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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 엘리트 - 2

글로벌 파워 엘리트 - 2



27. Rahm Emanuel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오바마는 곧 워싱턴을 장악할 것이다
조종간은 그가 맡는다


람 이매뉴얼에게 물고기 이야기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워싱턴 사람들은 모두 죽은 물고기 이야기만 알고 있다. 그가 마음에 안 드는 어느 여론 조사자에게 마피아 대부 식으로 죽은 물고기를 배달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생선구이 파티에 대해 아는 이들은 드물다. 근년에 양당의 동료 하원의원들을 초대해 열었던 몇 번의 비공개 만찬 말이다.

이매뉴얼은 직설적인 말로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는 민주당 의원으로 알려졌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못 된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쾌활한 중도파 하원의원의 입장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공화당 의원들과도 은밀히 정보를 나누고 싶어 한다. “와인이 오가고 음식도 훌륭하고 우리 모두 솔직하게 얘기를 나눴다”고 프레드 업턴 하원의원(공화·미시간)이 말했다.

만찬을 통한 이 친목 도모는 구제금융 법안의 지지라는 열매도 맺었다고 업턴이 말했다. “람은 종종 사람들이 생각 못하는 방식으로 모든 각도를 연구한다”고 업턴이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에서 승리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매뉴얼을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

그 최초의 큰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대하고도 야심 찬 어젠다를 갖고 아웃사이더 입장에서 선거운동을 해왔던 오바마는 워싱턴을 통제할 작정이다. “오바마는 람을 기용함으로써 조지 부시의 8년 허송세월에 이어 이제 일을 제대로 할 생각임을 천명했다”고 존 야무스 하원의원(민주·켄터키)이 말했다. “람은 숙련공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요, 우린 할 수 있어요”라고 외친 오바마가 가장 탁월한 ‘행동대장’을 고용했다. 람은 하원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어떤 의원에게 압력을 넣어 표를 강요할지 알아내는 데 귀재였다. 대체로 관건은 돈이었다. 표를 ‘잘못’ 던졌다가는 이매뉴얼이 공들여 키운 기부자와 기금 조성자 집단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면 은혜를 베풀거나 거두고, 기금조성을 돕거나 거부하는 등 대통령의 온갖 권한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매뉴얼의 힘은 정작 다른 데서 나온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약점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연구한다. 야무스가 처음 선거운동을 할 때 이매뉴얼은 회의를 나타냈다.

신문사 발행인 출신인 이 켄터키 사람은 수십 년 전 어느 대안잡지에 거친 사설들을 쓴 적이 있다. “람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내 글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았다”고 야무스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친구들은 이매뉴얼이 세월과 함께 부드러워졌다고 말하지만 퉁명스럽고 통속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진짜 위험한 것은 그가 부하직원에게 칠 호통이 아니다.

그가(연장선상에서 오바마가) 특히 의회를 너무 좌지우지하려 들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의원들의 불만은 무시당한다는 쪽에서 백악관이 지나친 관심을 쏟지만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의회가 자체적인 어젠다를 추진하지 못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야무스가 말했다. 의회는 의회에 필요한 이매뉴얼을 찾아야 한다. 오리지널 이매뉴얼은 이제 행정부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새로운 실세
정책통
존 포데스타
좌파 성향의 미국진보센터(CAP)를 이끄는 이 인수위원장은 정책형성 과정에 막대한 이론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로비스트
토니 포데스타
존 포데스타의 형인 토니는 업계 단체들과 진보적 NGO들을 대표한다. 백악관에서 가까운 그의 막강한 로비회사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환경 전문가
진 카핀스키
카핀스키가 이끄는 자연보존유권자동맹(LCV)은 백악관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생긴 상황을 이용해 기후변화, 녹색기술, 생물종 보호와 관련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자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실리파 원로 전략가. 오바마는 그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대선 때부터 수시로 조언을 구했다.

컨설턴트
조엘 베넨슨
오바마 진영의 여론조사를 지휘했던 그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다. 막강한 그의 컨설팅 회사에 일거리가 몰릴 것은 자명한 이치다.

IT분야
로버트 부어스틴
구글의 워싱턴 통신부장이며 클린턴의 지지자인 이 마당발은 기술, 상거래 문제와 웹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전략가
봅 바우어 & 애니타 던
바우어는 오바마 진영의 수석변호사였고 던은 조사·신속대응반을 이끌었다. 각각 본연의 로비 회사와 컨설팅 회사로 돌아간다.



