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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교외의 땅을 둘러보고 있는 한국인들이 현지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
“저기 보이는 땅을 사면 앞으로 6개월 내에 2배, 3배는 오를 것입니다. 캄보디아에선 어떤 땅을 사든 반드시 돈을 벌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 2월 20일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교외 3번 국도변에 세워진 관광버스 안에서 이곳 부동산 개발회사의 한국인 사장은 30여 명의 한국인 여행자에게 열을 올리며 부동산 매입을 권유했다. 그는 “캄보디아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부동산 개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면서 “지금 말하는 가격은 오늘의 가격이다. 1주일 후에는 이 값에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다. 땅값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입에서는 “아무 땅이나 사라, 다 번다” “이곳에선 부동산 중개하는 사람들이 욕을 안 먹는다. 값이 오르는데 누가 욕을 하겠는가” 등등의 말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전 교민의 ‘떡방화’(교민들이 모두 부동산 중개를 하고 있다는 말)”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인끼리 ‘폭탄 돌리기’ 캄보디아에서는 지금 한국인들의 부동산 투기가 뜨겁게 달아올라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도 프놈펜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최대의 고대 유적지로 일컬어지는 앙코르와트 인근의 관광도시 씨엠립, 캄보디아 최남단 해안도시인 씨아누크빌 등은 투자 대상 부동산을 찾는 한국인들로 붐빈다. 캄보디아의 부동산 가격은 적어도 이날 현재까지만큼은 멈추지 않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프놈펜 도심의 모니봉 도로, 노로돔 도로, 시하누크 도로변은 이미 m2당 3000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m2당 500달러 정도이던 땅들이다. 3.3m2 기준 한국 돈으로 1000만원을 넘어선 곳도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매물마저 나오지 않아 시세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프놈펜에서 차로 30분 이상 나가야 하는 농촌 지역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m2당 몇 십 센트 하던 땅들이 100달러가 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값이 뛰면서 교민들 사이에서는 모이기만 하면 부동산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한 교민은 “한국의 ‘떴다방’ 업자들이 부동산 중개를 한다며 한국에서 ‘복부인’들을 데려와 몰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한국인들 간의 폭탄 돌리기가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10년 이상 거주했다는 한 교민은 “부동산 업자들이 m2기준 10달러도 안 되는 오지의 땅을 한국인 투자자들에게 20~30달러씩에 중개해 차액을 커미션으로 챙기고 있다”며 “심지어 친구, 선후배, 친척들을 끌어들여 부동산을 높은 값에 안기고는 그 돈으로 현지처 거느리며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살아온 교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부동산 취득과 소유는 캄보디아 헌법과 토지법 등에 의해 크메르 시민과 크메르 시민이 51%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법인에만 허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온갖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캄보디아인의 명의를 빌리기 위해 순박한 대학생을 찾거나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 종업원, 심지어 청소부, 가정부 등의 이름을 차용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교민들은 지적한다. 캄보디아가 이중국적을 인정함에 따라 캄보디아 시민권을 얻기 위한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캄보디아 이민국에는 한국인을 비롯한 중국인, 대만인의 시민권 신청이 줄을 이어 2월 말 현재 2000여 명이 시민권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프놈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지난해 2만~3만 달러가 들었던 시민권 발급 비용이 3만~4만 달러로 오르고 소요기간도 3개월 이상 걸릴 정도로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지인 명의 빌린 편법 기승
캄보디아는… |
