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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거품 우려 속 주식 잔치 계속되나

과열·거품 우려 속 주식 잔치 계속되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문에 전 세계 증시가 출렁거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예외인 곳이 있다. 중국이다. 나홀로 독주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베이징올림픽을 딱 1년 앞두고 있는 상하이 증시는 어떤 표정일까? 과열 기미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하지만 상하이는 여전히 배가 고픈 듯했다. 정부가 나서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만 주가 상승을 달래기 힘든 지경이다. 아무래도 돈되는 ‘주식 잔치’는 계속될 것 같다는 게 현지 전문가 진단이다. 중국주식 투자법과 중국에서 떠오르는 투자유망 샛별기업도 같이 소개한다.
지난 7월 초 중국 상하이 중심부에 있는 인민광장 인근 광동로. 이곳에 위치한 신은만국(申銀万國) 증권사 객장은 흡사 사설 실내 경마장 같았다. 러닝셔츠 차림의 40대, 잠옷 바람의 30대 여성, 객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60, 70대 노인들. 증권사 객장에서 담배까지 피우는 사람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식시세판 옆으로 늘어선 주식 매매용 컴퓨터 단말기 앞에는 50여 명이 한 자리씩 차고 서서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자판을 누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말다툼이 한창이다. 무척 소란스러웠고, 생경한 광경이었다. ‘여기 증권사 객장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호흡을 가다듬고 취재에 돌입했다. 올해만 200% 가까이 오른 상하이 증시 열풍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려는 마음이 굴뚝같이 앞섰다. 중국인들은 왜 주식에 열광하는지, 앞으로는 중국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지, 한국 투자자들이 ‘먹을거리’는 있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택시기사 절반이 주식투자 객장 취재는 쉬웠다. 말 걸기가 무섭게 준비된 듯 열변을 토해내는 구민(股民·주식투자자)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격앙된 모습이었다. 58세라고 밝힌 쩡다밍은 “5월인가 한국 기자가 와서 인터뷰를 했다”며 “내 이름을 신문에서 봤느냐”고 물었다. 그는 “홍콩, 영국, 한국 기자들 다 만났는데, 공산당 말만 믿고 우리 얘기를 안 실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가난한 사람이다. 부자들은 인터넷으로 하지 객장에 안 나온다. 그런데 정부가 자꾸 가짜 정보를 내고, 거짓말을 해서 백성들을 사기치고 있다”고 소리쳤다.
순식간에 10여 명이 몰려들어 한마디씩 거든다. “여긴 도박장이야! 도박장!” “합법적인 도박장인데, 돈은 다 나라에서 가져가고 있어” “공산당이 얼굴도 안 가리고 치사한 일을 하고 있어” “기업에서 주식 싸게 판다고 해놓고 우르르 사면, 회사 내부 정보를 아는 사람들만 돈을 벌지”. 일순간 사람들이 몰리자, 경비원이 슬쩍 눈치를 준다. 그만 ‘소란’을 피우고 나가 달라는 얘기였다. 우리나라 객장에서도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는 듣기 힘들다. 그런데 지난해만 130%, 올해 상반기에만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하이 객장에서 구민들이 쏟아내는 얘기는, 우리들이 서울에서 흔히 듣는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게 의외였다. 잠시 객장 밖으로 몸을 피해(?) 있는데, 한 40대 초반의 여성이 다가왔다. 그는 한국에서 4년 반 동안 휴대전화 제조회사에 다니다 2004년에 중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조선족은 아니었다. 그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개 주식에 목을 매서 주식을 한다”며 “이게 꿈이고 희망인데, 정책이 깨지면서 본전이라도 건졌으면 하고 저러는 것”이라고 했다. 그 역시 주식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월급 80만원을 받았다는 그는 모은 돈의 3분의 1을 중국 주식에 쏟아 부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도 주식을 했고, 많이 벌었는데 이제는 주식 종류도 많아지고, 혼란스럽다 보니 돈이 쉽게 안 돌아온다”고 말했다. 또 “그나마 난 경험이라도 있지, 객장 앞에 앉아있는 노인들은 퇴직금을 몽땅 투자한 분들이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밖으로 또 구민들이 몰렸다. 한 할머니는 “주식은 아무나 하나, 지력지수(증권 지식을 얘기하는 듯)가 높아야지”라며 “돈이 있고, 운도 따라줘야 해”라고 말했다. ‘투자한 종목은 오늘 올랐느냐’고 묻자 “오늘 산 건 떨어졌어. 기다려봐, 오후에 오를 거야”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30대로 보이는 남성은 “주식은 안 돼, 부동산을 해야 돼”라고 말참견을 했다. 한 남성은 “이건 사기야, 어째서 정부가 산 건 오르고 백성들이 산 건 떨어지느냐 말이야”라고 거들었다. 이런 광경은 그날 오후도, 다음날도 비슷했다. 7월 4일 상하이 홍구구에 위치한 하이통증권 객장에서 만난, 진(辰)이라고만 밝힌 개인투자자는 “정부가 계속해서 주가가 안 오르는 정책을 내놓으니까 ‘마이(개미투자자)’만 다 망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92년부터 주식을 했다는(상하이 증시는 1990년 11월에 개장했다) 그에게 ‘돈을 번 투자자도 많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수천만 위안을 번 친구도 있고, 나도 한때 좀 벌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잃었다”며 “주식 때문에 고혈압으로 죽은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취재 당시 상하이 증시의 객장 분위기는 뜨거우면서 한편으론 싸늘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바로 취재 직전에 상하이 지수 4000대가 무너지고 하락 조정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여전히 객장마다 구민들이 몰렸다. 거리에서도 증시 열풍의 흔적은 쉽게 발견됐다. 상하이판 명동으로 불리는 남경루 거리에 있는 중국공상은행 지점. 외벽에 설치된 옥외 광고판에는 “본 은행에서 ‘태삼호(중국 기업 이름)’ 주식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싸고 희망가격(오를 가격)은 좋다. 이 밖에도 15가지 주식 상품이 더 있다”는 문자 광고가 흘러나왔다. 이런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상하이에서 6박 7일 동안 20번 정도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 중 절반은 ‘나는 주식 투자자’라고 했다. 이에 대해 쟌저리 하이통증권 펀드매니저는 “5월 30일 대폭락장 이후 반등과 하락이 반복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증시 긴축정책이 주가에 반영되고 나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미들의 투정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한 달 후 쟌저리 펀드매니저의 말은 옳은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 8월 8일, 중국이 온통 ‘베이징올림픽 D-365일’로 흥분돼 있던 날 상하이 증시는 4663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잠시 증시를 떠났던 개인투자자들도 속속 복귀해 최근에는 하루 증권 계좌 개설수가 조정장 이전 수준인 20만여 개로 늘어났다.

