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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학교 / 삼성전자에만 공학박사 30여명

코넬대학교 / 삼성전자에만 공학박사 30여명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코넬대는 뉴욕주에서 컬럼비아대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이다. 코넬대는 전형적인 대학촌을 이루고 있어 공부밖에 할 일이 없다는 점에서 자유분방함을 중시하는 컬럼비아대와는 학풍이 다르다. 캠퍼스는 더없이 아름답다.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시러큐스에서도 100㎞ 이상 떨어진 코넬대는 두 개의 호 수를 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스탠퍼드, 프린스턴, 듀크대와 함께 아름다운 캠퍼스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코넬은 ‘공부를 너무 많이 시켜’ 미국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다소 떨어진다. 반면 유학생 모집은 적극적이어서 한국 학생들도 다수 재학하고 있다. 특히 코넬에 유학생이 몰리고 있는 이유는 이 대학의 외국인에 대한 풍부한 장학금 지원이다. 미국 내에서 유학생에게 가장 많은 장학금을 주는 대학으로 꼽힌다. 1865년에 설립된 코넬대는 주립과 사립이 공존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코넬대가 뉴욕주 정부의 후원을 받아 몇 개의 단과대학을 설립하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주립으로 간주되는 대학은 농대, 인문대, 인간생태대학, 산업-노동관계대학 등 4개 대학이다.


코넬대학교

구분: 사립대
개교연도: 1868년
소재지: 미국 뉴욕주 이타카
교수 1인당 학생수: 9명
장서: 611만 권
학교 특징: 코넬은 ‘공부를 너무 많이 시켜’ 미국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다소 떨어진다. 반면 유학생 모집은 적극적이어서 한국학생들도 다수 재학하고 있다.
한국 동문: 코넬대를 나온 국내 동문은 1000명에 육박한다. 송상현 서울대 법대 교수와 함태용 장은공익재단 이사장, 양윤세 전 동력자원부 장관, 최기곤 한국가구 회장 등이 코넬대의 1세대 유학생들이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는 경영대학원 유학생이 많았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과 서경배 태평양 사장, 이종철 풍농 대표, 이만수 호텔신라 상담역(전 대표이사 사장) 등이다.
이들 주립 단과대학들은 등록금도 주립대 수준으로 나머지 사립 단과대학들에 비해 거의 절반의 학비만으로도 졸업할 수 있다. 코넬대가 자랑하는 단과대학은 단연코 공대와 호텔관광대다. 전국적인 시설을 자랑하는 컴퓨터학과와 건축공학 등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텔관광대 역시 코넬 최고의 단과대학이다. 1990년대 초반 미국의 대학 랭킹제가 실시된 후 코넬의 호텔관광대는 한 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다. 최고 명문대학으로서는 드물게 호텔관광학과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있으며 자체에서 호텔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풍부한 실습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분야에서는 로리무어(Lorrie Moore), 토머스 핀천(Thomas Pynchon) 등 쟁쟁한 작가들을 배출한 영문학과가 첫손으로 꼽힌다. 농대도 미국에서 최고 수준으로 이 계통에 투자하는 대학이 드문 동북부지역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넬대의 교수들 중에는 카리스마적인 개성을 가진 학자들이 많다. 학생들이 이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이들 괴짜 교수들은 학점에도 인색해 이들로부터 A학점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불평이 나오기도 한다. 코넬은 기숙사 시설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 이는 이 대학의 자랑인 호텔관광학과 덕분이기도 하다. 전 학생의 82%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기숙사의 음식은 전 미국 대학 중에서 최고로 알려져 있다. 매끼 보통 20가지 이상의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