28. Eric Schmidt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경기침체에도 끄떡없는 인터넷 세계 절대권력



가장 막강한 인터넷 기업을 이끄는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고문이다. 신설되는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직의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지만 민간 부문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구글의 성공은 구글의 검색엔진에 단어나 용어를 칠 때 검색결과 옆에 뜨는 광고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런 광고는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온라인 광고보다 경기침체를 헤쳐나가기에 유리하다.

사실 구글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힘이 너무 막강해졌다는 일각의 우려다. 그게 걱정이라면 행복한 고민일 수밖에.




29. Jamie Dimon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


한 세기 전 JP모건은 월스트리트의 ‘해결사’를 자임해 급성장했다. 하버드대 MBA 과정을 마친 날씬한 체격의 다이먼(52)은 2008년 다른 금융회사들의 무능과 불행을 이용해 사세를 키웠다. 3월엔 적자에 허덕이던 베어스턴스를 초저가에 인수했고, 9월엔 워싱턴 뮤추얼을 마찬가지로 날렵하게 낚아챘다.

다이먼 팀은 단지 경쟁사들보다 리스크를 더 잘 관리했을 뿐이지만 그런 선제적인 노력과 집요한 인수 노력 덕분에 JP모건 체이스는 이번 금융위기에서 미국의 최대 은행으로 우뚝 섰다. 5410개의 지점에 총자산이 2조2500억 달러에 이른다. 다이먼은 자신의 뛰어난 전임자처럼 금융계의 지배적인 은행가다.
금융위기 속 승리자들
파산만 피해도 칭찬받는 요즘, 일부 금융가는 경력 면에서나 금전적으로 번영을 구가했다. 5명의 승자를 소개한다.
펀드 매니저
존 폴슨
360억 달러 규모인 폴슨&Co의 설립자로 헤지펀드들이 속절없이 쓰러지는 와중에도 2년째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금융업계의 보다 큰 문제의 전조임을 제대로 예측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
셰일라 베어
금융업계 규제 책임자로 워싱턴에서 유일하게 능력을 보여준 그녀는 은행들에 주택차압 사태를 예방하려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녀는 은행이 일반 예금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지 않도록 유도하면서 은행의 파산을 잘 관리했다.

이코노미스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 출신으로 성마른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의 고정 칼럼에서 이번 위기를 논리적이고 건설적으로 분석해 자신의 경력을 다시 살렸다. 지성적인 데다 1990년대 금융위기 때 터득한 경험 덕분에 오바마 진영의 핵심 인사(국가경제위원장)로 부활했다.

CNBC 앵커
에린 버넷
해박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그는 월스트리트가 붕괴하는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번 위기에 대한 폭넓고 다양한 보도 덕분에 전엔 마리아 바티로모 앵커가 독차지한 높은 신망을 얻었다.

블랙락 CEO
로런스 핑크
투자자들이 리스크가 큰 자산을 기피하면서 독립적인 대형 채권관리 회사인 블랙락은 이득을 봤다. 월스트리트의 모기지 시장 붕괴로 인한 피해에서 자유로운 이 회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베어스턴스와 AIG를 인수하면서 취득한 자산을 관리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30. 31. David Axelrod & Valerie Jarrett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
강력한 권력 휘두를 오바마의 충직한 쌍두마차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정가에서 진정한 우정은 (사람이 아닌) 애완견하고나 가능할 뿐이라고 풍자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신임을 받는 친구 두 명은 ‘애완견의 요람’에 버금가는 중요한 백악관 자리를 꿰찼다. 바로 백악관 비서실로 일컬어지는 서관(West Wing office·대통령 집무실과 그 측근들의 사무실이 자리한 백악관 서편)에서 일하는 선임고문이란 드문 직책으로서 말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통령의 친구(FOB·Friends of Bill)들은 여가 시간엔 각계 지도자들의 회동장소인 르네상스위크엔드 휴양지에 모여 수다를 떨다가 나중에 대사직을 한 자리씩 꿰찼다. 폐쇄성이 강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엔 한 번에 단 한 명의 신뢰 받는 선임 고문만이 있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메시지 전달 방식에 대해 조언했다.