남녀 인구 비율 45 대 55 캄보디아는 우리나라 1960~1970년대를 연상케 한다. 남한의 1.8배에 이르는 영토에 1997년 이래 정확한 인구통계가 없어 전문가에 따라 인구 수가 1300만~1800만 명을 오르내린다. 1970년대 말 자행된 폴포트 정권의 대학살로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45 대 55로 불균형을 이루고 25세 이하가 인구의 절반을 넘는 기형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 절대적 빈곤층이 400만 명을 넘는다. 전 인구의 80%가 매달리는 농업, 앙코르와트를 대표 상품으로 삼는 관광, 봉제·섬유 위주의 제조업이 각각 GDP의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다. 훈센 정부는 외국 자본을 대거 유치하면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본뜬 범국민운동을 통해 경제성장을 꾀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서류상 현지인 명의를 빌린 법인 설립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매달 200달러 안팎의 돈을 차명 사례로 주는가 하면 공증, 각서, 저당권 설정 등 권리 확보를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소개되고 있다. 교민 사회에서는 부동산 거래를 위한 현지인 차명 법인이 13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부동산 거래와 법인 설립이 급증하면서 분쟁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S전자는 최근 현지 법인의 정관에 대해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효력 정지 명령을 받았다고 교민 신문에 공고했다. 또 K무역은 주주명부상 주주가 갑자기 바뀌었다며 주주들 간에 공개 비난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동산 값 폭등은 건물 임대료를 들썩이게 만들어 주재원들이나 세를 얻어 장사하는 교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지 신문에 따르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최근 프놈펜에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2층 단독주택을 월 3000달러에 빌렸다. 또 현지에 부임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한 달 동안 호텔 신세를 진 끝에 방 2개짜리 아파트를 월 1800달러에 얻었다. 10년 이상 임대 계약을 맺고 수년간 갈비집을 운영해 온 어느 한국인은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가게를 비워 달라는 통보를 받고 법정 분쟁 중이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캄보디아 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건물주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부동산 투기 바람이 몰고 온 후유증이다. 심지어 사기를 치거나 허황된 개발 계획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실시하는 기초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한국에 취업할 수 없음에도 현지인들에게 취업을 미끼로 돈을 받았던 한국인이 지난해 11월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교민 사회를 놀라게 했다. 앙코르와트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어서 어떤 인공 건축물이건 만들 수 없음에도 한 한국 기업은 골프연습장을 짓겠다고 했다가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중지 명령을 받았다. 캄보디아의 등기, 지적도 시스템이 열악한 점을 악용해 캄보디아 농민의 토지를 편법으로 취득해 건물을 지었다가 캄보디아 인권단체로부터 고발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부동산 값을 너무 많이 올려 놓아 골치 아픈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며 “속된 말로 ‘난장판’이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에 와서 제멋대로 투기판을 찾아다니다 사기를 당하고 나서야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사전에 대사관 상무관이나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한국 변호사들에게 상담이나 자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현지 교민 신문인 뉴스브리핑 캄보디아는 “프놈펜 땅값이 매년 2~3배씩 뛰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해외 투자액의 대부분이 제조업이 아닌 부동산 투자에 몰리고 있어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한 교민은 “한국인들끼리 부동산 투기를 벌이는 바람에 캄보디아 상권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계 화교들과 영지(領地)를 소유한 고위층들만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고 한국인끼리의 ‘부동산 치고 빠지기’ 실태를 개탄했다.
| ▶한국 기업들이 조성하고 있는 캄코시티 신도시 모델하우스에는 외국인과 부유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 |
이 교민은 “캄보디아의 주택보급률이 15% 수준에 불과해 주택건설 전망이 좋긴 하지만 아직은 캄보디아인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13달러(2006년 기준)로 낮아 구매력이 미약한 만큼 신중한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이 땅을 팔려고 하면 한국인이 아니면 살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캄보디아인들 사이에서는 “캄보디아 국토가 전부 한국인들 손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캄보디아 방송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지난 2월 14일 지방을 순시하는 자리에서 “외국인은 캄보디아 땅을 살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우리의 