코넬대가 위치한 뉴욕주 이타카는 특별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라고는 거의 없는 소규모 읍 단위 도시다. 이곳에서의 유학은 벽지생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넬의 건물 중에는 중세유럽의 성을 본뜬 것도 많으며 이들이 호수를 끼고 늘어선 모습은 방문자들이 넋을 잃을 정도다. 집중해서 공부하기에는 최고의 대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근에는 면적이 제주도와 비슷한 2개의 대형 호수가 있어 보트를 타거나 낚시를 하기에도 그만이다. 코넬은 1872년부터 여학생들을 받아들여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남녀공학이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재원을 배출한다’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타카에 있지만 1898년 설립된 Weill의과대학만은 뉴욕시 맨해튼에 자리 잡고 있다. ‘코넬 마피아’란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동문들이 미국 호텔업계를 장악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전 세계 관광업계 요직에 1만여 명의 동문들이 포진해 있다. 전 세계에 호텔 체인을 갖고 있는 포시즌호텔 존 샤프 회장이 1965년 이 학교 졸업생이다. 메리어트 호텔 체인은 오너 가문이 코넬대 호텔 경영학과를 나온 덕택에 졸업생들이 곳곳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고품격 호텔체인인 브리스톨 호텔의 피터 클라인 회장, 미라지 호텔 댄 리 부사장, 애틀랜틱시티 시저스 호텔 오드리 오스웰 수석부사장 등이 코넬의 호텔관광대를 졸업했다. 북미에서 10번째 규모 안에 드는 코넬대의 19개 부속도서관에는 713만5881권의 각종 도서와 794만9515점의 마이크로 필름 자료 및 CD를 포함한 40만여 점의 시청각 자료가 소장돼 있다. 코넬대는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학생 수가 많은 편에 속한다. 매년 6000명 이상의 신입생을 받고 있는데 지원생 수는 3만 명을 넘는다. 신입생의 평균 SAT 점수는 1270∼1460점. 신입생의 82%가 고교성적 상위 10%였다. 신입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학과로는 경제학, 생물학, 농학 등이며 약 5%가 호텔경영학에 지원한다. 코넬대를 나온 국내 동문은 1000명에 육박한다. 송상현 서울대 법대 교수와 함태용 장은공익재단 이사장, 양윤세 전 동력자원부 장관, 최기곤 한국가구 회장 등이 코넬대의 1세대 유학생들이다.

국내 동문 줄잡아 1000여 명 공대와 법대, 경영대 중심으로 100여 명이 유학하면서 2세대를 형성했고 이들은 1970년대에 유학한 그룹이다. 안규홍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전홍택 KDI 부설 공공투자관리센터 소장, 엄봉성 케이아이비넷 대표, 포항공대 백성기 교수가 그들이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선 경희대 교수, 최홍림 서울대 동물자원학과 교수 등은 80년 전후로 유학한 2.5세대 그룹이다. 1980년대 중후반에는 경영대학원 유학생들이 많았다. 이들을 코넬대 동문의 3세대그룹으로 분류한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이종철 풍농 대표, 이만수 신라호텔 상담역(전 대표이사 사장) 등이다. 그 유명한 코넬의 호텔관광대 출신으로는 배선경 W서울 워커힐 부총지배인이 있다. 호텔업계 첫 여성 부총지배인으로 1996년 마이크로네시아와 한국의 하얏트호텔 마케팅을 관할하는 지역매니저로 호텔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2003년 1월부터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과 인연을 맺고 활동하다 8년여 만에 부총지배인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W서울 워커힐 부총지배인에 임명돼 또 한번 화제를 뿌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상무도 코넬 호텔관광대 출신으로 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이사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 입사한 조 상무는 2005년 상무보에서 1년 만에 기내식사업본부장인 상무로 승진했다. 이만수 신라호텔 상담역은 호텔관광학과 출신이 아니라 경영학을 전공했다. 경제계 인사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이종철 풍농·양주컨트리 대표이사, 이상민 시안 레스토랑 사장, 박철준 베인 앤 컴퍼니 대표, 최훈학 한국가구 사장, 조철용 동우해운 사장,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경제학박사), 오태영 루이스독 대표이사 등이 있다. 코넬 출신 공학박사들은 삼성전자에만 약 30명이 근무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1985년에 코넬에 유학,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코넬 경영대학원의 이름은 ‘존슨 스쿨’이다. 존슨 스쿨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한 노력과 함께 여성과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도 각별하다. 오래전부터 학생 선발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해왔다. 무엇보다 여성과 소수 인종의 입학이 쉽도록 적극 배려한다. 이들의 입학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다. 존슨스쿨 출신의 한국 동문은 70~80명 정도다. 서경배 사장 외에도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인 김정 삼남석유화학 부사장이 있다. 김 부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86년 존슨스쿨에서 MBA 취득, 뱅커스트러스트은행 부지점장을 거쳐 1997년 삼양사에 입사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도 존슨스쿨의 동문이다. 차 사장은 코넬대 존슨스쿨과 인디애나대 로스쿨까지 마치고 1985년 미국 P&G에 한국인 최초로 입사했다. 차 사장은 98년 P&G·쌍용제지 사장으로 출발해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지난해 1월 LG생활건강 사장으로 부임했다. 요즘 그는 LG그룹에서 가장 주목 받는경영자로 떴다. 그가 2005년 1월 취임한 이후 LG생활건강은 영업 이익이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주가는 3만원대에서 11만원대로 올랐다. 매출액은 1조원 시대를 개막했다. 2년 전만 해도 LG그룹 내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던 LG생활건강이 효자로 급변신한 셈이다. 구본무 LG 회장이 직접 영입했다는 ‘차석용 효과’다.

