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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부부는 재산도 일심동체

[Law] 부부는 재산도 일심동체

김 사장은 박 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을 수 있는 승소 확정판결을 가지고 있다. 김 사장은 이 판결을 근거로 박 사장 부부가 사용하던 가재도구에 대해 강제집행을 했다. 박 사장의 처는 “가재도구는 남편과 나의 공유물인데, 남편에 대한 판결을 가지고 아무런 채무가 없는 내 공유 지분까지 집행한 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민사집행법 제190조는 헌법상의 대원칙인 재산권 보장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청했다.

부부의 공유재산, 특히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가재도구는 어떤 절차에 따라 강제집행되는 걸까? 민사집행법 제190조는 부부의 공유재산은 채권 집행방식이 아닌 유체동산 집행방식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이게 과연 헌법에 위배되는가?



공유지분 강제집행은 적법공유재산에 대해 공유자가 가지고 있는 게 공유지분이다.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는 채권 집행방식에 따라 집행하는 게 원칙이다. 이 경우 채무자 아닌 다른 공유자는 제3 채무자가 되고, 집행관이 공유물을 압류하면 채무자 아닌 공유자는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하게 된다. 부부가 함께 쓰는 가재도구가 집행대상물인 경우에 위와 같이 된다면 위 소송에서 채권자는 압류물이 채무자의 특유재산이라는 걸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대개 입증하기 어려워 채권자, 특히 영세한 채권자들에게는 사실상 채권을 포기하라는 것이어서 법감정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민사집행법은 부부 공유의 재산에 대해 그 공유지분의 집행절차를 채권 집행방식이 아닌 유체동산의 집행방식에 따르도록 바꿨다.

개정된 법규정에 따르면 채무자와 그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유체동산은 채무자가 단독으로 점유하고 있는 동산처럼 똑같이 압류할 수 있다. 가재도구의 경우 그것이 채무자의 특유 재산인지 배우자와 공유재산인지를 미리 알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므로 부부가 사용하고 있는 유체동산은 그것이 특히 배우자의 점유에 속하는 게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압류해 현금화할 수 있도록 했다.

압류와 현금화는 부부 공유의 경우에도 채무자의 공유지분이 아니라 재산 전체에 대해 행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은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있으면서 혼인신고만을 하지 아니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의 공유 유체동산에 대해서도 유추적용할 것인지 의문이 있으나 판례는 사실혼의 경우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부부공유 유체동산을 경매하는 경우 배우자는 매각기일에 출석해 우선 매수할 것을 신고할 수 있다. 배우자의 우선매수권이다. 이 경우에는 부동산 공유자의 우선매수에 관한 규정이 준용돼 배우자는 일단 물건 전체의 대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자기 지분에 상당하는 액의 지급을 받아가야 한다. 공유지분을 주장하는 배우자는 배당요구의 절차에 준해 집행관에게 매각대금 중 자기의 지분에 상당한 액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 지급요구는 매각일시에 매각장소에 출석해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면에 의해야 하고 집행관이 매득금을 영수한 때, 즉 대금 지급 시까지만 할 수 있다. 배우자의 공유 주장에 대해 이의가 있는 채권자는 배우자에 대해 공유관계 부인의 소를 제기해 공유가 아님을 확정해야 한다.

이런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법률조항은 부부공유의 재산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비록 이 법률조항에 따라 침해된 권리를 일부 보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집행의 편의와 신속을 위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본권 제한입법의 기본원칙인 과잉입법 금지 원칙에도 위반된다. 채권자의 실효성 있는 권리행사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사회적 약자인 채무자와 배우자 및 그 가족들이 최소한의 생활기반마저 잃도록 만들어 경제적 생존이 불가능하게 되는 등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둘째, 다른 공유 유체동산과 달리 유독 부부공유의 유체동산만 이 법률조항에 따른다면 이는 배우자라는 신분을 이유로 다른 채무자에 비해 차별대우하는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들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첫째, 부부가 공유하는 유체동산이 통상 비교적 소액이고 이를 분할하기가 쉽지 아니할뿐더러 채권자로서도 그 지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채무자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사용·수익하기는 매우 곤란하므로 결국 경매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채권자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률조항이 비록 배우자에 대한 채무명의 없이 배우자 공유인 유체동산에 대한 집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채무자 아닌 배우자에 대해 본질적인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물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부부공유 유체동산은 그 대부분이 부부의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해 일상 가사의 범주 내에서 취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부 일방의 채무명의만을 가지고 압류한다 하더라도 부부간의 특수한 관계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채무자가 아닌 배우자에 대해 부부공유 유체동산의 공유지분을 강제집행했다 해도 부부의 특수한 관계, 재산소유 및 점유관계의 특수성 등에 따른 합리적 근거가 있다. 그래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민법은 부부재산의 귀속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 공유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부부는 애정과 신뢰의 기초 위에서 공동생활에 필요한 걸 서로 공여해야 하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인 협동체이고, 상대방의 생활을 자기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야 할 부양의 의무를 부담함과 동시에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하는 특수성을 가진 관계라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부부에게 일상 가사 대리권을 인정하면서 나아가 일상 가사 채무에 대한 연대책임까지 규정하고 있는 것도 모두 같은 취지라 할 것이다.



경매 때 배우자가 우선 매수할 수 있어민사집행법은 배우자에 대한 채무명의 없이 배우자 공유인 유체동산에 대한 집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배우자의 보호를 위해 배우자의 우선경락권 조항을 신설해 압류한 유체동산을 경매하는 경우에는 배우자가 우선 매수할 것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배우자의 지급요구 조항을 신설해 공유지분을 주장하는 배우자에게 지분 상당의 매득금지급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보완적 규정으로 그것이 채무자 아닌 배우자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부부관계, 재산소유 및 점유관계의 특성에 따른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부부는 일심동체이므로 부부 일방의 채무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는 법감정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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