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의 과학
2008년 11월 10일 아침 다섯 시쯤 눈을 떴다. 훗날 급성 세균성 수막염(an extremely severe case of bacterial meningiti)으로 밝혀진 질병의 초기 증상 때문이었다. 그 뒤 몇시간에 걸쳐 내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됐다. 모든 고차원의 신경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이번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시 남부를 강타했을 때처럼 완전 먹통이 됐다.
가장 깊숙하고 원시적인 두뇌 부위 말고는 모든 신경 활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하지만 나의 정체성, 나의 자의식은 꺼지지 않았다(my identity—my sense of self—did not go dark). 그 사이 내 인생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 내 의식이 또 다른 단계 또는 차원 또는 세계를 여행하는 경험이었다(my consciousness traveling to another level, or dimension, or world).
3주 전 뉴스위크에 그 경험을 털어놓은 뒤 전 세계에서 가위 폭발적인 반응이 쇄도했다(한국판은 저작권 문제 때문에 그 기사를 싣지 않았다). 나는 크게 놀라고 한편으로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비판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상당부분 뇌 전문의인 내가 어떻게 그런 경험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다. 두뇌의 전기화학적 활동을 통해 자아가 형성된다는(the self is created through the electrochemical activity of the brain) 게 과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는 점은 나도 안다. 대다수 신경외과의사들, 그리고 전반적으로 대다수 의사들은 육체에서 정신이 비롯되며(the body produces the mind) 육체 기능이 정지되면 정신도 멈춘다고 믿는다. 영사기의 전원을 뽑으면 스크린에 투사된 그림이 사라지듯이 말이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7일 동안 내 의식이 완전히 살아 있었을 뿐 아니라 아름다움과 평화, 그리고 무조건적인 사랑의 경이로운 세상으로 여행했다고(not only remained fully conscious but journeyed to a stunning world) 세상 사람들에게 털어놓았을 때 내가 벌집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았다(knew I was stirring up a very volatile pot). 내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비판자들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내 임사체험(NDE, near-death experience)은 두뇌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한주 동안 맹렬한 외계물질의 공격을 받고 어떻게든 겨우 회복된 뒤 내 시냅스(신경접합부)가 억지로 꿰어 맞춘 환상이라는 주장이다. 시냅스는 두뇌 속 뉴런(신경세포) 사이의 공간이다. 전기화학적 활동을 지원해 두뇌가 기능하도록 한다.
그 경험을 하기 전이었다면 나라도 분명 그런 진단을 내렸음직하다. 피질이 관장하는 고차원의 사고과정이 중단되면 피질이 서서히 원상회복하는 동안(as the cortex gets slowly back online) 불가피하게 환자가 큰 의식장애를 일으키고(a patient can feel deeply disoriented) 나아가 완전히 정신 나간 듯이 느낄 수 있는 기간이 있다. 내 저서 ‘천국의 증거(Proof of Heaven)’에서 썼듯이 회복 단계에서 이런 기간을 거치는 환자들을 많이 목격했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애처로운 광경이다.
나도 두뇌가 의식을 되찾기 시작할 때 그런 과도기를 경험했다. 피해망상적인 악몽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내와 의사들이 나를 죽이려 하고, 플로리다주 남부의 60층짜리 암병동 건물에서 떠밀려 추락한 뒤 닌자 커플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꿈이었다. 하지만 그 의식장애와 혼란의 기간은 내 피질이 회복을 시작하기 전, 다시 말해 피질의 기능이 정지돼 전혀 의식을 지탱할 수 없는 기간 중 내게 일어난 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임사체험을 한 수많은 다른 사람이 목격했던 것과 아주 유사한 경험을 했다. 육체를 벗어난 영역으로의 이행, 그리고 의식의 영역이 어마어마하게 확장되는 느낌이다(the transition to a realm beyond the physical, and a vast broadening of my consciousness). 사실상 내 경험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내 두뇌가 기본적으로 그들보다 더 죽음에 가까웠다는 사실뿐이다.
