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新누벨 바그의 기수
1950~60년대 장 뤽 고다르(‘네 멋대로 해라’)와 프랑수아 트뤼포(‘어른들은 알아주지 않는다’) 등 프랑스의 20~30대 젊은 영화인들이 전통적인 영화기법에 반발해 시도한 새로운 영화들이 세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운동 이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프랑스 영화감독은 거의 없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장-피에르 주네의 2001년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멜리에’ 등) 말고는 프랑스 영화는 주로 국내 시장에서만 주가를 높였다. 프랑스는 공적 보조금 제도로 국내 영화를 지원하고 할리우드 수입영화를 규제해서 국내 영화를 보호해 왔기 때문이다. 요즘 자크 오디아르는 세계 무대에서 각광을 받는 차세대 프랑스 감독으로 떠오른다.
그의 최신작 ‘예언자(A Prophet, 프랑스 형무소를 배경으로 한 가슴 떨리는 갱스터 영화)’는 이미 프랑스에서 1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고 지난해 칸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으며 최근 영국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선 프랑스의 최우수 외국영화상 후보작이다.
그리고 1월 중 이 영화가 구미 전역에서 개봉되면 오디아르는 분명 프랑스 영화의 거성들과 비견될 듯하다. 뉴 웨이브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나 장 뤽 고다르는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에 점프 컷(jump cut, 장면의 비약적 전개)이나 연결되지 않는 줄거리 등 당시에는 혁신적인 기법들을 결합했다.
오디아르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영화제작 방식과 해피 엔딩을 뛰어넘으려 애쓴다. 그는 ‘르 클뤼브 데 13’이라는 영화 전문가 그룹을 결성해서 프랑스의 영화제작 방식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파스칼 페랑이나 클로드 밀러 같은 감독을 포함한 이 그룹은 질 낮은 고예산 블록버스터와 소규모 예술실험 영화 간의 국가 자금지원 격차가 확대된다며 예술적 특성을 지닌 중간예산 영화들의 지원을 확대하라고 촉구한다.
‘예언자’는 말릭(타하르 라힘)이 살벌한 환경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아랍계 프랑스인인 그는 10대 때 잔뜩 겁에 질려 형무소에 들어가지만 몇 년 뒤 방대한 마약밀매 사업을 운영하는 빈틈없는 사업가 청년으로 그곳을 나선다. 그 과정에서 그는 독방 생활을 하고 조직적인 인종차별 폭력을 당한다.
이 영화는 오락적 성격을 조금도 해치지 않으면서 프랑스 무슬림들 사이의 따돌림과 범죄 문제를 교묘하게 다룬다. 마티유 카소비츠의 1997년작 ‘증오(La Haine, 파리 교외의 빈민가가 배경이다)’처럼 ‘예언자’도 사회 언저리에서 살며 환멸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지만 실상 오디아르는 전혀 다른 세계 출신이다.
오디아르는 41세 이후에야 감독으로 정식 데뷔했지만 영화와 밀접한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 미셸은 프랑스 갱스터 영화의 제작에 다수 참여한 다작 시나리오 작가였으며 오디아르도 영화 입문 당시부터 로만 폴란스키 같은 명감독과 함께 일했다.
그의 전작 영화 4편 중 2005년작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The Beat That My Heart Skipped)’은 거친 생존경쟁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던 부동산 개발업자가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의 불씨를 살리려 애쓰는 내용이다. 1996년작 코미디 ‘위선적 영웅(A Self-Made Hero)’에선 과거 뉴웨이브 감독들을 희미하게 연상케 하는 장난스러운 측면을 보여줬다.
가족 사진의 이미지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등장인물들이 카메라에 대고 무표정한 얼굴로 독백을 한다. 현재 오디아르는 현대 프랑스 영화에서 전통적으로 상반되는 두 개념인 예술과 상업적 성공을 결합하고자 한다.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2004년 프랑스 법원은 주네의 아멜리에 후속편 ‘인게이지먼트(A Very Long Engagement)’가 전국 영화제에 출품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기에는 ‘프랑스적’ 측면이 미흡하다고 판결했다.
프랑스에서 프랑스 배우들을 캐스팅해 제작했지만 워너 브러더스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하는 프랑스 감독들은 어느 곳에서든 성공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만은 예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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