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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이지만 안전성·경제성 떨어져

친환경적이지만 안전성·경제성 떨어져



2010년 8월 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역 주변. 송모씨가 몰던 241번 압축천연가스(CNG) 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다 막 출발하려는 순간 폭발했다. 폭발에 따른 연기와 파편은 마치 강력한 폭탄이 터진 것처럼 옆 차선을 달리던 차량과 상가까지 뒤덮었다. 특히 폭발의 충격은 승객이 서거나 앉아 있던 버스 내부 밑바닥을 뚫고 올라와 천정까지 부서질 정도로 강력했다. 버스가 폭발한 부근의 상가유리창까지 깨질 정도였다.

사고 후 승객들은 연기 속에서 버스 유리창으로 필사적으로 빠져나왔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1명과 버스 옆 차량과 오토바이 운전자, 행인 등 6명까지 모두 18명이 다쳤다. 중상자는 6명으로 특히 이모씨는 두 발목을 절단해야 했다. 나머지 사람은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발 뒤꿈치 뼈가 부러지거나 타박상을 입었고 유리 파편에 열상을 입는 등 곳곳을 다쳤다. 전자밸브 오작동과 용기 손상 등으로 연료통이 폭발해 일어난 사고였다. 특히 사고가 난 버스는 2001년 12월 제조된 것으로 2010년 12월까지 운행한 뒤 폐차될 예정이었다.


행당동 버스 폭발로 6명 중상행당동 CNG 버스 폭발 사고가 난 지 2년이 지났다. 그러나 내구 연한(9~10년)이 지나 폐차 지경인 CNG 버스 수백대가 여전히 서울도심을 달리고 있다. 행당동 CNG 버스 폭발 사고 후 정부가 내놓은‘CNG 버스사고 종합대책’은 공염불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당시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로 이원화돼 있던 관리 체계를 국토해양부로 일원화하고, 버스 등록 후 3년마다 재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전국에 등록된 CNG승합차는 2만6824대다. 서울에 등록된 차량은 8341대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CNG 버스 수는 7479대다(마을버스 1401대 제외). 국토해양부와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03년 이전에 등록돼 내구 연한을 넘은 CNG 버스는 2011년 말 기준 전국적으로 2746대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2003대는 폐차 처리됐고, 72대는 재검사를 통해 수명이 연장됐다.

문제는 나머지 671대다. 이들 버스는 별다른 조치 없이 등록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버스는 올해 재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등록 후 3년 주기(3·6·9년째 되는 해)로 재검사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올해 검사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CNG 버스 보급은 서울시에서 먼저 시작했다. 서울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대비해 서울 도심지 대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환경부와 공동으로 CNG 버스를 보급했다.

당시 한국가스공사에서 천연 가스를 많이 들여온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시와 환경부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를 보급정책 추진기간으로 정하고 CNG 버스 등에 과세표준의 2%인 취득세와 10%인 부가세를 전액 면제해주는 세제 혜택에서부터 직접적인 차량 구입 보조금 지급, 연료비 보조금 지급,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유인수단을 동원했다. 서울시의회 김정태 의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서울시에서만 CNG 버스 보급을 위해 6200억원을 썼다.

올해도 133억원이 들어간다. 24조원의 빚을 지고 있어 하루에 21억원의 이자를 내고 있는 서울시로선 적은 돈이 아니다.이렇게 돈을 쓰고도 CNG 버스 폭발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CNG 버스 폭발 사고는 2005년 이후 전국적으로 모두 14건이 발생했다. 올해만 3건이 터졌다. 공식 집계에 잡히진 않았지만 7월에 서울 봉천동에서 운행 중 화재 사고가 난 마을버스도 CNG 버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CNG의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다른 연료 차량보다 폭발 위험이 매우 높다. 천연가스(NG)는 메탄이 주요 성분인 화석연료다. 저장 방법에 따라 CNG(Compressed Natural Gas·압축천연가스), LNG(Liquefied Natural Gas·액화천연가스),ANG(Adsorbed Natural Gas·흡착천연가스)로 나뉜다. CNG는 천연가스를 200~250kg/㎠의 고압으로 압축한 것이다. LNG는 천연가스를 -161.5℃ 이하로 냉각시켜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이고, ANG는 활성탄 같은 흡착제에 천연가스를 30~60kg/㎠로 압축한 것이다.

CNG는 부피가 LNG의 3배 정도로 크고, 고압 연료탱크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저장용기(연료탱크)가 파열되면 폭발할 위험이 있다.반면 CNG·LNG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휘발유나 경유, LPG(액화석유가스)보다 적어 친환경적 연료라 할 수 있다. 서울시와 환경부가 CNG버스를 보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서울의 시내버스를 거의 다 CNG버스로 교체한 덕에 버스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은 옛날 얘기가 됐다.


환경편익도 비용보다 작아CNG 버스의 환경편익이 정말 클까. 현재 CNG 버스 대당 가격은 1억3000만원(클린디젤 버스 가격은 대당 1억원)이다. 이를 구입할 때 환경부와 지자체가 1850만원을 보조한다. 또 부가가치세 10%인 1300만원과 취득세 2%인 250만원도 면제 받는다. CNG 버스를 살 때 3500만원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주장하는 환경개선편익은 대당 1900만원에 불과하다. 3500만원을 들여 1900만원을 아끼는 셈이다.