주가 떨어져도 객장은 북적 이코노미스트가 상하이 증시를 본격 취재하던 그 시기에, 그곳 증시는 조정장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큰 폭의 하락장이 있었다. 지난 1월 말 정쓰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은 “증시에 거품이 있다”고 경고하자 3일 동안 11%나 주가가 빠졌다. 지난 2월 27일에는 중국 정부의 증시 긴축조치 발표로 8.8%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급반등하면서 5월 말까지 천장을 모르고 상승했다. 5월 29일 중국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3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순식간에 4000대가 붕괴되고 3500대도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내 언론에서는 ‘중국 증시 거품 붕괴설’이 나돌았다. 외신도 이를 뒷받침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중국 증시는 2500포인트를 돌파한 후 거품시대에 진입했다”며 “향후 1년 내에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 정도면 중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6월 초 중국 증시는 세계 언론의 경고대로 움직였다. 7~8%의 낙폭이 연출됐고, 중국 투자자들의 계좌 개설수가 급속히 줄었다. 하지만, 6월 중순부터 상하이의 주가그래프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었다. 중국인민은행의 우샤오링 부행장이 직접 나서 “중국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주식을 보유하라”고 독려하면서 증시 올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후 상하이 증시는 6월 말 4300선을 돌파했다. 다시 고삐가 죄어졌다. 중국 정부는 부실대출을 한 중국 8개 은행에 고강도 제재를 가했고, 과열 양상만 보이면 긴축정책을 예고했다. 20%인 이자소득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유동성 축소를 위해 특별채권을 발행할 계획도 내비쳤다. 금리인상 방침도 나왔다. 주가는 다시 하락했다. 여기가 포인트다. 이때 중국 증시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은 어느 때보다 팽팽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는 “중국 증시가 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때가 바로 상하이 현지에서 기자가 현지 투자자들의 ‘원성’을 생생하게 듣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날 중국 TV는 내내 홍콩반환 10주년 행사로 떠들썩했다. 상하이 거리는 여전히 활기찼고,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자가 상하이 푸둥 중심에 가보니, 이곳에 위치한 108층짜리 진마오 타워 옆에는 110층짜리 건물이 또 올라서고 있었다. 그 주위로 올라가고 있는 고층 건물만 눈에 띄는 것이 17개였다. 마천루 단지였다.

