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담배에 시장을 조금씩 내주던 KT&G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2년 연속 높아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1년 59%였던 KT&G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2년에 62%로 전년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1988년 국내에 글로벌 담배회사들이 진출하면서 내림세를 걷던 KT&G의 시장 점유율 그래프가 역전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역전의 1등 공신은 세계 초슬림 담배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인 브랜드 ‘에쎄(ESSE)’다. 에쎄는 지난해 국내에서 25.5%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0년째 국내 1위 브랜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1년보다 1.1%포인트 더 상승했다. KT&G의 기존 스테디셀러 브랜드인 레종, 더원, 보헴 등이 꾸준히 판매되면서 회사의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면, 에쎄는 회사 상승세를 이끄는 선봉장이다.
지구 304바퀴 도는 분량 판매 기록토종 브랜드인 에쎄는 2003년에 국내 시장 판매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한국브랜드 파워(K-BPI) 5년 연속 1위, 한국생산성본부의 국가브랜드경쟁력(NBCI)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에쎄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해외 50여 개국에도 진출해 세계 초슬림 담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1년에 600만 개비를 처음 수출한 이래로 해마다 수출 물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러시아·중동·중앙아시아 등지에서는 초슬림 담배 판매순위 1~2위를 기록했고 해외 진출 5년 만인 2006년에는 연간 수출 100억개비를 돌파했다.
2011년에는 210억개비를 판매해 해외시장 개척 10년 만에 연간 200억개비의 해외 판매 시대를 개척했다. 이렇게 해서 작년까지 해외에서 판매된 에쎄는 모두 합해 약 1217억개비다. 길이로 환산하면 지구 304바퀴를 돌 수 있는 분량이다.
1996년에 1대의 기계로 처음 에쎄 생산에 들어갔던 KT&G는 세계 최대의 초슬림 생산·판매 기업으로 변모했다. KT&G는 국내 신탄진공장과 러시아 등 해외 3곳의 공장에서 연간 약 400억개비의 에쎄를 생산한다. 세계 초슬림 담배 생산량의 약 35%다. 이 회사가 보유한 초슬림 담배 제조 기계는 40대로 전 세계의 25%를 차지한다. KT&G는 지속적인 해외 수요 확대에 따라 향후 에쎄의 생산 설비를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1996년 11월 에쎄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에 불과했다. KT&G는 2000년대 초에 초슬림 담배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면서 당시로선 비교적 생소했던 브랜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대표 브랜드 만들기’에 들어갔다. 여러 해가 지나면서 소비자 수요가 다양해지고 세분화되자 브랜드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웰빙 열풍이 불면서 이전보다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기존 브랜드보다 타르 함량이 낮은 ‘에쎄 라이트’ 4.5mg(2002년), ‘에쎄 필드’ 2.5mg(2004년), ‘에쎄 원’ 1.0mg(2004년) 등을 출시했다. 대나무 활성 숯 필터를 적용해 2006년 출시한 ‘에쎄 순(純)’은 국내 담배 역사상 최단기간 최다판매 기록을 냈다. 마찬가지로 친환경 트렌드가 조성된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공략에 나선 결과였다.
현재 KT&G는 에쎄를 확고한 대표 브랜드로 키우는 데 전념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에쎄의 프리미엄급 3개 제품을 새로 리뉴얼하는 등 브랜드 강화에도 한층 힘쓰고 있다. 리뉴얼된 에쎄 프리미엄 제품은 국내 초슬림 담배 시장에서 최고가 제품에 해당하는 ‘에쎄 골든리프’와 ‘에쎄 스페셜골드’ 1mg, 3mg 등 모두 3종이다.
이 제품들엔 회사가 보유한 잎담배 중 최상등급 원료가 들어가 고품질을 지향한다. 에쎄 골든리프의 경우 나전칠기 명장인 박재성씨가 디자인 제작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전통미를 제품에 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에쎄는 KT&G의 가격동결 정책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KT&G는 지난해 초 기획재정부와 내부 논의를 거쳐 담배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자칫하면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물가 안정 시책에 협조하기로 한 것이다. 국산 담배가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 비중은 0.5%, 외산 담배는 0.35%다.
담배의 가중치는 소비자물가 조사품목 480여개 가운데 20번째로 높다. 특히 저소득층 구매 비율이 높기 때문에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항은 만만찮다. KT&G 관계자는 “수익성이 나빠질 우려가 있었지만 (가격동결이) 반대로 국내 소비자가 그만큼 신뢰하며 우리 제품을 더 찾는 계기가 됐다”며 “소비자와 정부, 회사 모두한테 만족스러운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쎄가 선전하면서 국내에서 경쟁 중인 다른 외국계 담배회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담배 회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슬림 담배의 제품가격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거대 외국계 기업이 자기 제품 가격을 로컬 기업의 경쟁 제품보다 더 낮게 책정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 이미지가 다소 저가화 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판매량을 회복하겠다는 시도의 일환”이라며 “철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이는 외국계 기업의 문화를 고려할 땐 이례적인 일”이라고 해석했다.
가격동결 정책도 인기에 한몫국내에서 가격을 내린 외국계 회사의 초슬림 담배 브랜드는 대부분 국가에서 일반적 굵기의 레귤러형 제품보다 더 비싸게 판매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이들 브랜드가 에쎄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면서 되레 가격이 역전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때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담배 회사 3곳은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 2년간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결국 소비자 원성과 함께 판매량이 감소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외국 담배 회사들은 시장 점유율이 낮은 제품은 가격을 내리고 잘 팔리는 제품은 가격을 더 인상하거나, 기존에 인상했던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시장 반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산 담배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가격 인상 전이던 2010년 41.5%였지만 작년에 38.0%로 3.5%포인트 감소했다.
가격 인상으로 손쉽게 추가적인 이윤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외산 담배의 파상 공세 속에서도 우수한 국산 브랜드를 앞세운 KT&G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지금처럼 품질·브랜드 강화와 합리적인 가격정책으로 소비자 공략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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