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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주도주 교체 눈여겨보라

[Stock] 주도주 교체 눈여겨보라

주식시장을 끌고 왔던 자동차·화학주 등이 주춤하는 사이에 음식료·유통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한 백화점의 과일 코너.

시장을 끌고 왔던 자동차, 화학주 등이 주춤하는 사이에 음식료·유통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IT(정보기술)주까지 가끔 힘을 보태줘 주도주 교체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해주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은 5월 초부터 기존 주도주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먼저 화학주를 매도했고 최근에는 자동차 주식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6월 들어 기관투자가도 이 대열에 가세해 주도주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주가 속성상 주도주는 계속 달려야 존재 가치를 가질 수 있는데 가격이 정체해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이 자동차주를 내다 파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자동차 주식이 현재 이익과 전망이 좋은 게 사실이지만 주가도 그만큼 올랐다. 반면 리콜과 지진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은 도요타자동차는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 고점의 4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금은 도요타자동차의 국내 생산이 지난해 대비 30% 가까이 줄어들 정도로 어려운 시기지만 도요타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조만간 회복되리라 기대된다.



음식료·유통주 부상주식시장에서는 상황이 가장 나쁠 때가 투자의 적기다. 물론 해당 기업이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도요타가 그런 기업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주가가 낮은 도요타가 우리 자동차 기업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기회를 제공할지 모른다. 이렇게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상에 차이가 있는 점이 주도주 매매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되고 있다.

정말 주도주가 바뀐 걸까. 우선 과거 대세 상승 때 주도주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대세 상승 기간 동안 두세 번의 주도주 교체 과정이 나타나고 마지막 주도주가 하락하면서 시장 전체의 상승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1986~89년의 경우 대세 상승 초기에는 삼성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제조업 주식이 우세했다. 1년 정도에 걸쳐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제조업 주식들은 다른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을 뿐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주도주가 형성된 건 1986년 말 트로이카로 불리던 무역, 건설, 금융주가 시장을 끌고가면서부터였다. 이 주식들은 시장이 끝나는 1989년까지 강세를 이어갔는데 이사이 증권주는 100배에 이르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대세 상승을 기록했던 2003~2007년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처음은 IT주식으로 시작해 2003년 2월에서 2004년 3월 사이에 삼성전자 주가가 배 가까이 됐다. IT가 주춤해진 후 증권주가 상승을 이어받았는데 자본시장 통합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데다 낮은 가격에 따른 메리트까지 가세해 대우증권 주가가 2005년 이후 2년 동안 11배로 오를 정도로 강세를 지속했다. 마지막은 조선주였다. 수주가 급증해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리는 등 중국 특수가 본격화하면서 2007년 말까지 상승이 이어졌다. 그리고 대세 상승이 마무리되면서 주도주의 이탈 과정이 나타났고 종합주가지수도 약세로 기울었다.

2011년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재 상승은 금융위기 직후 급락이 시발점이었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갑자기 낮아졌고, 위기의 충격이 어떤 업종에 얼마나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상승은 업종 구분 없이 우량주에서 시작됐다. 상승 속도도 상당히 빨라 2008년 10월 이후 10개월 만에 삼성전자가 배 이상으로 오를 정도였다. 그리고 녹색성장 주식이라는 테마를 거쳐 2009년 초반부터 자동차와 화학주가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다른 주식 대부분이 상승 대열에서 탈락한 가운데 이들만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저점 낮아지는 조정 양상 보일 듯자동차·화학주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고한 주도주로 인식되고 있고, 큰 폭의 이익 증가가 계속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당장 이를 대체할 만한 종목을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외국인과 일부 기관 매도로 해당 종목이 조정을 겪을 수는 있지만 상승 구도가 완전히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동차와 화학주는 과거 대세 상승기의 다른 주도주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세 상승이 진행되는 동안 몇 차례 주도주의 반전이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2년 넘게 자동차와 화학만으로 시장이 꾸려지고 있다. 그만큼 집중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 상관없이 주도주 교체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종목 패턴이 형성되는 건 사실상 어렵다. 대세 상승이 한창 진행된 후 주도주 교체는 상승의 끝을 의미한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상승 초기라면 다양한 종목에 대한 시도가 있을 수 있지만 주가가 많이 올라간 후에는 새로운 시도가 나오기 힘들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기존 주도주 이외 종목의 부상은 그동안 소외된 데 따른 상승일 뿐 연속성을 찾기 힘들다.

주가가 힘을 못 쓰고 있다. 5월 2000 선 위에서 나타났던 격렬한 변동성조차 사라진 채 주가가 힘없이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은 직전 저점인 2030 선까지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 지수대가 무너질 경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식시장이 경기둔화의 영향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고 있는 점이 하락 요인인데 국내외 모두에서 발표되는 지표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경기 둔화 초기에 나오는 전형적 모습으로 당분간 경기가 주식시장에 힘을 보태주지 못하리라 판단된다.

경기둔화에도 금리정책 변경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6월 금통위를 통해 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고, 유럽중앙은행은 6월에 인상을 보류했지만 조만간 금리를 다시 건드릴 전망이다. 물가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고 4월부터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정책이 공격적이란 판단이다. 정책금리 인상에도 시장 금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유동성은 시장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에 주가가 2200 선에서 빠르게 하락할 때는 급격한 반등이 예상됐다. 시장에 기대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단기 낙폭이 컸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마저 사라졌다. 당분간 시장은 경기 불안에 따른 영향으로 조금씩 저점이 낮아지는 조정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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