 제인과 함께 17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왔다. 다이앤 바나(51)는 한 남자와 함께 거의 4반세기 동안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3년 전 저메이너가 두 딸을 데리고 잠깐 쇼핑을 나갔다가 귀가하니 제인이 약물 반응으로 숨져 있었다. “너무나 큰 충격, 악몽이었다”고 저메이너는 말했다. “다른 여자와의 데이트란 생각도 못했다.” 바나 역시 오랜 파트너가 지난해 죽자 애정생활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는 참사랑의 맛을 보았으며, 세상 사람이 모두 그런 행운을 누리지는 못한다”고 바나는 말했다. 법률회사 비서로 일하는 바나는 현재 옴스테드폴스(오하이오주)에서 산다. “내겐 좋은 직장과 좋은 친구들, 다양한 취미가 있었으며 성에 차지 않는 남자를 붙들고 주저앉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년의 사랑에는 놀랄 일이 수두룩하다. 어디 한 번 보자. 1946~64년에 태어난 미국인 7770만2865명은 섹스·마약·로큰롤 시대에 성인이 됐다. 마약과 로큰롤은 세월이 흐르면서 매력을 잃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첫 주자가 올해 만 60세가 되는 현 시점에서 섹스와 남녀관계는 여전히 맨 앞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전의 40~60대에 비해 홀로 살아가는 베이비부머가 많기 때문이다. 미 인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45~59세 성인의 28.6%(16.6%는 이혼자이고, 2.9%는 사별자이며, 9.1%는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었다)가 짝 없이 살았다. 1980년의 18.8%와는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싱글족의 상당수는 열심히 짝을 찾는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최근 조사에서는 베이비부머 싱글족의 최대 70%가 정기적으로 데이트를 즐긴다고 응답했다. 40~59세 베이비부머 중 남성의 45%와 여성의 38%는 적어도 매주 1회 이상 성관계를 갖는다.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동성연애자들이 그 같은 사회적 관계의 발전 형태를 주도했다. 그러나 2006년의 베이비부머들은 전혀 다른 사안에 맞닥뜨렸다. 동성연애자든 이성연애자든, 그들은 자식들에게 끼칠 영향을 걱정한다. 특히 늦둥이를 보게 될 경우에 그렇다. 스물세 살짜리 아들이나 딸의 양해를 얻기는 쉬워도 집안에 미취학 아동을 놔둔 채 데이트하고 돌아다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의 잭 니컬슨과 누드로 나온 다이앤 키튼, (마침내 합쳐진) 찰스와 카밀라 커플 등 중년의 섹스 이미지가 대중문화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아홉 차례나 이름을 올린 연애소설가 수전 엘리자베스 필립스는 나이 먹었지만 정열적인 커플을 작품에 자주 등장시킨다. “현재 집필 중인 작품에서는 이제 늙어버린 왕년의 록스타와 한때 열성팬이었던 여성 간의 사랑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와 나란히 부차적으로 전개된다”고 말했다. “둘 다 50대 초반이다.” 현실세계에서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여색을 밝히는 믹 재거(62)가 있다. 1970년대에 ‘행로’(Passages)로, 1991년에는 갱년기를 소재로 한 ‘침묵의 행로’(The Silent Passage)로 인생 여정의 정의를 내렸던 작가 게일 쉬히가 새 작품을 내놨다. ‘섹스와 완숙한 여인’(Sex and the Seasoned Woman)은 50세 이상의 여성이 “성욕이 강하고… 인생경험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한 세대 전에는 늙은 싱글족이 사랑놀이에 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쉰 살이면 집에서 손자 재롱이나 받아야 했다”고 워싱턴 대학의 사회학자 페퍼 슈워츠(59)는 말했다. 두 차례 이혼한 베이비부머 싱글족 페퍼는 ‘천생배필 찾기’(Finding Your Perfect Match)라는 책을 냈다. 베이비부머는 “어떤 짝을 원하는지 생각이 확실하고 그 짝을 찾아다니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고 슈워츠는 말했다. 이런 싱글족의 각종 수요에 부응하는 새 산업이 발달 중이다. 발기부전을 돕는 알약과 베이비부머의 좀 더 향상된 스타일 감각에 맞게 만들어진 섹스 노리개(베이브랜드의 판매부장 레베카 수전의 말에 따르면 고품질의 실리콘) 따위다. 미국 전역의 헬스클럽들은 베이비부머들을 유치하려고 무리하지 않는 운동법을 가르치는 강습반을 편성한다. 몸매가 괜찮은 파트너를 만나고픈 염원에서 흐물흐물한 허벅지와 물렁배를 좀 단단하게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베이비부머들은 성적 매력을 드러내려 애쓴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 즐기려 한다”고 작가 헬렌 걸리 브라운(83)은 말했다. 