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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현대카드 브랜드 포트폴리오 성공 비결

[Company] 현대카드 브랜드 포트폴리오 성공 비결


최하위에서 업계 2위로 부상…할인 혜택 조건 없는 ‘현대카드ZERO’로 새 바람
현대카드 상품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2001년 10월 시장 점유율 1.8%로 카드업계 최하위, 2011년 11월 16%로 2위. 현대카드의 지난 10년 실적이다. 카드대란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오히려 급성장을 거듭했다. 덩치는 옛 LG카드와 합병한 신한카드가 가장 크지만 브랜드 파워만 따지면 현대카드가 뒤지지 않는다. 특히 많은 사람이 톡톡 튀는 광고와 투명카드, 미니카드, 갤러리카드를 비롯해 세계적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레옹 스탁 등을 내세운 디자인 마케팅을 기억한다.



출범 때부터 브랜드 전략 고심현대카드의 브랜드 파워가 커진 건 이들 덕분만은 아니다. 과학적 분석과 치밀한 전략적 사고가 뒷받침 됐다. 현대카드는 고객의 성향과 태도 등을 분석한 결과 다양하고 복잡한 메시지보다 알파벳이나 숫자와 같은 간단 명료한 기호를 더 잘 받아들이고 기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은 알파벳, 혜택은 숫자, 프리미엄급은 색깔로 구분하는 카드를 잇따라 내놨다.

라이프 스타일은 알파벳에 대입하는 전략을 썼다. 예컨대 2003년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의 특성에 맞게 Multiple의 첫 글자를 따서 ‘현대카드M’을 만들었다. ‘현대카드O’는 Oil의 약자로 주유 할인 혜택을, ‘현대카드T’는 Travel의 약자로 여행 특화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현대카드가 현대카드M을 내놓을 당시 다른 카드사는 기업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개별 카드의 장점이 아니라 기업의 권위에 의지한 마케팅이었다. 현대카드는 달랐다. 카드사별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별 경쟁으로 게임의 룰을 바꿔 성공을 거뒀다.

숫자는 카드가 제공하는 혜택의 수준을 상징한다. 알파벳 카드 숫자가 커질수록 혜택도 늘어난다. 예컨대 현대카드M에는 일반적인 포인트 적립율을 적용한다. 현대카드M2는 매월 100만원 넘게 쓰면 1만 M포인트를 더 적립해준다. 현대카드M3는 M포인트를 2배 적립해준다.

컬러는 2005년 국내 최초로 내놓은 VVIP카드인 ‘블랙카드(the Black)’에 도입한 브랜드 요소다. 블랙카드 이후 ‘퍼플카드(the

Purple)’와 ‘레드카드(the Red)’도 출시했다. 컬러는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카드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현대카드의 모든 카드 상품은 이 세가지 요소로 만든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다. 카드사 최초이자 유일한 전략이다. 종이 한 장에 다이어그램으로 쉽게 그릴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현대카드 고객이 아닌 사람도 현대카드에 어떤 카드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카드 상품은 각기 다른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빈틈없이 반영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업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어 쇼핑·통신·주유·교육 등 다양한 부문에서 많은 상품이 나오고 변동 주기 역시 짧다”며 “그래서 전체 상품을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카드사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략이 없었다면 지금의 현대카드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2001년 말 다이너스카드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카드업계에 진출한 현대카드는 창립 1년 만에 카드대란이란 위기를 맞았다. 회원을 모으기는커녕 자칫 잘못하면 ‘돌려 막기에 쓰이는 마지막 카드’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2003년 1월, 현대카드 사옥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달린 회의실. 이 회의실 골방 안에는 마케팅 본부의 일명 ‘엑스칼리버 TFT(태스크포스팀)’ 소속 직원이 산더미 같은 자료와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회의실 문을 두드리며 “여기가 TFT가 일하는 곳 맞나요?”라고 물었다.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찾아온 사람은 바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었다. 정사장은 “새 상품은 전쟁을 수행하는 날카로운 칼이 돼야 한다”며 “건의나 애로사항이 있으면 e메일로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팀원들은 그날 저녁 필요한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고했다. 정 사장의 약속대로 TFT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이들은 고객 정보를 시시콜콜한 각종 지표로 세분화 하고 이들의 카드사용 행태와 선호도를 집요하게 끄집어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대카드M이 탄생했다.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면밀한 분석, 타깃의 세분화 작업을 통해 고객의 모든 결제 행위에 혜택을 부여할 때 고객의 로열티를 확보함과 동시에 해당 카드를 고객의 주사용 카드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대카드의 브랜드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초창기에 가장 신경을 쓴 건 메시지 차별화였다. 당시 다른 카드사들은 회원 이탈을 막고 카드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빅 모델을 기용해 정서적인 유대감 확보에 주력했다. 현대카드는 달랐다. 현대카드M은 광고에서 빅 모델이 아닌 카드 자체를 주인공으로 썼다. 결과적으로 많은 고객이 ‘혜택’에 끌려 현대카드M을 썼다. 2007년 7월 국내 최초로 500만 회원을 돌파한 카드업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현대카드M은 광고 하나, 디자인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현대카드M은 단일카드 최초로 800만 회원을 돌파해 현재 82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발급 거절률이 40%가 넘는 현대카드 특유의 심사 시스템을 감안하면 현대카드M의 800만 돌파는 더욱 의미가 크다. 현대카드M 회원 1인당 월 평균 신용판매 사용액은 80만원대다. 다른 카드사 카드의 월평균 사용액(40만~50만원)보다 훨씬 많다.

현재 신용카드 시장은 포화상태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약 4.6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 간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수퍼마켓이든 식당이든 주유소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어느 곳에서든 4.6대1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분명 레드오션이다. 현대카드는 남다른 브랜드 전략으로 소모적인 경쟁 대신 레드오션 속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냈다. 특히 광고나 디자인으로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던 역할에서 벗어나 시장의 새로운 법칙을 만드는 룰 메이커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카드ZERO 새로운 브랜드 전략 알려현대카드는 올 11월 새로운 개념의 할인 카드인 ‘현대카드ZERO’를 내놓으며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방점을 찍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새로운 축을 이룰 현대카드ZERO는 모든 가맹점에서 기본 할인율로는 카드업계 최고 수준인 0.7%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 음식점이나 대형할인점, 편의점, 커피전문점, 버스·지하철·택시 등 생활 속에서 이용 빈도가 많은 사용처에서 이 카드를 이용하면 0.5%의 추가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할부를 이용할 때는 모든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특히 현대카드ZERO의 모든 혜택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 신용카드 할인 서비스에 으레 따라다니는 ‘전월 얼마 이상 써야 한다’는 실적 조건이나 ‘하루에 몇 번, 한 달에 몇 번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제한 조건을 찾아볼 수 없다. 이름 그대로 조건이 제로(ZERO)다. 막연히 숫자 마케팅에 나선 경쟁사와는 한 차원 높은 전략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완성이자 새로운 브랜드 전략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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