이제 새 대통령의 친구들(Friends of Barack)은 권력자의 측근으로서뿐 아니라 독자적으로도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백악관 선임고문에 내정된 데이비드 액설로드와 발레리 재럿은 백악관 권력 사슬 꼭대기의 막강한 권력층을 새로 형성하게 된다. 둘 다 각기 자신의 영역을 갖고, 어떤 현안이든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갖는다.

실제로 일부 정권인수팀 관계자들은 이 두 인물이 직속 상관인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대로 호흡을 맞출지 내심 걱정하기도 한다. 이론상 둘 다 이매뉴얼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서관에 있는 그 누구보다 신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까닭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해 백악관의 순항 여부는 이 고위 관계자 3명이 어떻게 협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오바마 선거캠프의 수석 전략가였던 액설로드는 선거운동 대장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엔 늘 오바마 곁에 있었다. 그로 인해 TV 광고라든가, 그날그날의 후보 메시지 전달과 같은 오바마의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는 데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백악관에선 차분한 성향의 액설로드가 의사소통이나 대언론 업무, 연설문 작성을 직접 관장하게 될 것이다.

그의 실질적 영향력은 무엇보다 오바마의 정치적 야망 관리자로서 다져온 신뢰에서 뿜어나온다. 시카고의 유력 컨설턴트인 그는 2004년 선거에서 오바마를 상원의원에 당선시켰고, 이어 불과 2년 뒤 오바마의 대선 조직을 구성했다. 재럿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부부의 친구라는 독특한 입지를 가졌다.

그녀는 1990년대 시카고 시정부에 지원한 미셸 오바마를 채용했다. 주택 개발, 기획 그리고 운송 부문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재럿은 시카고의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광범위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녀의 백악관 내 공식 소임은 두 가지다. 워싱턴의 대외 연락 업무와 내부 동태 파악이다. 대외 업무에선 워싱턴 외부의 시민단체들과 연락을 취한다. 동시에 정부 내 업무에선 백악관과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의 상호 작용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임 백악관 선임 고문들과 달리 재럿과 액설로드 두 사람은 행정부 내 막강한 지위에 어울리는 경험을 갖췄다. 백악관에서 우정의 진정성은 사무실 위치나 크기, 혹은 다루는 업무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대통령에게 어떻게 봉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들은 이제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는 그들의 충정을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32. Dominique Strauss-Kahn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


몇 달 전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은 한물간 기구에 불과했다. IMF의 충고는 약발이 떨어지고, 적립금은 아시아와 걸프지역의 신흥국들에 견주면 보잘것없었다. 프랑스인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 총재가 이끄는 이 조직이 이제 세계 금융 경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릴 듯하다. 얼마 전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신용위기 재발 방지책에 목말라했던 참가국들이 전 세계의 금융 안정 감시기능을 강화해 달라고 IMF에 요청했다.

칸은 나이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문제에 관해 미국의 거부권을 허용했던 IMF의 기존 투표 관행을 폐기하라는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자국 내 구제금융에 골머리를 앓는 미국도 동의할 공산이 크다.




33. Rex Tillerson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CEO


렉스 틸러슨 회장이 지휘하는 엑손모빌이 경쟁자들을 줄곧 압도한다. 틸러슨은 올해 두 가지 정치적 문제를 놓고 정유업계를 대변해 싸웠다. 바로 지구온난화 문제와 유가 급등에 따른 이익에 대한 과세 요구가 그것이다. 지난봄 연례 주주총회에서 창업자 존 D 록펠러 후손들은 엑손모빌이 대체연료 개발을 등한시한다며 공공연히 비난했다. 틸러슨은 원유와 가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득했다. 록펠러 후손의 주도로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 작성을 회사에 촉구한 결의안은 불과 10%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34. Steve Jobs


스티브 잡스 애플 설립자 겸 CEO
매혹적인 아이팟·아이폰의 창조자
중병 앓는 그를 대신할 경영자 있을까


필자는 2년 동안 ‘스티브 잡스’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에 풍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블로그의 단골 주제 중 하나는 애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잡스가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 반신반인(半神半人)이란 내용이었다. 불멸의 신 제우스와 필멸의 인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불멸의 존재로서 잡스는 자신의 비범한 힘을 이용해 아이팟과 아이폰 같은 매혹적인 전자제품을 창조해냄으로써 동화 속의 경이로움을 이 세상에 부활시켰다는 식의 얘기다.