브라운이 쓴 ‘섹스와 독신녀’(Sex and the Single Girl, 1962년)는 여성의 역할과 성욕을 공개적으로 논하는 새 시대를 연 바 있다. “섹스란 어느 연령대에서나 매우 즐거운 활동”이라고 브라운은 말했다. “젊은 사람만 독차지할 이유가 있는가?” 정말 그렇다. 베이비부머들은 보통 재래식 방법(친구·이웃·친척의 소개)으로 만남의 기회를 잡지만 온라인 이용자도 느는 추세다. Match.com의 최고경영자 짐 새프카는 50세 이상 고령자가 자사 사이트에서 가장 빨리 늘어나는 이용자 집단이라고 말했다. 2000년 이래 300% 증가했다. PrimeSingles. net 같은 일부 사이트는 50세 이상의 고령자만 전문으로 상대한다. 그밖에도 종교(기독교인용 BigChurch.com과 유대인용 Jdate.com), 성적 취향(게이 전용 OurPersonals.com) 등으로 특화해 베이비부머를 유치하는 사이트들도 있다. “25년 전만 해도 대부분 친구 소개로 사람을 만났다”고 가족 역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에버그린 스테이트 칼리지(워싱턴주)의 스테파니 쿤츠는 말했다. “40대와 50대는 술집에서 얼쩡거리기를 원치 않는다. 이제는 수없이 많은 싱글족 또래들이 우글대는 곳에 접속할 수 있다.” 인터넷 덕분에 저메이너는 다시 데이트를 하게 됐다. 아내가 죽은 지 2년 반 세월이 흐르자 “다시 사람 사귈” 생각이 들었다. “여인의 단맛과 살결이 그리웠다.” 그러나 술집이나 클럽에 가기는 거북스러웠다. “나는 20대 청춘이 아니라 40대다. 게다가 선수였던 적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 꼬이는 일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중 대학시절의 옛 애인 생각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Classmates.com에서 그 애인을 찾았다. 두 사람은 e-메일을 교환하면서 둘 다 배우자를 잃었을 뿐 아니라 그밖에도 공통된 체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 달 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불꽃이 튀면서 서로 이끌렸고, 매우 열정적인 주말을 보냈다”고 저메이너는 말했다. “너무 자연스럽다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 한쪽에서는 ‘우리가 옛날에 끝났던 곳에서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답은 ‘아니오’로 판명났다. 그 나이의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이 저메이너는 남은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찾았다. 그러나 베이비부머들 중에는 굳이 한 사람에게 만족해 주저앉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 많다. 40~50대 미국 여성들은 전세대의 어느 중년여성들보다 교육수준이나 생활수준이 높다. 그래서 데이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자신의 인생을 한 남자에게 걸고 싶어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AARP 조사에서 교제의 첫째 목적이 동거남이나 남편감 찾기라고 대답한 여성은 14%에 불과했다. 남자의 경우는 22%였다. ‘독신녀 연애 안내서’(Flings, Frolics and Forever Afters: A Single Woman's Guide to Romance)라는 책을 다른 사람과 함께 쓴 대학교수 캐서린 채덕(58)은 일주일 스케줄이 빼곡하다. 본업, 작가 모임, 독서클럽, 대학 기숙사에서 집에 들르러 오는 자녀 맞이하기, 남녀 혼성 테니스 경기, 헬스클럽 등등.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관계는 “시간 조정이 가능한” 연애라고 채덕은 말했다. “집과 직장이 150~300㎞쯤 떨어졌으며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주말마다 만날 사람이라면 꽤 오랫동안 즐길 만하다”고 채덕은 말했다. “그러면 함께 휴식을 취한 다음 집에 돌아와 우리집 고양이와 이야기하는 등 시시껄렁한 짓을 하면서 치아 미백제를 착용한 채 집안을 돌아다녀도 된다.” 아무리 건강한 50세라 해도 25세 시절의 몸매와 경쟁하지는 못하지만 여성들은 나이 먹으면서 따라오게 마련인 처진 살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나머지는 약간의 성형수술로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40대 이상의 여성을 독자층으로 선정한 모어 매거진의 편집장 페기 노스롭은 중년 여성들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처녀 때처럼 몸매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벌거벗은 몸매로 미소 지으면 됐지, 대체 뭐가 문제야?” 베이비부머 여성들의 입장에서 이 같은 중년의 자유는 1970년대의 여권운동이 뜻하지 않게 안겨준 혜택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했기 때문에 많은 여성이 노년기에 외로운 신세가 되리라고 내게 말하곤 했다”고 쿤츠는 말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여성 중에는 그런 사람은 없다.” 40~50대의 독신녀들은 흔히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과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 사람을 많이 사귀어 발이 넓다. “그들은 휴가를 내서 친구들을 만나고 파트너 없이도 보람찬 삶을 산다”고 쿤츠는 말했다.