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NITED NATIONS] 유엔 산하기구의 허브를 꿈꾸다
- [THE UNITED NATIONS] 유엔 산하기구의 허브를 꿈꾸다

인구 31만의 서독의 옛 수도 본은 독일통일 이후 유엔시티로 거듭났다. 본은 베를린에게 독일의 수도를 넘겨 준 다음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 아래 공격적으로 유엔기구를 유치했다. 사무실을 무상임대 해주거나 1달러의 임대료를 받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현재 본에는 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 사막화방지협약 사무국(UNCCD), 유엔자원봉사기구(UNV) 등 19개의 유엔기구와 150여개의 국제기구가 들어섰다. 수도 이전 전과 비교할 때 경제침체 없이 오히려 유엔시티, 과학기술과 문화교육 중심도시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아시아의 제네바라 불리는 방콕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본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지역본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지역본부, 국제노동기구(ILO) 지역본부, 세계보건기구(WHO) 지역본부 등 30개 이상의 유엔기구가 있다.
인천광역시는 2004년 30여 개의 유엔기구를 인천 송도에 유치해 뉴욕, 제네바, 비엔나, 나이로비를 잇는 세계 다섯 번째 유엔본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었다. 4900억원이 드는 65층 유엔센터를 건립, 국내에 있는 유엔 산하 기구와 국제기구를 포함 총 30여 개의 기구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09년 이 계획은 대폭 축소 변경됐다. 투자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청 국제협력관실은 “2012년 준공될 33층 규모의 신경체청사 i타워에 송도의 유엔 산하 기구를 모두 입주시킬 계획”이라고 말한다. 인천시는 유라시아 초고속 네트워크 등 국제기구를 추가로 유치할 생각이다.
현재 국내의 유엔 산하기구는 모두 10개로 유니세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 유엔관련 국가위원회와 기타 관련 국제기구까지 합하면 총 20여 개다. 이 가운데 10곳은 현재 송도에 있다. 인천시는 2006년 유엔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 산하 정보통신교육센터인 APCICT를 유치한 이후, 2009년 유엔 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ISDR)를 2010년엔 아태 경제사회위원회(ESCAP) 동북아 사무소를 송도에 끌어들였다. 올해엔 유엔 경제사회국(DESA)산하 지속가능발전센터(UNOSD)와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아태지역사무소를 추가로 유치해 개소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지난 8월, 모의유엔회의가 열린 송도를 찾아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많은 유엔 산하기구를 송도에 적극 유치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으나 사실상 ‘다섯번째 유엔본부’라는 꿈은 아직 먼 미래라고 봐야 한다. 송도 유엔도시 자문을 맡았던 박흥순 교수(유엔체제학회장·선문대 국제관계)는 “명확한 개념을 세워 이에 부합하는 산하기구들만 유치해 시너지를 올린다는 클러스터 전략이 없었고 동아시아 국가간, 지자체 간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유엔산하기구를 유치하려 한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일례로 2004년 부산 기장군에 유치된 북서태평양환경보존계획(NOWPAP)은 일본, 중국과 유치경쟁 과정에서 사무국을 공동개설하고 직위도 나눠가지는 일이 발생했다.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 경로 파트너십 사무국(EAAFP)의 경우 중국 북경시, 전라남도 신안시와 유치경쟁을 벌이다 2009년 인천시가 5억원의 지원금을 약속하고 송도에 유치했다.
국제 기구의 유치 지원금은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지난해 송도에 유치된 재해경감전략기구(ISDR)의 경우 한해 지자체 지원금이 100만달러(10억원)다. 사무실 임대료와 각종 인테리어 제반 비용은 무료다. 아태정보통신기술센터(APCICT)역시 마찬가지다. 인천시 지원금만 한해 100만달러고 정부(방송통신위원회)로 부터 받는 금액 역시 약 92만달러다. 올해 말 송도 연세대학교 캠퍼스 내에 개소될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와 송도 미추홀타워에 들어서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역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연간 각각 5억원씩 지원받는다.
인천시청 류치현 국제협력관은 “유엔산하기구의 유치는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우리가 앞장선다는 의미가 더 크다”며 “더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하게 되면 송도가, 넓게는 우리나라가 유엔산하기구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정태 전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담당관 역시”유엔기구를 유치할 경우 기구 내 50%는 현지 인력으로 채워질 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를 통해 유입되는 정보와 지식의 가치는 국가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박흥순 교수는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만 하더라도 각종 국제회의 주최, 수반들의 방문, 유엔 직원들의 소비활동이 매우 활발하다”며 “우리나라는 언어적 한계, 높은 물가, 수도권 이외 지역의 미약한 인프라 등의 문제가 있지만 국가적 관심도가 높아 정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유엔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기 유치된 기구 이외에 핵심적인 유엔 산하기구 유치는 요원해 보인다. 태국, 일본, 필리핀 등이 이미 주요 산하기구의 동아시아 지역본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기 유치된 상태에서도 주재 국가와 마찰이 있거나 계약이 완료된 기구를 찾아 협의한다면 국내 유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류치현 국제협력관은 “중요도 높은 기구를 우선적으로 유치하려 욕심을 내기보다는 그때 그때 유엔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상위기관 유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이재명은 싫다"는 이대남...전연령중 선호도 '최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백종원, 15년 만 방송 활동 중단 선언..무슨 사연?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고개숙인 최태원 “SK그룹 전사 보안체계 검토, 확실히 조치” [전문]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쪼개기 보호예수’ 백종원, 더본코리아 오버행 우려 잠재울까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비만약에 150억 달러 투자 나선 화이자, 디앤디파마텍·인벤티지랩에 호재?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