하기야 잡스는 애플 제품 매니어 사이에선 섬뜩한 느낌이 들 만큼 숭배의 대상이다. 그들은 잡스의 연설을 듣기 위해서라면 밤을 새우며 기다리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어떤 CEO도 자기 회사의 브랜드와 제품에 잡스만큼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사람은 없다. 월스트리트의 한 분석가가 표현했듯 “애플은 곧 스티브 잡스고, 스티브 잡스는 곧 애플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잡스는 너무나 인간답다. 그 점은 2008년 6월에 열린 애플 콘퍼런스에 핼쑥한 모습으로 참석한 그의 모습에서 분명해졌다. 업계 관측통들은 잡스의 췌장암이 재발한 게 아닐까 우려했다. 4년 전 췌장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는 그가 2008년 봄에 다시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12월 애플은 내년 1월의 맥월드(Macworld) 행사에 잡스가 불참할 것이라고 밝혀 다시 우려를 증폭시켰다. 잡스는 애플의 최대 연례 행사인 맥월드에서 매년 기조연설을 해 왔다. 그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애플 대변인은 잡스가 CEO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 가서 발표하겠다고 대답했다.

잡스는 1976년 애플을 공동 설립하고, 85년 축출됐다가 회사가 빈사 상태에 이른 97년에 복귀했다. 다시 CEO가 된 잡스는 애플을 가전제품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이는 기업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반전(反轉) 드라마 중 하나였다. 97년 말 애플의 주가는 약 3달러였지만 지금은 96달러나 된다.

2008년 초엔 20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허약해진 미국 경제도 애플의 순항 덕분에 약간의 순풍을 받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애플의 주된 고객은 기업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인 데다, 애플 제품이 결코 싼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의 고객들은 바겐세일만 찾아다니는 구두쇠가 아니다. 그들은 애플 제품에 대한 ‘충성심’이 무척 강하다.

몇 달러를 절약하겠다고 델 컴퓨터나 모토로라 휴대전화를 구입할 사람들이 아니다. 차라리 조금 더 기다려서라도 자신들의 애플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사람들이다. 잡스는 2001년 아이팟의 출시로 애플을 흑자 기조로 돌리기 시작했다. 아이팟은 휴대용 음악재생기 시장을 지배했고, 애플 컴퓨터 제품군을 소생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한때 장난감이라고 조롱받던 매킨토시는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개인용 컴퓨터(PC)가 됐고, 아이폰은 가장 뛰어난 휴대전화가 됐다. 2008년 3분기에 애플의 아이폰은 리서치 인 모션(RIM)의 블랙베리보다 더 많이 팔렸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15개월밖에 안 돼 거둔 성과다. 매출에서 볼 때 애플은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됐다.

이런 놀라운 실적은 휴대용 전자제품이 가장 중요한 컴퓨팅 플랫폼이 돼 가는 추세에서 나온 성과다. 애플의 비약적인 발전은 모두 스티브 잡스의 공적이다. 그는 기술자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코드는 전혀 작성할 줄 모른다. 대다수 사람의 평판에 따르면, 그는 걸핏하면 화를 내고 욕설조의 장광설을 늘어놓기 때문에 함께 일하기가 어려운 경영자다.

하지만 천재이기도 하다. 집요한 완벽주의자로 디자인에 대해 예리한 안목을 지녔다. 그의 제품들은 단순하고 간소하며 우아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게다가 잡스는 애플만 성공시킨 게 아니다. 86년 그는 고성능 그래픽 디자인용 컴퓨터를 판매하는(하지만 실적이 부진한) 한 작은 회사를 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픽사로 개칭된 이 회사는 20년 뒤 애니메이션의 명가(名家)로 성장했고, 잡스는 픽사를 74억 달러를 받고 디즈니에 매각했다. 하지만 그 초인적 반신반인이란 전설은 어떻게 됐나? 슬프게도 잡스는 자신의 나이(53)보다 훨씬 더 늙어 보인다. 그리고 세간의 관심은 벌써 누가 애플 CEO 자리를 물려받을지에 모아진다. 그러나 단순한 인간의 노력으로 그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DANIEL LYONS 기자



35. John Lasseter


존 래스터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 전문가
옛 신화를 되살린 만화영화로 불황 뛰어넘는다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휘티어에서 성장할 때 존 래스터는 TV 만화영화를 보려고 새벽에 일어나곤 했다. 그가 누추한 카펫 위에 엎드린 채 즐겨 본 만화영화는 ‘벅스 버니’ ‘로드 러너’ ‘우주 가족 젯슨’ 등이었다. 주말엔 콘칩을 먹으며 온종일 만화영화에 빠져 살다시피 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TV라는 제단 앞에서 비슷한 의식을 치른다.