경제성을 따지면 CNG 버스가 클린디젤 버스에 크게 뒤진다. 클린디젤 버스를 구입할 때는 차량 구입 보조금 지급, 부가가치세·취득세 면제 혜택이 없다. 이와 달리 CNG 버스를 살 때는 3500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CNG 버스는 이와 더불어 연료비 보조금도 받는다.기계연구원에 따르면 CNG 버스 1대당 10년간 3500만원의 연료비 보조 혜택을 받는다. CNG 버스의 내구 연한인 10년 사이에 모두 70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 것이다.

차량 검사비 보조 등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늘어난다. 서울시가 내구 연한이 다 된 CNG 버스를 대체하려는 CNG하이브리드 버스는 보조금이 더 들어간다. CNG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해 두 가지 동력원을 쓰는 CNG하이브리드 버스의 대당 가격은 2억원이다. 차량 구입 보조금 4000만원과 부가가치세·취득세 면세 혜택 2400만원, 10년간 연료비 보조금 2600만원을 더하면 CNG하이브리드 버스 1대당 10년간 90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이 들어간다. 서울시는 8월부터 CNG하이브리드 버스 7대를 운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CNG 하이브리드 버스가 기존 CNG 버스에 비해 배출가스와 온실가스 배출을 24% 넘게 줄인데다 연비도 30~40% 가량 개선한 친환경차라고 설명했다.

CNG 버스 폭발 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게 CNG 버스에 대한 보조금 명목의 예산이 과도하게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버스회사 입장에선 보조금이 많은 CNG 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관리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CNG 버스 관련 관리가 환경부는 보급, 지경부는 연구개발, 국토부는 관리로 나뉘어 있어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 나기 십상이다.

안전성, 환경편익, 경제성에서 모두 뒤떨어지는 CNG버스를 굳이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환경부와 서울시는 올해 CNG버스 관련 부가가치세, 취득세 지원제도의 일몰이 돌아오지만 디젤 차량이 CNG수준의 환경성을 갖추는 유로6 기준이 적용되는 2015년 전까지 CNG 버스를 계속 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김응철 주무관은“2014년까지는 기존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라며 “내년 CNG 버스 관련 예산도 이미 반영해 1차 심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서울시 친환경교통과의 장정훈 팀장도 “환경성이 있는 차를 도입하는 게 기본 방침인데 현재로선 CNG 버스의 환경편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내구 연한이 끝나 폐차 후 교체하는 버스 수요를 기존 CNG 외에 디젤이나 디젤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연료의 버스로 교체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CNG 버스에 국민의 세금을 쓰고도 안전이 무시되는 상황이라 제도 개선이 더욱 절실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이 특정 에너지원에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CNG는 청정연료인 건 맞지만 천연가스를 200배로 압축한 만큼 압력이 높아 폭발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김 교수는 또 “CNG를 연료로 쓰기 위해 개조하는 차량이 늘고 있어 CNG가 수송용으로 본격적으로 쓰이면 가격이 LPG처럼 오를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의원

잘못된 정책이 기술 발전 막는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 CNG차 지원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정책 토론집을 냈다. 그는 CNG 버스 관련 지원제도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CNG 버스의 안전성, 환경편익, 경제성 모두 클린디젤 버스에 뒤진다는 판단에서다. 김 의원은 특히 현재 기술로도 유로6 기준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데 정책 탓에 기술이 현실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버스 제조사로선 굳이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내놓지 않아도 판로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기술 진보를 저해하는 건가.“CNG 버스에 보조금을 10년 넘게 주고 있다. CNG버스 업계에서는 정부가 충분한 보조를 해주니 비용절감 노력이 거의 없었다. 안전성 강화에 그만큼 신경을 덜 쓰게 될 여지가 크다. 유럽은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미국은 연비 기준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기술이 계속 진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이하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펴왔다.그 결과 현재는 정부 정책이 기술 진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CNG 버스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천연가스를 200배 압축하는 방식의 CNG를 액화가스 방식으로 바꾸자는 말이 나올 만큼 위험성이 공론화 됐다. 영국과 프랑스간 해저터널에는 CNG는 물론 LPG 차량도 진입할 수 없다. 그만큼 폭발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CNG충전소가 들어오는 걸 주민들이 반대하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시청 앞에 CNG충전소를 만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우리나라 버스의 CNG 의존도는 세계 1위다. 안전성을 위해 연료 용기를 튼튼하게 만들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 경우 무게가 많이 나가고 비용이 더 든다.”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공론화할 계획인가.“9월 개원 후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 등 모든 면을 감안해 어느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특히 올해 취득세 등 지원제도가 일몰을 맞는 해라서 더욱 중요하다. 박원순 서울 시장과 함께 2차 정책간담회를 여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박 시장은 전기차 도입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CNG버스 지원 정책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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