대다수 임사체험은 일시적인 심박정지의 결과다. 심장에서 두뇌로 가는 피의 공급이 중단된다. 산소가 떨어진 두뇌는 의식을 지탱하는 역할을 중단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뇌가 정말로 죽었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그런 경험을 하기 전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그 점을 지적했으리라. 바로 그런 이유로 많은 의사가 ‘임사체험’이라는 용어가 기본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여긴다(is essentially a misnomer). 그런 경험을 한 대부분의 사람은 상태가 많이 나쁘기는 했지만 실제로 죽음에 근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죽음에 근접한 상태였다. 그 경험을 할 동안 내 시냅스가 단순히 장애를 일으킨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정지했다(were not simply compromised during my experience. They were stopped). 피질 깊은 곳의 고립된 뉴런들만 펄떡거렸다. 하지만 이른바 ‘의식’ 비슷한 작용을 만들어낼 만한 능력을 가진 광범위한 신경세포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내가 혼수상태였을 동안 내 뇌를 덮쳤던 대장균들이 확인사살을 했다(The E. coli bacteria that flooded my brain during my illness made sure of that).
내 담당의사들은 그들이 실시한 모든 뇌 검사에 따르면 시각·청각·감정·기억·언어 또는 논리를 포함한 어떤 기능도 멀쩡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내게 말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나는 임사체험 당사자들, 신비주의자들, 명상가들, 그리고 다른 무수한 사람이 수세기 전부터 묘사해 온 확장된 의식세계의 존재를 더는 의심하지 않게 됐다. 나도 내 경험이 그들의 주장에 새로운 증거를 보탠다고 여긴다. 그것은 육체를 떠나서도 의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새로운 형태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당초엔 내 경험을 과학지에 기고할 계획이었다. 그 시점까지 두뇌와 의식에 관해 내가 배운 모든 지식의 배경 속에서 그 사실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내 동료 과학자들과만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체적으론 과학자들의 말에 가장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일반 대중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내가 이들 수백만 명의 사람과 소통하려 했던 이유는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가 사실과 크게 다른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 사실과 크게 다른 이야기란 바로 의식이 두뇌에서 비롯된다는 이론이다. 대다수 과학자는 이를 정설로 받아들인다. 나는 분명히 그랬다. 그리고 이는 그렇게 많은 과학자가 아직도 내가 정말로 진정으로 경험했다고 말하는 것을 고려할 생각조차하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상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실질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 우리가 직접 만져보지 못하는 모든일에 대한 일반적인 불신이 전부다(other than our general distrust of anything we can’t put our hands on). 하지만 우리가 직접 만져보지는 못해도 확실한 과학적인 사실도 많다. 전자를 눈으로 보거나 중력을 손으로 만져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상 오늘날 대다수 의사, 그리고 대다수 과학자들은 의식이 두뇌에서 비롯된다는 의견을 의식과 두뇌 활동이 관련됐다는 분명한 사실과 혼동한다.
두뇌가 어떻게 의식과 관련됐는지에 관한 수수께끼는 종종 “어려운 문제(the hard problem)”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에드워드 F 켈리와 에밀리 윌리엄스 켈리는 버지니아대 정신의학·신경행동학과의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저서 ‘단순화할 수 없는 정신(Irreducible Mind)’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최근 몇 십년 사이 과학자들이 ‘블랙 박스를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뇌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그런 기능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갈수록 수준 높은 임상적·약학적·생화학적·유전학적·신경외과적·전기생리학적·행동학적 등의 상당히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해 왔다.” 이들 다양한 새로운 도구 중 가장 최신의 인상적인 기술을 꼽자면 고화질 뇌전도(EEG, electroencephalography),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양전자방사단층촬영(PET) 등이 있다. 이들 기술 덕분에 이젠 불과 몇 십년전까지 꿈도 꾸지 못했던 수준으로 두뇌 활동을 추적하고 그 부위를 형상화할 수 있다.
두뇌 영상화와 기술의 발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따라서 의식이 순전히 육체적 현상이라는 확실한 증거에 근접한다고 대다수 과학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믿게 됐다. 2004년 뉴스위크에 실린 한 기사에서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사람들이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상 “두뇌의 정보처리 활동(the information-processing activity of the brain)”이라고 서슴없이 단언했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영상화 기술이 모든 사고와 감정을 신경활동과 연결시켰기(new imaging techniques have tied every thought and emotion to neural activity)”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 문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연결시켰다”는 단어다. 두뇌 활동과 의식은 실제로 서로 깊숙이 연결돼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유대가 느슨해지거나 완전히 단절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문 중의 의문은 두뇌기능과 의식 간의 이 같은 깊은 유사성이 두뇌가 실제로 의식을 형성한다는 의미냐는 점이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한 주 동안의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나는 아주 자신 있게 “아니다”고 대답할 수 있다.