과거와 다른 점은 요즘엔 부모들도 슬쩍 끼어들어 자녀와 함께 만화영화를 즐긴다는 사실이다. 이제 만화영화는 관객과 평론가 모두가 진지하게 대하는 장르가 됐고, 그래서 비교적 고상한 표현인 ‘애니메이션’으로 불린다. 천한 지위였던 만화영화가 이처럼 격상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래스터일 듯하다.

‘월-E’와 ‘볼트’는 최근 골든 글로브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 후보로 지명됐다. 두 영화 모두 래스터가 부사장으로 있는 픽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월-E’는 사랑을 찾아 우주를 여행하는 한 로봇에 관한 러브 스토리로 LA영화비평가협회에서 2008년 최우수 영화로 선정됐다. 애니메이션이 이런 영예를 차지한 건 ‘월-E’가 처음이다.

흥행에도 크게 성공해 세계적으로 무려 5억 달러를 디즈니 영화사에 안겨줬다. 디즈니는 2006년 픽사를 74억 달러에 인수했다. 픽사는 22년 전 스티브 잡스가 루커스 필름스의 컴퓨터그래픽 사업부를 1000만 달러에 사들여 설립한 회사다. 픽사의 첫 장편 만화영화 ‘토이 스토리(Toy Story)’는 95년에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였다.

그때부터 픽사는 세계 영화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그동안 픽사의 영화들은 세계적으로 45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영화 한 편당 평균 2억 달러를 벌었다. ‘소프트 파워’에 관한 한 픽사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화사는 없다. 래스터는 요즘의 경제위기도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더해준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울 땐 영화가 인기를 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가 어려울 때는 온갖 종류의 영화가 성공했다. 65년 이래 일곱 차례의 경기침체 중 다섯 차례에서 영화관 관객 수가 늘었다. 대공황 시절엔 사람들이 ‘마이 맨 갓프리’ 같은 낭만적인 통속 코미디 영화를 보며 우울한 현실에서 도피했다. 어려운 시절엔 진지한 영화도 성공할 수 있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70년대에 ‘차이나타운’과 ‘내슈빌(Nashville)’ 같은 영화가 성공한 것을 생각해 보라. 하지만 이런 부류의 영화라도 내용이 지나치게 심각하면 실패할 수 있다. 예컨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다룬 영화 ‘W’와 이라크전쟁을 묘사한 ‘스톱 로스’는 너무 적나라하게 미국의 아픈 곳을 찔러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톰슨은 “요즘 같은 상황에선 현실 도피적인 판타지 영화가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애니메이션의 매력에는 단순한 현실 도피를 넘어선 뭔가가 있을지 모른다. 우선 만화영화는 그 형식과 고전적인 스토리 텔링 기법에서 관객에게 친숙하다. 영화 역사학자 로버트 스클라는 “픽사는 신화에 바탕을 둔 판타지를 정말로 기막히게 만들어 낸다”며 “그들이 창조한 영화 캐릭터들은 전통적인 영웅들의 특질을 지녔다.

우리가 과거의 위대한 영화 주인공에게서 보아 왔던 특질들”이라고 설명한다. 픽사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첨단 기술을 결합하는 데도 뛰어나다. ‘토이 스토리’는 오로지 컴퓨터그래픽 기술로만 제작한 첫 장편 만화영화였다.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들은 래스터가 어린 시절에 보면서 자란 ‘감자머리씨’ 같은 저(低)기술 장난감들을 모델로 삼았다.

픽사의 최신작인 ‘볼트’는 50년대의 기법을 모방한 첨단 디지털 3D 영화다. 2009년 5월 개봉 예정인 ‘업(Up)’도 3D 애니메이션이다. 픽사가 ‘업’ 다음에 내놓을 ‘개구리 왕자’는 과거에 주인공들을 손으로 그렸던 디즈니 영화 기법을 활용할 계획이다. 심지어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월-E’조차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69년작 뮤지컬 ‘헬로 돌리 !’의 장면들을 원용한다.

래스터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는 선구자인 동시에 보존주의자다. 어린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돈 문제나 전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만화 속 토끼가 교활한 코요테에게 잡아먹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을 주는 영화를 누군들 싫어하겠는가?