▶ (위에서 왼쪽으로)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배선경 W서울 워커힐 부총지배인, 송상현 서울대 교수, 안규홍 KIST 박사, 강충식 대검 부장

이호진(45) 태광산업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코넬대 MBA를 받고 뉴욕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회장은 국내 재계 순위 38위이자 계열사만 52개를 거느린 태광그룹의 오너다. 부인은 신격호 롯데 회장의 동생인 신선우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맏딸인 신유나씨다. 비료제조업체 풍농의 이종철 사장과 IT소재 전문업체 SSCP의 오정현 사장도 이곳 경영대학원 출신이다. 최훈학 한국가구 사장도 부친에 이어 코넬 동문이 됐고 1994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장기신용은행 회장 출신인 함태용 장은공익재단 이사장이 존스스쿨 출신. 서울대 공대 졸업 후 코넬에서 대학원을 수료하고 장기신용은행 은행장을 거쳐 명예회장까지 지냈다. 법조계에는 작년 12월 코넬 동문회장에 선출된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겸 대한변협 사무총장이 있다. 그는 해상법을 전공한 국내 2호 외국 박사다. 박병대 대법원 기획조정실장, 박홍우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조희대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코넬 출신이다.
이영희 교수 등 학계서 맹활약 박병대 대법원 기획조정실장은 사시 21회로 서울고등법원 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06년 1월부터 법원 행정처 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깡마른 체구의 ‘딸깍발이’ 이미지인 조대희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도 개혁적 마인드의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2003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재직 시절 명의신탁과 관련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조 판사는 판결문에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 명의신탁자에게 민사상의 구제를 허용하면 부동산 실명제에 심각한 훼손이 초래된다. 법원은 명의신탁자가 구하는 어떤 민사상 청구에도 협력을 거부해야 한다”며 명의신탁을 악용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강충식 대검 마약조직범죄 부장, 정현수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종훈 법무법인 대륙 파트너변호사, 김명진 변호사, 임한흠 법무법인 마당 대표변호사, 이진우 변호사, 한민 김앤장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 등도 코넬대에서 수학했다. 정현수 부장판사는 최근 화제의 판결을 내렸다. 증권전문가 행세를 하며 수십억원을 가로챈 사기범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형이 무겁다”며 항소하자 2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임한흠 변호사는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코넬대 법대에서 장기 연수 교육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법무법인 마당은 지적재산권 분야의 특화된 업무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는 권장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이기춘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권영혜·황금택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영희 인하대 법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권태헌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 전홍택 KDI 전 부원장, 진영환 국토연구원 전 부원장, 최홍림 서울대 농생대 교수, 여정성 서울대 생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신형식 전북대 교수, 김주연 홍익대 산업미술과 교수, 강신일 연세대 공대 교수 등이 활동하고 있다. KAIST 권장혁 교수는 항공우주과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 이기춘 교수 역시 소비자 아동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영희 인하대 법대 교수는 한나라당의 초대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맡아 당의 싱크탱크를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코넬대에서 학위를 딴 적은 없지만 1987년부터 약 1년 간 코넬대 법대에서 객원연구교수를 지냈다. 인하대 법정대 학장을 역임했고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현)을 맡는 등 시민운동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주연 교수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시카고예술학교대학원 실내건축대학원에 진학했다, 1991년 코넬대에서 실내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다. 강신일 연세대 교수는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고려대 학부를 졸업하고 연세대 교수가 된 보기 드문 케이스다. 나노산업 분야를 연구하면서 항상 최고의 연구성과를 내는 교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잊을 수 없는 나의 모교


