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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승부보다 시장 대응이 먼저

정면승부보다 시장 대응이 먼저

현대자동차가 7월 8일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았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가 3년7개월 동안 2508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LPi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개발과정과 미래 시장전망을 전격 해부한다.

이번에 공개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1.6 감마 LPi 엔진에 무단변속기와 함께 전기모터, 인버터, 컨버터, 배터리 등으로 이뤄졌다. 이 차의 LPi 엔진 출력은 114마력, 전기모터 출력은 20마력이며 공인연비는 17.8㎞/L다. 가솔린 대비 저렴한 LPG 가격과 L당 17.8㎞에 달하는 연비를 종합하면 동급 가솔린 차종 대비 연간 2만㎞ 운행 시 약 135만원의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

유류비 절약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9g/㎞로 LPG 연료 차량 중 세계 최초로 북미 배기가스 규제인 SULEV(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를 만족시켰을 뿐 아니라 국내 최저를 기록했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양웅철 연구개발 총괄본부장의 이날 인사말에서 그 핵심을 읽을 수 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첨단 시스템을 통해 연비를 개선하고, 저탄소 청정 연료인 LPG를 사용해 세계 최초로 ‘초저배출 가스 규제’를 만족시킨 명실상부한 친환경 자동차다. 국산 하이브리드카 시대를 본격 개막한 현대자동차의 야심작인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저탄소 고효율 친환경 차량을 제공하는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다시 도약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왜 첫 하이브리드 차량을 가솔린 엔진이 아닌 LPi 엔진으로 내놓았는지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현대차는 LPi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은 이유로 ▶세계 최고 수준의 LPi엔진 기술 ▶가솔린에 비해 CO2 배출량이 적은 청정연료 ▶가솔린 대비 싼 LPG 가격 ▶국가 에너지 수급측면 고려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 중 친환경, 고효율이라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본래 목적과 부합되는 이유는 CO2 배출량이 적은 청정 연료라는 것밖에 없다. 그나마도 최근 클린디젤 엔진의 개발과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LPG가 친환경 청정 연료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는 지난 5일 ‘국제 미세먼지 심포지엄’에서 “입자상 물질(PM)로 불리는 미세먼지 배출에서 경유차도 청정 자동차로 분류되는 LPG차 등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도요타 특허 피해 LPG로 간 것 아니다”

그는 또 대한석유협회의 용역을 받아 쏘나타급으로 매연정화장치(DPF)를 장착한 경유차와 다른 연료 사용 차량에서 배출되는 나노입자 크기의 극미세먼지의 개수를 측정한 결과 경유와 휘발유, LPG, 바이오연료 차량이 극미세먼지 배출 수준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하나는 LPi기술을 기반으로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의 LPi기술을 기반으로 비교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연료의 특성상 디젤은 물론 가솔린에 비해서도 열효율이 떨어지는 LPG를 친환경, 고효율 차의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솔린의 절반, 디젤의 3분의 1에 불과한 연비를 가진 LPG는 같은 거리를 달리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친환경적 차이기엔 부족함이 있다. LPG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이유도 원가 구조보다는 세금 구조에 기인한다. 가솔린에는 L당 1000원 이상 각종 세금이 붙는 데 비해 LPG는 특소세 40원과 부가가치세만 붙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저렴하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계기판. 경제운전을 하면 계기판 가운데 나뭇잎이 늘어난다.

현대차가 주장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LPi엔진 기술은 불행히도 다른 나라에서 효율이 낮은 LPG를 자동차의 연료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디젤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유럽과 가솔린 엔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하고 있는 일본이 LPG의 기술장벽 때문에 엔진을 개발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자동차 업계의 한 엔지니어는 “LPi엔진은 기후조건이 바뀔 경우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해 범용 엔진으로 사용되기 어렵다”면서 “수출 기업인 현대차가 왜 내수용 엔진으로 하이브리드를 만드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하이브리드 선발주자인 도요타의 광범위한 특허와 기술격차 때문에 우회전략을 펼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도요타의 광범위한 특허를 피하기 위해 가솔린 대신 LPi엔진을 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도요타는 2, 3세대 프리우스에서 하이브리드 관련 특허를 800여 개 보유하고 있다. 성능이 좋거나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기술은 거의 특허로 걸어 놨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2일 기자들을 상대로 하이브리드 기술을 설명하던 이기상 하이브리드 개발실 상무는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특허 범위를 적용해야 하는 특허권자가 가솔린 하이브리드로 한정해 특허 요청을 한다면 바보 같은 짓”이라며 “가솔린 하이브리드 관련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LPG로 갔다는 것은 왜곡된 보도”라고 일축했다.

LPi든 가솔린이든 도요타의 특허를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기술 격차가 아직 심해 시간을 벌기 위해 직접 비교대상에서 제외된 LPi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것 같다”고 관측했다.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양산해 봐야 기술은 물론 원가 경쟁력에서 도요타를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기술 격차 감안한 현실적 고심작

현대차 관계자는 “LPi 하이브리드는 시장 선점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하이브리드 차가 수입되고, 하이브리드 차량 관련 지원책이 나온 마당에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서라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선 시장 대응 차원에서 기존에 없던 틈새 기술인 LPi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다음 내년에 쏘나타급의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도 LPi 하이브리드 차를 대규모로 생산해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에서 공식적으로 올해 7500대, 내년에 1만5000대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는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은 수치다.

일부 국가에서 LPG를 자동차 연료로 쓰지만 극히 일부 지역이고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해 사실상 수출은 어려운 실정이다. 친환경 차량 발표식에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은 물론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 주요 오너 일가가 참석하지 않고, 현대차 대표이사도 참석하지 않은 것도 LPi 하이브리드에 대한 사내 시선을 짐작할 수 있다.

정몽구 회장은 그동안 제네시스, 에쿠스, 쏘울 등 현대기아차의 중요 신차 발표회에 모습을 비쳤다. 사실 20년 전부터 연구하고, 13년 전부터 상용차를 출시해 온 도요타와의 격차를 현대차가 하루아침에 극복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LPi 하이브리드는 그런 고심의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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