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세 여성이 과연 프랑켄슈타인을 혼자 썼을까?
1816년,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치던 6월의 어느 날. 스위스를 여행 중이던 일단의 젊은이가 무료함을 달랠 만한 게임을 궁리했다. 젊고 경쟁적이고 사랑을 갈구하며 대단히 문학적이었던 이들은 유령을 소재로 글짓기 대회를 하기로 했다. 18세였던 메리 울스톤크래프트 고드윈은 처음에는 아무런 아이디어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잠을 자다가 악몽을 꿨다. 걸어 다니는 시체, 번쩍이는 노란 눈…. 그녀는 뛸듯이 기뻤다. 다음날 그녀는 줄거리를 구상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표했다. 프랑켄슈타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2년 뒤 ‘프랑켄슈타인, 일명 현대의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가 익명으로 출간됐다.
곧바로 저자가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소설의 서문을 쓴 시인 퍼시 셸리가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저자가 퍼시의 부인(그 뒤 결혼) 메리 셸리임을 아는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메리는 “당시 그렇게 어린 나이의 여성이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서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게 됐는가” 하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고 훗날 술회했다.
1831년의 개정판 서문에서 그녀는 유령 글짓기 대회와 관련된 기이한 내막을 밝혔다(나머지 동석자는 퍼시 셸리, 낭만주의 시인 로드 바이런, 바이런의 주치의이자 훗날 단편소설 ‘뱀파이어’를 쓴 존 폴리도리, 메리의 의붓 자매 클레어였다). 퍼시와 관련된 의혹을 두고 메리는 책에서 “분명 한 가지 사례의 암시뿐 아니라 한 가닥 감정조차 그의 머리를 빌리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녀가 격려 말고도 여러 가지로 그에게 기댄 건 분명했다. “내가 혼자가 아니었을 때 (그와 함께) 한 많은 산책, 많은 드라이브, 많은 대화의 흔적이 여러 쪽에서 묻어난다.”그러나 과연 메리 혼자서 그 소설을 썼느냐는 의문은 수그러들지 않을 듯하다. 그 답은 중요하다.
한때 프랑켄슈타인을 저급한 대중소설로 여겼던 학자들이 지금은 그것을 공상과학 소설의 효시, 낭만주의 문학의 기념비, 그리고 남녀작가의 차이 연구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글로 간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프랑켄슈타인이 고립 속에서 생활하고 일한 결과를 아주 훌륭하게 탐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시체를 살리려고 애쓴 뒤 자신이 만든 괴물을 고독 속에 가둔다. 괴물도 그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앙갚음을 한다. 고독은 둘을 괴물로 만든다. 현실에서 그처럼 독립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퍼시 셸리보다 더 잘 구현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도 양심적인 조력자였다. 셸리 연구가 찰스 E 로빈슨은 메리의 원고를 검토해 퍼시가 프랑켄스타인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조사한 뒤 1996년 메리의 노트북들을 연구자 용으로 편집·출판했다. 그리고 이번에 ‘프랑켄슈타인 원본(The Original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저자 메리 셸리, 퍼시 셸리 협력)’을 정식으로 출판했다.
이 책의 앞 부분은 퍼시의 편집을 강조해 보여주고 뒷 부분은 메리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들려준다. 로빈슨은 서문에서 “이 소설은 메리 셸리가 구상하고 주로 썼다”고 밝혔지만 총 7만2000자 중 “최소” 4000~5000자는 퍼시가 썼다고 그는 추산한다. 퍼시가 고친 부분 중에는 사소한 내용이 많다.
수정으로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개악도 있다. 메리의 병렬 구조 문장을 교정하기도 했지만 간단명료한 언어를 모호하게 만들기도 했다. “작음(smallness)”이 “소소함(minuteness)”으로 바뀌었고 “절망하지 않았다”가 “언젠가는 성공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로 고쳐졌다.
이미 과장된 프랑켄스타인의 문장이 퍼시의 손질로 더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소설의 가장 감동적인 대사를 빛나게 하기도 했다. 괴물이 애정을 가져달라고 창조자에게 호소하는 대목이다. 다음은 메리가 쓴 원문이다. “내가 당신의 피조물(그대의 아담),
아니 오히려 내가 더 없는 기쁨을 볼 때마다 나만이 결정적으로 비참해지는 타락 천사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퍼시는 이렇게 고쳤다. “내가 당신의 피조물(나는 분명 당신의 아담이겠죠)임을 잊지 마세요. 하지만 오히려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당신에게 기쁨을 박탈당하는 타락천사예요. 내가 다시 없는 기쁨을 볼 때마다 나만이 결정적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퍼시는 메리의 언어 속에 깔린 의미를 파악해서 밖으로 끄집어 냈다. “나는 당신의 아담이겠죠” 라고 피조물은 말하지만 그의 창조자는 그의 짝이 만들어지기 전에 그를 거부했다. 그가 인간 취급을 못 받는 건 수술대에서 삶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 외톨이이기 때문이다.
