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 흘리는 속셈은 ‘상업은행’
군침 흘리는 속셈은 ‘상업은행’
중국의 소액대부회사 창구에서 고객들이 대출을 받고 있다. |
10월 18일. 원저우시에서 루이펑(瑞豊)이라는 이름의 소액 대부회사가 설립됐다. 왕전타오(王振滔) 이사장은 이날을 최고의 길일로 정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왕 이사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중국 최대 은행가가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기 때문이다. 한때 그는 건실한 제조업체 사장이었다.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방향을 튼 그의 첫발은 다소 의외지만 소액 대부업체 설립이었다. 지난 5월 4일 중국은행관리감독위원회와 중국인민은행은 공동으로 ‘소액자금 대부회사 시범운영에 대한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농촌지역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개선하고 3농, 즉 농업·농민·농촌 경제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은 최근 수년 내 3농 문제가 국가적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농업·농촌·농민이라는 ‘3농 문제’에 빠져버린 것이다. 과거 중국의 소액 신용대출은 NGO 혹은 빈곤퇴치성 원조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민간 금융, 특히 지하 금융기관을 재편성해 공식화하고 이들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소액자금 대부회사의 이율은 은행 기준 금리의 4배를 초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 회사는 자연히 공익적인 색깔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정책의 실행에 원저우시는 실험무대가 되는 곳이다. 왕 이사장이 금융업 진출의 뿌리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원저우시의 민간 금융자본은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도 크고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다. 그 규모만도 6조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공익적 성격이 강한 사업에 뛰어든 기업이 수백 개에 이르고 있다.
원저우시 소액자금 대부회사 허가증 쟁탈전에 참여한 한 기업인은 “수천 개 기업이 단지 16장의 허가증을 쟁취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허가증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대형 상장기업도 가세했다. 이번 소액자금 대부 허가증 쟁탈전이 원저우시 민영기업에 전면적인 실력 검증장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워낙 신청자가 많다 보니 나온 말이다.
신청 기업 간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관련 공무원들의 심사도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신청서류만도 한 짐 가득하다. 이들 자료는 발기인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다. 기업의 재무상황은 물론 사회 기여, 납세 관련 모든 자료를 포함하며 반드시 회계사무소, 변호사사무소와 공상국 회계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발기인의 가정 상황과 역사적 배경도 공안국에 의해 명백하게 조사된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일부 후보 기업의 명단 또한 현지 신문에 게재되고 사회적인 검증 절차를 거친다. 조건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관련 부처에 신고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면서까지 도대체 왜 원저우시 기업인들은 허가증을 따기 위해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일까.
굳이 정부의 공익사업을 거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절대 이러지 않을 것이다. 허가증을 따는 목적은 단지 소액자금 대부기업 설립에 그치지 않는다. 본심은 다른 데 있다.
정부와 기업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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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회사의 경영비용 부담과 위험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 득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왕 이사장은 자신의 주주들에게 일찍이 단기수익을 기대하는 잘못된 생각에 대한 ‘예방주사’를 놓았다.
“3년 내 돈을 벌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금융 분야에 진입하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는 것이다. 제조업을 하는 우리가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지 않았나. 따라서 이번은 정말 얻기 어려운 기회다. 좋고 나쁘고를 차치하고 우리는 계속 부딪치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최근 허가증을 받은 또 다른 소액자금 대부회사 책임자의 말이다.
“소액자금 대부회사는 단언컨대 생명력이 없다. 우리는 지금 소액자금 대부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정부 관원의 말처럼 참여에 의미를 둔 것에 지나지 않고 주목적은 미래를 내다본 것이다. 이 소액자금 대부회사가 원하는 것은 지역소매은행으로의 발전이다. 국가의 정책에 의하면 소액자금 대부회사는 향후 상업은행으로 개조할 수 있다. 소액자금 대부회사가 대출업무만 취급할 수 있는 데 반해 상업은행은 여수신 업무 모두 가능하다.”
왕 이사장은 자신의 소액대출기업이 상업은행으로 발전하길 기도하고 있다. 현재 지역적인 영업 범위 제한 정책이 머지않아 풀린다면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지방에 점포망을 설립함으로써 국유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고, 추가로 소매영업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소매은행이 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듯 정부 정책과 일선 시장 반응은 괴리가 크다. 중앙정부가 정책을 마련한 이유는 ‘3농’ 문제의 해결과 자금지원을 통해 농촌 금융에 시장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 참가 기업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기존 중앙과 지방정부가 손에 쥐고 있던 금융 영역을 점차 민영기업에 개방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왕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결코 3농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정책은 우리가 모두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는 본래 능력이 부족하다. 정부 정책과 현실 간에 동상이몽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고객은 50만 위안 이상의 자금을 대출받기를 원하고 있다. 현행 규정은 소액자금 대부회사에 여러 가지 제약을 많이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소액자금 대부회사의 대출금 중 70% 이상은 반드시 50만 위안 이하여야 한다. 이러한 비율은 사실 매우 통제하기 힘든 것이다. 게다가 50만 위안 이하의 자금으로는 기업의 자금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지원에는 어려움이 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일반 농가의 소액자금 대출업무를 위해서는 관련 인력이 많이 필요하나 규정에 의하면 소액자금 대부회사의 인원은 최대 15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일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일반 농가는 일반적으로 담보물이 없어 대출 위험이 오히려 거액 대출보다 크다.”
왕 이사장은 유일한 해결 방법은 정부 규제의 완화라고 보고 있다. 그는 “정책의 원칙을 어기지 않는 기초 위에서 정부는 우리에게 더 많은 발전 공간을 주어야 한다. 기업이 자기 위험 부담으로,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지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서라도 정책적으로 소액자금 대부회사의 자금대출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당분간 왕 이사장의 꿈이 이뤄질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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