사실상 의식을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는 현대 과학이 직면한 한가지 의문은 의식의 어려운 문제라는 데 나와 의견을 같이 한다. 그 문제는 적어도 두뇌가 어떻게 의식을 형성하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물리적 모델의 관점에서는 아마도 영원히 알아내기 어려울 듯하다(is arguably forever beyond our knowing).
사실상 그 문제가 대단히 난해하기 때문에 그에 관한 의문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조차 모른다는 데 그들도 동의할 듯하다. 하지만 무엇이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결정하도록 할 경우 현대 물리학은 우리를 정반대 방향으로 몰아간다. 의식이 1차적이고 물질은 2차적이라는 의미다(suggesting that it is consciousness that is primary and matter secondary).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지금 주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관한 사실(지금은 양자역학으로 기정사실화됐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물질 세계에서 우리에게 전달되는 데이터를 완전히 개인화한다(completely personalize the data coming in at us from the physical world). 하지만 그것을 너무 빨리 그리고 자동적으로 처리해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물리학자들은 20세기 초 의식이 물질적 환경과 얼마나 완벽하게 결합됐는지를 발견했다(discovered just how completely consciousness is wedded to the physical environment). 당시 양자역학의 아버지들(에르빈 슈뢰딩거,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막스 플랑크, 알버트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들)이 광자(photons)로 불리는 빛의 단위는 우리가 그것을 어떤 식으로 측정하느냐에 따라 파동 또는 입자로 나타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이 사소한 호기심처럼 보이는 발견은 사실상 의미심장하다.
아원자 차원에선(at a subatomic level) 인식 자체(우리의 내적 의식)가 세상과 밀접하게 결합됐으며 따라서 물리적 현상(가령 움직이는 광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실제로 그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의식의 이 같은 특성은(The very nonlocal features of consciousness) ‘단순화할 수 없는 정신’과 핌 반 롬멜의 명저 ‘삶을 초월한 의식(Consciousness Beyond Life)’에서 아주 잘 뒷받침됐다. 이는 의식 자체가 양자 현상이라는 명백한 증거다(are the resounding evidence that consciousness itself is a quantum phenomenon).
이처럼 신비로운 과정을 밝혀내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된다. 2012년 프랑스의 세르즈 아로슈와 미국의 데이비드 와인랜드가 ‘파동함수의 수축(collapse of the wave function)’을 규명한 혁신적인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관찰자의 의식세계가 아분자적 현실을 받아들이는 정확한 과정을 일컫는다(힌트: 아인슈타인이라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완전히 객관적인 관측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평범한 속세의 삶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임사체험에서는 훨씬 더 뚜렷해진다. 더 큰 현실을 접할 때 육체와 두뇌가 중재 역할을 중단하고 우리가 그것을 직접 대면하게 된다.
오해하지 마시라. 의식은 완벽한 수수께끼다. 10년 또는 100년 또는 1000년 전과 똑같이 지금도 완벽한 수수께끼다. 우리는 정말 그 정체를 모른다. 하지만 의식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며 우리 정체성의 핵심을 이룬다. 따라서 우리는 이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을 간과한다.
그것은 크나큰 실수다. 의식은 희미한 부수현상(a shadowy epiphenomenon)이나 철학자 길버트 라일의 유명한 말처럼 “기계 속의 유령(ghost in the machine)”이 결코 아니다. 원래부터 더 큰 우주로 이어지는 우리의 주요한 연결고리였으며 지금도 그렇다(is and always has been our primary link to the larger universe).
내 육체와 두뇌를 벗어난 7일간의 여행을 통해 두뇌의 필터가 제거될 때 처음으로 우주가 뚜렷하게 보인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 같은 육체를 초월해 목격한 다차원적 우주는 차갑고 죽은 세계가 아니다. 살아 움직이며 약 600년 전 시인 단테의 표현을 빌리자면 “태양을 비롯한 다른 별들을 움직이는(moves the sun and other stars)” 힘을 발휘한다.
나는 예전과 변함없이 과학과 그것을 이루는 사실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신봉자다. 그런 만큼 내 동료 과학자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더 크고 더 사실적인 의식의 세계가 있다고 다시 한번 단언하고 싶다.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환상을 보거나 부정직한 게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어마어마한 광경을 제대로 전달할 표현력이 부족할 뿐이다(are hampered by the limits of language to convey the sheer exponential vastness of what they encountered). 육체를 벗어난 이 같은 의식 세계는 과학뿐 아니라 인류에게 정말로 새로운 변경이다. 내 경험으로 세상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한걸음 더 가까워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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