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책 시장 판도] 전자책 출판 탄력 받았다

“종이책은 죽었다.” 세계적 미래학자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MIT(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지난해 “10년도 아닌, 5년 안에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해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1995년 자신의 저서 『디지털이다』에서 2000년대 디지털 시대를 예고한 인물이다. 종이신문·라디오·TV가 쟁쟁하게 살아있는 것처럼 네그로폰테 교수의 예측대로 종이책이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전자책의 돌풍과 함께 세계 출판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건 분명하다.
APP(미국출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전자책 매출액은 9030만 달러로 종이책 매출액 812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아마존은 이미 지난해 2분기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을 추월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지난해 4월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내놓고 연말까지 1500만 대에 달하는 판매액을 올리자 전자책 시장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매달 나오는 전자책 2000종 넘어이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지난해까지 연간 400억~500억원 규모에 머물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전자책을 꺼내볼 수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돌풍이 전자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교보문고는 8만여 권, 인터파크는 7만 권가량의 전자책을 확보해 손님을 맞고 있다. 예스24는 5만 권 이상의 전자책을 확보했다. 여기에 국내 최대 통신업체 KT가 가세해 6만여 권의 전자책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들의 판매 성장률도 주목된다. 교보문고는 최근 하루 평균 1000만원 이상의 전자책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 1분기 전자책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배가 됐다. 인터파크도
지난 4월 유료 전자책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자책 활성화를 위해 주요 출판사 60여 곳이 주주로 참여해 결성된 KPC(한국출판콘텐츠)의 몸집도 덩달아 커졌다. 제휴회사가 최근 2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KPC는 조만간 SK네트웍스와 손잡고 도서관에 전자책을 제공하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KPC 엄일용 사업팀장은 “요즘 출판사들은 새로 내는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동시 출간하는 데 적극적”이라며 “KPC가 한 달에 제공하는 평균 200권 정도의 전자책 가운데 신간 비율이 20~30%에 이른다”고 말했다.
과거엔 유통회사들이 전자책을 종이책보다 70~80%까지 싸게 팔거나 이벤트 형식으로 공짜에 가깝게 제공해 문제가 됐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 하반기부터 전자책이 명확하게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전자책이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으면 출판사가 판매가격을 정해 표시하고, 유통회사는 이 가격의 10% 이내에서만 값을 내려 팔 수 있다.
출판·유통·통신 업계는 전자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KT는 최근 ‘브랜드북’ 광고 사업을 마련해 BMW를 광고주로 유치했다. 브랜드북은 사진과 영상을 결합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만드는 전자책 형태의 광고다. 이 브랜드북을 일반 전자책과 묶어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브랜드북을 보는 대신 할인혜택을 얻게 한다는 계획이다.
LG U+는 지난 3월부터 잡지사들이 태블릿PC용 전자책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해당 전자책에 모바일광고를 얹어 수익을 나누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 출판사가 자유롭게 전자책을 등록·판매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주는 곳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셀프출판 전문업체 북씨에 소개된 한 네티즌 작가의 『공포에 대한 6가지 이야기』라는 전자책이 인터파크 전자책 주간순위에서 2위까지 오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1인 출판’ 활성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전자책 솔루션 업체 내일이비즈와 석탑출판은 3D 화면으로 종이책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전자책 솔루션을 하반기부터 제공한다. 이 솔루션은 PC나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전자책의 ‘읽는 묘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책 싸야한다는 인식 바뀌어야AAP에 따르면 미국 전자책 시장은 2009년 1억6580만 달러로 2008년보다 3배 정도로 커지면서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무선인터넷 사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에 비하면 전자책 시장의 성장세는 미흡하다. 무엇보다 신간서적 등 읽을거리가 부족하다. 전자책은 싸야 한다는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나오는 전자책은 2000종에 이른다. 하지만 나온 지 한 달 이내의 신간은 불과 2~3%에 그치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들이 제공하는 수만 권의 전자책 중에는 일반 독자의 손이 타지 않는 외국 원서도 꽤 포함돼 있다. 랜덤하우스·펭귄 등 유명 출판사들이 이미 2009년부터 모든 새 책을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동시 출간하면서 볼 게 많은 해외와 대조를 이룬다.
주요 출판업체들이 만든 KPC는 아직 교보문고·KT·예스24 등 주요 유통업체에 전자책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출판사들은 유통업체들이 전자책 가격을 맘대로 떨어뜨리고, 투명하게 정산해주지 않았던 과거사 때문에 자체적으로 만든 디지털저작권관리 체계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체계를 적용하면 유통사의 전자책 판매 자료를 출판사들이 공유할 수 있다. 반면 이미 독자 디지털저작권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전자책 장터를 만든 유통회사들은 “새로 디지털저작권관리 체계를 적용하려면 많게는 초기 장터 구축비용의 절반을 재투자해야 할 판”이라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결국 시장 생태계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볼만한 책이 적을뿐더러 과거 싼 맛에 전자책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꿀 방법은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가 전자책의 활발한 공급을 위한 통로를 뚫고 다양한 특화상품으로 경쟁한다면 자연스레 전자책 시장으로 들어오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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