JENNIE YABROFF 기자



36. Michael Bloomberg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뉴요커들은 개인숭배에 취미가 없다. 자기 자신을 숭배하는 시민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시장 임기제한법을 고쳐 3선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대다수 시민이 찬동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블룸버그는 단순히 미국에서 여덟 번째로 돈 많은 부자가 아니라 가장 혁신적인 공인이다.

보건(식당에서 흡연과 트랜스지방 추방), 교육(학원 시스템을 바꾸고 교원노조와 싸웠다), 환경대책에서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냈다. 월스트리트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을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파산을 막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37. Pope Benedict XVI


교황 베네딕토 16세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


2002년의 성추문 상처가 아물지 않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특히 2005년 현 교황이 선출되는 광경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들은 요셉 라칭거(교황에 오르기 전의 본명)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적으로 간주하는 본색을 드러내지 않을까 우려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올 초 첫 미국 방문길에서 상처 받은 미국 신도들을 위로해 좋은 평을 얻었다.

교황은 성 추문을 수차례 언급했다. 비공개로 소수의 희생자 집단을 만난 자리에선 눈물까지 흘렸다. 세계인들에게 참회하는 인상을 심어준 그는 내년엔 예루살렘에서 처신을 더 잘해야 한다. 4대 복음서에 나온 내용들이 실제 사건이고 가톨릭이 유일한 참 교회라는 신념을 확언하는 입장에서 종교 간의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38. Katsuaki Watanabe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자동차 사장
경쟁사들 고전하는 동안 세계 정상을 확고히 한다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는 타인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직설적인 말을 즐겨 하는 이 도요타 사장 역시 세계 자동차 산업을 강타한 폭풍우를 헤쳐나가는 중이다. 도요타의 매출이 줄었다. 특히 최대 규모이며 수익성도 가장 높은 미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와타나베는 상여금, 직원, 지출을 줄이면서 2008년 추정이익을 2007년 실적의 3분의 1로 줄여 잡았다.

그것이 바로 도요타와 디트로이트의 차이다. 흉년에도 도요타는 60억 달러를 번다. 와타나베는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지만 도요타의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사의 결함을 찾는 데 관심을 쏟는다. 그래서 2005년 도요타의 지휘봉을 잡은 취임 초기 민망스럽게도 일련의 리콜 사태가 일어나자 ‘위기’를 선언하고 공개 사과했다.

이제는 경제위기마저 겹쳐 더욱 다급한 상황이다. “우리는 미증유의 심각한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그가 최근 경영진에 말했다. 와타나베는 무조건 자르고 줄이는 구조조정 대신 무엇을 잘라내고 무엇을 유지할지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일본에 있는 두 연구센터(하나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연구하고, 또 하나는 세계 일류인 도요타 생산시스템의 개선을 연구한다)는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이다.

내년 1월 간소하게 열리는 디트로이트 자동차쇼에서 도요타는 잘 팔리는 프리우스의 신형 모델을 집중 선전할 생각이다. 인기 좋은 스마트 카의 라이벌 모델도 이미 공개했다. 일본에서 시판됐고 유럽엔 2009년 소개되는(미국은 아마 그 뒤로 예상된다) 전장 2.98m의 소형차인 도요타 iQ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 도요타의 위기관리 책임자는 자사가 폐허를 딛고 유일무이한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일어서도록 진두지휘하고 있다.




39. Rupert Murdoch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 겸 최고경영자


루퍼트 머독(77)이 미디어 왕국을 세운 이야기는 이미 전설이 됐다. 그는 호주에서 가업으로 물려받은 유일한 신문 아델라이드뉴스를 거대한 국제 미디어 그룹으로 키워냈다. 마이스페이스(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호머 심슨(폭스 TV를 통해 방송되는 최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의 주인공), 비스카이비(BSkyB: 영국의 위성방송사), 폭스 뉴스 등을 아우른다.

머독은 수많은 뉴스와 연예오락 브랜드를 통해 의회, 대중문화, 사이버공간에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약 1년 전 월스트리트저널을 손에 넣은 뒤 WSJ.com에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신문의 취재범위를 경제에서 정치·국제시사로 확대해 신규 독자와 광고주를 유치했다.