땅을 외국인들에게 양도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앞으로 그러한 법안을 고칠 계획이나 논의도 없었다”면서 “일부에서 정부가 이러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7월 27일 총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을 헐뜯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닉 분 차이 부총리 역시 이코노미스트와 단독 인터뷰(다음 기사 참조)에서 “캄보디아의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거래가 투기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부동산 거래에 대해 토지등기세만 매기고 있는 것을 보완해 앞으로 토지등기청으로 하여금 세금을 추징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개인 중개업자들의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한편으로 한국 대기업들의 캄보디아 투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2월 19일 오후, 프놈펜 서북방 뻠페이 호수 동남쪽. 황량한 벌판에 건축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분주히 오가고 곳곳에서 철근들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캄코 시티(CamKo City)의 공사 현장 모습이다. 캄코 시티는 부산상호저축은행과 한일건설 등 한국 기업들이 함께 조성하고 있는 캄보디아 최초의 계획 신도시를 말한다. 2018년까지 총 21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에도 프놈펜 거주 외국인을 비롯한 40여 명이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었다. 120만m2 의 부지에 고층아파트와 빌라, 트레이드센터, 컨벤션센터, 전시장, 금융센터, 오피스빌딩, 쇼핑센터, 호텔 등이 들어서고 프놈펜 시청과 새로 생길 프놈펜 증권거래소, 국제학교, 병원, 문화센터 등 공공건물들도 이전·신축될 예정이다. 1차분 아파트와 빌라 680가구는 m2당 910달러(약 85만원)라는 현지 시세로는 높은 값에도 불구하고 이미 분양이 완료됐다. 최근에는 고층아파트의 분양가를 올려 청약을 받고 있다. 시행사인 월드시티 관계자는 “캄보디아의 중국계 화교, 고위공무원, 기업인들과 프놈펜 주재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평일에는 하루 30~40명, 주말에는 60~70명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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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거리에서는 한글 로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중앙일보 로고가 박힌 오토바이와 어느 학원의 봉고차.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참소주’ 앞치마를 걸치고 장사하고 있다. |
한국인들이 ‘최대 큰손’ 모니봉 도로변에 조성되는 (주)연우 캄보디아의 초고층 주상복합 ‘골드 타워 42’(지상 42층, 지하 5층)도 366가구 분양에 1200여 명이 사전 청약함으로써 사실상 분양을 마쳤다. GS건설은 52층 규모의 국제금융센터(IFC) 건축을 추진하고 고급 주거 복합타운 조성, 신도시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월 한국 경마 사상 최초로 해외 진출 프로젝트인 캄보디아 경마 사업 참여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제조업체들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놈펜 외곽 푸진동 부레지어 지역에 있는 한세실업 현지법인 캄보한세의 봉제공장. 넓은 단층건물 안에서 작업복을 입은 여성근로자 1300여 명이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티셔츠, 재킷, 바지 등 월 40만 장을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는데 3월부터는 계열사인 캄보패션도 인근에 공장을 마련해 가동에 들어간다. 이 회사 김현성 팀장은 “불량률이 높은 편이지만 기본임금 월 50달러에 생산성은 베트남에 비해 낮지 않다”면서 “두 공장을 합쳐 2200여 명의 근로자가 내년부터 연간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9년 증권거래소 개설을 앞두고 금융 분야에서도 한국 금융회사들의 현지법인 설립이 늘고 있다. 부산상호저축은행이 한국계 최초로 개설한 캄코은행이 지난해 8월 프놈펜 노로돔 거리에 자체 빌딩을 마련해 영업을 시작했다. 캄코은행은 납입자본금 1300만 달러로 출발해 5개월 만인 올해 1월 현재 총자산 2800만 달러, 예금잔액 1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은행·증권사들의 현지법인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한국 동포가 운영하는 캄보디아개발은행(CDB)과 신한크메르은행이 문을 연 데 이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캄보디아 증권거래소의 2009년 말 개장을 돕고 있는 가운데 동양증권이 프놈펜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한국 증권사들의 캄보디아 현지법인 설립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지난해 한국의 캄보디아 직접투자는 기획재정부 신고액만으로도 전년 대비 369.2%나 급증한 8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2005년 1억1000만 달러, 2006년 1억7000만 달러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억4000만 달러가 부동산업에 치중되었다.