▶불이 꺼지지 않는 상하이.



변두리 겉도는 국내 증권사 푸둥의 특급호텔인 샹그리라 호텔에서 열린 ‘유망 프리(Pre) IPO(기업공개)기업 설명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500여 명의 투자자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이날 이 행사를 주최한 중국 경제월간지 ‘중국기업가’의 니우웬웬 편집장은, ‘한국 투자자들도 중국의 과열을 걱정한다’는 기자 질문에,“놔둬라”라고 답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20~30년은 더 간다. 경제성장과 증시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정부가 조정하는 것뿐”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중국 증시의 미래는 중국 경제가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중순 올 2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했다. 11.9% 성장. 12년 만의 최고치였다. GDP가 발표되던 그날 중국 증권보에는“현재까지 2분기 순익을 발표한 중국 80개 상장사들의 순익은 82.4%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8월 8일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합해 20조 위안을 돌파했다. 우리 돈으로 약 2500조원이다. 우리나라 시가총액의 2.5배 수준이다. 자연스럽게 ‘중국 과열’ ‘차이나 리스크 오나’ 같은 내용의 내외신이 쏟아졌다. 그러자마자 중국 국가통계국(NBS)의 시에푸잔 국장은 매우 의미 있는 발표를 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상황은 정상적”이라고 단언했다. “성장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것일 뿐 과열은 아니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중국 증시에 대한 ‘두려움’을 접을 때도 됐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 얘기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부실로 전 세계 증시가 혼란에 싸일 때도 상하이 증시는 끄떡하지 않았다. 실제 현장취재를 하며 느낀 것이다. 웬만한 악재는 무시하고 가는 형국이다. 든든한 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제 성장’이다. 텐런차 포티스하이통자산운용사 사장은, 108층짜리 진마오 타워 안에 있는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향후에도 10% 안팎의 고성장을 할 것”이라며 “이제는 중국에 투자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투자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쟌저리 하이통증권 펀드매니저도 “단기적인 악재들은 있겠지만, 장기적인 중국 경제의 성장, 저렴한 위안화, 기업들의 가파른 이익 성장, 중국 금융시스템의 제도적인 완비 같은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낙관적인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시엔얀 상하이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 긴축정책은 유지될 것이지만, 중국 증시의 대세 상승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투자 여건은 어떤가?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는 “우리 금융회사의 보수성으로 인해 중국 진출이 매우 늦은 상태”라고 상하이 푸둥 현지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대표처)라도 두고 있는 국내 증권사는 한화, 현대, 우리투자, 삼성증권뿐이다. 사실상 대륙의 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A주식(중국 증시는 내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A주와 내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B주로 나뉘어 있다. B주는 A주에 비해 상장종목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거래량도 적다)에 투자할 수 있는 QFII(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를 획득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차이나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이 때문에 우량기업이 몰려있는 상하이·선전 증시에는 직접투자를 못한다. 대신 홍콩에 상장된 중국 주식에 투자하거나, QFII 자격을 갖춘 외국 기관투자가가 개설한 펀드에 ‘펀드 오브 펀드’ 방식으로 가입하거나, 투자한도를 일부 배분 받고 있다. 이게 국내 증권사의 한계이기도 하다. 글로벌 투자시대에, 그것도 천재일우의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증시에 제대로 투자조차 할 수 없는 마당에 ‘글로벌 증권사’ ‘동북아 금융 허브’는 마치 헛구호로 들린다. 돈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흐른다. 제대로 된 중국 리서치도 제공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국의 투자자들은 맡겨놓은 펀드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도 모른 채 ‘황금의 땅’ 중국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트위스트 축제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구경만 하고 있는 꼴이다.