40. Jeff Bezos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CEO


우리는 이 사람을 온라인에서 거의 모든 것을 파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는 일급 문화 중재자가 되려 한다. 특히 서적 세계에서 그렇다. 베조스가 도입한 아마존의 전자책 기기인 킨들은 지금까지 종이를 쓰지 않는 서적을 만들려는 시도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다.

무게 283g에 가격이 360달러인 이 장치는 1억 달러 이상이 팔렸고 한 번에 최다 200권의 책이 들어간다. 크리스마스용으로 구입할 요량이라면 너무 늦었다. 베조스와 친한 오프라 윈프리의 선전 덕분에 완전 매진됐다. 베조스가 종이에 무슨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이미 미국에서 판매되는 서적의 무려 30%를 유통시키며 최근엔 중고서적과 희귀본의 최대 온라인 매점인 에이브북스를 사들였다.

베조스에 따르면 킨들의 소유자는 종이책을 사는 손님보다 0.6배 더 많이 책을 산다(종이책과 전자 버전을 합친 통계다).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날수록 직접적으로든(원 서적의 판매) 간접적으로든(전자책의 영향력 증대를 이용해 출판업자에게 가격 인하 요구) 출판물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이 커진다(아마존은 킨들용의 대다수 베스트셀러를 9.99달러에 판다).

출판업계는 오래전부터 대형 서적 체인의 횡포에 시달려왔다. 베조스는 판매할 책의 내용, 판매방식, 가격 등에 업계의 어느 누구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잠재력을 가졌다. 킨들 같은 독서기가 신세대 독자를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쯤이야 출판업계는 기꺼이 포기할 것이다.



41. Shahrukh Khan


샤루크 칸 인도 배우
발리우드 제왕으로 폐쇄된 문화권에 관용 심는다



세계 최고의 영화배우는? 브래드 피트? 윌 스미스? 천만에. 발리우드의 제왕인 샤루크 칸이다. 그가 출연한 애정영화들이 천문학적 거금을 벌어들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돈의 출처가 중요하다.

이슬람 세계에서 칸의 인기는 엄청나다. 심지어 성직자들이 그의 영화를 금지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조차 인기가 높다(암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그 영화들의 주된 매력은 노래와 춤이 나오는 대목들이지만 칸(힌두 여성과 결혼한 무슬림)은 사랑이 비관용(非寬容)을 물리치는, 경건하면서도 세속적인 영화를 만든다.

소냐 간디 여사는 내방객들에게, 특히 무슬림 신자들에게 칸이 출연한 영화 DVD를 선물한다. 관용이 필름 세계에서 실제 세계로 뛰쳐나오기를 바란다.




42. Osama bin Laden


오사마 빈 라덴 테러리스트


그를 잡으려는 추적작전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땅속 깊숙이 숨어들게 만들기는 했다. 한때 왕성하게 홍보활동을 하던 빈 라덴이 2007년 9월 이후로는 비디오를 찍지 않았다. 2008년 5월 이후로는 육성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정통한 탈레반 소식통들은 ‘셰이크’(추종자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가 고위 보좌관들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들은 하나하나 제거돼 간다. 2008년엔 알카에다 요원 1급 지명수배자 20명 가운데 8명이 아프간 국경 근처에서 프레데터의 공격으로 숨졌다. 그 뒤를 이은 부하들은 두뇌나 기획능력에서 전임자들에 못 미친다고 탈레반 소식통들이 말했다. 그래도 뭄바이 공격에서 보듯이 빈 라덴의 이념은 여전히 끔찍한 해악을 끼친다.
미래를 읽는 석학들
단순히 괜찮은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차이는 타이밍이다. 아래 학자들은 자기 분야에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합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경제
조셉 스티글리츠
현재의 금융위기를 스티글리츠처럼 정확하게 예언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2003년 저서 ‘호황의 90년대(The Roaring Nineties)’에서 ‘기업들이 너무 거대해지고 상호연관성이 커질 경우 위험부담이 큰 사업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썼다. 스티글리츠는 이런 대기업들을 가리켜 ‘망하게 내버려 두기엔 덩치가 너무 큰(too big to fail)’ 존재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피터 반스
석탄과 석유, 가스 생산업체들에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하는 조치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 반스는 가격 상승에 대한 반발을 막기 위해 모든 미국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화석연료와 그것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적게 소비할수록 이득을 보게 된다.

