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먼저 알아야 할 남편 건강법
아내가 먼저 알아야 할 남편 건강법
“아이고 속이야.” 많은 아내가 남편의 이런 신음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는다. 맵고 짠 음식을 즐겨 먹는 데다 술과 담배, 스트레스에 노출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속이 편할 리 없다. 속이 불편한 이유는 많겠지만 십중팔구 위나 십이지장 쪽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위나 십이지장의 안쪽 점막은 강한 산성인 위산이나 소화 효소를 포함한 위액에 노출되어 있지만 자신의 위액에 의해 다치지 않는 방어구조를 갖추고 있다. 점막 세포를 보호하는 물질이 계속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나쁜 식생활 습관과 세균 감염에 의해 방어구조가 무너지면 점막이 상처를 입게 된다. 이 상처를 통해 위액의 공격을 계속 받게 되면 조직의 일부가 없어지는 게 궤양이다.
통증이나 불쾌한 증상을 느끼는 부위가 위면 위궤양, 십이지장 쪽이면 십이지궤양이 되는데, 그 부위에서 피가 나와 토혈이나 하혈, 천공(구멍이 생기는 것)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위·십이지궤양을 일으키는 3대 원인으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약(NSAID), 스트레스를 꼽는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이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가 위나 십이지궤양을 일으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다른 원인이 있을 때 병을 가속화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강한 산성의 위 안에서는 세균이 생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위 점막 안에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라는 세균이 존재하며, 위궤양 환자의 70~80%, 십이지궤양 환자의 90% 이상이 이 세균에 감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위궤양과 십이지궤양을 일으키는 구조는 다르다.
먼저 위궤양의 경우를 보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위 안의 요소(尿素)로부터 암모니아를 만들어 위산을 중화함으로써 강한 산성의 위 안에 정착하게 된다. 이 암모니아가 위 점막을 다치게 한다. 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에 의해 위 점막에 유해한 활성 산소가 다량 생성되면 점막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자체가 내는 독소에 의해서도 위 점막이 손상될 수도 있다.
상복부에 통증 지속되면 검사 받아야이에 비해 십이지궤양은 위산 분비가 많은 사람에게 주로 생긴다. 위산 분비가 많아지면 십이지장에 위의 점막이 형성되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십이지장으로 흘러나오면서 이 점막에 들러붙어 상처를 입힌다. 위 점막에 비해 산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십이지장에 위산이 흘러 들어오면서 궤양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감염된 사람 모두에게 위· 십이지궤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궤양이 생기는 경우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자의 2~3%에 불과하다.
위·십이지궤양을 일으키는 두 번째 원인은 해열, 진통,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NSAID이다. 이 약 때문에 생기는 위·십이지궤양의 특징은 통증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행되어 갑자기 토혈이나 하혈을 일으킨다.
치료 목적으로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약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주치의와 상의해 소화기궤양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이 있는 사람은 예방 차원에서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비록 소량이지만 아스피린도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약의 일종이기 때문에 위나 십이지궤양을 늘 조심해야 한다.
위나 십이지장 등의 내장 기능은 자율신경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 강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의 기능이 흐트러져 점막의 혈류가 나빠지고 다치기 쉬운 상태가 되어 궤양을 일으킨다.
1995년 일본에서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피해를 본 지역의 위·십이지궤양 환자를 조사했는데, 피해가 큰 만큼 궤양의 정도도 악화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적도 있다. 누구나 갑자기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식욕이 없어지고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을 경험했을 것이다.
위·십이지궤양은 문진, 촉진, 조영제를 마시고 X선 촬영을 하는 바륨조영검사,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위·십이지궤양이 의심되는 환자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궤양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느다란 관에 초소형 카메라가 붙은 내시경을 입이나 코로 삽입해 모니터로 상태를 보는 내시경 검사다.
이 검사를 통해 궤양의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암이나 다른 병이 아닌지 구별한다. 그뿐만 아니라 암 검사를 위해 조직을 채취하거나 출혈을 멈추게 하는 처치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채취하는 조직의 크기는 1㎜ 정도에 불과하며 그 과정에서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상복부나 명치 쪽에 지속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해 위·십이지궤양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자각증상이 느껴지는데도 속풀이 해장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병을 키울 수 있다. 식사를 한 후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위궤양, 공복 시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십이지궤양일 가능성이 크다. 위궤양일 경우 위로 들어온 음식이 궤양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한다.
이에 비해 십이지궤양은 위산이 궤양을 자극해 통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공복 시에 자각증상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궤양이 있어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있어 통증만으로 궤양의 정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위·십이지궤양 환자는 가슴 한가운데가 불타는 듯이 아픈 불쾌감을 느끼거나 시큼한 액체가 역류되어 신트림이 나오는 증상이 종종 발생한다.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유문(幽門)이 좁아져 위에 장시간 음식이 머물기 때문에 식도로 위산이 역류하는 것이다.
가스가 많이 생기고 장의 운동이 둔해져 복부 팽만감이 느껴지며, 식욕부진과 구토 증상이 있는 것도 위·십이지궤양 환자의 특징이다.
제균치료가 우선궤양 쪽에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을 통해 지혈제를 주사하거나 레이저로 지지는 지혈치료를 한다. 출혈이 없는 경우에는 약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일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라면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발견되었다면 제균치료가 우선이다.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면 일시적으로는 편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나중에는 칼슘에 의해 위산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차라리 물을 마시는 편이 낫다. 지나치게 뜨겁거나 찬 음식, 신맛이 강한 식품, 염분이 많은 식품, 고추·후추·카레·겨자 등 위산 분비와 위 운동을 촉진시키는 강한 항신료 섭취도 줄여야 한다. 밥은 규칙적으로 하루 3~5회에 나눠 조금씩 먹어야 위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위·십이지궤양 환자는 철분이나 비타민 B12의 흡수가 부족하고, 특히 급성 위염의 경우에는 위벽 출혈로 빈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간, 살코기, 녹색채소, 통곡식, 달걀 노른자를 섭취하길 권한다. 신선한 양배추즙과 보리밥을 즐겨 먹으면 위·십이지궤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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