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거품 우려 속 주식 잔치 계속되나
과열·거품 우려 속 주식 잔치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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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중국 상하이 중심부에 있는 인민광장 인근 광동로. 이곳에 위치한 신은만국(申銀万國) 증권사 객장은 흡사 사설 실내 경마장 같았다. 러닝셔츠 차림의 40대, 잠옷 바람의 30대 여성, 객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60, 70대 노인들. 증권사 객장에서 담배까지 피우는 사람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식시세판 옆으로 늘어선 주식 매매용 컴퓨터 단말기 앞에는 50여 명이 한 자리씩 차고 서서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자판을 누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말다툼이 한창이다. 무척 소란스러웠고, 생경한 광경이었다. ‘여기 증권사 객장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호흡을 가다듬고 취재에 돌입했다. 올해만 200% 가까이 오른 상하이 증시 열풍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려는 마음이 굴뚝같이 앞섰다. 중국인들은 왜 주식에 열광하는지, 앞으로는 중국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지, 한국 투자자들이 ‘먹을거리’는 있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택시기사 절반이 주식투자 객장 취재는 쉬웠다. 말 걸기가 무섭게 준비된 듯 열변을 토해내는 구민(股民·주식투자자)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격앙된 모습이었다. 58세라고 밝힌 쩡다밍은 “5월인가 한국 기자가 와서 인터뷰를 했다”며 “내 이름을 신문에서 봤느냐”고 물었다. 그는 “홍콩, 영국, 한국 기자들 다 만났는데, 공산당 말만 믿고 우리 얘기를 안 실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가난한 사람이다. 부자들은 인터넷으로 하지 객장에 안 나온다. 그런데 정부가 자꾸 가짜 정보를 내고, 거짓말을 해서 백성들을 사기치고 있다”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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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떨어져도 객장은 북적 이코노미스트가 상하이 증시를 본격 취재하던 그 시기에, 그곳 증시는 조정장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큰 폭의 하락장이 있었다. 지난 1월 말 정쓰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은 “증시에 거품이 있다”고 경고하자 3일 동안 11%나 주가가 빠졌다. 지난 2월 27일에는 중국 정부의 증시 긴축조치 발표로 8.8%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급반등하면서 5월 말까지 천장을 모르고 상승했다. 5월 29일 중국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3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순식간에 4000대가 붕괴되고 3500대도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내 언론에서는 ‘중국 증시 거품 붕괴설’이 나돌았다. 외신도 이를 뒷받침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중국 증시는 2500포인트를 돌파한 후 거품시대에 진입했다”며 “향후 1년 내에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 정도면 중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6월 초 중국 증시는 세계 언론의 경고대로 움직였다. 7~8%의 낙폭이 연출됐고, 중국 투자자들의 계좌 개설수가 급속히 줄었다. 하지만, 6월 중순부터 상하이의 주가그래프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었다. 중국인민은행의 우샤오링 부행장이 직접 나서 “중국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주식을 보유하라”고 독려하면서 증시 올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후 상하이 증시는 6월 말 4300선을 돌파했다. 다시 고삐가 죄어졌다. 중국 정부는 부실대출을 한 중국 8개 은행에 고강도 제재를 가했고, 과열 양상만 보이면 긴축정책을 예고했다. 20%인 이자소득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유동성 축소를 위해 특별채권을 발행할 계획도 내비쳤다. 금리인상 방침도 나왔다. 주가는 다시 하락했다. 여기가 포인트다. 이때 중국 증시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은 어느 때보다 팽팽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는 “중국 증시가 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때가 바로 상하이 현지에서 기자가 현지 투자자들의 ‘원성’을 생생하게 듣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날 중국 TV는 내내 홍콩반환 10주년 행사로 떠들썩했다. 상하이 거리는 여전히 활기찼고,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자가 상하이 푸둥 중심에 가보니, 이곳에 위치한 108층짜리 진마오 타워 옆에는 110층짜리 건물이 또 올라서고 있었다. 그 주위로 올라가고 있는 고층 건물만 눈에 띄는 것이 17개였다. 마천루 단지였다.