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게임이다.” 시카고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빅토리아 로트먼은 40대 이혼녀의 성공사례로 자처한다. “내게 남자가 많기 때문이 아니다”고 로트먼은 말했다. “사교성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파티를 자주 연다.” 방송 저널리스트인 로트먼은 결혼생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혼녀를 바라보는 종래의 시선은 연옥에 대기하면서 천국에서 내려올 다음 메시지를 기다리는 신세라는 생각이었다”고 로트먼은 말했다. “형편없는 관계에 얽혀 고생하느니 차라리 평생 혼자 살겠다.” 현재로선 열한 살짜리 아들이 로트먼의 인생에서 가장 비중있는 남자다. 그러나 로트먼은 분명 먼 앞날을 생각한다. “언젠가 우리 아들이 청소년이 되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2세가 됐을 때, 그때도 여전히 42세로 보였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80세 노인을 사귈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베이비부머 여성들의 독신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가정 꾸리기가 어려워진다. 변호사에서 컨설턴트로 전업한 세실리아 모워트(45)는 늘 결혼할 생각이었지만 세월이 유수같이 흘렀다. “직장생활 해야지, 봉사활동과 자선활동 해야지, 내 인생을 살아가느라 너무 바빴다. 그러다 보니 개인생활이라는 면에서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려고 했었던지 잊어버렸다”고 모워트는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유로운 생활에 길들여져 그것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는 점은 시인했다. “결혼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모워트는 말했다. “배우자 관계를 유지하려면 매일 노력해야 하고, 보통 수준의 헌신으로는 어림도 없다.” 베이비부머 남성의 경우 이런 달라진 법칙이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변호사 앨런 코피트(53)는 18년 가까이 지속된 결혼생활을 끝낸 뒤 2003년 다시 여자를 사귀기 시작했다. “전에는 남자가 여자한테 전화해 약속을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클리블랜드 교외에 사는 코피트는 말했다. “이제는 여자도 힘 안 들이고 내게 전화해 만날 생각이 있는지 묻는다.” 그런 변화 덕분에 교제의 균형이 한결 잘 잡힌다고 그는 말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자녀 양육 때문에 이혼 후 사회생활을 희생하는 쪽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코피트는 많은 이혼남이 그렇듯이, 데이트를 할 경우 일주일에 4일 밤을 자기 집에서 보내는 두 딸(16세, 12세)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늘 생각한다. “아빠로서의 책임에 맞춰 데이트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메이너는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줄 잘 알면서도 옛 애인과의 관계를 되살려보려고 애썼다. “머리보다 성욕을 앞세운 바보짓”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생활에 바빴고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았다. 제대로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연락을 끊었다. “끔찍했다”고 저메이너는 말했다. 40대에 실연당하면 상처가 아무는 데도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사랑을 원했고, 몇 달 뒤 ‘eHarmony.com’에 가입하면서 가입비를 내는 마당이니 진지하게 사귀고픈 마음이 없는 여자는 미리 “솎아지리라”고 생각했다. 몇 주 동안 e-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마침내 가능성이 보이는 여인을 찾았다. 그 여인은 고전음악을 좋아하고 자전거 타기와 공원 산책을 즐겼으며, 자기 아이들과 나이가 비슷한 두 자녀가 있었다. 또 자기처럼 사무실 근무자였으며 최근 이혼했다. 단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열 살 연하라는 사실이었다. 과거 세대들에게 연령차는 항상 남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여자는 곤란하지만 남자는 연하와 쉽게 사귄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저메이너가 곧 깨닫게 되듯 이제는 그 법칙이 바뀌었다. 