공공정책
카스 선스테인
미국인들이 언제나 자신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생각해 보라.] 선스테인은 이런 이유로 근저 ‘팔꿈치로 슬쩍 찌르기(Nudge)’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는 정책(퇴직연금 제도 등이 그런 예다)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이미 그의 팬이 됐다.

의학
조지 처치
2006년 개인 지놈 프로젝트를 시작한 처치는 위키피디아의 한 페이지를 빌려 자원자들의 DNA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공개된 DNA를 이용해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수 있다. 이 연구의 목표는 개인별 맞춤형 의약품의 조기 개발이다. 지금까지 6000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43. Hassan Nasrallah


하산 나스랄라 급진 시아파 지도자
정세 불안한 아랍권에서 가장 영향력 큰 인물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마치 터번을 두른 ‘1984년’의 빅브러더처럼 대형 스크린에서 연설한다. 그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는 일급 기밀이다.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2006년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그 이야기를 전한(아랍의 기준으로는 대승이다) 그는 그 뒤로 이스라엘 군의 암살 대상자 명단에 1순위로 올랐다.

오래 살수록 그의 명성은 커지게 마련이다. 이라크 성직자 모크타다 알 사드르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어서 현재로선 나스랄라가 의문의 여지없이 아랍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급진 시아파 지도자다. 오랜 세월 탄압 받아온 이 무슬림 소수파는, 설령 그의 육신은 아닐지라도 그에게서 보다 자랑스러운 미래를 읽는다.




44. Dr. Margaret Chan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세계적으로 질병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 위협적인 상황에서 찬은 국제사회의 방어 일선을 대표한다. 후덕하게 생긴 이 WHO 지도자가 여성문제와 아프리카 보건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졌지만 원래는 새로운 질병 해결이 전문이다. 홍콩 보건장관 재직 시절 조류독감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처리를 지휘했다.

결국 홍콩의 가금류 150만 마리를 도살처분해 사스를 막았다. 어떤 사람은 그녀의 직업윤리를 가리켜 ‘세계보건의 제임스 브라운(사회운동가로 활동한 미국의 흑인가수)’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45. Carlos Slim Hel


카를로스 슬림 엘루
멕시코의 재벌


세계 제2위의 갑부인 그는 1990년 멕시코의 전화전매공사를 인수한 뒤 통신, 부동산, 소매, 미디어, 소비재 제국으로 키워 600억 달러를 벌었다. 레바논 이민자 출신인 아버지가 용돈과 저축장부를 주면서 자신의 회계감각을 키워줬다고 한다. 35억 달러로 운영하는 슬림의 자선재단은 건강과 교육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지만 2009년엔 그가 공동체보다 병약한 기업들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시티그룹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미국 기업의 지분을 사들임으로써 바겐세일 시장에 나온 미국 자산을 사들인 저명한 외국 기업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그가 무엇을 사들이는지 주목할 것이다. 슬림은 주식을 고르는 안목이 세계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46. The Dalai Lama


달라이 라마
티베트 지도자


사람들은 생전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두고 늙을수록 힘이 커진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73)도 그런 과다. 그가 입을 열수록, 널리 돌아다닐수록, 건강이 나쁘다는 소식이 나올수록(최근 담낭 수술을 받았다) 그의 비중이 더 커진다. 이제 2008년 올림픽을 기화로 티베트-중국 관계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면서 그가 관리해온 외교 상황이 자칫 폭발할지도 모른다.

달라이 라마는 수십 년 전부터 ‘중용’을 호소해 왔다. 티베트 주민들의 독립이 아니라 자치를 요구했다. 티베트의 교육·문화·종교를 지키는 대가로 기꺼이 중국의 일부로 남겠다는 생각이다. 올 초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심지어 중국의 공산통치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여덟 차례 회담에서 아무런 소득이 없자 티베트 망명정부 인사들은 이제 지쳤다. 일부는 폭력저항과 독립투쟁을 부르짖는다.

올 초 건강이 악화되자 부시 미국 대통령이 근심을 표명했고 티베트 망명정부는 그것을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지지로 해석했다. 달라이 라마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자 중국은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한편 달라이 라마가 후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수세기의 전통을 깨고 후계자를 직접 임명할까? 아니면 다음 세대에선 그가 맡았던 역할을 분담하게 될까? 어쩌면 성인(成人)이 티베트의 정치 지도자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적 지도자는 늘 그랬듯 달라이 라마의 화신일 것이다. 아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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