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바의 두 가지 모습
                                    남미 사람과 우리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정반대의 개념 속에 살고 있다. 개수구를 빠져 내려가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방향도, 남과 북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도 정반대다. 북쪽은 추운 곳, 남쪽은 따뜻한 곳이라는, 우리들에게 너무도 명백해 보이는 불변의 사실도 남반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얘기가 돼 버린다. 따라서 탕고의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El sur(남쪽)라는 단어도 이 말이 상기시키는 이미지에 보다 근접하려면 차라리 ‘북녘’으로 번역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는 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또 공통된 표준시각에 따르다 보니, 1년 중 추운 달과 더운 달 또한 서로 반대다. 조빔의 유명한 곡 ‘3월의 비(Aguas de Marco)’의 가사 중에는 ‘여름의 끝을 고하는 3월의 비’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들과 우리의 계절 감각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서유럽 가톨릭의 전통에서 비롯된 모든 연중행사에도 이런 차이가 존재한다. 12월의 크리스마스도, 2월이나 3월에 열리는 카니발도, 그들에게는 ‘하기’ 행사다. 부활절 전 40일 동안의 금욕생활에 들어가기 직전 며칠간,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리는 금욕기간에 대비해 마음껏 즐겨두자고 열리는 축제가 바로 카니발이다. 가톨릭 월력을 따르기 때문에 매년 조금씩 날짜가 달라지지만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은 대체로 2월 혹은 늦어도 3월 초에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4일 동안 열린다. 에스콜라 지 삼바(Escola de samba, 삼바학교라는 의미)라는 공동체 단위로 참가하는 카니발의 퍼레이드는 삼보드로모(Sambodromo)라는 전용 경기장에서 매일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쯤까지 이어진다. 모든 에스콜라는 나흘의 카니발을 즐기려고 1년을 준비한다. 물론 삼보드로모 이외에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퍼레이드가 열리지만 삼보드로모에서는 전년 퍼레이드의 성적에 따라 선발된 14팀의 특별그룹(Grupo especial, 말하자면 1군)이 7팀씩 일요일과 월요일에 퍼레이드를 벌인다. 여기서 선발된 상위팀들이 수요일 새벽, 챔피언 퍼레이드의 대미를 장식한다. 토요일과 화요일은 각각 그룹A(Grupo A, 2군)와 그룹B(Grupo B, 3군)의 퍼레이드가 열리며, 1군의 하위팀과 2군의 상위팀이 서로 자리를 바꿔서 다음 해의 그룹별 참가팀이 새롭게 결정된다. 각 에스콜라는 해마다 하나의 테마를 정해 음악은 물론, 대규모 무용수군과 바테리아(Bateria, 타악기 연주대)의 의상, 가수가 타고 가는 거대한 수레차의 장식 등 퍼포먼스의 모든 요소가 이 테마에 맞추어 구성된다. 각 팀에 주어지는 시간은 70분 전후로 정해진 코스를 따라 퍼레이드 행렬이 진행하는 동안 각 팀의 테마곡이 되풀이 연주된다. 이렇게 카니발의 퍼레이드에서 연주되는 삼바를 삼바 엥헤도(Samba-enredo)라고 한다. 엥헤도는 원래 소설 등의 줄거리를 뜻하는데, 개인적인 감정이나 기분보다는 각자가 속한 에스콜라와 브라질의 역사를 노래하는 카니발의 삼바를 지칭한다. 삼바 하면 카니발을 떠올리는 외국인들에게 친숙한 이미지가 바로 이 삼바 엥헤도다. 삼바에서 공동체 에스콜라는 카니발 퍼레이드 못지않게 중요하다. 파벨라(Favela)라 불리는 리우 외곽의 빈민지구[언덕이라는 의미의 모호(Morro)라고도 부른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산동네 정도의 뜻]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이 공동체는 삼바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만들고 부른 노래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삼바 역사의 명곡이 되기도 했다. 이 음악들은 음반을 제작·발표하고 매체를 통해 선전·판매하는 주류 음악시장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많은 삼바의 거장은 공무원, 경찰관 등의 직업에 종사하면서 에스콜라 활동을 통해 삼바 작품을 남겼다. 이처럼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동료들이 테이블 주변에 모여 앉아 기타, 판데이로는 물론 손에 잡히는 그릇, 재떨이 등을 악기 삼아 연주하고 노래하는 소규모 삼바를 특별히 파고지(Pagode)라고 부른다. 보다 세밀한 구분도 가능하지만 일단 파고지와 엥헤도가 삼바의 기본 축이다. [필자는 와세다대 문학부에서 영화이론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월드뮤직 칼럼니스트이자 작사가로 활발히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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