저메이너와 연하녀는 첫 만남에서 눈이 맞았다. 여자의 40회 생일날까지 “더딘 걸음으로 천천히” 진도가 나갔다. 그는 여인에게 장미 40송이를 선물했고, 오래 기다린 “보람”을 얻었다고 말했다. 정열이 불타는 뜨거운 밤들은 그렇게 시작됐다. 천국이라고?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죽을 맛이었다”고 저메이너는 말했다. “난 밤 늦게 깨어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좀 더 조용하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던 옛 생활방식이 그리워졌다. 연하녀는 자기 아이들과 함께 해마다 가는 캠핑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무렵 두 사람의 관계는 시들해졌다. “그 여자는 좀 더 젊고 쾌활한 남자가 필요했다”고 저메이너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반죽음 신세라 휴식이 필요했다.” 40~50대 여성들은 젊은 미인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늙은 남자들과 같은 이유로 연하남과의 관계를 꿈꾼다. 말하자면 단순하고 온전한 욕망 때문이다. 그러나 성별의 반전이 묘한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 ‘섹스&시티’에 나온 적극적인 홍보 전문가 사만사 존스와 귀여운 연하남 스미스 제로드의 색다른 연애를 생각해 보자. 여자는 연하남의 직장생활을 지도하고 자신의 체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해주며, 남자는 연상녀가 암과 싸울 때 동정심과 충성심을 바친다. 그는 유별나게 훌륭한 애인이었다. 현실세계로 돌아와, 사만사역을 맡은 배우 킴 커트랠(49)은 연하남 앨런 와이즈(27)와 교제 중이다. 와이즈는 요리사인데 커트랠은 그를 가리켜 애늙은이라고 말했다. “스물일곱 살짜리 애송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그는 요리의 세계에 살며, 요리를 하다 보면 남을 돌보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커트랠은 드라마에서 성적 모험을 무릅쓰는 배역을 연기했던 터라 또래 남자들과 관계를 맺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사만사와 경쟁하려 든다는 생각이었다. 연하남 같으면 사만사를 이기고야 말겠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법이라고 커트랠은 말했다. “정말 즐거운 일은 그에게 나의 세계를 보여주고 어떤 것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마음이 열려 있다.” 커트랠은 얼마 전 와이즈에게 옛날 영화 ‘해롤드와 모드’(1971년)를 소개했다. 스무 살 청년과 70대 할머니의 특별한 관계를 다룬 영화였다. 그는 물론 재미있어 했다. 그러나 연하녀와 사귀는 남성들은 가정을 꾸리려면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시카고에 사는 화공 엔지니어 짐 빅스비(46)는 비록 대도시에서 살지만 여자 만나기가 힘들어서 약 1년 전부터 온라인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2005년 상반기에 여섯 여인과 열여덟 번쯤 데이트를 했다. “너무 흥분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다가 문득 현실에 눈을 떴다. 어느 순간 저질 DNA만 만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고 “문제”가 많은 여자가 상당수였다. 한 여자는 일상 대화를 나눌 때도 계속 욕설을 해댔다. e-메일을 교환하던 한 여자는 미국에 올 수단을 찾는 폴란드 여자였다. 앞날을 생각하면 스물네 살짜리 처녀와 데이트하는 환갑 노인네보다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런 노인네는 역겹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제약업계 덕분에 남성이 늙으면서 겪는 성기능 쇠퇴 현상이 사라진다. 발기부전에 걸리는 남성의 비율은 나이와 함께 급격히 증가한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유사 제품들이 나오면서 남성들이 활발한 성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그 때문에 여성들이 엉뚱한 골칫거리를 떠안게 된 사실이라고 노스웨스턴 대학 산부인과 교수이자 생식보건전문가협회 이사로 일하는 의사 리 슐먼은 말했다. “남성의 성기가 36시간 동안 발기해 있으면 여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성교시 통증을 느끼는 여성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고 그는 말했다. “여자는 남자를 좀 떼어놓으려고 주로 오럴섹스로 해결하려 들 수도 있지만 남자란 결국 피스톤 운동을 원하는 법이다.” 이 문제의 해법은 질 윤활제와 보습제, 그리고 섹스를 즐기는 몸 상태를 원하는 여성의 경우 국소 에스트로겐 요법이 가능하다. 조 저메이너가 짝을 찾는 동안 다이앤 바나 역시 시험적으로 데이트를 시작했다. 온라인 교제를 시험해봤지만 “소름 끼치는” 체험만 했다. 