현지 한국 증권사들의 초라한 위상


IMF 탓…상하이 진출 증권사는 단 4곳에 불과
세계적인 금융사치고 상하이에 진출하지 않은 곳은 없다. 왜? 돈이 몰리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하이에서 한국 금융사, 특히 증권사의 위상은 초라하다. 현지법인은 고사하고, 사무소를 차려놓은 곳도 한화, 우리투자, 현대, 삼성증권 등 네 곳뿐이다. 사무소라지만 수석대표 1명에 직원 1~3명이 고작이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전 상하이에는 대신, 부국, 대우, LG, 동양증권 등 8개 증권사 사무소가 진출해 있었다. 그때에도 현지 사무소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향후 본격적인 진출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마음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IMF의 한파는 상하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짐을 싸고 LG증권(지금의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만 남았다. 현재 진출해 있는 사무소도 대륙 증시에서 영업활동을 할 수는 없다. 투자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 기관투자가 중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QFII라는 자격을 부여한다. 중국 A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이다. 2003년 UBS와 노무라증권을 시작으로 지난 3월까지 52개 해외투자기관이 QFII 자격을 획득하고 상하이를 누비고 있다. 이 자격을 획득한 해외 금융사들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약 970억 위안의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다. 전년 대비 180% 상승한 수치다. 최근 중국 정부는 QFII 자격 요건을 다소 완화했다. 우리나라 금융사의 진출 가능성은 좀 더 커졌다. 현재 3곳의 증권사가 QFII 자격 신청을 해놨다. 하지만,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교섭력도 부족하고 정보, 인맥 모두 경쟁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외환위기 때 한가롭게 상하이에 사무소와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사치’였는지는 모르지만, 많은 기회를 박탈당한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이후에도 한층 보수화된 금융사들은 과감한 중국 진출을 머뭇거리면서, 중국 금융시장의 초고속 성장에 따른 수혜에서 외면당했다.


중국증시 차명거래 기승


法보다 투자가 먼저…불법이 판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주식투자가 금지된 공공기관이 지난 3년간 8억 달러의 공공기금을 불법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또 주식 매입용 자금 대출이 금지된 중국은행들도 대거 불법 대출을 해준 것이 드러나 8개 은행이 제재를 받았다. 해외의 검은 자금도 상하이나 선전 증시에 대거 유입된 것으로 중국 정부는 보고 있다.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직접 A주식에 투자할 수 없다 보니 차명계좌를 이용해 증권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러 방식이 있지만, 브로커를 통해 차명계좌를 만들어 투자하는 것이 가장 흔하다고 한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관광객으로 들어가, 증권의 ‘증’자도 모르는 시골에 사는 중국인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해 투자하면 그뿐이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가 끼어든다. 중국에 거주하는 유학생, 주재원 등도 지인이나 브로커를 통해 얻은 차명으로 불법거래를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다. 교민사회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특히 중국에 대거 진출해 있는 중소기업 중에는 현지인 직원을 통해 회사 자금으로 불법 투자를 하는 곳도 많다는 것이 상하이 거주 한국인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한 교민은 “중국에 공장을 차린 한 중소기업 사장은 한국에서 설비투자용 자금 대출을 받아 와서는 증시에 투자에 큰돈을 벌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중국인 또는 조선족 여성과 위장결혼까지 하며 주식에 불법 투자하는 극성까지 보인다고 했다. 한 주재원은 “실제로 교민사회에서는 누구는 수십억원을 벌었다느니, 한국에서 돈을 끌어 모아 대박을 쳤다느니, 돈을 잃어 도망 다닌다느니 하는 얘기가 횡행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국영 우리투자증권 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는 “중국 투자의 중요한 원칙은 법대로 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불법 거래 사실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언제든 문제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증시 과열을 경고’하면서 반드시 “불법거래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빼지 않는다. 중국에서 대박을 좇다 쪽박(쇠고랑)을 찰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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