▶불이 꺼지지 않는 상하이. |
변두리 겉도는 국내 증권사 푸둥의 특급호텔인 샹그리라 호텔에서 열린 ‘유망 프리(Pre) IPO(기업공개)기업 설명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500여 명의 투자자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이날 이 행사를 주최한 중국 경제월간지 ‘중국기업가’의 니우웬웬 편집장은, ‘한국 투자자들도 중국의 과열을 걱정한다’는 기자 질문에,“놔둬라”라고 답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20~30년은 더 간다. 경제성장과 증시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정부가 조정하는 것뿐”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중국 증시의 미래는 중국 경제가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중순 올 2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했다. 11.9% 성장. 12년 만의 최고치였다. GDP가 발표되던 그날 중국 증권보에는“현재까지 2분기 순익을 발표한 중국 80개 상장사들의 순익은 82.4%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8월 8일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합해 20조 위안을 돌파했다. 우리 돈으로 약 2500조원이다. 우리나라 시가총액의 2.5배 수준이다. 자연스럽게 ‘중국 과열’ ‘차이나 리스크 오나’ 같은 내용의 내외신이 쏟아졌다. 그러자마자 중국 국가통계국(NBS)의 시에푸잔 국장은 매우 의미 있는 발표를 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상황은 정상적”이라고 단언했다. “성장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것일 뿐 과열은 아니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중국 증시에 대한 ‘두려움’을 접을 때도 됐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 얘기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부실로 전 세계 증시가 혼란에 싸일 때도 상하이 증시는 끄떡하지 않았다. 실제 현장취재를 하며 느낀 것이다. 웬만한 악재는 무시하고 가는 형국이다. 든든한 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제 성장’이다. 텐런차 포티스하이통자산운용사 사장은, 108층짜리 진마오 타워 안에 있는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향후에도 10% 안팎의 고성장을 할 것”이라며 “이제는 중국에 투자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투자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쟌저리 하이통증권 펀드매니저도 “단기적인 악재들은 있겠지만, 장기적인 중국 경제의 성장, 저렴한 위안화, 기업들의 가파른 이익 성장, 중국 금융시스템의 제도적인 완비 같은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낙관적인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시엔얀 상하이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 긴축정책은 유지될 것이지만, 중국 증시의 대세 상승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투자 여건은 어떤가?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는 “우리 금융회사의 보수성으로 인해 중국 진출이 매우 늦은 상태”라고 상하이 푸둥 현지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대표처)라도 두고 있는 국내 증권사는 한화, 현대, 우리투자, 삼성증권뿐이다. 사실상 대륙의 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A주식(중국 증시는 내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A주와 내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B주로 나뉘어 있다. B주는 A주에 비해 상장종목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거래량도 적다)에 투자할 수 있는 QFII(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를 획득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차이나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이 때문에 우량기업이 몰려있는 상하이·선전 증시에는 직접투자를 못한다. 대신 홍콩에 상장된 중국 주식에 투자하거나, QFII 자격을 갖춘 외국 기관투자가가 개설한 펀드에 ‘펀드 오브 펀드’ 방식으로 가입하거나, 투자한도를 일부 배분 받고 있다. 이게 국내 증권사의 한계이기도 하다. 글로벌 투자시대에, 그것도 천재일우의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증시에 제대로 투자조차 할 수 없는 마당에 ‘글로벌 증권사’ ‘동북아 금융 허브’는 마치 헛구호로 들린다. 돈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흐른다. 제대로 된 중국 리서치도 제공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국의 투자자들은 맡겨놓은 펀드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도 모른 채 ‘황금의 땅’ 중국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트위스트 축제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구경만 하고 있는 꼴이다.
현지 한국 증권사들의 초라한 위상 | ||
IMF 탓…상하이 진출 증권사는 단 4곳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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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증시 차명거래 기승 | ||
法보다 투자가 먼저…불법이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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