메리 셸리는 외로움과 버림을 몸으로 직접 체험했다. ‘여성 권리의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en)’를 저술한 그녀의 엄마 메리 울스톤크래프트는 그녀를 낳다가 숨졌으며 의붓어머니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여성”이었다고 메리는 술회했다. 16세 때 메리는 귀족 출신에 자칭 무신론자이며 틈만 보이면 반항아 기질을 과시했던 퍼시 셸리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기혼자였던 퍼시와 함께 달아났다. 퍼시는 부인 해리엇 셸리와 사이에 두 살짜리 딸을 뒀고 둘째 아이가 그녀의 배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을 저술하는 동안은 전형적인 혼란기였다. 1816년 여름 퍼시는 또다시 채권자들을 피해 도망 다녔다. 메리의 의붓 자매인 클레어가 바이런의 아기를 가졌는데 바이런은 그녀에게 염증을 느꼈다.
10월에는 메리의 또 다른 의붓 자매 패니가 자살했다. 그 다음달 퍼시의 아내 해리엇이 강물에 몸을 던졌다. 12월 말 메리는 퍼시와 결혼해서 곧 아기를 가졌다. 3년 사이 세 번째 임신이었다. 임신과 양육에 관한 부담이 분명 그녀의 마음을 짓눌렀다. 말하나 마나 그녀도 퍼시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했으리라.
알다시피 그녀는 과학에 푹 빠져 있었다. 1831년 개정판 서문에서 메리는 퍼시, 바이런, 폴리도리가 새로운 과학실험을 놓고 토론한 내용을 묘사했다. 그녀는 또 아버지를 따라 화학 공개 학술강연에 다녔으며 어렸을 때부터 실험(특히 폭발물 실험을 좋아했다)에 관심이 많았던 퍼시와 과학을 두고 토론했다.
프랑켄슈타인은 흔히 과학적 탐구의 위험을 경고하는 우화로 간주된다. 주로 영화와 연극 각색이 그 과학자를 사악한 미치광이로, 괴물은 힘센 멍청이로 묘사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훨씬 더 복잡하다.
리처드 홈즈가 그의 훌륭한 신저 ‘경이의 시대(The Age of Wonder)’에서 증명하듯 낭만파들은 과학을 거부하지 않았다(홈즈는 퍼시 셸리를 다룬 뛰어난 전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낭만파 예술가와 과학자 모두 진실을 추구했으며 모두 경이로움에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
프랑켄슈타인과 퍼시 셸리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일종의 예술가일 뿐 아니라 당대 저명한 과학자들의 합성물이다. 그러나 홈즈가 프랑켄슈타인에 관한 부분에서 입증한 대로 메리도 과학적 탐구를 둘러싼 두려움을 표현했다. 인간이 자연을 기계처럼 조작할 수 있다면 영혼은 어떻게 될까?
화학과 생물 이야기는 전체 줄거리 그리고 인간의 반쪽에 불과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프랑켄슈타인은 이성과 감정, 자연과 문명, 분열된 자아 간의 논쟁이다.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갈등을 치유하는 데 신은 필요 없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그보다 다른 인간의 우정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몇년 뒤 메리는 프랑켄슈타인을 일컬어 “행복한 시절의 소산”이라고 불렀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으니 그 시절에 향수를 느낄 만도 하다. ‘프랑켄슈타인 원본’을 보면 그녀의 말이 더 쉽게 와 닿는다. 로빈슨의 편집(곳곳을 이탤릭체로 가볍게 강조한 산문)은 퍼시와 메리 간의 사실적이고 묘하게 감동적인 교제의 증거다.
로빈슨은 공책의 낱장들을 살펴본 뒤 메리가 소설을 쓸 동안 두 연인이 공책을 주고받았다고 추론했다. 메리는 그 책을 가리켜 자신의 “무시무시한 자식”이라고 불러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떠올리게 했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달리 그 책을 완성하려고 자신을 고립시키지는 않았다.
그녀의 ‘행복한 나날’은 곧 끝났다. 25세가 됐을 때 네 자녀 중 셋이 죽었고 그녀의 남편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을 쓸 때 그녀는 외롭지 않았다. 퍼시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퍼시의 전기 ‘셸리, 추구하는 삶(Shelley: The Pursuit)’에서 홈즈는 “ ‘타락 천사’의 독백 부분에서 메리가 언급한 주제가 셸리의 후기 시 작풍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놀라운 예지력”이라고 평했다. 어쩌면 예지력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영향력은 사랑처럼 양방향으로 통하는 법이니까.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생닭 버무린 손으로 키보드를?... 조회수 1715만 터진 뇌절 요리사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25/isp20260525000055.400.0.png)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종전 합의'에 코스피 급등…증권주 일제히 강세[특징주]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홍진경 키 180cm인데…“파리 쇼 당일 47kg 찍어” (소라와 진경)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 “이란과 합의로 호르무즈 ‘통행료 없는 통행’ 보장”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최소 10배 잭팟…스페이스X ‘떡잎’ 알아본 투자사 어디?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할로자임 ‘타깃 계약’ vs 알테오젠 ‘물질 계약’…알테오젠 미소짓는 이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