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erenade] ‘다문화’ 한국 달갑지만은 않다!
- [Seoul Serenade] ‘다문화’ 한국 달갑지만은 않다!
일전에 캐나다인 친구를 나이지리아인이 운영하는 바에서 만났다. 우리는 콩고의 음악을 듣고 탄자니아 출신의 웨이트리스와 잡담을 나누며 맥주를 마셨다. 그보다 며칠 전에는 호주인 친구를 서울 종로의 터키 케밥 가게 위층에 있는 네팔 식당에서 만났다.
7월 11일에는 몽골 출신들이 동대문에서 몽골식 찐만두인 ‘부즈’를 나눠 먹으며 ‘나담 축제’를 즐겼다(나담은 몽골인들이 7월 11일부터 사흘간 말타기, 씨름, 활쏘기 등을 즐기는 민속축제다). 그리고 일요일엔 필리핀인들이 혜화동 성당 앞에서 노천시장을 열었다.
요즘 서울의 모습은 이렇듯 다양하다. ‘다문화주의’(아니면 최소한 그와 유사한 뭔가)가 한국에 들어왔다. 또 언론 매체들까지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한국이 마치 다문화사회로 들어선 듯 여기기 쉽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외국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한 나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현실은 변했다. 10년 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한국의 ‘다문화사회’는 서울 이태원에 갇혀 있었다. 그나마도 일부 서양식당과 바에 국한됐다. 외국음식도 중식과 한식이 뒤섞인 음식이나, 일식과 ‘엉터리’ 서양식을 섞어놓은 경양식이 전부라 할 만큼 찾기 어려웠다.
당시만 해도 10년 뒤 종로에서 네팔식 카레 요리를 즐기거나 인도의 전통 요구르트 음료인 라시(lassi)를 홀짝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2006년 서울시의 외국인 인구는 17만5000여 명으로 전체 서울 인구의 1.69%다. 1996년의 5만2000여 명에서 세 배로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외국인 인구는 2007년 8월 100만 명을 돌파했다(그 수치에는 90일 이상 체류하는 72만 명의 거주자도 포함된다). 그 과정에서 서울의 ‘중앙아시아 마을’이나 이태원의 ‘리틀 나이지리아’ 같은 특정 외국인 거주지들이 이국적인 표지판, 이질적인 분위기와 함께 곳곳에 생겨났다.
동시에 ‘국경 없는 마을’의 본고장인 경기도 안산이나 남양주 같은 산업단지의 교외에는 외국인 빈민촌까지 들어섰다. 그러나 인종의 ‘용광로’는 절대 일방통행이 아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태원은 서울의 다른 곳을 연결하는 지하철조차 없는 ‘외국인 게토’나 다름없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일종의 ‘출입금지 구역’으로 간주됐고, 서울의 일반시민들도 이태원이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느낄 정도였다. 외국의 음탕하고 타락한 모습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 이태원에 가 보면 ‘관광객’의 대다수는 한국인이다.
이젠 이색적인 장소, 소리, 냄새, 맛을 찾아 이곳을 찾는 가족이 크게 늘었다. 가령 지난 주말 프랑스에서 온 친구와 함께 이태원의 유명한 프랑스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주말이었기에 특별메뉴인 벨기에식 홍합요리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외국인은 나와 내 친구뿐이었다.
세계는 이미 서울 속에 들어왔고, 서울은 이미 이태원 안에 들어왔다. 얼핏 다문화주의의 확산은 매우 반길 만한 현상으로 비친다. 사실 우즈베키스탄의 맛있는 음식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다문화주의의 확산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픈 생각은 없다. 내가 한국에서 살기로 작정한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의 가장 한국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만일 나이지리아나 방글라데시(아니면 미국)에서 살고 싶었다면 차라리 그곳을 선택했으리라. 내가 한국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자신의 문화와 전통을 줄곧 이어왔기 때문이다(물론 한국이 지나치게 가부장적이라거나 외국인을 혐오하는 사회로 여기는 외국인도 더러 있다).
나만의 전통과 문화적 유산이 거의 의미를 상실한 다문화사회 출신인 나로서는 “여긴 한국이고, 우린 한국식으로 일한다”는 태도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외국인 인구가 한국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한(다시 말해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인) 상황에선 유입 이민자가 한국의 문화·사회적 정체성에 미칠 영향을 과장하려는 위험이 늘 도사린다.
반면 미국의 외국인 비율은 2000년 현재 전체 인구의 11.1%, 호주는 20%를 넘어섰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외국인 인구가 급속히 느는 추세여서 한국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듯하다. 그런 외국인들이 보다 한국인화할지, 아니면 한국인이 보다 외국인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필자인 로버트 콜러는 미국인으로 영문 월간 문화전문지 ‘Seoul’의 편집장이다. 필자가 영어로 보내온 글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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