| ▶한세실업 공장 안에서 캄보디아 여성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 |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식 아파트가 큰 관심을 모으면서 GS건설(1억8000만 달러), 부영건설(1억1000만 달러), 월드시티(5000만 달러) 등 국내 건설업체들의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투자도 급증한 것”이라며 “개인사업자들의 소규모 투자나 신고하지 않은 금액을 합치면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캄보디아개발위원회(CDC) 측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캄보디아 직접투자 승인액은 2006년 한 해 10억982만 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의 22.9%를 차지해 1위에 꼽혔다. 2004년 620만 달러, 2005년 560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한국인은 이제 캄보디아의 최대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여객기 추락사고로 21명의 한국인이 사망한 참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캄보디아를 찾은 외국인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캄보디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2만9909명으로 전체 관광객 200만 명의 16.5%를 차지했으며 이는 일본(16만 명), 미국(13만 명), 베트남(12만 명)에 비해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2007년도 국제 항공운송 실적’에서도 캄보디아는 전년 대비 233.9% 늘어나 여객 수송 증가율 1위에 올랐다. 여객 수송 증가율 2위인 중국(27.8%)에 비해서도 괄목할 만한 증가세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프놈펜 시내에는 한국계 기업들과 한국 식당, 가라오케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고급 한식당 르서울(서울정)은 하루 150여 명의 손님이 찾고 있다. 프놈펜 중심가에 위치한 R가라오케는 70여 개 대형 룸에 100여 명의 아가씨가 근무하고 있는데 “한국인 손님이 가장 많다”고 종업원들은 말했다. 김문백 재캄보디아한인회장은 “캄보디아 교민 수는 4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인회에 가입한 사람은 거주자 중심의 120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 기업체는 봉제공장 위주의 제조업체 40여 개, 요식업소 40여 개, 호텔·기타 200여 개로 현지인 고용 규모가 6만 명에 이르는 등 한국 기업들이 캄보디아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건설 붐을 타고 가구, 페인트, 레미콘 등 건설 관련 업종들의 설립이 늘고 있다. 관광도시 씨엠립 역시 1500여 명의 한국인이 요식업·관광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앙코르와트가 최근 야간 개장을 시작하면서 1500여 개 한국제 특수조명을 사용한 것도 화제가 됐다. 캄보디아가 베트남에 이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인가, 아니면 투기장에 머물고 말 것인가.
천연자원 개발 경연장 |
한·중·일 등 10여 개국이 앞다퉈 ‘찜’ 꼬꽁(Kokong) 앞바다 블록A 해상광구에서 석유·가스가 생산되면 캄보디아는 급속도로 빠른 성장의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된다. 미국 셰브런이 가진 탐사권 가운데 15%를 한국의 GS칼텍스가 갖고 있다. 태국만에는 블록A보다 규모가 훨씬 큰 원유 20억 배럴, 천연가스 10조 입방피트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의 광물 업체 BHP와 일본의 미쓰비시는 지난해 알루미늄 원광인 보크사이트 채굴 및 알루미늄 제련 공장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캄보디아의 천연자원 개발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등 10여 개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신중한 자세를 보여온 일본도 지난해부터는 천연자원, 농업, 바이오 디젤 등을 중심으로 서서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캄보디아는 훈센 총리를 중심으로 정국이 안정되고 자유 송금 허용, 달러화 기준 거래 등 완전한 시장경제 체제를 갖추고 있어 천연자원 개발이 순조롭게 진전되면 경제 부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캄보디아 내각에서 일하는 양윤택 투자·교육 특별보좌관은 “캄보디아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제조업, 자원 개발 분야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다”며 “한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캄보디아개발위원회(CDC) 한국사무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특보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대부분 관광업, 부동산·건설 분야 등에 치우쳐 있다”면서 “농업, 조림(造林), 바이오 에너지 등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국과의 관계 |
“한국인이라면 만사 OK” | ▶KLC한국어학교에서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모습. | | 투자와 왕래가 늘면서 한국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우호적인 나라로 꼽히고 있다. 프놈펜에서 가장 규모가 큰 KLC한국어전문학교를 운영하는 한강우 교장은 “이제 한국어는 캄보디아인들에게 가장 높은 소득을 안겨주는 외국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명문대를 나오고 영어를 잘해도 월 100~120달러를 받는 캄보디아 실정에서 한국어를 하는 것만으로도 최하 150~200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 교장은 “한국 기업이 늘면서 한국말을 하는 현지인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지만 보내줄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배타적으로 알려진 캄보디아인들이 한국인에게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광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프놈펜 공항의 입국심사관들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가 하면 프놈펜 유일의 대형 백화점 소랴(SORYA)에서는 사진을 찍는 기자를 제지하던 경비원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국인이라면 OK”라며 태도를 바꿔 호의를 보이기도 했다. 교민과 캄보디아인들은 2000년 훈센 총리의 경제고문을 지낸 바 있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와 캄보디아 훈센 정부 간의 우호관계가 더욱 긴밀해져 캄보디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훈센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이튿날인 2월 26일 이 대통령과 45분간 회담하면서 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설립에 한국이 투자와 지원을 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 역시 “한국과 캄보디아 간 경제협력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한국 기업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건설과 자원개발 분야에 대한 캄보디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함으로써 앞으로 캄보디아 경제에 대한 한국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했다. 오는 7월 캄보디아 총선에서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압승할 경우 한국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져 캄보디아 경제 전반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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