“아름다운 캠퍼스, 정다운 동문들의 대학” 김현 대한변협 사무총장

▶ 약력 1956년생, 서울대 법대, 코넬대 법학석사, 워싱턴대 법학박사,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대한변협 사무총장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코넬대를 지망했다. 서울대 대학원 시절 송상현 지도교수께서 코넬대에서 국내 첫 번째 법학박사 학위를 받으셨기 때문이다. 송 교수님의 추천서 덕분에 필자가 코넬 로스쿨에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유학하게 됐다. 도착해 보니 100여 명의 한국인 유학생이 있었는데 매우 친하게 지내면서 열심히 공부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신속히 귀국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코넬은 법학, 경영학, 화학, 물리학, 의학, 건축, 소비자도 유명하지만 특히 호텔스쿨과 농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 유명 호텔의 지배인은 대부분이 코넬 호텔스쿨 출신이라 할 수 있다. 코넬은 뉴욕주 한가운데 있다. 뉴욕시와 버펄로 나이애가라 폭포의 중간 지점에 있는데 빙하 지형이어서 주위에 손가락같이 가느다란 호수들이 많이 있다. 코넬의 작은 공항에 도착하니 은퇴한 코넬 호텔학 교수인 85세의 뱅스 교수가 친절히 맞아 하룻밤을 자기집에서 재워주셨다. 기숙사 방을 안내해 주고 가구와 자동차 구입, 전화 개통, 은행계좌 개설, 장보기 등 정착에 필요한 일들을 자상하게 알려주셨다.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에는 꼭 댁으로 불러 위로해 주셨고 일요일마다 방문해 시내 구경을 시켜주셔서 숙제하기에 바쁜 내가 사양하느라 쩔쩔매기도 했다. 나와 같이 뱅스 교수의 보살핌을 받은 학생이 무려 20명이나 된다고 하니 봉사의 정신이 몸에 밴 분이다. 책 읽는 것을 워낙 좋아하셨는데 만년에는 시력을 상실해 녹음이 흘러나오는 맹인용 책을 듣던 모습이 눈에선하다. 또 송상현 교수의 지도교수인 로스쿨 딘 교수님은 나를 퍽이나 아껴주셨다. 아마도 송 교수께서 워낙 출중하셨으므로 그 제자인 필자까지 덩달아 총애하신 것 같다. 이만수 신라호텔 사장, 권태헌 포항공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박원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안규홍 KAIST 교수 등이 당시 자주 어울리던 분들이다. 필자의 기숙사 옆 건물에는 농대 대학원생이던 서울대 농생대 최홍림 교수가 살았는데 최 교수는 아침마다 가방을 둘러메고 나들이를 가곤 했다. 방학이긴 하지만 참 한가롭구나 생각했는데, 최 교수는 아침마다 도서관에 가서 면학에 전념하고 계셨던 것이다. 당시 한국에는 대학생들이 메는 가방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최 교수님이 매일 놀러가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코넬 캠퍼스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다 해도 손색이 없다. 학교 안에 계곡이 있고 계곡을 가로질러 흔들다리가 있으며 학교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에 떠있는 하얀 배들은 더없이 낭만적이다. 필자는 1984년 코넬 재학 시절 아들을 낳았는데 미국은 출생지주의이므로 아들이 본의 아니게 이중국적자가 됐다. 18세가 되면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데 아들과 숙고 끝에 한국 국적을 택하기로 하고 현재 군대에 가 있다. 매우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코넬 동문회 회원은 약 800명이다. 양윤세 전 동력자원부 장관, 최기곤 한국가구 회장, 함태용 장은공익재단 이사장, 송상현 국제형사재판관,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 임강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엄봉성 전 재경부 장관 자문관·아이낸스닷컴 회장, 안규홍 KAIST 교수 등이 역대 동창회 회장들이다. 필자는 1991년 귀국한 이래 동창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해 왔다. 총무 5년, 부회장 2년, 수석부회장 2년을 거쳐 2006년 겨울 동창회장을 맡게 되었는데 올해 동창회 홈페이지 완성과 모교에 10만 달러의 장학기금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학기금은 영원히 코넬대 한국동문회 이름으로 남아 있을 것이며 원금에서 생기는 이자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국 유학생들을 도울 생각이다. 연말에 스코튼 심임 총장이 방한할 예정인데 이때 ‘자랑스러운 코넬 동문상’을 제정해 시상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본회에는 최근 경사가 많았다. 송상현 교수님의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당선과 재선, 신희섭 KAIST 교수님의 제1호 국가과학자 임명,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님의 성공적인 기업 경영, 서울대 생활대 교수 27분 중 코넬 동문이 무려 일곱 분이나 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동문회는 한국의 고3학생들이 코넬 학부에 지원할 때 인터뷰해 코넬에 보고하는 일도 맡고 있다. 5년 전 연 50여 명이던 지원자가 작년에 300명을 넘어섰다. 면접자도 열 분이던 것을 사십 분으로 대폭확충했다. 우수한 지원자가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곤 한다. 이 우수한 재원들이 유학 후 귀국해 우리나라의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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