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rld view] 골프의 정치경제학
지난 8월 중순에 열린 PGA 챔피언십의 최종 라운드는 전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랭킹 1위인 미국인 타이거 우즈가 선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떨어져 실망감을 안겼다. 전년도 챔피언이자 유럽 최고의 골퍼로 불릴 만한 파드리그 해링턴은 8번 홀(파3)에서 무려 5타를 잃어 우승권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세계 110위의 다크호스인 한국의 양용은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한 마디로 미국이 쇠퇴하고 유럽이 몰락했으며 아시아가 떠올랐다. 익히 들어본 소리 아닌가? 아시아는 비교적 큰 상처 없이 경제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아시아 전체적으로 올해 5% 성장이 예상되는 한편 중국은 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 경제는 계속 쪼그라들어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플러스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우며 회복한다 해도 미미한 수준일 듯하다. 2008년 미국에서는 새로 문을 연 골프장보다 문을 닫은 곳이 더 많았다. 유럽은 더 큰 시름에 빠졌다. 몇몇 국가는 간신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지만 나머지는 경제의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럽의 몰락은 더 두드러진다. 유럽은 20세기 역사의 주역이었지만 21세기엔 조역으로 전락하게 된다. 해링턴의 최근 성적이 이를 상징하는 듯하다. 골프는 실상 의외로 정치와 경제에 관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몇 년 전 ‘갈등 예방의 황금 아치 이론(Golden Arches Theory of Conflict Prevention)’을 제시했다.
맥도널드 체인점이 있는 나라들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이론이다(러시아와 그루지아, 이스라엘과 레바논 등 싸우는 나라도 일부 있지만 프리드먼의 관측은 여전히 유용하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표는 빅 맥뿐이 아니다. 다수의 골프장을 둔 나라들은 미국에 우호적인 경향을 보인다.
골프장을 폐쇄하는 정부들은 가장 반미적인 경향을 띤다. 이를 역사의 페어웨이 이론이라고 불러두자. 못 믿겠다면 베트남과 베네수엘라만 비교해봐도 안다. 오랫동안 미국과 원수지간이었던 베트남은 지금은 우방이 됐다. 상황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증거는 호찌민 골프 트레일일 성싶다.
예닐곱 곳의 고급 골프코스와 리조트를 연결하는 이 루트는 전쟁 중 남북 베트남을 연결했던 통로 호찌민 트레일에서 이름을 따왔다(하지만 남과 북을 연결한다는 점 외에 다른 공통점은 없다). 반면 미국에 적대적인 지도자 우고 차베스가 이끄는 베네수엘라는 여러 곳의 골프 코스 문을 닫고 다른 곳들도 폐쇄하겠다고 큰소리친다.
차베스는 최근 전국 TV에 등장해 골프가 ‘부르주아’ 운동이라는 등 골프를 비판하는 장광설을 늘어놨다. 그의 억압적인 정책과 일치하는 시각이다. 그런 정책 탓에 베네수엘라의 많은 중산층이 조국을 등진다. 또 남북한을 봐도 그렇다. 폐쇄적인 북한에는 골프 코스가 세 곳뿐이라고 알려졌다.
반면 미국의 우방으로 민주국가인 한국은 234곳이나 된다. 차베스의 관점 중 한 가지는 옳다. 골프가 경제와 정치 개방의 확대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차베스가 가장 높이 평가한다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까워지는 듯하다. 쿠바는 골프 코스를 개발하는 중이다.
아마도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돼 미국인들의 쿠바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인 듯하다. 페어웨이 이론이 옳다면 쿠바가 문호를 더 개방하고 미국에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시간문제다. 그 밖에도 과거 공산주의였던 (또는 전보다 공산주의 색깔이 엷어진) 여러 국가가 대대적으로 골프 코스를 건설하는 중이다.
중국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클럽의 12개 코스를 포함해 모두 300곳을 넘는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골프 코스가 적은 점은 걱정스럽다. 골프는 정상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카슈미르는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꼽혔다. 과거 전쟁으로 얽혔던 두 핵무장 국가 인도와 파키스탄을 가르는 분쟁지역이다.
그 아름다운 계곡에 지금은 다섯 개의 골프 코스가 들어섰다. 평화가 완전히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는 듯하다. 골프는 왜 이렇게 많은 발전적인 추세와 연관될까? 관광객을 환영하는 국가에서 골프가 번창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관광객들은 골프백과 함께 새로운 사고를 들여온다).
골프 코스가 많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전통적인 토대인 중산층의 부상을 반영한다. 그리고 국민이 여가를 즐길 뿐 아니라 기본적인 안정을 당연시하는 사회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 모두는 워싱턴에 어떤 의미일까?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란 같은 분쟁지역을 담당할 고위 특사직을 신설했다. 그러나 자신의 골프 실력을 키우는 데도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미외교협회(CFR) 회장이며 ‘필요에 의한 전쟁, 선택에 의한 전쟁(War of Necessity, War of Choice)’의 저자다. 골프 실력이 항상 들쭉날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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