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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한국의 부자들] 명품 온돌 아파트로 카자흐스탄서 성공

[2007 한국의 부자들] 명품 온돌 아파트로 카자흐스탄서 성공

▶1939년 경기도 고양 生 · 65년 국민대 경제학과 졸업 · 68년 공인회계사 · 90년 동일주택 대표 · 99년~ 동일토건 회장

카자흐스탄 부자들은 어떤 아파트에서 살까. ‘하이빌’이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국내 86위 부자의 위치에 오른 고재일(68) 동일토건 회장은 얼어붙은 국내 건설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명품 온돌아파트로 보란듯이 성공했다.
‘2007 한국의 부자들’에서 1,908억원의 재산으로 86위에 오른 고재일 동일토건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그는 주말도, 휴가도 반납한 채 성공을 향해 달려왔다. 고 회장은 국내 100위 안의 거부가 된 지금도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집무실은 4평 규모 정도밖에 안 된다. 게다가 그는 지갑 속에 공중전화 카드를 항상 꽂고 다닌다. 휴대전화는 통화료를 아끼려고 대부분 받을 때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고생한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무척 고생하며 살아왔습니다. 10세 때 아버님을 여의고 12세 때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유일한 버팀목이셨던 어머니마저 17세 때 세상을 떠나셨죠. 슬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온통 살아남기 위한 생각뿐이었으니까요. 그런 생존력이 경영을 하면서도 은연중에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고 회장은 지금도 소나무를 보면 남다른 상념에 빠지곤 한다. 소나무 껍질을 벗기면 연한 속살이 드러난다. 그게 바로 굶주림에 지쳐 있던 어린 고재일의 배를 채워 주던 식량이었다. 구두닦기·신물팔이 등 산전수전 다 겪은 고 회장이 건설회사와 인연을 맺은 것도 10대 후반에 공사판에 나가 등짐을 지면서부터였다. “18세 때쯤이었습니다. 온갖 궂은 일을 하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던 때라 경기고나 서울고 배지를 단 또래들이 그렇게 부럽더군요. 예민한 때라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겠죠. 오기가 생겨 서울의 한 검정고시 학원에서 1년간 공부한 후 국민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배워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려움을 무릅쓰고 대학에 다닌 거죠. 학비를 벌기 위해 공사판에서 계속 등짐을 져야 했습니다.” 이렇게 대학을 졸업한 고 회장은 1965년에 회계사 시험을 준비한다. 변변한 수입이 없던 터라 그때도 계속 공사판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3년 만에 마침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솔직히 제게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집안이 넉넉한 것도, 머리가 뛰어난 것도, 그렇다고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살기 위해서는 입술을 깨물고 매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69년에 회계사 사무실을 차린 고 회장은 20년간 ‘부지런한 회계사’란 소리를 들으며 일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89년에 고 회장은 “더 늦기 전에 그동안 정말 하고 싶었던 건설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의식주 중에서 ‘의’와 ‘식’은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있었죠. 하지만 ‘주’에는 아직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정말 좋은 집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고 회장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일물산이란 건설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시작한 까닭에 곧 어려움에 직면했다. 94년 회사는 부도위기에 몰렸다. 고 회장은 직원 두 명만 남기고 모든 사업을 정리했다. “수요를 따져보지 않고 무턱대고 집만 짓다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95년에 고 회장은 성내동 단칸방에 사무실을 차리고 동일토건으로 이름을 바꿔 새출발했다. 이번에는 아파트 사업에 도전했다. 두 번 실패하지 않으려고 준비를 철저히 했다. 시장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사업을 진행했다.

부지런한 회계사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수요가 있는 곳을 찾은 다음 그곳에 입주할 만한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의 아파트를 건설했다. 동일토건의 차별화 전략은 적중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최초로 지상에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를 만들었고, 입주자들이 모임을 갖거나 파티를 열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와 PC · DVD ·노래방 시설을 갖춘 미디어 센터까지 선보이며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화제만큼 실적도 뒤따랐다. 97년 42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05년 5,289억원, 2006년 5,75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순이익은 2005년 307억원, 2006년 548억원이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으로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 건설업계에서 이만한 실적이면 ‘거침없는 하이킥’이다. 동일토건이 질주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성장동력은 해외 진출이다. 고 회장은 요즘 틈만 나면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간다. 이곳 수도 아스타나에 건설 중인 하이빌(Highvill) 아파트 단지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동일토건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카자흐스탄에 진출했다. 고 회장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한 때는 이보다 훨씬 앞선 2000년부터였다. 앞으로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돼 건설업체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리라고 예견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판단한 고 회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 국가로 눈길을 돌렸다. 직원들에게 말레이시아 · 베트남 · 중국 · 싱가포르 · 카자흐스탄 등에 대한 철저한 시장조사를 지시했고 결국 카자흐스탄을 선택했다. 고 회장은 카자흐스탄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정부가 보장하는 계약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매장된 원유가 미국의 세 배에 이를 정도로 자원대국인 데다, 최근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동일토건이 진출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고 회장은 카자흐스탄을 베이스 캠프로 삼아 우크라이나 · 우즈베키스탄 등 인구가 3억 명에 이르는 인근 CIS(독립국가연합)까지 진출할 생각이다. “카자흐스탄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신흥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건설업체로서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부자들이 많아지면 고급 주거단지에 대한 수요가 늘게 마련이죠. 이럴 때 국내에서 축적한 건설 기술로 최고급 아파트를 지어 팔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이빌’은 카자흐스탄의 최고급 브랜드 2005년 카자흐스탄에서 첫 삽을 뜬 동일하이빌은 2년이 지난 지금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동일하이빌은 아스타나에 있는 대통령궁 인근의 경제특구 ‘마 기스트랄’가 12번지 6만여 평 부지에 40개 동 3,000여 가구를 짓고 있다. 동일하이빌은 이 단지를 6차례에 걸쳐 분양한다. 1차 분양은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2차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2010년에 완공될 6단계 공사를 무사히 마치면 고 회장의 10억 달러짜리 카자흐스탄 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이제 카자흐스탄 사람들도 ‘하이빌에 산다’고 하면 모두 부러워할 정도가 됐습니다. ‘하이빌’이란 브랜드의 아파트에는 카자흐스탄의 최상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고 회장은 하이빌이 카자흐스탄에서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로 자리 잡은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저는 평생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한 사람입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건설업으로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야죠.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도 생존을 위해섭니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집니다. 가만히 앉아 어려움을 겪기보다는 작은 가능성만 보인다면 힘들더라도 새로운 시장을 찾아 자꾸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성공은 도전하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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