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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보다 악성 루머부터 잡아야”

“부양책보다 악성 루머부터 잡아야”

금융위기와 미분양 사태에 따른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동성이 취약한 건설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우림건설이다. 그러나 김진호 우림건설 총괄사장은 “악성 루머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우림건설은 정말 악성 루머의 희생양인가. 김진호 사장을 만나 실상을 들어봤다.

"악성 루머는 건설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김진호(53) 우림건설 총괄사장은 가뜩이나 자금난을 겪는 일부 건설사가 악성 루머 때문에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림건설은 올 초부터 유동성 위기설, 부도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려 왔다. 루머의 근거는 이 회사의 재무제표였다.

우림건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61억원. 2007년의 443억원과 단순 비교했을 때 줄었지만 엄연한 흑자다. 문제는 현금 흐름이다. 2006년 332억원에 달했던 유동성이 지난해 -1786억원으로 급락했던 게 부도설의 원인이었던 것. 이는 실제로 심각한 문제다.

흑자부도의 이유는 대부분 현금 흐름이 막혀서다. 현금 회전이 안 돼 불과 수억원대 어음을 막지 못해 도산하는 사례는 많다. 그러나 우림건설의 상황은 올 상반기 들어 호전되기 시작했다.

-1786억원까지 떨어졌던 현금 흐름은 -39억원대로 개선됐다. 공사 및 분양 미수금이 들어온 결과다. 받지 못했던 돈(매출채권)이 들어오면서 곳간이 채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상엽 우림건설 전략기획실장은 “현금 흐름이 아직은 마이너스지만 올 하반기에는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요즘, 우림건설의 현금 유동성이 좋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10개월 내내 나돌던 루머는 김 사장의 말처럼 ‘악성’에 불과했던 것일까.



-우림건설이 ‘유동성 위기로 붕괴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현금 흐름은 나아지는 추세인데요.
“우림건설의 위기는 지난해 말 재무제표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미수금 등 매출채권이 늘어 유동성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였죠. 하지만 여기엔 반영되지 않은 게 있습니다. 가령 아파트의 경우 입주까지 보통 계약금·중도금·잔금 등으로 8차례에 걸쳐 분납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실제 대금채권과 장부상의 매출채권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재무제표의 미수금 등이 증가했다고 곧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



-루머의 또 다른 근거는 ‘지방 미분양 사태’ 아닙니까.
“애초부터 틀린 말이었습니다. 우림건설의 중심은 수도권입니다. 지방은 346가구가 전부입니다. 그렇다고 지방 물량이 미분양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령 대전 대덕 2차 분양은 100% 완료했습니다. 진해2동우림필은 80%는 분양되고, 나머지는 대한주택공사에 ‘할인분양’해 소화했습니다. 다른 지방 물량의 분양률도 높습니다.”



-하지만 1조원에 달하는 과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PF 규모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PF를 상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만약 지방의 주택 건설 자금을 PF로 조달했는데,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면 문제가 큽니다. 하지만 우림건설의 PF는 대부분 수도권 개발을 위해 조달됐습니다. 용인 어정가구단지 개발을 위해 6000억원의 PF를 일으킨 게 대표적입니다. 게다가 최근 김포 한강신도시 1206번지 일대 878억원, 평택 용이동 500억원 등을 다른 건설사에 넘긴 덕분에 모두 2958억원의 PF를 줄였습니다. PF 부담을 덜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림건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카자흐스탄 우림애플타운 사업의 수익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지난 6월 우리은행·국민은행·농협 등 3개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4000억원의 PF 조달에 성공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우림애플타운 사업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 관계자들이 인프라 구축 문제를 도와주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현금 흐름이 지난해 말보다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회복됐다고 할 수는 없는데요. 자칫 얼마 안 되는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가 날 수도 있습니다. 여신 상황은 어떻습니까.
“현금 흐름이 막힐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최근 제2은행권으로부터 220억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사업부지의 사업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금융기관들의 대출연장에도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
우림건설을 둘러싼 루머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지만 건설업계의 특수성을 읽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문제는 루머의 진위가 아니다. 루머가 돈 것 자체만으로도 우림건설은 벼랑으로 몰렸다. 루머를 접한 각 금융기관이 여신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올여름 김 사장이 직접 재무제표 자료 등을 들고 금융기관을 찾아다닌 것도 이런 이유다.



-루머가 확산됐을 때 금융기관의 태도는 어땠습니까.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루머가 양산된 것을 두고 색안경을 꼈죠. 금융기관장 앞에서 직접 IR(기업설명)을 한 것도 수차례에 달합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데 6개월 넘게 걸렸습니다. 악성 루머는 없어져야 합니다.”



건설사 구조조정 먼저 해야



건설업계 주변에서 루머가 쏟아지는 것은 건설사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 규제가 강화되자 많은 건설사들은 꼼꼼한 사업성 검토 없이 지방으로 진출했다. 수요를 무시한 채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고, 그 결과 미분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분양가를 낮출 수 없다며 버티기도 했다. 그러다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악성 루머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건설사 스스로 제 무덤 판 격이라는 이야기다.



-악성 루머의 원인 제공자가 건설업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건설업체들도 자성해야 합니다. 문제는 건설업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업종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건설업계도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9조원에 달하는 돈을 투입하는 것은 옳지 않은 정책일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10·21 건설 부양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 돈을 들여 매입하겠다는 구상…, 글쎄요. 일시적으로 자금경색은 풀어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손해를 유발할 것입니다. 기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을 잠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장기 수익부분을 악화시키면서까지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부양책보다는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시급한 과제입니다.”



-건설사를 등급별로 나눠 퇴출한다는 안은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합니까.
“옳은 방향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등급을 매긴답니까? 신용평가기관이 어차피 신용등급을 정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분류하겠다는 겁니까? 과연 진통 없이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 사장은 어설픈 정부 대책에만 기댔다간 건설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것이 ‘시장경제’라고 했다. 다만 악성 루머에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 막아 달라고 당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실물경기로 옮아온 지금,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은 필수적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악성 루머 때문에 피해를 보는 기업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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