한 남자와 너무 오랜 세월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던 탓에 새로운 법칙이 무섭게만 느껴졌다. 전화는 누가 먼저 걸어야 하나? 저녁식사비는 누가 내나? 요즘도 세 번의 데이트 법칙이 통하나? 콘돔은 누가 준비하나? 그리고 (아주 미묘한 문제로) 그 어떤 남자에게 에이즈 검사를 받았느냐고 어떻게 물어보나? 마지막 문제를 제외하고 나머지에는 딱히 지침이 없다고 협회 소속 칼럼니스트인 에이미 디킨슨(46)은 말했다. 다만 각자의 성 편력은 구체적으로 의논하라고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함께 에이즈 검사를 받는 일은 옛날로 치면 졸업반지를 교환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본인 역시 편모인 디킨슨은 말했다. 그러나 바나는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 “아이고 맙소사.” 바나는 신음을 내질렀다. “가슴 떨려 죽겠군.” 베이비부머 독신자들이 정기적 성생활을 하지만 AARP 조사에 따르면 항상 예방조치를 하는 사람은 39%에 불과하다. “걱정스러운 수치”라고 AARP의 연구실장 린다 피셔는 말했다. 1990~2004년 사이 50세 이상의 에이즈 환자 수는 1만6288명에서 11만4981명으로 일곱 배 늘었다. 여기에는 그 전에 에이즈에 걸렸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덕분에 살아남은 사람도 포함됐다. 그러나 노화와 에이즈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신규 감염 문제가 통계에 나타난 수치보다 더 심각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많은 베이비부머는 단지 섹스가위험하다는 의식이 없다. 에이즈라는 전염병이 등장하기 전에 성인이 됐으며, 파트너와 함께 콘돔 사용이나 에이즈 검사 문제를 논의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사실 50세 이상의 여성은 질벽이 얇아져 쉽게 상처가 나기 때문에 이성과의 성행위를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새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군이며, 나이 든 여성들의 신규 감염 수치도 급상승한다. 1988~2000년 50세 이상 여성의 에이즈 감염 건수는 8.9%에서 15%로 거의 두 배 늘었다. 저메이너의 연하녀는 어느 날 평소 점심을 함께 먹는 바나에게 저메이너 이야기를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나는 흥미를 느꼈다. “그곳에서 나 혼자 자기 자식들을 돌보고 열심히 일하는 내 나이 또래의 정말로 근사한 남자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사람을 두고 누구는 따분하다고 말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그 따분함을 일부 내게 넘기시지. 너무나 완벽한 사람 같았다.” 두 사람이 나쁜 감정으로 헤어지지는 않았기에 연하녀는 매파 노릇을 하기로 동의하고 바나의 사진을 저메이너에게 e-메일로 부치면서 혹시 만나 볼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이 왔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금 저메이너와 바나는 진지하게 사귀는 중이다. “아주 좋은 사람이고 좋은 남자이며 내 마음이 아주 편하다”고 바나는 말했다. 세 번의 데이트 법칙? 전혀 문제가 안 됐다. “우리 나이에 섹스할 기회가 생기고 파트너가 마음에 들면 세 번 데이트 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어디 있나? 그냥 하면 되지.” 바나의 말이다. 저메이너도 나이는 장벽이 될 수 없다고 동의했지만 40, 50대의 바쁜 인생살이가 교제에 또 다른 긴장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인생살이 그 자체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그는 말했다. “대체로 일자리가 확실하고 장시간 열심히 일하며, 자녀와 가족을 향한 의무가 있고, 그밖에도 일반적 의무가 있다.” 그가 교제를 시작하자 딸들이 처음에는 심란해 했다. 아빠가 자기들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주지 않을까봐 하는 걱정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이 잘 풀렸다고 한다. 바나는 성년인 자기 아들은 엄마가 다시 교제를 시작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속으로는 오히려 좋아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마 ‘엄마를 돌보는 부담을 덜었다’고 생각했을 성싶다”고 바나는 웃으며 말했다. “녀석이 내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안다.” 현재의 바나는 그렇게 행복하다. With JOAN RAYMOND, KAREN SPRINGEN, PAT WINGERT, ANNA KUCHMENT and RAINA KELLEY 최한림 parasol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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